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와 한국사회] ①우리 안의 제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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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4-17 15:01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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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와 한국사회] ①우리 안의 제국주의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기 위해, 백성과 신하들로 하여금 자신의 치부와 관련된 말들을 입 밖에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의도가 어찌되었든 절대권력의 권위를 위협하는 그런 말을 썼던 많은 문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목이 잘려갔다. 이 같은 폭정이 참혹하고 미개해 보이는가? 불행하게도 수백 년이 지난 우리사회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재현되고 있다. 미 제국주의. 이 단어는 수십 년간 우리사회의 금기였다. 이 단어를 말하고, 제국주의로부터 비롯된 민족문제를 극복하려 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좌경, 용공, 국가전복 세력이 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영어의 몸이 되어 수십 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과연 제국주의인가?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장을 지낸 브레진스키는 “과거의 제국은 속방과 조공국, 보호국과 식민지 등으로 이루어지는 서열 구조에 기초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서열 구조 외부의 세계는 대체로 야만 세계로 간주되었다. 이와 같은 용어는 물론 시대착오적인 것이지만, 오늘날 미국의 궤도 안에 든 국가를 묘사하는 데 전혀 부적합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대로 미국은 식민지를 직접 통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 세계에 배치한 군사기지들을 통해 자신들의 팽창주의 정책을 여전히 관철시키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수구세력들은 왜 그처럼 미 제국주의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미 제국주의라는 말이 우리사회에서 금기가 되어버린 데에는, 주원장의 치부처럼 그것이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한 미국의 영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사회는 제국주의와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가. 이 물음에 답하다 보면, 왜 제국주의라는 말이 미국과 수구세력의 심장을 찌르는 말, 아킬레스건이 되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80~9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 이후,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 한국을 제국주의의 하부구조 즉, 식민지 혹은 반(半)식민지라고 부르는 것은 좌·우 양쪽에서 큰 질타를 받는 일이 되어버렸다. 한국이 이제는 정치적으로도 민주화를 이루었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성장했으니 이제는 우리사회의 성격이 그 때와는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이 글에서는 제국주의와 한국사회의 관계를 역사, 정치, 군사, 경제, 사회·문화 등의 방면에서 간략히 분석해보고, 여전히 제국주의의 하부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소결을 보고자 한다.
우선, 역사적으로 우리는 제국주의와 어떤 관계에 있었는가. 조선을 대륙진출의 교두보이자 병참기지로 이용했던 일제는 2차 대전에서 패망함으로써 조선에서 물러가게 되었다. 2차 대전 종전 후, 과거와 같은 식민지는 사라졌다. 그러나 자본주의 열강국가들에서 제국주의적 식민지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 세계 질서 하에서 패전 국가의 식민지들은 외형적으로는 독립정부를 구성했을지라도 인적·경제적으로는 미국중심의 자본주의에 편입되어 있었다. 한국 역시 일제로부터의 해방 후 미국 중심의 이러한 세계질서에 편입되며, 세계 제국주의의 하부구조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후 한국사회는 모든 분야에 걸쳐 제국주의의 영향 하에 구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으로 정치분야에서의 제국주의의 영향을 살펴보자. 한국 정부는 그 수립 과정에서부터 미국의 세계전략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미국은 1945년 이후, 38선 이남지역에서 군정을 실시하는 한편, 한국의 친일반민족세력을 그대로 중용하여 군정의 기반을 닦았다. 이들은 이 후 한국 정치의 주류를 형성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은 미국 내 정부기구, 주한 미대사관, CIA한국지부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체계를 갖추어 나갔다. 미국은 미군정기, 한국전쟁, 광주항쟁기 등 정치적 격변기에는 한국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해왔으며, 평상시에는 간접개입 정책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 증대, 한국의 경제적 성장, 남한의 반미운동 상승 등으로 인해 최근의 미국 개입전략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항상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사전에 조정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 번째로 군사분야에서 미군은 사실상 한국군을 직접적으로 지휘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전후부터 1990년대 초기까지 미국은 한국을 대소전진기지로 구축함으로써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막대한 군수시장 및 상품시장으로 장악해왔다. 주한미군은 작전통제권의 장악,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과 미군부대 주둔, SOFA로 보장되는 치외법권, 미국산 무기체계의 도입, 대북공격을 전제로 한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으로 한국의 군사체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 거의 완성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방어적 역내동맹의 성격이었던 주한미군의 성격을 침략적 역외동맹으로 변화시키면서 제국주의적 침략성을 더욱 노골화 하고 있다.
ⓒ위키트리
네 번째로 경제분야에서 미국은 한국경제의 성장 초기단계에서부터, 1997년 IMF 이 후 신자유주의 체제의 형성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외자의존 수출주도형 공업화 정책을 추진하여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이하여 IMF관리체제하에 들어간 이후 여전히 양극화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IMF와 FTA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정상적인 경제순환 과정이나 경제정책 결정구조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국가의 경제적 지배 하에서 드러난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신자유주의화가 한국경제를 점점 더 제국주의의 지배 속에 편입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 번째로 사회·문화분야에서 한국은 미국의 문화제국주의의 영향력 하에 놓여있다. 문화적 변화는 그 성격이 비록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고는 하나, 실제로는 정치적·경제적 폭력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서구의 ‘근대성 이론’에 따른 한국의 근대화 과정은 미국식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식되고 공고화되는 과정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일상문화의 모든 측면에서 문화제국주의의 지배를 전혀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식 문화제국주의는 문화적 변화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 문화제국주의는 자신의 문화를 좋아하며 기꺼이 비용을 치를 수요자들을 만들어 냈으며, 지적재산권이라는 배타적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지배력을 점점 더 강화하고자 한다.
미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에 대한 직·간접적 개입을 지속해왔으며, 그러한 개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정치군사적 전략이다. 미국에 있어 한반도는 냉전시기 대소방파제 구축을 위한 전초기지였을 뿐만 아니라, 군산복합체의 이윤추구를 위한 시장으로 기능해왔다.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끝난 후에도 미국은 여전히 한반도를 경쟁국가인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기지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에게 동북아시아는 새로운 패권경쟁체제에서 놓칠 수 없는 요충지였으며, 따라서 남한의 군사 기지화와 한미일 삼각동맹체제의 유지는 양보할 수 없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속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과 한국은 단순한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가지는 이해관계는 정치·군사·경제·사회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있으며, 시기에 따라 핵심적 이익의 내용이 서로 중층적으로 연결되면서 변화해 왔다. 미국은 식민지 조선의 해방, 분할 점령, 남북 분단, 한국전쟁 그리고 남한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미국식 민주주의는 한국의 정치 모델이고, 미국 군대가 한반도지역에 주둔하고 있으며,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미국으로부터 이식되었다. 뿐만 아니라 문화 차원의 미국화는 한국인들로 하여금 미국식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현대사는 곧 ‘미국화(Americanization)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여 년 간의 제국주의적 영향은 한국 국민들에게 공미(恐美)·숭미(崇美) 사대주의 이데올로기를 지속적으로 주입시켜 왔다. 공미·숭미 이데올로기는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면서 한국 국민들의 사고를 장악했다. 한국인의 친미성향은 결코 국민들이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여전히 한국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과 친미보수세력의 철저한 계획의 산물이다. 이들은 미국식 정치·경제·문화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한편, 좌우의 대립과 민족 간의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자신들의 개입을 정당화시켜 왔다. 지배 받는 자 모르게 지배하라! 이것이 현대 제국주의의 슬로건이었다.
*참고문헌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엮음, 『제국주의와 한국사회』,한울아카데미, 2002
[출처: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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