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남북정상회담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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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1-23 10:0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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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남북정상회담은 가능한가
글쓴이 : 류옥진 상임연구원
대화의지 높은 박근혜 정부
2015년, 집권 3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정부의 남북대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국정 운영에서 내세울만한 성과가 없는 박근혜 정부에게, 남북이 공히 인지하는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은 다시없는 호기임은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9일, “분단시대를 우리가 극복하고 통일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만 되는 그런 중요한 시점”이라며, 통일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를 통해 “내년 1월 중에 남북간 상호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가질 것을 북측에 공식적으로 제의”하면서 대화 의지를 표면화했다.
남측의 대화 의사에 호응하듯 북측 역시 신년사를 통해 고위급접촉 재개와 부문별 회담, 최고위급회담 의사와,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남측 당국은 1일, 가까운 시일 내에 “남북 당국간 대화가 개최되길 기대한다”며 대화 의사를 더욱 분명히 드러냈고, 6일 이를 재차 피력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5년 신년사 발표에 이어 2일 청와대 신년인사회, 6일 새해 첫 국무회의, 12일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 남북대화 의사를 거듭 밝히며,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이루기 위한 길에 나서야 한다”며 북측에게 “대화에 좀 적극적으로 응해 달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높은 의지만큼 실질 대화로 이어질 것인가
정부 당국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남북대화 의사를 밝히며 북측의 호응을 기대하고 있지만, 북측은 남측에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적인 대답을 보내고 있지 않다. 신년사에서 보여준 북측의 대화 의사는 남측 제의에 대한 대응차원에 불과한 것인가.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협력에 관한 북측의 조속한 호응을 얻기 전에, 박근혜 정부에게 선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대화 상대 및 방향, 의제 정리다. 남측 당국이 표면적으로는 북측에 상호관심사를 협의하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간 대화 개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선, 대화 상대, 즉 ‘격’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향후 남북대화를 통준위-통전부를 중심으로 진행할 생각이 크다. 남측 당국의 첫 대화 제의가 통준위에서 진행했고, 대통령도 국무회의와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기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통준위의 지위와 역할이다. 박근혜 정부는 통준위가 하는 일이 정부 당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지만 통준위가 갖는 위상은 대통령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이를 민간협력기구라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정부 당국도 아닌 통준위가 북측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대화상대로 지목했다. 정부는 그 이유를 “실질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인사”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이를 고집한다면 집권 첫 해 ‘격’문제로 남북장관급회담이 무산됐던 것과 같은 결과를 되풀이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통준위에 대한 북측의 거부감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해 “서로 신뢰를 가질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지만, 기간 논조를 본다면 북측이 통준위 차원의 남북대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김양건 통전부장과의 남북대화는 현실적으로 더욱 불가능하다
남북대화가 공식화되기 전에 박근혜 정부는, 김양건 통전부장을 대화상대로 고집하질 말지를 정리해야만 한다. 정부가 김양건 통전부장과의 남북대화를 원한다면 통일부장관이 아닌 그와 격이 맞는 상대를 세워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대화의 급을 재정리해야 한다.
한편 남북대화가 진행되려면 의제 합의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는 대화와 협력의 방향과 수준, 내용 문제로 직결된다. 남측 당국의 구상은 다음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 “평화통일을 위한 확고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는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남측 정부는 대화의 중심을 ‘기반 구축’, ‘토대’에 두고 있다. 이에 기초해 정부는 대화 의제를 “우선 남북간에 실질적으로 협의가 가능한 쉬운 것”, “먼저 쉽게 합의해서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사업”에 두고 있다.1) 정부는 인도적, 사회문화적 협력이 주를 이루는 드레스덴 구상을 본격적으로 펼칠 생각이다. 이는 통준위가 북측에 협력 의제로 제안한 사업들에서 확인된다.2)
반면 북측은 “조국해방 일흔돐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며 6.15/10.4선언에 기초한 대화와 협력으로 “북남관계에서의 대전환, 대변혁”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그리는 ‘작은 통일론’과 차이를 드러낸다.
