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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 [기고] 한국, 유럽 안보방위 구조에 편입된다 / 공동성명에 등장한 방산협력-정보공유-군사표준 결합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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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6-20 19:0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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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유럽 안보방위 구조에 편입된다 - 공동성명에 등장한 방산협력·정보공유·군사표준 결합의 위험


윤현일(자유 기고가)



[출처:RT]

 

제11차 한-EU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표면적으로는 경제협력 문서처럼 보인다. 경쟁력 파트너십, 고위급 경제대화, 디지털통상협정, 공급망 협력, 경제안보 같은 표현들이 앞에 놓여 있다. 그래서 이 공동성명은 한국이 유럽시장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성과처럼 포장되었다.


그러나 실제 중심은 경제가 아니다. 그 속살은 안보방위다. 한국과 EU는 경제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안보방위 협력을 제도화하고 있다. 방산협력과 정보공유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을 서방의 군사·정보·방산 체계 안으로 더 깊이 끌어들이고 있다.


이번 공동성명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드러낸다.


첫째, 한국은 유럽과 손잡고 조선과 한국 관계의 대결구도를 다시 공식화했다. 공동성명에서 한국은 조선 문제를 코리아반도 내부의 평화문제가 아니라 유럽 안보와 러시아 문제에 연결된 대결 의제로 재구성했다.


둘째, 한국의 경제·안보 구조가 유럽의 안보방위 구조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제협력이라는 표현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 내용에는 해양안보, 사이버, 우주안보, 방산 정보교류, 기밀정보 교환이 들어 있다. 이것은 한국을 유럽경제시장으로 이끄는 길이 아니다. 유럽의 안보방위 구조에 묶는 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공동성명에 나타난 안보방위와 방산산업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한국-EU 관계의 위험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공동성명 7항에 담긴 방산협력의 속내


공동성명 7항은 한-EU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중심에 놓고 있다. 그 안에는 해양안보, 항행의 자유, 해저 인프라 보호, EU 아탈란타 작전 참여, 해상교통로 보호, 그림자 선단 대응이 들어 있다. 사이버·하이브리드 위협 대응, 해외발 허위조작정보 대응, 핵군축·비확산, 우주안보, 방산 관련 정보교류도 포함되어 있다.


이 한 조항만 보아도 공동성명의 성격은 분명하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협력 문서가 아니다. 한국과 EU의 안보방위 협력을 제도화하는 문서다. 한국을 서방의 군사·정보·방산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문서다.


물론 방산협력을 경제적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 방산업체는 유럽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무기와 탄약, 정비능력, 생산능력의 부족을 절감했다. 한국은 빠른 생산능력과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방산수출은 기업 매출, 고용, 기술투자, 수출확대라는 실익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방산은 일반 상품수출과 다르다. 무기는 판매되는 순간 정치적 위치를 만든다. 정비와 부품공급, 탄약체계, 기술보호, 수출통제와 연결된다. 작전수요와도 연결된다. 어느 나라에 어떤 무기를 공급하느냐는 단순한 상거래가 아니다. 외교·안보노선의 일부가 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방산 관련 사안에 대한 정보교류”다. 이 표현은 짧다. 그러나 의미는 가볍지 않다. 방산 정보교류는 무기 전시회 정보를 주고받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방위산업은 무기체계, 작전수요, 군사표준, 정비체계, 부품공급망과 연결된다.


방산 정보가 오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한국 방산이 유럽의 안보수요와 군사계획 안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7항은 방산만 따로 말하지 않는다. 해양안보, 사이버, 우주, 정보, 방산을 하나로 묶고 있다. 현대전은 육해공만의 전쟁이 아니다. 해상교통로, 위성, 통신망, 사이버 공간, 정보분석, 공급망, 군수생산이 모두 군사적 대응능력의 일부가 되었다. 공동성명 7항은 이 현대적 군사구조 안에 한국을 연결시키고 있다.


해양안보 대목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항행의 자유, 상공비행의 자유, 해저 인프라 보호, 해상교통로 보호라는 표현은 겉으로는 국제질서와 안전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군사작전의 명분으로 쓰일 수 있다.


