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실질적 구현 - 합법적 정치 재판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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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03 13:37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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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28일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첫 변론 기일에서 당을 대표해 모두 진술을 했다. 그는 "독재의 첫 번째 징표는 야당 활동을 방해·금지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그의 진술 전문이다.
통합진보당 대표로 의견 진술하겠습니다. 이 사건,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급격한 후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민주주의는 나의 생각과 다른 생각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집권자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민주정치의 최소한의 요건입니다. 민주와 상반되는 개념으로서 독재의 첫 번째 징표는 바로, 집권자가 야당의 활동을 방해·금지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 야당을 말살하려한 독재 치하에 놓여있었습니다. 1958년 이승만 정권의 진보당 등록취소, 1962년 박정희 정권의 정치활동정화법을 통한 야당 정치인 4374명 정치활동금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정치풍토쇄신법을 통한 835명 정치활동규제 등 강제로 야당을 해산하고 야권 정치인들의 참정권을 박탈한 일이 이어졌습니다.
87년 6월 항쟁의 성과인 헌법은 정당 활동과 참정권을 보장합니다. 독재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국민 의지의 표명입니다. 우리 국민은 이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독재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집권 8개월 만에 정당해산청구를 감행해 이 믿음을 무너뜨렸습니다. 물론 이 사건 최종 결정은 법의 영역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만, 이미 정치의 영역에서 정부는 자주·민주·평등·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야당은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민주정치에서 이탈하였습니다.
정치의 영역에서 무너진 민주주의를 법의 영역에서나마 되살려 회복시킬 수 있는가, 아니면 법은 한계선 없는 정치 행위를 형식적 합법성으로 포장하는 기술에 불과한가, 법과 정치 사이의 오랜 긴장관계가 이 정당해산청구사건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어쩌면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가 설립된 이래 가장 정치적인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헌법의 근본원리인 법치국가의 원리는, 정치행위를 합법화하는 기술로서 법이 아니라 부당한 정치의 횡포를 바로잡는 정연한 정의로서 법을 전제로 합니다.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원리이며, 헌법재판은 그 구현수단입니다.
민주주의는 우리 국민의 지향이며 염원입니다. 다양한 견해의 공존이 민주주의의 전제입니다. 이른바 방어적 민주주의는 나치즘과 같이 비인도적 범죄까지 서슴지 않는 정치세력을 상대로 정당화된 것으로 총을 든 강도를 칼로 막는 것에 비유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인간 생명의 존엄과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공유하는 정치세력에 대해 정권에 위험한 견해로 보인다는 이유로 방어적 민주주의를 명분삼아 정당해산을 구하는 것은, 말을 걸려는 사람을 난도질하는 것에 비견될 일입니다.
이 상황에서 방어적 민주주의란 '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독재의 포장술에 불과합니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독재는 민주주의를 더욱 심각하게 훼손시킵니다. 귀 재판소에서 이 점을 정확히 준별하여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법치주의 구현의 사례로 기록되느냐 아니면 민주주의 후퇴를 합법화한 정치재판으로 남느냐가 이 사건 재판이 갖는 역사적 의미입니다.
이 재판은 우리 헌법의 발전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 헌법이 낡은 냉전시대의 헌법으로 후퇴하느냐 아니면 미래의 다양한 공존의 시대의 헌법으로 전진하느냐가 이 결정으로 좌우될 것입니다.