남북 공히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언급하고 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초점이 달라 보인다. 북측이 “더이상 무의미한 언쟁과 별치않은 문제로 시간과 정력을 헛되이 하지 말”고 “북남관계의 력사를 새롭게 써나가”자고 하고, 남측도 모든 대화에 열려 있다고 언급했듯이, 남북에게 요구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 및 대화와 협력의 방향과 의제에 대한 세밀한 협의다.
3대 조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박근혜 정부는 “통준위 대화 → 이산가족상봉 → 부분별 회담 → 8.15행사 → 정상회담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측은 고위급접촉 → 부분별 회담 → 정상회담의 경로를 그리고 있다. 정상회담까지의 경로는 남북의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남북대화는 고위급접촉 재개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이 제기한 3대 조건에 대한 남측의 수용 여부가 향후 남북관계의 지속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북측은 신년사를 비롯해 국방위 대변인 담화에서 △ 대북전단 살포 중단 △ 제도통일, 체제대결 중단 △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를 북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대북전단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이며, 한미연합훈련은 연례적, 방어적 훈련이고, 제도통일에 대해서는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애매모호한 태도와 행동을 보임으로서 북측으로부터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설을 전후한 이산가족상봉에 큰 기대를 걸고 여기서 성과가 나타나길 고대하고 있다.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직접 규제할 수 없으며 남북관계 개선과 큰 관계가 없다면 서도, 역점을 둔 이산가족상봉을 북측이 거부하지 않도록 반북단체를 만나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규제에 적극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한발 물러서 주민 안전 이유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비공개 살포는 사전에 몰랐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유지하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고사하고 이산가족상봉도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오히려 북측으로부터 이를 묵인, 비호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질 못할 것이다. 이산가족상봉만이 아니라 향후 남북대화가 원활히 전개되도록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킬 정부의 직접적 규제가 요구된다.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 또한 통일부와 통준위가 추진하는 ‘통일헌장’과도 전적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자주·민주·평화를 토대로 하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이며, 평화적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종욱 통준위 민간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붕괴를 추구하지 않고 흡수통일은 불가능한 일이며 합의통일을 추구하고 있다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헌장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 보완하는 것이라면 이는 남측 주도의 통일완성을 의미함과 동시에 체제대결을 상정하는 것이라 북측과의 공방은 피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이질감이 큰 남북을 하나의 공동체로 회복·발전시켜 궁극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상정하는 ‘1민족 1국가 1체제 1정부’ 형태의 통일국가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는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한 6.15선언 2항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가 민족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회문화적 협력사업들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단계적 과정과 궤를 같이하고, 통일헌장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내용을 포괄하는 것이라면 북측의 전면적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남북이 분단이래 각기 자기 주도의 흡수통일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해갔을 때, 남북관계는 대결과 갈등의 극을 달려야만 했다. 반면 남북이 체제대결을 뒤로 하고 체제공존을 합의한 이래, 남북관계는 상생과 공영을 향해 달려갔다. 남북통일은 일방에 의해 진행될 수 없기에 각기 자신의 것을 고집하고 강요한다면 분단을 마감하는 것이 지속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북측이 거부하고 부정하는 통일헌장 추진이 아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제도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도 체제공존을 추구한다는 명쾌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미국의 압력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한미전쟁연습 중단의 경우도 마찬가치다. 남북은 1차 고위급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약속했다. 한반도에서 핵전쟁훈련이 진행되고 평화가 파괴될 때마다 진행되던 대화와 예정된 회담마저도 중단했던 전례를 깨고 북측이 이산가족상봉에 나섰지만, 북측이 중단을 요구했던 한미연합훈련은 오히려 강도 높게 진행됐다. 모처럼 마련된 남북의 화해분위기는 이로 인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고 대화 또한 이어지질 못했다.
