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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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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2-07 11:2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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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은아, 아빠 잘했지?’ 이 한마디 하고 싶어 포기 못해요”

[인터뷰]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윤정헌 기자 yjh@vop.co.kr

 

 

 
겨울의 밤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던 5일 오후 조계사 앞. 이날 오후 7시30분께 조계사에서 열리는 세월호 유가족 인터뷰집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 콘서트에 참여하려던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고착상태에 빠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위) 구성에 대한 답답함 때문인지, 아니면 자식을 잃고 그동안 겪었던 고통 때문인지 유 집행위원장의 얼굴은 많이 상해 있었다. 입술은 하얗게 말라 있었고 평소 강렬해 보이던 눈빛도 힘없이 지쳐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인근 카페로 이동한 뒤에도 유 집행위원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 인터뷰는 딸 예은양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항상 보고 싶어요. 한 없이 그립다가도 막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아요"라며 어렵게 말문을 뗀 그는 다시금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 가족들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뭔 줄 아세요?"라고 기자에게 물었다.
 
"솔직히 다들 죽고 싶은 마음이에요. '죽어서라도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을 만나면 우리를 반겨주겠어요? 우리가 아이들을 만난다고 해도 무슨말을 하겠어요. 적어도 자신들이 왜 그렇게 희생됐어야 했는지 정도는 말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유경근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경근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세월호 진상규명, 대충은 없어요. 대물림으로 계속될 거예요"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대책위원회를 대변인으로 활동해 온 유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특별법 제정 전에는 국회와 광화문 광장 농성장을 오가며 농성을 벌였고, 전국의 대학을 찾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왔다. 제정 후에도 체계적인 진상규명 활동을 위해 세월호 가족협의회를 출범시키는 등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 '그만할때도 되지 않았냐'고 할 정도였지만 그에게 세월호 진상규명은 딸 예은이를 향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진도로 내려갔을 때, 딸 예은이가 차디찬 바다에서 나올 때까지 일주일 동안 바지선에서 내려올 수 없었어요. 2~30m 아래 예은이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어요. 그 심정이 어땠을지 누가 알까요."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던 지난해 11월 7일. 당시 세월호 유가족들은 수사권·기소권이 제외된 특별법이 통과되는 모습을 국회 방청석에서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유 집행위원장도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럼에도 더이상 지체할 수 없었던 유가족들은 정치권을 믿고 특별법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지금 특위 구성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하는 짓을 좀 봐요. 노골적으로 특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눈에 보이죠.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시간을 끄는 것은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제동을 걸잖아요. 우리가 지쳐 쓰러지길 바라는 건가요?"
 
마른침을 삼키며 인터뷰를 시작하던 유 집행위원장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세월호 특위 구성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의 행태를 지적할 때는 분노를 참기 힘든 듯 언성을 높이며 얼굴이 불거지기까지 했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최근 가족들이 함께 모일 기회가 많았는데 희생된 아이들의 형제∙자매들이 이런 말을 했어요. '만약 부모님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이어서 꼭 할 거라고'.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는 대충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에요."
 
"누구든 상관 없어요. 부모의 마음으로 진실을 밝혀줬으면"
 
대화가 특위 구성으로 흘러가자 유 집행위원장은 답답한 듯 자주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특위 구성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기가 막힐 뿐이에요. 설립준비단 철수만 봐도 그래요. 새누리당이 추천한 조대환 부위원장이 설립준비단 해체를 발의했지만 준비단 내부 투표에서 부결됐잖아요. 그런데도 그 결과를 무시하고 준비단 해체를 지시한거죠. 정부는 이 요청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였고 실무 공무원들에게 부처 복귀를 명령했어요. 일련의 상황들만 봐도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특위 구성을 방해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는거죠."
 
유 집행위원장은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의 막말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지난달 16일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특별법에서는 사무처 정원을 120명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무처 구성 과정에서 정원을 125명으로 늘리려 하고 있다"며 세월호 특위 구성을 두고 '세금도둑'이라고 비판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보다 더 큰 부서, 부처를 만든다고 한다"는 막말도 있었다.
 
"언제까지 진상규명을 방해할 생각인 건가요? 여당의 원내수석부대표라는 사람이 정무직 5명을 정원에 포함시켜 125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되죠. 아시는 분이 왜 그래요? 만약 정말 모른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안타까운 현실인 거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정체되고 정부와 여당의 노골적인 방해가 눈에 보이는 상황이지만 유 집행위원장은 인간으로서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고 했다. 지난 4일 열린 세월호 조사단과 유가족 면담에서 그가 조사위원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겐 '자존심'이라는 게 없어요. 제가 아니라 다른 가족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저처럼 했을 거예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앞장서 나서주실 분이라면 더한 것도 할 수 있어요. 조사위원분들도 다 엄마고 아빠잖아요. 그 심정으로 진실을 밝혀달라고 부탁한 거죠."
 
"세월호에서 모든 고리를 끊고 싶어요."
 
벌써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억울하게 죽어간 자식들을 향한 사랑과 미안함, 안타까움은 이들을 멈추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들이 참사의 마지막 피해자로 남기를 바라고 있어요. 우리 가족들은 세월호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사고들을 볼 때마다 미칠 것 같았어요. 우리가 고통을 겪어보니 어떤 것인지 너무 잘 아는데 그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진상규명은 포기할 수가 없어요. 여기서 멈춘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세월호 유가족들 중 상당수는 막막한 생계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함께 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로 활동할 당시 많은 가족들이 생계를 위해 생업 전선으로 돌아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자영업을 아예 접고 돌아온 가족들도 있었다. 이는 진상규명을 향한 가족들의 절박함이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어떤 참사도 후속 조치가 완벽하게 끝난 경우는 없었어요. 세월호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죠. 저희는 세월호에서 그 모든 고리를 끊고 싶어요. 제가 그동안 수많은 괄시와 수모를 당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죠. 나중에 우리 예은이 앞에 '아빠 잘했지' 이 한마디 하고 싶은 거예요."
 
[출처: 민중의 소리]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5-02-07 14:08:52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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