해상교통로 보호는 군함 파견의 명분이 될 수 있다. 해저 인프라 보호는 해저 케이블과 에너지망을 둘러싼 군사적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


EU 아탈란타 작전 참여도 마찬가지다. 해적 대응이라는 명분은 있다. 그러나 한국이 EU의 해군작전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경험을 쌓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해적 대응이다. 다음에는 해상교통로 보호다. 그 다음에는 그림자 선단 대응이다. 어느 순간 한국은 유럽의 해양안보 작전망 안에서 움직이는 국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7항의 핵심은 방산협력 하나가 아니다. 한국과 EU가 해양, 사이버, 우주, 정보, 방산을 하나로 묶은 안보방위 협력망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공동성명 7항의 속내다.


2. 공동성명 8항·34항, 정보공유와 승객예약정보 전송 협정


7항이 안보방위 협력의 영역을 넓힌 조항이라면, 8항은 그 영역을 정보로 연결하는 조항이다. 방산협력, 해양안보, 사이버·우주안보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정보공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8항은 7항의 연장선에 있다.


공동성명 8항은 기밀정보 교환과 비밀정보보호협정 협상 개시를 담고 있다. 겉으로는 안전한 정보교환을 위한 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이 EU와 군사·안보 기밀정보를 주고받는 통로를 여는 문제다.


비밀정보보호협정은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다. 어떤 정보를 기밀로 분류할 것인가. 어떤 기관이 접근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보호하고 활용할 것인가. 이 문제를 정하는 제도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한-EU 안보협력은 말뿐인 협력이 아니다. 정보교환을 동반한 협력으로 바뀐다.


정보가 오가면 판단도 함께 움직인다. 군사정보가 공유되면 위협인식도 공유된다. 위협인식이 공유되면 정책방향도 닮아간다. 정책방향이 닮아가면 군사협력은 더 쉬워진다. 한국이 EU와 비밀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한국이 EU의 안보판단 체계 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여기에 공동성명 34항의 승객예약정보 전송 협정 문제가 연결된다. 승객예약정보는 항공권 예약과 발권, 탑승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자료다. 여행경로, 항공편, 동행자, 연락처, 결제정보, 좌석, 수하물 정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정부는 이것을 테러, 마약, 총기, 인신매매, 초국가 범죄를 막기 위한 자료라고 설명한다.


물론 장점은 있다. 범죄예방 측면에서 보면 이 협정은 선의의 협정처럼 보일 수 있다. 한국과 EU가 승객 이동정보를 공유하면 위험인물을 미리 선별할 수 있다. 초국가 범죄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한국 관세당국 입장에서는 EU 국적 항공사의 승객예약자료를 확보할 법적 통로가 열린다. 이것은 실무적 이익이다.


그러나 바로 그 장점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범죄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이동정보가 국제 보안자료로 바뀌기 때문이다.


누가 어느 나라에 갔는가. 누구와 함께 갔는가. 어떤 항공편을 이용했는가. 어떻게 결제했는가. 이런 정보는 단순한 여행자료가 아니다. 한 사람의 이동경로와 생활방식, 사회적 연결망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이 EU와 승객예약정보 전송 협정을 타결한 아시아 첫 국가로 발표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대목은 정확히 보아야 한다. 한국 관세당국 발표 기준으로 한국은 EU와 이러한 협정을 타결한 아시아 첫 국가로 설명되고 있다. EU의 기존 승객예약정보 협정망은 주로 미국, 호주, 영국 등 서방권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참여는 단순한 항공보안 협력을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왜 EU는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 가운데 한국과 처음으로 이 협정을 타결했는가. 이 문제를 항공보안과 범죄예방만으로 볼 수는 없다. 한국은 이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안에 깊이 들어가 있다. 동시에 조선과 대결구도에 놓여 있다. 중국·러시아와 맞닿은 동북아의 핵심 위치에도 있다. 이런 한국과 정보협력을 제도화한다는 것은 유럽이 아시아 안보공간에 들어오기 위한 첫 통로를 여는 문제다.


나토가 곧바로 아시아에 들어오는 형식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EU의 안보방위 협력, 정보교환, 방산협력, 해양안보 협력이 한국을 통해 축적되면 결과는 분명해진다. 한국은 유럽-나토식 안보구조가 아시아로 들어오는 데 필요한 첫 통로가 된다.


