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세월호 구조, 안 했나 못 했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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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6-07 09:44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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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세월호 구조, 안 했나 못 했나 2.
왜 해경은 구조를 안 했는가 ① 왜 골든타임을 버렸나
글쓴이 : 우리사회연구소
사고가 발생하고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가장 많은 승객을 구조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 그 골든타임에 과연 해경은 무엇을 했을까, 이것이 많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이다.
해경에 가장 빨리 연락이 간 것은 16일 08시 55분, 제주VTS가 해경에 연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09시 00분 목포해경이 122구조대에 현장 이동을 지시했고, 09시 30분 목포해경 헬기 B-511과 해경 123정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122구조대는 11시 20분에야 도착한다. 해경 123정은 구조함정이 아니라 경비정이며, 122구조대가 바로 해양경찰구조대다.
해경 123정의 이상 행동
그런데 해경 123정은 도착 시점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 거대한 배가 45도 정도 기울었는데 승객이 보이지 않고 조용한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객실에 있는 승객들에게 시급히 탈출을 명령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TV 뉴스K 4.29 보도 <처음 도착한 경비정, 20여 분 간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에 따르면 해양 경비정은 단 두 차례, 짧은 시간 세월호에 접근했다가 뒤로 빠져 있었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경비정이 두 차례 접근한 게 아니라 7인승 고무보트가 두 차례 접근한 것이며 경비정은 그 이후 조타실 옆에 접근한 게 전부다. 7인승 고무보트가 두 번째 접근할 때는 중간에 멈춰서 선상 토론까지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시라도 빨리 세월호에 올라 타 객실 문을 열어야 할 상황에 알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이렇게 두 차례 접근을 통해 7인승 고무보트는 객실 밖에 나와 있는 선원들만 구조했다.
123정 정장은 기자회견에서 세월호가 너무 기울어져 경비정이 직접 가까이 가지 못했고 승선해서 객실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경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두 번째 고무보트가 접근했을 때 해경 한 명이 내려서 태연히 조타실까지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조타실에서 선원들이 나오자 123정이 직접 조타실 앞까지 가서 선장과 선원들을 태우기 시작한다.
[그림1 붉은색 원이 조타실 위치. 일반인이 봐도 승객들이 머무는 객실로 보이지는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지만 승객들은 선미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승객을 구조하려면 배를 선미 쪽에 대야 한다. 이는 배를 아는 사람에게는 상식이며 다수의 어업지도선과 어선들도 선수가 아닌 선미에 접근해 승객들을 구조했다. 선원들이 있는 선수 쪽에 접근한 123정은 애초에 승객 구조가 목적이 아니라 선원 구조가 목적이었던 것일까?
해경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10시 06분 해경이 조타실 아래 창문을 깨뜨려 사람들을 구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창문을 깨는데 1분이 채 안 걸렸다. 그런데 창문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배에 태우는 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한다. 차라리 창문을 깬 후 사람들을 바다에 뛰어들게 하고 해경은 계속 다른 창문들을 깼다면 훨씬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당시 영상을 보면 항해사가 4층 다인실 창문을 가리키며 해경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4층 다인실에는 50여 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항해사와 해경이 4층 다인실 창문을 확인했으면서 끝내 그 창문을 깰 시도는 하지 않았다.
조타실에서 선원들을 구조하고 조타실 아래 3층 창문을 깨는 장면을 보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객실에 접근해 문을 열고 탈출하라고 소리칠 수 있는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상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해경이라면 조타실에서 선원들을 구조할 때 조타실 안에 들어가 선내 방송을 시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승객들은 마지막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들었다.
세월호 관련자를 미필적 고의 살인죄 등으로 고발한 신상철 진실의 길 대표는 고발장에서 “(검찰이) 해경이 배 위에서 깨진 창문으로 세월호 안을 쳐다만 보는 등 구조를 외면했던 동영상을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123정 정장은 함내 경보방송장치를 통해 퇴선을 명령했다고 한다. 그러나 헬기 소리 때문에 승객들은 거의 방송을 듣지 못했다. 해경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탈출 방송을 하는 소리가 없다. 초반에 세월호에서 떨어져서 몇 번 방송을 한 후, 가까이 다가가서는 방송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승객들이 객실에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객실 밖에 나와 있는 몇 명 구조하는 것보다 객실 안에 탈출 명령이 들리도록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123정이 세월호 조타실 바로 앞까지 접근해서 가장 잘 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정작 탈출 방송을 하지 않았다.
