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사가 현재진행형임을 확인한 세월호 추모 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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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4-20 09:49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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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사가 현재진행형임을 확인한 세월호 추모 1주년
민중의소리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우리 국민들이 확인한 것은 참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뿐이다.
1년 전에도 그랬듯이 참사의 중심은 대통령이다. 참사 당일 상황 파악도 못한 채 7시간 만에 나타났던 대통령은 이번엔 유가족들이 모두 떠난 팽목항을 찾아가 연출 사진을 찍고 남미로 떠났다. 대통령이 시행령 폐기를 약속하지 않으면 추모제를 무기한 연기하겠다며 유가족들이 폐쇄하고 떠난 팽목항 분향소를 찾은 것은 유가족을 조롱하는 처사였다. 팽목항에서 읽은 추도사에 시행령 폐기는 언급도 없고 세월호 인양도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대통령이 한 것이라곤 유가족들 약을 올리는 것이었다.
유가족 약 올리기는 남미에서도 이어졌다. “가슴을 가진 사람에게 망각은 어렵다”는 콜롬비아의 만찬장이 아니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을 찾아가 했어야 할 말이다. 65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한 콜롬비아의 젊은이들까지 기억해주는 대통령은 1년 전 금요일에 돌아오겠다며 떠났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젊은이들과 그 유족들의 가슴에는 대못을 박고 있다.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피해 다니며 우롱하니 경찰은 유가족들을 폭도로 취급하고 있다. 경찰청은 어제 브리핑을 통해 지난 주말 추모 집회를 불법 폭력 집회로 규정하고 “시위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전원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시 한 번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묻게 하는 대목이다. 1년 전 바다의 경찰은 세월호 학생들을 버리고 떠났고, 지금 육지의 경찰은 유가족을 방패로 막고 있다.
경찰의 불법폭력 집회 운운은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서울광장 차벽 봉쇄에 위헌 판결을 내렸으며, 경찰청장의 통행 제지 행위도 법률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위법행위라고 규정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차벽은 이미 없어졌지만 차벽을 만드는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어 헌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화문 일대에 6겹으로 차벽을 설치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위법 행위이다.
이에 대해 국제 앰네스티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해산하려 한 것은 모욕적 처사이며, 표현의 자유 및 집회 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주말 경찰은 헌법재판소 판결을 위배하며 대통령 심기 경호만 했을 뿐이다.
김승환 전북 교육감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팽목항을 방문해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는 국가 살인”이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세월호 참사 직후 3일 동안 국가가 구조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작위(마땅히 하여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아니함)에 의한 살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규정하고 적당히 배·보상으로 끝내고 싶은 세력들이 있지만,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국가 살인 행위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 한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지난 1년 울만큼 울었다. 굶기도 했고, 삭발도 했고, 걷기도 했다. 이쯤되면 지칠만도 하지만 자식이 죽은 이유를 알자는 유족들의 원통한 심정이 지칠 리 없다. 유족들의 심정을 나눠가진 국민들이 지칠 리 없다. 비록 오늘은 대통령이 유가족을 조롱하고, 경찰이 차벽으로 막았지만 거짓이 진실을,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다. 1주기에 안 되면 2주기, 2주기에 안 되면 3주기, 그도 안 되면 10주기에라도 반드시 진실은 밝혀진다. 진실을 밝히는 그날까지 세월호 참사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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