정부는 1950년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을 이 사건에 적용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이 확정된 사실인양 주된 이유로 들어 정당해산을 청구하고도 이를 제외하고라도 정당해산은 장래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도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변하는 것, 다수 국민의 개혁적 요구를 담아 10만 당원의 토론을 거쳐 정한 통합진보당 강령을 두고 위장전술이라 공격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숨은 의도와 장기적 목적을 집요하게 거론하는 것 모두, 통합진보당을 독일공산당처럼 해산시키고 말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 다른 나라의 사례를 금과옥조로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로 후퇴하자는 비합리적 주장입니다. 과거의 어떤 판단도 당시의 시대 상황 속에서 제한성을 갖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인간 사회의 당연한 한계입니다. 역사가 발전하는 것은 과거의 제한성을 바로 인식하고 그 판단을 재해석하며 지금 이 시대의 한계도 직시하며 미래로 나아갈 길을 모색할 능력을 인류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2차 대전 직후 전 세계가 첨예한 동서냉전에 휩싸였던 1950년대의 판결을 이미 60년이 지나 냉전이 끝나고 남북화해와 협력도 모색되는 2014년에 적용하는 시대착오를 범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헌법은 일거에 1950년대 냉전시대로 후퇴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세계적으로 극복된 냉전의 흔적이 우리 사회에서는 낡은 분단체제의 고통으로 여전히 남아 민주주의 발전마저 가로막고 있는 이 시대의 한계를 인식하게 됩니다. 언제까지 북과 대립한다는 것 때문에 정부의 독단적 정책에 반대했던 시민들과 종교인들 정당을 종북으로 공격하고 몰아세우는 경직된 사회로 남을 것입니까?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분단체제를 평화통일로 바꾸는 것이 필수적입니다만, 분단 상황을 이유로 민주주의 발전을 지체하지 않는 우리의 노력은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 헌법을 냉전의 과거에 가두지 말아 주십시오. 평화와 통일, 민주주의의 미래를 향한 헌법으로 나아가도록 앞길을 열어 주십시오. 우리 헌법을 박제되어 과거의 유물로 남는 헌법이 아니라 살아 숨 쉬며 미래를 여는 헌법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6월 민주항쟁의 결실로 설립된 귀 재판소가 헌법보호의 기능을 다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통합진보당의 대표이면서 법률가입니다. 87년 헌법이 선언한 실질적인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통합진보당의 활동은, 제가 법률가로서 염원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정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국민은 선거일에만 주권자일 뿐 공약은 쉽게 파기되고 국민은 순진하게 속아서 찍어주는 우민으로 전락합니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는 국정원 등 광범위한 국가기관이 종북 공세, 불법선거개입을 저질렀습니다. 경찰의 허위수사발표를 보고 투표에 임해야 했던 국민들은 주권자로 존중받은 것이 아니라 또다른 속임수의 대상이었을 뿐입니다. 통합진보당은 부정선거에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명실상부한 국민주권주의의 실현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에게 돌아온 대답은 이른바 내란음모기소, 정당해산청구였습니다.
헌법은 국민주권원리를 선언합니다. 그러나 헌법에 단결권이 있어도 노동조합 만들었다고 일자리를 잃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과연 주권자입니까? 아무리 농사지어도 생산비도 못 받아 빚만 늘어가는 농민은 과연 대한민국을 함께 살아가는 국민입니까? 장애 아이가 수급권이라도 받게 하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버지에게 인간답게 살 권리란 과연 존재하는 것입니까?
헌법과 달리 한국 사회는 특권과 무권리로 양분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통합진보당은 진정한 국민주권 실현을 가장 중시합니다. 그러려면 부당한 특권은 해체되어야 하고, 기본권을 침해당해온 노동자, 농민, 서민들도 주권자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이 통합진보당이 말해온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입니다. 통합진보당은 부당한 특권 해체와 동등한 주권 보장을 말했지, 누구에게만 주권을 부여하고 어느 누구의 기본권을 빼앗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자국의 군대로 자기 땅을 지키지 못하는 나라는 완전한 주권을 갖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은 주권의 철저한 실현을 위해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것과 함께 주한미군은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강령에 밝혔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우리 민족 앞에, 민족 구성원의 주권자로서 의사와 관계없이 미소 양국이 그어놓은 선이 전쟁과 분단을 불러왔습니다. 통합진보당은 헌법의 평화통일의 원칙에 따라 남북 서로가 아픔과 차이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통일해 더 이상 우리 민족이 상처받지 말고 강대국들이 만든 대결의 폐해를 극복하자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통합진보당이 흡수통일을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강변합니다. 하지만 무력충돌과 또 다른 강대국의 개입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흡수통일 주장이야말로 평화통일을 선언한 헌법에 위반되고 또 다른 주권의 제한을 야기할 위험을 내포한 위헌적 주장입니다.
