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참사 1년, 이제 저항과 연대로 가자

민중의소리 

1년이란 세월은 상처를 치유하고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올 만한 시간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1년을 맞는 지금,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더 큰 비애만 자라나고 있다. 그동안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누구도 듣지 못했고, 아무 것도 바뀐 게 없어 자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년을 지나면서 우리의 분노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는 훨씬 뚜렷해졌다.

‘잊지 않겠다’며 방송 카메라 앞에서 눈물 흘리던 박근혜 대통령은 참사 1주기를 맞는 오늘 유유히 해외로 떠난다고 한다. 참사가 일어난 시각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더욱 의아한 것은 지금 그 눈물을 기억이나 하고 있는지 하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세월호를 외면하더니 이제는 남의 일 대하듯 무심하다. 국민적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4.16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던져놓고 유족들이 반발하자 어제 겨우 ‘원만하게 잘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시행령이 박 대통령 본인의 결재에 의한 ‘대통령령’이란 사실은 그에게는 전혀 중요치 않다는 태도다. 당사자인 유족들이 배상과 보상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데, 대통령은 선심이나 쓰듯 ‘재정이 어렵지만 배상 문제도 원만히 해결하라’고 말한다. 이 정도라면 대통령이 앞장서서 유족을 능욕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극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의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의 태업과 훼방으로 힘겹게 진행되면서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진실규명을 위한 특조위가 산고 끝에 만들어졌지만, 집권여당 실세 의원에 의해 ‘세금도둑’으로 매도됐다. 유족에 대한 막말을 일삼던 극우인사가 여당 추천 조사위원이 됐다. 이들은 조사 대상이 될 공무원들과 결탁해 내부 문서를 새누리당으로 유출하면서까지 특조위를 정쟁 대상으로 만드는 데 골몰했다. 망언을 일삼고 발목잡기로 일관한 새누리당을 보노라면, 정파적 이익에 눈멀면 이렇게 잔인해질 수 있나 하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세월호는 304명의 억울한 생명을 앗아갔지만, 비극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무심함과 잔혹함은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고, 국민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절망을 안겨주며 두 번째 비극을 만들었다. 언제든 찾아오라던 청와대로 가는 길은 최루액을 살포하는 경찰의 차벽에 가로막혔다. 유족들은 위로와 보살핌이 아니라 정권에 성가진 존재,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단지 추모에만 머무를 수 없는 이유다.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 잔인한 봄이라는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슬픔과 서러움이 너무 크다.

우리의 발걸음은 진도 앞바다에서 다시 광화문으로 옮겨져야 한다. 한 맺힌 죽음을 외면하고 모욕하는 정권에게 국민의 단호한 뜻을 보여줘야 한다. 5.18 광주학살의 진실이 민주화의 원동력이었다. 4월 16일에 멈춘 대한민국을 앞으로 끌고 나가는 힘은 이제 추모와 분노가 승화된 저항과 연대다.

[출처: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