지금의 환경도 작년과 동일하게 흐르고 있다. 9일, 북한은 미국에게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지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북한의 제안은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환경 조성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가 남북대화와 합의 실행에 과감히 나설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준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준비의 실질적 진전’과 ‘지속가능한 통일준비 체계 구축’하겠다면 작년과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함에도,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여전히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6일 남북대화와 관련,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려면 우리가 정말로 강력하고 믿을 만한 방위태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한미연합훈련 강화를 주장했다. 국방부도 ”한미연합훈련과 남북대화를 연계하는 것은 국방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며, 훈련강화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어 한반도 정세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상봉을 위해 3월초로 한미연합훈련을 늦췄지만 이런 상황에서 북측이 작년처럼 이산가족상봉을 합의할 일은 만무하다. 설령 북측이 합의한다고 해도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순탄하게 흐를 것이란 장담도 없다. 미국은 북한의 제안을 거부했고, 북한은 이미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되면 자위적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에 지지와 환영을 보내는 속내는 이를 자국의 이익에 맞추기 위함이다. 미국은 남북대화가 한미간 대북정책 조율이라는 명목아래 자신의 통제범위에서 벗어나길 원치 않는다. 한반도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을 유지, 확장하려는 미국은 남북대화에 대한 개입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지지하길 희망한다”면서 남북대화가 북한의 비핵화 실현으로 연결되길 바라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남북대화 의제로 넣으라는 주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제조건은 아니라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해결 없이 평화통일을 이야기할 수 없다며 이를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민족문제와 핵문제는 해결 단위와 범주가 다름을 말하는 북측과, 정부가 그것도 미국이 주문하는 핵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남북이 이를 두고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은 논란 많은 소니영화사 해킹 배후를 북한으로 지목하고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북제재가 행정명령으로 상징적 의미를 지닐 뿐 실질적 효과는 미비하며 남북대화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제재는 북한 정부와 조선로동당, 그 산하 단체와 기관, 관리들을 제재대상으로 삼고, 기존 대량살상무기(WMD) 뿐 아니라 사이버, 인권과 관련해서도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어, 남북협력의 악재로 작용할 요지가 다분하다. 대통령은 이를 두고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면서 북미관계가 긴장됐다고 해서 남북대화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이 대북제제를 들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을 요구했던 사례를 본다면, 대통령의 발언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과 같다.
한반도 평화번영과 통일로 향해 걷는 남북의 걸음걸음에 미국의 방해가 지뢰밭처럼 놓여있다. 이를 돌파하려면 남북이 미국이 개입할 틈을 주어서는 안된다. 아직까진 박근혜 정부에겐 그런 결단력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북측 손도 잡고 미국 손도 놓지 않으려는 양다리 작전이 성공하길 바랄 테지만, 그럴수록 북측은 멀어지고 미국의 요구만 늘어날 뿐이다. 남북관계도 발전하고 한미동맹도 튼튼하면 좋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분단이래 펼쳐진 남북관계사에 대한 몰이해 또는 외면에서 비롯된다. 남북관계 발전에 중점을 두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미국의 방해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하물며 튼튼한 안보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통일준비를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개입과 간섭에서 자율성을 발휘하기란 가뭄에 콩나는 격이다.
박근혜 정부는 “쉽게 합의해서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사업”에서부터 정치군사적 문제까지, ‘누구’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서 함께 통일의 문을 열어”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잡는 손이 미국인지 민족인지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이 탄력을 받고 전개될지 대화와 대결의 롤러코스터를 탈지 가늠할 수 있다. 광복 70주년을 진정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통일의 길로 들어서려면, 남북관계가 더 이상 파행을 겪지 않고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민족이 힘을 모으지 않고서는 어렵다.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협력을 논하는 박근혜 정부의 진정성과 실천의지는 여기서 확인된다. 이것이 확인된다면 올해 남북관계는 누구나 그리듯 획기적인 전환을 맞이할 수 있다.<끝>
* *각주
1) 《통일뉴스》, 2014년 12월 30일.
2) 통준위는 남북대화 의제로 △ 언어, 민족유산 보존사업, 스포츠 교류 등 민간교류 확대(광복 70주년 기념 남북축구대회, 평화문화예술제, 세계평화회 개최) △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근원적 해결 △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착수 △ 보건, 영양개선 사업 및 생활, 인프라 개선 등 개발협력 추진, 산림녹화, 생태, 환경 보전, 수자원 공동 이용 등 융합적 사업 확대 △ 통일시대 대비 법률과 제반제도 준비 △ 나진-하산 사업 같은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경제협력사업을 제시했다. 《통일뉴스》, 2014년 12월 29일.
[출처;우리사회연구소]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5-01-23 10:03:56 새 소식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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