정부가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통합진보당의 활동을 위헌으로 모는 근거의 대다수는 국정원이 댓글로 만들어낸 진보당에 대한 세간의 편견과 오해, 이를 받아쓴 소문과 추측입니다. 그 밖의 증거의 상당수는 당과 무관한 개인의 활동 자료이거나, 관련 형사사건에서 위법수집증거로 배제된 것이거나, 아예 문서 기재 내용을 거꾸로 해석한 것들입니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북의 지령에 따라 강령을 개정했다고 주장해온 정부는, 이 사건에 진술한 서면에서 이미 누구를 통해 그 지령이 당에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스스로 자인하였습니다.
정부는 북의 지령으로 당 대표와 당직자를 선출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누구를 통해 이 지령을 전달했다는 것입니까. 근거 없는 추측으로 통합진보당을 위헌으로 모는 일은 중단돼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늘 이 변론에서도, 증거 능력이 의심되는 청구인 제출 증거를 봐도, 그 어디에도 실려 있지 않은 허위내용을 사실인양 거론하고 있습니다. 정치 현안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설 연휴를 목전에 두고 열린 이 변론에서 왜곡된 허위사실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주입시키려는 정부의 그릇된 정치적 의도가 뚜렷이 드러나 보여 무척 유감입니다.
정부는 엄격한 증명이 이뤄진 사실을 이 법정의 재판관님들 앞에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정부는 수백여 곳이 날조·왜곡됐다고 이미 국정원 스스로 시인한,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의 녹취록 그리고 말의 취지가 왜곡 보도돼 사실과 달리 알려진 당직자의 발언과 관련된 보도들을 거두절미해 2차로 왜곡인용하고 있습니다.
당령 개정시 공산주의가 거론됐다는 정부 주장은 전형적 왜곡입니다. 2011년 6월 당 대회에서 이 말은 '사회주의 이상과 가치를 계승한다'는 문구를 강령에서 삭제한다는 데에 반대하는 대의원과 당원들이 상당수 존재하자 이들을 설득하고자 '당내에 공산주의하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이란 말을 한 것을 전제로 하여 '강령 개정안에 인간해방이란 문구가 들어있으니 궁극적으로 인간해방 목적으로 한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공산주의(를 지지하더)라도, 자신의 뜻과 이 강령이 다르더라도 강령 개정에는 동의해 줄 수 있지 않느냐, 그러니 대의원들 모두 굳이 반대하지 말고 동의해주길 바란다'는 설득이었을 뿐, 강령 개정안이 공산주의를 반영하거나 내포했다는 해설이 전혀 아닙니다.
왜곡에 왜곡을 거듭하는 정부의 태도는 나치 정권 선동가 요제프 괴벨스의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방어적 민주주의가 만들어진 계기가 된 이 선동가의 태도와 오늘 정부의 태도가 무엇이 다른지 의문입니다.
