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단지 살포와 공권력 대응, 대한민국 시계는 몇 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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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3-15 18:02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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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단지 살포와 공권력 대응, 대한민국 시계는 몇 시인가
민중의소리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해 12월 명동 일대와 홍대입구역에서 잇따라 등장한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낙서와 전단지에 대한 대응지침을 하달했고 올해 들어 서울 시내 전단지 살포가 이어지자 해당 자료를 일선 경찰서에 다시 내려 보내 대응지침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작성한 문서는 ‘전단지 살포 유형’, ‘행위자 발견 시 대응요령’, ‘전단지 살포 등 행위자 처벌법규’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이 문서에는 빌딩 옥상에 올라가 VIP(대통령)나 정부를 비난·희화하는 전단지를 뿌리거나 건물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낙서하는(그래피티) 행위자는 “건조물 침입 및 재물 손괴 혐의로 현행범 체포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또한 노상에서 전단지를 배포하는 경우는 검문검색을 위한 임의동행 후 전단지 내용을 검토 해 ‘명예훼손 또는 모욕 혐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며 이때 행위자가 임의동행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경범죄처벌법(광고물 등 무단배포) 위반 등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상세한 지침을 하달한 것이다.
그간 휴전선에서 북 당국의 총격대응 등 긴장을 고조시켜 인근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아온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다”던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대조적이다. 더욱이 모욕죄는 친고죄(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기소 가능)이므로 정부 비판 전단지를 살포하는 행위에 모욕죄를 적용하는 것은 과잉대응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전단 살포를 했다고 자처하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경찰이 건조물 침입죄, 경범죄, 대통령 모욕죄 등을 들어 수사에 나서거나 대구, 부산 등지에서 전단지 뿌린 사람들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부분에 대해 “모든 장소가 외부인에게 오픈된 곳이다.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거나 그런 것은 한 곳도 없다”며 건조물 침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력 반발했다. 전단지 내용 또한 박근혜 대통령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추측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알려진 사실 중심으로 하는 공적인 비판이며 이런 부분까지 공권력이 나서서 재갈물리기를 한다면 이야말로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경찰의 태도는 대통령 비판 전단의 제작 및 살포에 대해 온갖 법 조항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일각에서 대통령 모독죄 부활을 운운하는 주장 역시 매우 몰상식한 일이다.
민주국가의 가장 기본은 자유로운 권력 비판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과연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인가? 공권력의 과잉충성은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저항을 불러온다. 국민들의 입과 귀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독재회귀의 전초 현상이다. 멀리 외국으로 갈 것도 없이 우리의 역사에서도 반복된 일이다.
유신이 기승을 떨던 1973년 3월, 발의된 지 1주일만에 초고속으로 공포, 시행된 형법 제104조의2(국가모독등)가 대표적이다. 민주공화당과 유신정우회가 다수였던 당시 국회는 김영삼 총재가 뉴욕타임스와의 기자회견에서 한 “유신독재” 표현, 미국의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 철회” 요구 등의 내용을 문제 삼아 의원직을 제명, 박탈했다. 결국 철권통치 유신체제 아래 억압되었던 민심은 김영삼 총재의 제명 이후 부마항쟁으로 번졌고, 이는 유신 정권 종식의 계기가 되었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신군부는 민심 달래기와 대국민 유화책을 폈고 결국 1988년 12월에 대표적인 후진형법이었던 ‘국가모독등’의 형법은 폐지되었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면 내일은 없다. 또다시 국민들이 깨어 일어나 행동해야 하는 시간이 오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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