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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주의 생활에세이] 조선을 가볍게 보는 경향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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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6-12 19:26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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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주의 생활에세이] 조선을 가볍게 보는 경향에 대한 우려


이범주 연구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평양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당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2.31.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중국과 러시아는 강대국임을 인정하여 대단하게 생각하지만 조선은 매우 가볍게 경향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조선을 통제, 조절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그 한 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조선이 약해졌을 때 조선의 영토가 중국으로 편입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과연 조선은 우리가 그렇게 볼 수 있는 가벼운 대상일까. 


내가 보기에 지금 미국과 당당하게 맞장뜨는 중국과 러시아도 조선에 대해 상당히 면목없어 할 만한 부분이 있다. 일단 두 대국은 조선에게 크게 사과까지 해야 할 게 있으니 90년대 초 조선이 미증유 자연재해와 미국이 강요한 혹독한 제재로 인해 수십만 인민들이 아사하며 고난의 행군 고통을 당할 때 두 나라 모두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 조선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던 게 그것이다. 한때 사회주의적 연대로 조선과 동지적 관계에 있었던 두 대국이 사람 굶어 죽어가는 참상 보면서도 미국 눈치 보면서 아무 도움도 안 주었던 것이다. 당시 이렇게 덩치값 못 했던 두 대국은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그 고난을 견뎌내고 지금에 이른 조선 앞에서 면목없어 할 만한 것이고 또한 면목없어 해야 하는 것이다.(이 부분에서 우리나라도 할 말 없다. 창고에서 쌀이 썩어 나가는데도 동족 수십만 굶어 죽는 거 보면서 쌀 한 톨 지원하지 않았다.) 


요즘 변해가는 세태를 일러 ‘다극화 시대’라고 한다. 미국의 부당한 일극 패권을 거부하는 주권국들이 서로 평등한 조건에서 호혜평등 관계로 맺어지는 세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러시아와  중국 두 강대국이 이 흐름을 주도한다 생각하겠지만 이 다극화, 다른 말로 ‘자주화’라 이름할 수 있는 이 강력한 사조의 원조는 사실 조선이다. 조선은 일찍이 건국 이후부터 줄곧 이 원칙에 준해 타국을 대해왔고 다극화(혹은 자주화) 흐름을 주도하며 미국의 부당한 패권적 지배에 저항하는 제 3세계 국가들과 더불어 미국에 맞서 싸웠다. 다극화 시대의 원조(元祖)는 조선이고 원조에게는 권위가 있다.  


또한 중국, 벳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미국의 제재에 눌리고 내부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해 여러 부문에서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 이른바 개혁, 개방 노선을 택하며 사회주의 원칙을 포기할 때 오로지 조선만이 사회주의 원칙 고수하며 오늘에 이른 것도 대국 중국을 무색케 하는 권위를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미국의 제재받은 나라치고 멀쩡하게 살아남은 국가가 드물다. 그 무지막지한 제재에 눌려 1991년 소련이 망했고 중국과 벳남이 개혁개방 노선으로 사회주의 원칙에서 이탈했으며 쿠바는 여전히 후진 농업국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 시리아, 이라크는 망했고 유고는 해체됐다. 어느 나라가 온전히 살아 남았는가. 거의 유일하게 조선이 극심한 제재 속에서도 사회주의 고수하며 살아남아 경제를 건설하고 지금은 어느 국가로 쉽게 넘볼 수 없는 핵무장 전략국가가 되었다. 이 사실 자체가 갖는 권위와 아우라가 만만치 않고 이걸 가능하게 한 실력 또한 만만치 않다고 보는 게 객관적 사실에 부합할 것이다. 


며칠 전 시진핑이 조선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중국이 조선에게 비핵화 압력을 가할 것이다” “중국이 조선과 미국과의 만남을 주선할 것이다” 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개인적 바람을 섞어 예상하며 말했다. 모두 조선을 중국이 통제할 수 있거나 적어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존재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조선을 가벼이 보는 시각이 깔려있다. 


조선이 그렇게 움직이는 나라인가. 이번 조선 방문 공식일정에서 시진핑이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여기에는 사회주의를 건설해 나가는 두 국가가 당 차원에서의 연대와 협력을 약속하는 의미도 있고 또한 지금까지 사회주의 원칙으로부터 상당히 이탈하며 우여곡절 겪어온 중국을 조선이 고무, 격려하고 중국이 국가를 사회주의의 모범적 원칙에 따라 운영해 주기를 은근히 요구하는 의미도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조선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여 쿠르츠크 지역에서 러시아에게 큰 도움 준 사실을 알고 있다. 여기에서도 북은 러시아와 동등한 동맹국으로 처신했다. 어디에서도 조선에서 두 대국에게 위축된 소국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일극 패권에 균열을 내며 다극화 질서를 주도하는 강대국들이다. 이들이 구심이 되는 진영에 에너지, 식량, 자원, 제조업 등 국가의 미래 생존에 핵심이 되는 물자들과 역량이 있다. 이 흐름으로부터 배제되면 5,000만 인구가 사는 이 나라의 생존은 위기에 처할 것이다. 그런데 조선은 이미 다극화 흐름 주도하는 두 강대국과 거의 동일한 반열의 실력과 권위를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조선은 어쩌면 이미 강력한 흐름으로 떠오른 이 세계사적 조류에 우리가 합류해 들어갈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입구에 해당될지도 모르다. 이런 조건이라면 우리는 사활을 걸고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일찍이 없던 극단의 적대관계로 들어선 남북 관계를 필사적으로 개선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이번 이재명 대통령은 북과의 관계 개선에 실패해 온 전임 정권들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말하며 조선에 대한 적대관계를 견지하고 있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은 유럽에서 G7 국가들을 만나고 있다. 여전히 미국 편에 서서 중국, 러시아, 조선에 적대하는 서방국들과의 외교에 거의 전적으로 몰두하는 것이다. 기시감 있다. 문재인, 윤석열도 그러지 않았던가. 


북은 어쩌면 이미 우리 상상 이상의 높이에 있고 숭미반북의식에 젖어 우리만 그걸 모를지도 모른다. 세계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격변의 시기에 세태에 대한 무지는 반드시 고통스런 비용을 요구한다. 5,000만 국민의 생존과 운명이 걸린 일이다.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선택해야 할때다. 


[출처 통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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