단기적으로는 한국도 실무적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보면 EU가 얻는 이익이 더 크다. EU는 개인정보보호 기준을 앞세운다. 동시에 자신들이 인정한 국가와만 정보를 교환하는 질서를 만든다.


한국은 그 질서 안으로 들어가는 아시아 첫 국가가 된다.


결국 한국은 정보를 얻는 동시에 기준을 받아들인다. 자료 접근권을 얻는 동시에 EU의 보안질서 안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승객예약정보 전송 협정의 이중성이다. 겉으로는 범죄예방 협정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유럽의 보안감시 체계가 아시아로 확장되는 첫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3. 무기수출인가, 전쟁 조달창구인가


한국 방산은 최근 몇 년 동안 수출 확대를 큰 성과처럼 내세워 왔다. 전차, 자주포, 장갑차, 미사일, 탄약, 군함, 항공기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산 무기가 유럽과 중동, 아시아 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이를 K-방산의 성과라고 부른다.


그러나 문제는 수출량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수출이 어떤 구조 안에서 이루어지는가이다.


한국이 독자적 전략판단에 따라 무기를 개발한다면 하나의 산업정책일 수 있다. 자국의 안전과 산업발전을 위해 방산을 운영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러나 한국 방산이 미국과 유럽의 안보전략, 군수수요, 공급망, 표준체계 안으로 들어가면 성격이 바뀐다.


그때 한국 방산은 서방 군수체계의 하위 생산기지로 재편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하청구조란 단순히 부품을 납품한다는 뜻이 아니다. 전략과 수요는 미국과 유럽이 정한다. 한국은 그 수요에 맞춰 빠르게 생산하고 납품하는 위치로 밀려난다. 이것이 문제다.


폴란드의 K2 전차, K9 자주포, FA-50 항공기, 천무 도입은 이미 한국 방산이 유럽 군사구조 안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마니아의 K9·K10 계약, 핀란드의 K9 추가 도입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이것은 단순한 수출실적이 아니다. 한국 무기가 유럽의 작전수요, 정비체계, 탄약공급, 훈련체계와 결합하는 과정이다.


외견상 한국은 무기수출국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서방 군사체계의 군수창고가 될 수 있다. 유럽의 군비확장,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무기 부족, 나토의 재무장, 인도태평양 군사전략이 맞물리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 방산은 더 많은 수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더 깊이 군수수요에 묶인다.


방산업체는 웃을 수 있다. 수출계약은 늘고, 주가는 오르고, 공장은 바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익이 곧 한국의 국익은 아니다. 방산업체의 이익과 민중의 안전은 같은 것이 아니다. 기업의 매출과 국가의 자주성도 같은 것이 아니다.


방산수출이 커질수록 한국은 더 많은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더 많은 무기를 만들라는 압력이다. 더 빠르게 납품하라는 압력이다. 특정 진영에 맞춰 수출하라는 압력이다. 서방 표준에 맞춰 기술과 생산체계를 조정하라는 압력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방산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독자성을 잃고 서방의 군수수요에 종속될 수 있다.


4. 군사표준의 결합은 연합훈련의 길을 연다


여기서 흐름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방산수출이다. 방산수출은 정비와 부품공급으로 이어진다. 정비와 부품공급은 군사표준의 결합을 낳는다. 군사표준이 맞춰지면 훈련이 쉬워진다. 훈련이 쌓이면 연합작전의 길이 열린다. 이것이 방산협력이 단순한 수출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한국 방산의 문제는 수출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깊은 문제는 무기체계의 표준과 운용방식이다.


한국의 방산산업은 오랫동안 미국의 방산 표준구조에 맞춰 성장해 왔다. 한국군의 주요 무기체계, 통신체계, 작전개념, 훈련방식은 미국과의 연합작전을 전제로 발전했다. 그래서 한국 무기와 미국 무기는 높은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갖게 되었다.


문제는 이제 이 구조가 유럽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무기가 유럽으로 들어가 유럽의 무기체계와 연결되면, 한국 방산은 미국식 표준뿐 아니라 유럽·나토식 표준과도 맞물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무기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정비체계, 탄약체계, 통신체계, 운용교육, 훈련방식, 작전교리까지 함께 움직인다.