신중하고 엄밀한 증거조사를 실시한다면, 정부의 왜곡과 과장은 이 법정에서 온 국민 앞에 명백히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피청구인인 통합진보당의 대표로서 이 자리에 섰지만, 제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통합진보당이 갖는 정당으로서 헌법상 보호뿐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인해 빚어질 국민 각자의 기본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큽니다.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서민이 직접 나서는 정치를 만들려 애써왔습니다. 당원의 절대 다수가 노동자, 농민입니다. 당직자와 공직후보자들, 공직자도 대부분 노동자, 농민입니다. 지역 유지로서 정치를 가업으로 승계한 사람도, 재벌 사주로서 기업을 정치의 발판으로 삼은 사람도, 돈으로 공천을 따내기 위해 정치권을 기웃거린 사람도 통합진보당에는 없습니다. 통합진보당은 한국 사회에서 재산도 학벌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정치에 나서도록 밑받침하는 정당을 자임해왔습니다. 파견제를 없애고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법률, FTA로 피해보는 농민과 자영업자들을 보호하는 법률 등 노동자 농민을 위한 법안을 발의해왔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청구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또한 정당 활동에 참여하고 공직후보로 나서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로부터 자신의 뜻에 따른 참정권 실현 수단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또한 통합진보당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법률이 발의 제정되도록 노력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주권자로서 권리 행사의 미약한 시도마저 가로막히게 됩니다. 이 사건 이익 형량에 있어 통합진보당의 정치활동의 권리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을 통해 실현되는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침해도 반드시 깊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에 통합진보당 후보를 내지 못하게 가처분결정을 해달라면서 헌법재판의 정치재판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와 같이 정치권력을 직접 교체하는 선거가 아니라 지방자치를 실질화하고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선거입니다. 통합진보당은 그 어느 정당보다 활발하게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전환 조례, 밭 직불금 지급 조례, 주민참여예산제 조례 등을 발의하며 지방자치 실질화와 주민참여에 기여해왔습니다. 그런데 가처분결정으로 지방선거에 통합진보당의 참여를 아예 봉쇄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지방자치의 실질화라는 지방선거의 성격조차 도외시한 채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일 뿐입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이 사건 정당해산청구로 인해, 우리는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해 강제로 정당을 해산하는 나라가 되느냐, 아니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오가며 선거를 통한 국민의 평가 속에 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나라가 되느냐의 길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 사건 청구를 철회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길로 갈 것을 천명하기를 촉구합니다. 만일 정부가 이 사건 청구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 사건이 정당해산사건으로서 마지막 사건이 될 수 있도록 청구를 기각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02-03 13:38:02 새 소식에서 복사 됨]
통합진보당 대표로 의견 진술하겠습니다. 이 사건,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급격한 후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민주주의는 나의 생각과 다른 생각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집권자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민주정치의 최소한의 요건입니다. 민주와 상반되는 개념으로서 독재의 첫 번째 징표는 바로, 집권자가 야당의 활동을 방해·금지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 야당을 말살하려한 독재 치하에 놓여있었습니다. 1958년 이승만 정권의 진보당 등록취소, 1962년 박정희 정권의 정치활동정화법을 통한 야당 정치인 4374명 정치활동금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정치풍토쇄신법을 통한 835명 정치활동규제 등 강제로 야당을 해산하고 야권 정치인들의 참정권을 박탈한 일이 이어졌습니다.
87년 6월 항쟁의 성과인 헌법은 정당 활동과 참정권을 보장합니다. 독재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국민 의지의 표명입니다. 우리 국민은 이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독재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집권 8개월 만에 정당해산청구를 감행해 이 믿음을 무너뜨렸습니다. 물론 이 사건 최종 결정은 법의 영역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만, 이미 정치의 영역에서 정부는 자주·민주·평등·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야당은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민주정치에서 이탈하였습니다.
정치의 영역에서 무너진 민주주의를 법의 영역에서나마 되살려 회복시킬 수 있는가, 아니면 법은 한계선 없는 정치 행위를 형식적 합법성으로 포장하는 기술에 불과한가, 법과 정치 사이의 오랜 긴장관계가 이 정당해산청구사건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어쩌면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가 설립된 이래 가장 정치적인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헌법의 근본원리인 법치국가의 원리는, 정치행위를 합법화하는 기술로서 법이 아니라 부당한 정치의 횡포를 바로잡는 정연한 정의로서 법을 전제로 합니다.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원리이며, 헌법재판은 그 구현수단입니다.
