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라면’ ‘장관님 오십니다’ 등으로 논란을 빚는 서남수 교육부장관.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마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학교·학생 안정화 방안’을 하달했다. 21일 또 다시 일선 학교에 빠짐없이 전달하라며 4가지 지침을 내린다.
‘황제라면 교육부’, 일선학교에 위압적 지침 하달
서 장관이 내린 ‘학교·학생 안정화 방안’의 첫 항목은 ‘유언비어 유포 및 악의적 댓글 금지’였다. 그러면서 ▲SNS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허위적인 유언비어 유보, 확산 개입 금지 안내 및 교육 ▲유족 및 희생자에 대한 악의적 댓글 금지 지도 등 두 가지 세부내용을 교육시키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교육부는 지난 25일 한층 강화된 지침을 ‘긴급알림’이라는 제목을 달아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냈다. 알림의 내용은 위압적이었다.
“SNS 댓글 등이 유언비어에 해당할 때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학생들에게 안내”할 것을 강조하면서 “모든 학교에 메시지 또는 문자를 보내 각급학교 학생에게 안내해 주기 바란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위압적인 ‘긴급알림’은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에게도 전달됐다. 고소고발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SNS와 온라인에 세월호 관련 정부 비판 글이 유포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게 목적이다.
일선 학교들, “세월호 글과 댓글 올리면 처벌 받는다”
배안에서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수많은 생명을 수장시키더니, 학교에서는 ‘입 닫고 침묵하라’며 시민의 기본권을 수장시키려 든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명예훼손’ 등 복잡한 법적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조례와 종례시간을 이용해 몇 차례에 걸쳐 교육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이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 세월호와 관련된 글이나 댓글을 절대 올리면 안 된다. 처벌 받는다’
학교와 학생을 옥조이면서 인터넷 사찰도 강화했던 모양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한 교사 A씨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고, 학교 교장은 A교사에게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A씨는 다시 이런 글을 올렸다.
“너는 공무원이니 가만히 있으라. 아니오, 공무원이기 전에 엄마이고 사람이다...법보다 위에 있는 것이 인륜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라서, 이 부끄러운 공직사회의 한 구성원이라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세월호 대통령 책임” SNS에 글 올린 교사 ‘공무원 품위위반’ 징계
이와 비슷한 일은 울산에서도 벌어졌다. 울산교육청은 전교조 울산지부장을 맡고 있는 권정오 교사에게 “당신의 페이스북 글을 고발하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두 차례 경고 전화를 했다. 권 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의 유일한 답은 박근혜의 사퇴다”라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A씨와 같은 교사들을 처벌하는데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은 국가공무원법 제78조 1항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징계 사유)
①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징계 의결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 징계 의결의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여야 한다.
1. 이 법 및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2. 직무상의 의무(다른 법령에서 공무원의 신분으로 인하여 부과된 의무를 포함한다)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3.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1항의 3에는 “(공무원이)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처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구시교육청 동부교육지청은 “A씨가 (교육공무원으로서) 공무원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사유가 ‘공무원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는 얘기다.
대통령에게 충성·찬양 바치는 게 품위?
학교 교실에서나 수업사간에 그런 것도 아니다. 사적 공간인 SNS상에서 개인적 의견을 개진한 것이 ‘공무원 체면과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교육청의 주장이 황당할 뿐이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주장이 공무원 품위유지를 위반한 행위란다. 대통령에게 충성과 찬양을 바치는 것이 공무원 품위를 지키는 것이란 말인가.
품위유지를 하지 못한 건 그 누구도 아닌 정부다. 대한민국의 체면과 위신을 바닥까지 떨어뜨리며 ‘0명 구조 302명 희생’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박근혜 정권이다. 은폐, 거짓말, 부풀리기, 허위사실 공표, 여론 호도 등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짓을 했다. 공무원 품위 운운할 자격조차 없다.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고 떠든 게 누군가. 정부와 해경이다. 120명 잠수부가 동시에 물속으로 투입될 것이라는 거짓말을 한 게 누군가. 단 한명의 희생자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게 누군가. 에어포켓이 유지되도록 배에 공기를 주입했다고 발표한 건 누군가. 선내 진입에 실패했으면서 성공했다고 거짓말 한 게 누군가.
언딘에게 ‘잠수독점권’을 주는 대신 민간자원잠수부의 구조활동을 막은 게 누군가. 그러면서 실종자가족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허언을 한 게 누군가. ‘귀향’을 상징하는 노란리본을 가르키며 ‘노무현을 떠올리도록 기획된 정치물’이라는 망언을 한 게 눈가. ‘박근혜 책임론’이 비등해지자 사고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구원파 유병언을 끼워 넣어 여론을 호도함으로써 중대한 단서를 은폐하려 든 게 누구란 말인가.
국가-국민 체면 훼손시킨 건 정부, 그러고도 ‘모두 가만히 있으라’
바로 정부다. 국가와 국민의 품위와 체면에 먹칠한 박근혜 정부가 그랬다. 시민으로서 당연히 할 말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이라며 처벌하려 덤비는 뻔뻔한 권력이 제 권좌 지키내려고 그리한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정권인가. 탑승객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해 302명의 꽃다운 생명을 물속에 가두더니, 학생들의 동요가 우려되자 ‘입 닫고 가만히 있으라’고 겁박한다.
탑승객이니 가만히 있으라, 학생이니 아무 말 말고 가만히 있으라, 공무원이니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란다. 박근혜 정권의 세상이니 인터넷과 SNS도 입 닫고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라고 협박하는 정부다. 모두 어찌할 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