나토식 표준과의 결합은 추상적 표현이 아니다. K9은 나토권에서 널리 쓰이는 155mm 포병체계와 연결된다. FA-50 수출형은 전술데이터 공유와 상호운용성을 강조한다. K2의 폴란드형 개량도 폴란드군의 운용환경에 맞춰 진행된다. 무기체계가 이렇게 맞춰지면 정비와 통신, 탄약, 훈련도 함께 맞춰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한국은 오랫동안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무기체계와 작전방식은 더욱 밀접하게 맞물렸다. 합동군사훈련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었다. 전쟁계획을 실제로 맞춰보는 과정이었다. 코리아반도 긴장을 높이는 역할도 해 왔다.


최근의 합동군사훈련은 더 공세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유사시 선제타격, 지휘부 제거, 전략자산 전개, 대규모 상륙과 반격 작전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어 왔다. 방어훈련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그러나 상대에게는 군사적 위협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한-EU 공동성명은 바로 이 길을 열고 있다. 해양안보, 사이버, 우주안보, 방산 정보교류, 비밀정보보호협정이 쌓이면 다음 단계는 훈련과 작전협력이다. 나토가 곧바로 코리아반도에 군대를 보내는 형식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나토식 표준, 나토식 작전개념, 나토식 정보협력, 나토식 훈련방식이 한국을 통해 동북아시아에 들어올 가능성은 커진다.


코리아반도에서 진행되는 합동군사훈련에 유럽 또는 나토식 안보구조가 등장할 길이 열린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동북아시아에 진출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외교다변화가 아니다. 군사구조의 확대다.


공동성명은 한국을 평화의 조정자가 아니라 군사적 긴장을 앞에서 떠안는 국가로 밀어 넣고 있다. 한국은 무기를 팔고, 정보를 공유하고, 훈련을 맞추는 과정에서 서방 안보구조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게 된다.


5. 주권적 협력과 종속적 협력의 경계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모든 국제협력이 종속은 아니다. 다른 나라와 경제협력도 할 수 있다. 기술협력도 할 수 있다. 범죄예방을 위한 정보협력도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살 수는 없다. 문제는 협력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협력의 성격이다.


주권적 협력은 한국이 자국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협력 범위와 한계를 정하는 것이다. 어떤 정보를 공유할 것인가. 어떤 군사협력을 할 것인가. 어떤 방산협력을 할 것인가. 어떤 부담은 거부할 것인가. 이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협력의 기준은 한국 민중의 안전과 코리아반도의 평화, 그리고 국가의 자주적 판단이어야 한다.


반대로 종속적 협력은 외부의 안보판단, 군사표준, 정보체계, 작전수요에 한국이 맞춰 들어가는 것이다. 위협은 서방이 규정한다. 표준은 미국과 유럽이 정한다. 작전수요는 나토와 미국 전략에서 나온다. 한국은 그에 맞춰 무기를 생산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훈련을 조정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주권적 협력이 아니다.


이번 공동성명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이 EU와 협력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유럽의 안보판단과 방산수요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보질서와 나토식 표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것은 협력의 확대라기보다, 한국을 유럽 안보구조 안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종속의 다변화”라는 말은 모든 국제협력을 부정하는 말이 아니다. 안보전략 측면에서 미국 중심의 종속구조에 유럽의 안보방위 구조까지 덧붙여지는 현실을 지적하는 말이다. 한국이 미국 하나에만 묶이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이 함께 만든 안보구조 안으로 들어가는 것. 이것이 문제다.


6.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안보종속은 확대된다


한국의 안보종속은 오랫동안 미국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미한동맹, 주한미군, 연합훈련, 작전계획, 무기체계, 정보자산, 확장억제라는 이름 아래 한국의 안보정책은 미국의 전략과 깊이 묶여 있었다.


