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9개 대학 총학생회 서울 집결
윤석열 및 계엄관계자 엄벌 요구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신촌 연세로 일대는 불법계엄 규탄과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4천600여 명 대학생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집회가 근래 학생사회의 움직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이뤄진 데에는 전국 대학의 총학생회가 조직화에 나선 배경이 있다.
집회를 주최한 ‘비상계엄대응을 위한 전국 대학 총학생회 공동행동(총학 공동행동)’은 지난 7일 윤석열 탄핵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데 문제의식을 느끼고 출범한 전국 총학생회 연대체다.
여기에는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교대, 상지대, 연세대, 이화여대, 울산과학기술원, 전주교대, 한국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전국 대학 19개 총학생회가 속해있다. 앞서 11일에는 전국 44개 대학 총학생회 연서명을 받아 공동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총학 공동행동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고 선서한 대통령이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대를 동원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불안감을 조성했다”며 “국정을 바라보며 신중함을 기하던 대학생과 청년들마저 이제는 대통령에 대한 모든 신뢰와 기대를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라를 분열시키고자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과 계엄 관련자들을 조속히 퇴진시키고 그에 대한 책임을 명백하게 물어야 한다”며 △윤석열 즉각 퇴진 △윤석열과 계엄관계자 엄벌 △헌정질서 회복 등을 요구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국민의힘 탄핵안 표결 압박
부산대 총학생회, “윤석열은 대통령직 수행 못해”
서울대 김민규 총학생회장은 “지난 12월 5일 서울대에서 전체 학생총회를 소집하여 2700명이 넘는 학우들이 모여 목소리를 한데 모았다”며 “총회를 통해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강력히 규탄하며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할 대통령의 책임을 명확히 묻고,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에 단호히 반대하며 윤석열 퇴진 운동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학우들의 안전을 위해 행동하는 총학생회를 표방한다는 결의를 했다”고 밝혔다.
김 총학생회장은 “국가권력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꺼이 권력에 저항할 것”이라며 “윤석열의 탄핵안 표결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지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대 이창준 총학생회장은 “서울에 올라오니 확실히 부산보다 춥지만, 지난 비상계엄 당시 총칼을 든 군인이 국회를 점거 했을 때 그 총칼의 차가움을 잊을 수 없다”며 “비상계엄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으며 이는 계엄사령부가 내린 포고령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포고령은 모든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사가 계엄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그 누구보다 앞장서 지켜야할 대통령이 언제 또 계엄을 내릴까 노심초사하며 수많은 국민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학생회장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맞는지, 21세기에 현존하는 대통령이 맞는지, 그가 과연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가전복 세력은 윤석열 바로 당신”
“윤석열 방탄 국힘이 말하는 ‘질서’...이해할 수 없어”
고려대, 상지대, 전주교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 10여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학생들의 자유 발언 역시 뜨거웠다.
서울시립대 환경원예과에 재학중인 박기쁨 씨는 “8년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하던 당시 1천만 국민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고, 마침내 이땅에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수 있었다”며 “그러나 국민을 여전히 개돼지로 알고 국민의 뜻을 아무렇지도 않게 거슬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무리는 여전히 용산과 국회에 남아 계엄령 선포라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박 씨는 “나라의 존폐가 위기의 기로에 서있는 마당에 그깟 학점이며 시험이 뭐가 중요하겠냐”며 “독재에 항거했던 역사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과 한강 작가의 작품이 상을 받은 2024년 당해에 계엄령이라니 이거야말로 현실판 코미디”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당신 독재하라고 세금내고, 계엄하라고 투표한줄 아느냐”며 “윤석열은 종북세력이 국가를 전복시키려 한다고 지껄였으나 우리가 보기엔 국가를 전복시키고 있는 것은 윤석열 당신”이라 쏘아붙였다.
국민의힘에 대한 규탄 역시 높은 강도로 이어졌다.
서강대 영미어문학과에 재학중인 최준혁 씨는 “내란 수괴범 윤석열 씨와 그의 방탄조끼 역할을 자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묻겠다”며 “당신들이 말하는 ‘질서있는 퇴진’에서 그 질서란 도대체 무엇이냐”고 따졌다.
그는 “이미 국민들의 삶의 질서는 무너질대로 무너졌다”며 “강의가 끝나고, 혹은 퇴근을 하고 달콤한 휴식을 누려야할 집에서는 하루하루의 충격적인 뉴스에 행복과 웃음이 아닌 분노와 한숨이 집안 공기를 가득 채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12월 12일의 대국민담화에서 윤석열 씨는 계엄 형식만을 빌려 비상조치를 취한 것이라 했는데, 세상 어떤 나라에서 정상적인 지도자가 국민들에게 국가 위기상황을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점거하려 하냐”며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오고, 본인만의 세상에서 나와 진짜 현실을 살아보라”고 일갈했다.
“탄핵 표결 노쇼에 충격받아 나왔다”
“탄핵 투표 불참은 계엄에 동조하는 것”
한편 이날 본행사에서는 학생들의 발언 사이사이에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호미들’, ‘신인류’ 등의 찬조공연이 이어져 축제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됐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집회를 즐기는 와중에도 현 시국에 관해 진중한 우려를 표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대 미대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회피적인 성향이 강해 정치적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져도 보통 회피하는 타입인데, 국민의힘이 7일 탄핵 표결 당일 노쇼를 한 걸 보니 이건 진짜 아니다 싶어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이 될 거 같긴 하지만, 국민의힘이 하는 걸 보면 의도적으로 국민들의 바람을 무시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는 힘들거 같다”며 “그럼에도 집회에 나온 까닭은 탄핵이 앞당겨지길 바라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서울예대 극작과에 재학중인 김예담 씨는 “계엄령 당시에도 너무 당황스러웠고,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할지 걱정이 되었지만 그 뒤로 윤석열이 오랜기간 계엄을 준비해왔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며 “군인이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눈다는 것 자체도 이해되지 않고, 거기 동조해 탄핵투표에 불참한 국민의 힘에도 유감”이라 전했다.
【출처:민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