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 [기고] 캄보디아 사태의 근본 원인은 한국 불평등과 N포 세대의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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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5-10-16 18:01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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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캄보디아 사태의 근본 원인은 한국 불평등과 N포 세대의 좌절
서도영(자유기고가)
이제 캄보디아를 비난하는 것을 멈추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자. 청년실업과 불평등을 방치한 사회, 탐욕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그리고 이를 묵인하고 있는 우리의 공모가 이 비극을 키웠다.
정부는 국제 공조를 통해 범죄 네트워크를 뿌리 뽑고,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일자리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언론은 자극적 보도를 멈추고,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모두가 연대와 책임감으로 이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저자: 서도영(자유 기고가)

[사진 출처: 필자의 페이스북]
올해 초, 두 달 동안 캄보디아에서 생활했다. 당시에도 이미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한국인 납치와 감금이 뉴스에 도배되고 있었다. 나는 뉴스에서 지목한 그곳의 범죄조직 거점인 ‘망고단지’를 매일같이 지나다녔다. 최근 뉴스에서 캄보디아의 주요 실종, 감금 지역으로 보도되는 시아누크빌과 캄포트도 다녀왔다.
당시 캄보디아 소식을 들었던 지인은 내게 카톡으로 연락하며 괜찮으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나 역시 캄보디아에서 20년 동안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이 사태에 대해 물어보았으나 '금시초문'이었다. 물론 범죄를 대놓고 저지르지는 않을 테니, 소식을 모른다고 하여 범죄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망고단지' 바로 옆에서 현지 주민들과 소통하며 오랜 기간 살아온 사람들조차 잘 모르는 이야기라면 이 곳에서도 일반적인 사건은 아닌 것이다.
한국인 납치,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이 단어들은 캄보디아를 어둠의 땅으로 묘사하지만, 이 비극의 뿌리는 훨씬 더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태는 캄보디아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청년실업과 3포세대가 직면한 절망, 그리고 자본주의와 불평등의 구조적 모순이 얽힌 비극이다. 캄보디아를 비난하며 손가락질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거울을 들여다봐야 한다.
22세 청년이 한 달에 1,4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제안에 귀가 솔깃해져 캄보디아로 떠났다. 상식이 있다면 의심했어야 할 제안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러한 선택을 한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냉혹한 현실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9%에 육박하며,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가 청년들의 미래를 옥죄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는 이제 내집마련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하며 ‘N포세대’로 전락했다. 경제적 궁핍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해외에서의 고수익 약속은 그에게 찾아온 한 줄기 빛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들은 ‘텔레마케팅’으로 포장된 제안에 끌려 캄보디아로 갔지만, 도착한 곳은 중국계 갱단과 조선족 조직의 착취 현장이었다. 여권은 빼앗기고, 감금된 방에서 그들은 동포를 속이라는 명령을 받으며 인간성을 잃어갔다. 예천 출신 대학생의 죽음은 오직 그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라 절망에 내몰린 이 땅 모든 청년들의 이야기다.
비극의 본질은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과 불평등한 구조에 있다. 한국 사회는 성장을 외치며 청년들에게 노력을 강요했지만, 정작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끝없는 경쟁뿐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2배 이상, 상위 1%가 전체 부의 절반을 소유하는 현실에서, 청년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캄보디아로 떠난 이들 중 다수는 경제적 절박함에 쫓겨 무지로, 혹은 의도적으로 불법에 가담했다. 부당한 소득에 욕심을 낸 그들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을 비난하기 전에, 그들을 그곳으로 내몬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 자본주의는 기회의 평등을 약속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낳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 불평등의 틈을 파고들어 절망한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았다.
캄보디아는 이 비극의 무대일 뿐, 원인이 아니다. 중국계 갱단과 국제 범죄 네트워크가 캄보디아의 느슨한 규제를 이용해 불법 산업을 키웠지만, 이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다. 조금 더 자세히 찾아보면 이와 같은 범죄가 캄보디아 뿐 아니라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언론은 캄보디아를 ‘범죄도시’로 낙인찍으며 자극적인 제목을 뽑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캄보디아 여행 중 납치 위기” 같은 기사는 사실과 동떨어진 왜곡으로, 현지 교민과 한국 내 캄보디아인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다. 이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이웃이며, 불평등의 희생양이다. 오히려 캄보디아 교민들은 자비로 피해자를 구출하며, 한국 내 캄보디아인들은 자존심을 짓밟히며 고통받는다. 그들의 분노와 눈물은 우리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다.
이제 캄보디아를 비난하는 것을 멈추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자. 청년실업과 불평등을 방치한 사회, 탐욕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그리고 이를 묵인하고 있는 우리의 공모가 이 비극을 키웠다. 정부는 국제 공조를 통해 범죄 네트워크를 뿌리 뽑고,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일자리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언론은 자극적 보도를 멈추고,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모두가 연대와 책임감으로 이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내가 보았던 캄보디아의 하늘에는 클라엥 아엑이라는 연이 인상적인 저음의 소리를 내며 평화롭게 날고 있었다.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하늘 아래, 더 이상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출처 통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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