이번 한-EU 공동성명은 그 종속구조가 유럽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미국 중심의 안보종속이 핵심이었다. 이제는 미국에 더해 유럽의 안보방위 구조까지 한국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변화는 가볍지 않다. 유럽은 더 이상 먼 지역의 경제파트너로만 남아 있지 않다. 유럽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해양안보를 강조하고, 조러군사협력을 자신들의 안보 문제로 연결해 말하기 시작했다. 또 방산협력과 정보공유를 한국과 논의하면서 코리아반도와 동북아 안보 문제에 더 깊이 들어오고 있다.


유럽의 역할은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


전쟁의 직접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논쟁은 별도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유럽은 군사지원과 제재, 장기 안보공약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유럽 안보전략의 전방에 더 깊이 묶어 왔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안보전략의 방패가 되었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도 직접 떠안았다.


유사한 구조가 아시아에서도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에는 한국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제협력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방산협력, 정보공유, 해양안보, 사이버·우주안보, 비밀정보보호협정이 들어 있다. 이것은 협력의 확대라기보다, 한국을 유럽-나토식 안보구조의 아시아 전초기지로 재배치하는 과정에 가깝다.


우크라이나가 유럽 안보의 전방으로 묶였듯이, 한국도 아시아 안보대결의 전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 유럽은 한국을 단순한 시장으로만 보지 않는다. 방산 생산기지, 정보협력 통로, 유럽-나토식 안보구조의 아시아 진출 발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후과는 경제성장만이 아니다. 군사적 긴장 고조와 안보 부담의 확대가 함께 따라올 수 있다.


한국은 미국때문에 발생한 코리아반도 정세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위치에 있다. 여기에 유럽의 안보대립까지 끌어안는 것은 국익이 아니다. 그것은 위험의 수입이다.


결론, 경제협력의 옷을 입은 안보방위 편입


결국 36개 항으로 된 공동성명에서 핵심은 7항 방산협력, 8항 정보공유, 34항 승객예약정보 전송 협정에 있었다. 조선 관련 내용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제·통상·기술협력 조항들은 이 안보방위 구조를 가리는 외피처럼 기능했다. 경제협력의 말들이 앞에 놓였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결정적 장치는 방산협력, 기밀정보 교환, 승객예약정보 전송 협정이었다.


한국은 이미 미국 중심의 경제·군사 종속구조 안에 깊이 들어가 있다. 이제 유럽은 미국식 구조에 길들여진 한국의 군사·정보·방산 체계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문제는 한국도 이를 외교다변화와 경제협력, 방산수출 확대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따져야 할 것은 많지 않다. 한국이 자발적으로 유럽 안보시장으로 들어간 것인가. 아니면 유럽이 한국을 유인해 유럽의 안보방위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결과는 분명하다. 한국 민중은 위험을 떠안고, 방산업체는 성장하며, 한국 정부는 그 구조를 보증하고 있다. 


방산업체가 성장한다고 해서 반드시 평화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들이 집중된 미국이 평화로운 국가인가. 오히려 미국의 사례는 방산업체의 성장을 마냥 반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무기산업이 커질수록 전쟁수요도 함께 커진다. 방산의 성장이 곧 민중의 안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공동성명은 한국이 미국과 유럽 군수체계의 하위 생산기지로 재편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방산협력은 정보협력으로 이어지고, 정보협력은 군사표준과 연합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한관계가 그렇게 변해 왔듯이, 한-EU 관계도 같은 길을 따라갈 수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이 구조에 들어온다면 코리아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EU 공동성명의 본질은 결코 경제협력만이 아니었다. 경제협력의 외피를 씌워 한국을 유럽의 안보방위 구조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이었다. 동시에 유럽-나토식 안보방위 구조가 한국을 통로로 코리아반도와 동북아시아에 들어오는 것이기도 하다. 그 끝에는 한국 방산의 조달창구화, 정보체계의 종속화, 코리아반도의 긴장 고조가 놓여 있다.


그렇다면 길은 없는가. EU와의 교류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 문제는 교류가 아니라 방향이다. 한국은 협력의 중심을 군사·안보·정보동맹이 아니라 경제, 기술, 무역, 기후, 공급망 협력에 두어야 한다. 유럽이 위협을 규정하고 전략을 짜는 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한국의 필요와 판단으로 협력의 성격을 정해야 한다. 그 바탕에는 자주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주권국가로서 교류협력의 출발점이다.


[출처 통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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