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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플러스] 미국이 묻는 충성에 답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길을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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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6-17 18:5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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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묻는 충성에 답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길을 갈 것인가


이경렬 전 대사 

  

  


지난 6월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에 니컬러스 에버슈타트와 로런스 펙의 기고문이 실렸다. 제목은 “한국은 미국에 반해 강경좌파 노선을 취하고 있다”였다. 에버슈타트는 미국 보수 싱크탱크 AEI의 연구자이고, 펙은 조선인권·반공 네트워크에서 활동해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이재명 정부를 반미 좌파, 친중 세력, 과거 민족해방 노선(NL) 운동권의 연장선에 있는 정권으로 몰았다. 단순히 미국과 의견 차이가 있는 한국 정부로 본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이재명 정부는 대화하고 조율할 상대가 아니라 압박하고 길들여야 할 정권이다.


WSJ 기고문은 오산기지 수사, 쿠팡 개인정보 유출 조사,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조선 핵시설 관련 발언, 대만 문제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신중론, 중국과의 관계 관리, 북핵 협상론을 한 줄로 꿰어 문제 삼았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대조선 압박, 대중국 견제, 미국 기업 보호, 한미동맹 확대 요구에 자동으로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바로 그 가능성을 위험으로 보았다. 이들 보수 세력에게 한미동맹이란 미국이 정하는 것을 한국이 군말 없이 따르는 질서다. 일방적인 굴종의 언어가 그들의 한미동맹이다.


국내 숭미파는 이 기고문을 즉각적으로 인용하면서 마치 이재명 정부에게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국힘의원 김건은 페이스북에 “미국 언론이 제기한 한미동맹 우려,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 보수 논객이 우리 정부를 반미 좌파로 몰았는데, 그는 먼저 한국 정부를 향해 고개 숙여 들으라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6월 7일 “미국도 주목하기 시작한 ‘李 대통령 공소 취소’”라는 기사로 WSJ 칼럼을 다뤘다. 이것이 숭미파다. 미국이 한국 정치를 심문하면 미국을 편들어 조국을 공격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6월 5일 최성아 해외언론비서관 명의로 WSJ에 반박문을 냈다. WSJ 기고문이 한국 현실을 왜곡했고, 이재명 정부는 한미동맹을 약화시키지 않았으며, 한국은 미국의 산업 재건, 첨단기술 협력, 공동방위에 기여하는 모범 동맹국이라는 내용이었다. WSJ가 이재명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하니까 청와대는 믿어도 된다고 답변한 것이다. 물론 반박은 필요했다. 그러나 정곡을 찌르지 못했다. 우리가 던져야 했던 것은 “왜 한국 정부가 미국의 신뢰를 기준으로 심판받아야 하느냐”는 역질문이다. 왜 우리는 미국을 우리의 심판자로 수용하려 하는가.


문제는 압박이 아니라 그 압박에 굴복하는 것이다. 그것은 WSJ의 비난에 자기가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기 집에 사는 사람에게 지나가던 자가 “너 이 집에 살 자격이 있느냐”고 따진다면, 이때 필요한 대답은 “월세를 밀리지 않았다”가 아니라, “이 집 주인은 난데 당신이 뭐라고 그러느냐”가 되어야 한다. 청와대 반박문은 한국의 외교주권을 말하는 대신 미국이 요구하는 모범 동맹국의 자격을 설명했다. 우리가 월세를 빼먹지 않는 모범 세입자임을 자랑스럽게 피력한 것이다. 왜 우리가 죄지은 자처럼 이따위 변명을 해야 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6월 11일 이탈리아의 신문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안미경중” 접근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은 주요 교역 상대이지만 첨단산업과 공급망에서는 경쟁자가 됐다면서, 안보뿐 아니라 첨단기술, 공급망, 경제안보에서도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미국 중심 질서에 맞추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작년 8월 말 워싱턴 CSIS 대담에서도 “미국의 기본 정책 기조에 반하는 행동이나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었다. 양자택일의 함정에 굳이 우리 스스로를 몰아넣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미국이 한국 정치를 주물러온 역사는 비밀이 아니다. 1952-1953년 미국은 정전협정에 반대한 이승만을 구금하고 군정을 세우겠다는 ‘에버레디 계획’을 검토했다. 1960년 4월 혁명 때는 이승만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사임을 압박했다. 박정희가 독자 핵개발을 추진하자 미국은 민간 원전 협력과 원자로 공급을 끊겠다고 협박하면서 중단을 강요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에 대해서는 광주 학살 이후에도 관리 가능한 상대로 받아들였다. 미국의 관심사는 한국 민주주의가 아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한국 권력이 맞는지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조선의 구성 지역 핵시설 문제를 언급하자 국힘과 조중동은 곧바로 정 장관 경질을 요구했다. 미국의 불만을 앞장서 해소하려는 시도였고, 미국은 정권 압박의 저의를 숨기지 않았다. 주한미국대사 인사도 같은 방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보수에 반중·반북 인사를 내세워 한국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심산이다. 쿠팡 문제 역시 한국의 규제주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미국 자본의 이익이 한국 법집행보다 앞서야 한다는 태도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위협의 신호다.


이런 상황에서 6월 10일 한-EU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심각한 문제를 노정한다. 이 대통령은 6월 8일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현실론을 말했다. 당장 완전한 비핵화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단기 목표부터 협상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틀 뒤 공동성명에는 완전한 비핵화, NPT 복귀, 조선 핵보유국 불인정, 유엔 제재 이행이 전면에 나왔다. 아울러 러시아-조선의 군사협력을 규탄하고, 중국을 겨냥해 대만해협의 현상변경 반대를 경고했다. 우리의 언어는 간데없고 EU와 미국의 강경 담론만 남았다. 숭미 참모들이 대통령을 속인 결과일 것이다.


정부 내 숭미파의 준동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핵 현실론, 한중관계의 완전복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부정, 전작권 조기 회수와 같은 이 대통령의 자주적 외교 행보를 사사건건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이다. 이들은 국힘의원 김건과 같은 정치인들, 조중동과 같은 숭미 언론, 그리고 주인국의 관료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들의 이상향은 자주독립 대한민국이 아니다. 한미동맹의 ‘딱가리’가 그들이 자족해하는 나라의 모습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참패와 이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은 이들 숭미세력의 발호를 불러오는 상황이다.


조심해야 한다. 이들의 압력에 굴복하면 지금까지 일말의 자주적 행보는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대한민국의 길은 점점 더 멀어진다. 우선 정부 내 숭미파들을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대통령 단독으로 모든 외교 사안에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숭미파 중에 미국이 의도적으로 ‘꽂아 넣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더 이상 참고 보듬어 안아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의 인식 재정립도 필요하다. ‘안미경중’을 벗어나는 길이란 결국 미국에게 우리 운명을 맡긴다는 의미여야만 하는지 재고할 일이다.


우리는 미국에 ‘반미의 죄’를 지은 나라가 아니다. 미국이 무엄하게 지적질을 해 댄다면 변명할 것이 아니라 경고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미국이 한국을 심문하는 장치가 아니다.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될 때만 의미가 있는 계약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프레임 전환이다. 미국이 한국을 믿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한국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우리 국민은 이재명 정부가 그 길로 나아가야 지지할 수 있다. 흔들리면 바로잡아야 한다. 미국의 품으로 달려가는 길은 쉽다. 그러나 그 길 끝에 진짜 대한민국은 없다. 끝.


[출처 민플러스]

[이 게시물은 편집국님에 의해 2026-06-17 18:59:48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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