민주주의는 우리 국민의 지향이며 염원입니다. 다양한 견해의 공존이 민주주의의 전제입니다. 이른바 방어적 민주주의는 나치즘과 같이 비인도적 범죄까지 서슴지 않는 정치세력을 상대로 정당화된 것으로 총을 든 강도를 칼로 막는 것에 비유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인간 생명의 존엄과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공유하는 정치세력에 대해 정권에 위험한 견해로 보인다는 이유로 방어적 민주주의를 명분삼아 정당해산을 구하는 것은, 말을 걸려는 사람을 난도질하는 것에 비견될 일입니다.
이 상황에서 방어적 민주주의란 '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독재의 포장술에 불과합니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독재는 민주주의를 더욱 심각하게 훼손시킵니다. 귀 재판소에서 이 점을 정확히 준별하여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법치주의 구현의 사례로 기록되느냐 아니면 민주주의 후퇴를 합법화한 정치재판으로 남느냐가 이 사건 재판이 갖는 역사적 의미입니다.
이 재판은 우리 헌법의 발전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 헌법이 낡은 냉전시대의 헌법으로 후퇴하느냐 아니면 미래의 다양한 공존의 시대의 헌법으로 전진하느냐가 이 결정으로 좌우될 것입니다.
정부는 1950년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을 이 사건에 적용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이 확정된 사실인양 주된 이유로 들어 정당해산을 청구하고도 이를 제외하고라도 정당해산은 장래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도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변하는 것, 다수 국민의 개혁적 요구를 담아 10만 당원의 토론을 거쳐 정한 통합진보당 강령을 두고 위장전술이라 공격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숨은 의도와 장기적 목적을 집요하게 거론하는 것 모두, 통합진보당을 독일공산당처럼 해산시키고 말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 다른 나라의 사례를 금과옥조로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로 후퇴하자는 비합리적 주장입니다. 과거의 어떤 판단도 당시의 시대 상황 속에서 제한성을 갖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인간 사회의 당연한 한계입니다. 역사가 발전하는 것은 과거의 제한성을 바로 인식하고 그 판단을 재해석하며 지금 이 시대의 한계도 직시하며 미래로 나아갈 길을 모색할 능력을 인류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2차 대전 직후 전 세계가 첨예한 동서냉전에 휩싸였던 1950년대의 판결을 이미 60년이 지나 냉전이 끝나고 남북화해와 협력도 모색되는 2014년에 적용하는 시대착오를 범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헌법은 일거에 1950년대 냉전시대로 후퇴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세계적으로 극복된 냉전의 흔적이 우리 사회에서는 낡은 분단체제의 고통으로 여전히 남아 민주주의 발전마저 가로막고 있는 이 시대의 한계를 인식하게 됩니다. 언제까지 북과 대립한다는 것 때문에 정부의 독단적 정책에 반대했던 시민들과 종교인들 정당을 종북으로 공격하고 몰아세우는 경직된 사회로 남을 것입니까?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분단체제를 평화통일로 바꾸는 것이 필수적입니다만, 분단 상황을 이유로 민주주의 발전을 지체하지 않는 우리의 노력은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 헌법을 냉전의 과거에 가두지 말아 주십시오. 평화와 통일, 민주주의의 미래를 향한 헌법으로 나아가도록 앞길을 열어 주십시오. 우리 헌법을 박제되어 과거의 유물로 남는 헌법이 아니라 살아 숨 쉬며 미래를 여는 헌법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6월 민주항쟁의 결실로 설립된 귀 재판소가 헌법보호의 기능을 다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통합진보당의 대표이면서 법률가입니다. 87년 헌법이 선언한 실질적인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통합진보당의 활동은, 제가 법률가로서 염원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정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국민은 선거일에만 주권자일 뿐 공약은 쉽게 파기되고 국민은 순진하게 속아서 찍어주는 우민으로 전락합니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는 국정원 등 광범위한 국가기관이 종북 공세, 불법선거개입을 저질렀습니다. 경찰의 허위수사발표를 보고 투표에 임해야 했던 국민들은 주권자로 존중받은 것이 아니라 또다른 속임수의 대상이었을 뿐입니다. 통합진보당은 부정선거에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명실상부한 국민주권주의의 실현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에게 돌아온 대답은 이른바 내란음모기소, 정당해산청구였습니다.
