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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통일준비위원회는 남북대결위원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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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3-17 09:4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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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통일준비위원회는 남북대결위원회인가

 

 

 

대통령이 위원장인 통일준비위원회의(통준위) 정종욱 민간부위원장의 발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3월 10일 정 부위원장은 ROTC중앙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흡수통일은 우리가 하기 싫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다”면서 “비합의 통일이나 체제 통일을 준비하는 팀이 통일준비위원회 내에 있다”고 발언했다. 정 부위원장은 “북한의 엘리트 계층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 대책을 가지고 있다”, “정부 내 다른 조직에서도 체제 통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파문이 커지자 정 부위원장은 “통준위 조직 내에 북한 흡수통일을 준비하는 팀은 없다, 부적절한 단어를 선택한 것에 대해 양해해 달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실수로 한 말이라고 하기엔 그 언급이 너무나 구체적이다. “흡수통일”, “비합의 통일”, “체제 통일”이라는 단어들이 단순히 잘못 선택해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는가. 정 부위원장이 하고 싶은 말의 맥락은 단순히 단어나 용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정 부위원장의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정책이 흡수통일 준비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는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통준위는 남북관계 파탄을 바라는가

 

‘흡수통일’은 곧 남북관계의 파탄과 대결을 의미한다.

 

정 부위원장이 말하는 ‘흡수통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북한 정권의 붕괴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는 실현 불가능한 망상에 가깝다. 몇 년 전만해도 김정은 제1위원장 체계가 얼마못가 붕괴할 것이라는 소위 대북전문가들의 주장들이 횡행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그런 분석을 찾기 힘들다. 북한 사회가 식량난과 에너지난에서 일정 벗어나 경제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며,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동안 ‘북한 붕괴론’은 남북관계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얼마가지 않아 붕괴할 것이란 판단 하에 경수로 건설 지원 등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김영삼 정부는 북한이 붕괴하면 북한에 짓는 경수로는 한국 것이 된다는 인식으로, 대부분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라는 미국의 요구도 수용했다. 하지만 북한은 붕괴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네바 합의의 불이행은 북한에 핵을 개발하는 명분으로 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 역시 ‘북한 붕괴론’에 기대어 대북 강경정책을 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그의 자서전에서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쳤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펴는 동안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은 강화되었고, 북-중-러 간의 경제교류는 더욱 확대되어 갔다.

 

정 부위원장의 ‘흡수통일’이 이와 같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력에 의한 통일을 이야기 하는 것인가. 이는 통일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공멸을 부를 뿐이다.

 

북한 정권 붕괴든 무력에 의한 것이든 흡수통일을 준비한다는 정 부위원장의 발언은 남북관계를 파탄 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흡수통일을 기조로 한 대북정책을 추구한다면 남북관계는 현재의 경색 국면을 넘어 극한 대결로 치달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 남은 3년 동안 남북관계 개선이란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헌법 정신위배한 통준위, 제 역할 할 수 있나

 

흡수통일 준비는 북한을 통일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폭력적인 발상이다. 이는 7.4 남북공동선언 이래로 남북 간에 채택된 모든 합의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평화통일을 규정한 우리 헌법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그에 따라 곳곳에서 통준위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의혹과 규탄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3월 11일 경실련통일협회는 통준위가 남북관계 개선의 전향적 역할을 전혀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통준위 시민자문단을 탈퇴했다. 경실련통일협회는 그동안 통준위가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들 위주로 밀실 논의에 치중해왔고, 민간 통일운동단체를 들러리로 여기고 심지어 통일담론을 국내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해왔다며 비판했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 부위원장의 발언은 통준위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그 존재 자체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고 말했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통일준비위원회 발족할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통일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또 다른 조직을 만드는 것은 혼선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통준위는 발족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다. 특히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한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등 통준위 인사들 상당수가 대북 강경 정책을 지향하고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었다. 그에 따라 박근혜 정권의 통일이라는 것이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정 부위원장의 흡수통일 발언은 이런 의혹에 불을 붙인 것이나 다름없다.

 

정 부위원장의 해명대로 흡수통일을 연구하는 조직도 없고 자신의 발언이 실수라고 하더라도, 과연 지금의 상황에서 북한이 통준위를 신뢰하고 통일을 위한 대화상대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정 부위원장은 “지금 북한을 움직이는 건 당국이 아니라 시장”이고, “북한 내부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으며 시장경제와 부정부패로 연명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이미 물은 엎질러 져 버렸다. 통준위가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통일대박’을 이야기 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통일의 장밋빛 청사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흡수통일을 전제로 하고서는 아무것도 추진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남북 간 대화 없이 어떻게 평화적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겠는가. 박근혜 정권은 하루 빨리 흡수통일의 망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2015년 3월 16일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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