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도 농성장을 지키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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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9-07 10:3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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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도 농성장을 지키는 노동자들
“꼭 승리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죠”
“어머니를 뵙게 되면 제 자신도 흔들릴까봐 못 가겠어요”
윤정헌 기자 yjh@vop.co.kr
케이블방송 씨앤앰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보온재를 깔고 노숙농성 중인 씨앤앰 지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은 어느새 익숙한 정경이 되어버렸다. 지난 7월 8일부터 노숙농성을 시작한 이들은 변변한 천막도 없는 상황에 벌써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한뎃잠을 자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지난 2일 전체 500여명의 노동자들 중 400여명이 현장으로 복귀해 일하면서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노조 방침에 따라 농성장에서 철수했지만 이조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장에는 비상대체인력이 투입돼 업무를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해 원청과 하청업체들도 "이제 와서 대체인력들과 계약을 해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 업무 자체를 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5일 파이낸스빌딩 앞에는 원청(씨앤앰)의 고용 승계 거부로 인해 발생한 113명의 해고 노동자들만이 노숙 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상황은 이들 중 대부분이 이번 추석 명절에 고향을 찾지 못하고 농성장에서 투쟁을 이어 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희망연대노조 씨앤엠 지부 이경호 씨가 4일 오후 서울 종로 파이낸스센터 앞 농성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눈물 흘리시는 어머니를 뵈면 제가 흔들릴 것 같아 더 못가겠어요"
이날 오후 농성장에서 만난 씨앤앰 지부 조합원 이경호(48)씨는 뜨거운 여름 날씨에 가림막도 없이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파이낸스빌딩 앞은 낮 1시가 넘으면 마땅히 햇볕을 피할 공간조차 없어 노동자들이 좁은 나무 그늘 밑으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마지막으로 받은 월급이 6월에 받았던 40만원이 전부였죠. 사실 고향이 가까워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갈 수 있는데…. 그동안 무임금 노숙 농성을 하다 보니 그나마 조금 여유 있던 돈마저 다 떨어졌어요. 차마 못 가겠다는 말이 맞죠. 어머니께도 아내와 아이들에도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이씨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집안에서는 장남이고 장손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농성장에서 보낼 계획이다. 평소에도 고생하는 자식의 모습에 눈물 짖는 어머니께 힘든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전화만 해도 눈물을 흘리세요. 투쟁이고 뭐고 다 그만하라고…. 하지만 그럴 수 없잖아요. 이번 투쟁에 참여하면서 절 믿고 나와 준 동료들만 해도 28명이죠. 그들의 복직만은 제가 꼭 책임져야 해요. 그런데 어머니를 뵙게 되면 제 자신도 흔들릴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못 가겠어요."
마포 씨앤앰에서 근무해 온 이는 '지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노조가 총파업과 노숙농성을 결의했을 당시 28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은 그를 믿고 흔쾌히 투쟁에 함께 했다. 그렇기에 이씨는 본인의 복직보다도 자신을 믿고 함께 해 준 조합원들을 위해서라도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희망연대노조 씨앤엠 지부 이경호 씨가 4일 오후 서울 종로 파이낸스센터 앞 농성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아내에게 인감도장 주고 나왔어요"
"지금 집은 난리도 아니에요. 부부가 맞벌이도 아니어서 제가 혼자 벌어 중학생인 아이 둘을 키우는데 투쟁한다고 파업 중이니 가정 상황이 오죽하겠어요. 이젠 그나마 조금 있던 여윳돈마저 다 떨어지고 당장 생활도 힘든 상황이에요. 하지만 이번 싸움을 꼭 이기고 싶은 마음에 아내에게 (이혼서류에 찍을) 인감도장을 주고 나왔어요"
이씨의 급여는 한 달 내내 일해도 200만원 수준이다. 혼자 벌어 중학생인 두 자녀 둔 그가 생활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그런데 벌써 3달째 집에 생활비를 주지 못 했다. 이씨는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인감도장을 주고 투쟁 현장에 나왔다고 했다.
"저도 저지만 무더운 여름에 투쟁하는 조합원들을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뿐이죠. 밖에서 자는데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난리도 아니에요. 저번에는 밥을 먹는데 빗물이 다 들어갔죠. 그날 밥을 먹으면서 얼마나 서럽던지. 그런데도 저희가 이렇게 농성을 하는 이유는 정당한 대가조차 받지 못하고 노조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해고된 억울함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죠."
농성장에는 30대 노동자들도 꽤 보였지만 50대 이상의 노동자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이들은 짧게는 10여년에서 길게는 30년 가까이 케이블 방송 계통에서 일해온 이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하청업체가 교체되는 과정 때문에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근속연수가 1년이다. 때문에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찾기는 요원하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희망연대노조 씨앤엠 지부 이경호 씨가 4일 오후 서울 종로 파이낸스센터 앞 농성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꼭 승리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죠"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이겨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현장으로 돌아가 일하고 당연히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겠죠? 고용안전도 마찬가지고. 여기 있는 저희는 절대 포기할 마음이 없어요. 끝내 승리할 수밖에 없죠."
이씨는 이번 투쟁에 대해 승리를 확신했다. 조합원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이라는 점을 강조한 그는 노동자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결국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고용안전과 생존권 보장. 노동자로서 당연한 것들을 이렇게 투쟁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서러운 마음이 들어요."
한편 씨앤앰 지부는 지난 3월부터 사측과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5월 22일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생활임금 보장 ▲다단계하도급 금지, 정규직화 보장 ▲원하청 공생협력 보장 ▲매각과 업체 변경 시 근속승계, 고용보장 ▲케이블방송 공공성, 공정성 보장 등을 요구했지만 원청과 하청업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노조는 6월 10일 총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희망연대노조 씨앤엠 지부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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