헌법은 국민주권원리를 선언합니다. 그러나 헌법에 단결권이 있어도 노동조합 만들었다고 일자리를 잃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과연 주권자입니까? 아무리 농사지어도 생산비도 못 받아 빚만 늘어가는 농민은 과연 대한민국을 함께 살아가는 국민입니까? 장애 아이가 수급권이라도 받게 하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버지에게 인간답게 살 권리란 과연 존재하는 것입니까?
헌법과 달리 한국 사회는 특권과 무권리로 양분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통합진보당은 진정한 국민주권 실현을 가장 중시합니다. 그러려면 부당한 특권은 해체되어야 하고, 기본권을 침해당해온 노동자, 농민, 서민들도 주권자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이 통합진보당이 말해온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입니다. 통합진보당은 부당한 특권 해체와 동등한 주권 보장을 말했지, 누구에게만 주권을 부여하고 어느 누구의 기본권을 빼앗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자국의 군대로 자기 땅을 지키지 못하는 나라는 완전한 주권을 갖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은 주권의 철저한 실현을 위해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것과 함께 주한미군은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강령에 밝혔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우리 민족 앞에, 민족 구성원의 주권자로서 의사와 관계없이 미소 양국이 그어놓은 선이 전쟁과 분단을 불러왔습니다. 통합진보당은 헌법의 평화통일의 원칙에 따라 남북 서로가 아픔과 차이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통일해 더 이상 우리 민족이 상처받지 말고 강대국들이 만든 대결의 폐해를 극복하자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통합진보당이 흡수통일을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강변합니다. 하지만 무력충돌과 또 다른 강대국의 개입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흡수통일 주장이야말로 평화통일을 선언한 헌법에 위반되고 또 다른 주권의 제한을 야기할 위험을 내포한 위헌적 주장입니다.
정부가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통합진보당의 활동을 위헌으로 모는 근거의 대다수는 국정원이 댓글로 만들어낸 진보당에 대한 세간의 편견과 오해, 이를 받아쓴 소문과 추측입니다. 그 밖의 증거의 상당수는 당과 무관한 개인의 활동 자료이거나, 관련 형사사건에서 위법수집증거로 배제된 것이거나, 아예 문서 기재 내용을 거꾸로 해석한 것들입니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북의 지령에 따라 강령을 개정했다고 주장해온 정부는, 이 사건에 진술한 서면에서 이미 누구를 통해 그 지령이 당에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스스로 자인하였습니다.
정부는 북의 지령으로 당 대표와 당직자를 선출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누구를 통해 이 지령을 전달했다는 것입니까. 근거 없는 추측으로 통합진보당을 위헌으로 모는 일은 중단돼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늘 이 변론에서도, 증거 능력이 의심되는 청구인 제출 증거를 봐도, 그 어디에도 실려 있지 않은 허위내용을 사실인양 거론하고 있습니다. 정치 현안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설 연휴를 목전에 두고 열린 이 변론에서 왜곡된 허위사실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주입시키려는 정부의 그릇된 정치적 의도가 뚜렷이 드러나 보여 무척 유감입니다.
정부는 엄격한 증명이 이뤄진 사실을 이 법정의 재판관님들 앞에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정부는 수백여 곳이 날조·왜곡됐다고 이미 국정원 스스로 시인한,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의 녹취록 그리고 말의 취지가 왜곡 보도돼 사실과 달리 알려진 당직자의 발언과 관련된 보도들을 거두절미해 2차로 왜곡인용하고 있습니다.
당령 개정시 공산주의가 거론됐다는 정부 주장은 전형적 왜곡입니다. 2011년 6월 당 대회에서 이 말은 '사회주의 이상과 가치를 계승한다'는 문구를 강령에서 삭제한다는 데에 반대하는 대의원과 당원들이 상당수 존재하자 이들을 설득하고자 '당내에 공산주의하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이란 말을 한 것을 전제로 하여 '강령 개정안에 인간해방이란 문구가 들어있으니 궁극적으로 인간해방 목적으로 한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공산주의(를 지지하더)라도, 자신의 뜻과 이 강령이 다르더라도 강령 개정에는 동의해 줄 수 있지 않느냐, 그러니 대의원들 모두 굳이 반대하지 말고 동의해주길 바란다'는 설득이었을 뿐, 강령 개정안이 공산주의를 반영하거나 내포했다는 해설이 전혀 아닙니다.
왜곡에 왜곡을 거듭하는 정부의 태도는 나치 정권 선동가 요제프 괴벨스의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방어적 민주주의가 만들어진 계기가 된 이 선동가의 태도와 오늘 정부의 태도가 무엇이 다른지 의문입니다.
신중하고 엄밀한 증거조사를 실시한다면, 정부의 왜곡과 과장은 이 법정에서 온 국민 앞에 명백히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피청구인인 통합진보당의 대표로서 이 자리에 섰지만, 제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통합진보당이 갖는 정당으로서 헌법상 보호뿐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인해 빚어질 국민 각자의 기본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큽니다.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서민이 직접 나서는 정치를 만들려 애써왔습니다. 당원의 절대 다수가 노동자, 농민입니다. 당직자와 공직후보자들, 공직자도 대부분 노동자, 농민입니다. 지역 유지로서 정치를 가업으로 승계한 사람도, 재벌 사주로서 기업을 정치의 발판으로 삼은 사람도, 돈으로 공천을 따내기 위해 정치권을 기웃거린 사람도 통합진보당에는 없습니다. 통합진보당은 한국 사회에서 재산도 학벌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정치에 나서도록 밑받침하는 정당을 자임해왔습니다. 파견제를 없애고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법률, FTA로 피해보는 농민과 자영업자들을 보호하는 법률 등 노동자 농민을 위한 법안을 발의해왔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청구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또한 정당 활동에 참여하고 공직후보로 나서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로부터 자신의 뜻에 따른 참정권 실현 수단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또한 통합진보당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법률이 발의 제정되도록 노력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주권자로서 권리 행사의 미약한 시도마저 가로막히게 됩니다. 이 사건 이익 형량에 있어 통합진보당의 정치활동의 권리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을 통해 실현되는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침해도 반드시 깊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에 통합진보당 후보를 내지 못하게 가처분결정을 해달라면서 헌법재판의 정치재판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와 같이 정치권력을 직접 교체하는 선거가 아니라 지방자치를 실질화하고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선거입니다. 통합진보당은 그 어느 정당보다 활발하게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전환 조례, 밭 직불금 지급 조례, 주민참여예산제 조례 등을 발의하며 지방자치 실질화와 주민참여에 기여해왔습니다. 그런데 가처분결정으로 지방선거에 통합진보당의 참여를 아예 봉쇄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지방자치의 실질화라는 지방선거의 성격조차 도외시한 채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일 뿐입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이 사건 정당해산청구로 인해, 우리는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해 강제로 정당을 해산하는 나라가 되느냐, 아니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오가며 선거를 통한 국민의 평가 속에 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나라가 되느냐의 길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 사건 청구를 철회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길로 갈 것을 천명하기를 촉구합니다. 만일 정부가 이 사건 청구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 사건이 정당해산사건으로서 마지막 사건이 될 수 있도록 청구를 기각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02-03 13:38:02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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