해경 헬기의 이상 행동
사실 해경 123정보다 더 빨리 구조를 시작한 것은 해경 헬기 B-511호였다.
세월호에 도착한 헬기는 배를 선회하며 상황을 파악한 후 5층 우현 갑판에서 생존자를 발견, 구조요원 두 명을 내려 보낸다. 구조요원들은 구조용 바구니에 생존자를 태워 09시 35분 최초로 구조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때 처음으로 구조된 사람은 조리부 승무원인 식당 아주머니였다. 두 번째로 구조된 사람은 역시 조리부 승무원인 조리장이었다. 이들은 탈출을 위해 갑판에 있었던 게 아니라 무너진 주방에 다친 채 갇혀 있는 동료들을 위해 구명조끼를 가지러 가던 중이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들을 대신해 주방에 구명조끼를 가져다주었어야 한다. 하지만 해경 구조요원들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물론 주방에 있는 몇 명에게 구명조끼를 가져다주는 것보다 수백 명의 승객들을 구조하는 게 우선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조요원들은 승객 구조에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5월 15일자 오마이뉴스 보도 <헬기로 온 해경.. 왜 가만히 있었나>에는 세월호 생존자 최은수(43)씨의 증언이 나온다. 최 씨가 목격한 구조요원은 헬기 두 대에서 내린 세 명이 전부였다. 그는 “당시 화물기사들이 사람들을 바구니에 태워 헬기로 올리는 걸 도왔다”며 “그건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해경은 안으로 들어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3층 좌현에 로비와 연결된 출입문을 짚으며 “애들이 안내데스크 주변에 있었으니까 그 문만 열고 들어갔어도 다 나올 수 있었다, 문도 한 번 차면 쉽게 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라’는 최씨의 재촉에도 해경들은 가만히 있었다.
해경 헬기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면 옆으로 완전히 누운 세월호 위에 구조요원들이 멍 하니 서 있는 장면이 있다. 그 때 헬기 안에서 “저 분들 타라고 하는데도 안 타”라는 말이 녹음되어 있다. 승객들이 구조를 거부한다는 말이다. 아직 객실에서 나오지 못한 다른 승객들을 탈출시키느라, 또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느라 승객들은 구조를 거부했다. 그런데 구조요원들은 밖에 나온 승객들을 구조용 바구니에 태우기 위해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 단 한 명도 객실에 뛰어든 사람이 없다.
결국 골든타임 초기 해경 경비정과 헬기가 보인 모습은 조타실 승무원 구조를 제외하고는 그저 배 밖에서 눈에 뜨인 생존자를 구조한 것 외에는 없다. 급박한 상황에서 그 정도가 어디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구조 활동은 아무런 훈련과 교육도 받지 않은 어민들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해경보다 어선과 어업지도선이 훨씬 많은 승객을 구조했다는 증언도 많다.
예를 들어 화물차 운전기사인 김동수 씨는 세월호가 완전히 옆으로 누운 상황에서 홀로 객실을 살피다 승객들을 발견하자 소방호스를 끌어다 난간에 묶고 늘어뜨려 수십 명의 승객들을 구조했다. 해경 특수요원들마저 배를 포기하고 헬기로 돌아간 상황에서도 김 씨는 구조 활동을 계속했고 배 밖으로 나온 승객들은 해경과 어업지도선, 어선들에 구조될 수 있었다. 이들이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가 되었고 당시 사진을 보면 어업지도선 두 척, 어선 두 척 외에 해경은 최초 구조를 시작한 123정 소속 고무보트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는 10시 25분경까지 한 시간 동안 해경 함정은 123정 하나 뿐이었던 것이다.
[그림 2 김 씨가 소방호스로 구조를 하는 동안 난간에 매달려 이야기를 나누는 해경들]
승객 구조가 목적인가 선원 구조가 목적인가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해경들이 구조 활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던 것일까? 그래서 어민들보다도 더 우왕좌왕한 것일까? 아무리 해경 교육과 훈련을 형식적으로 한다고 해도 운전기사 한 명보다도 못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이유로 소극적인 구조만 한 것일까? 이를테면 선원 구조 명령을 받고 출동했는데 가보니 승객들도 있었고 그래서 그냥 내버려둘 수 없어 눈에 띄는 승객만 구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경 123정이 애초 어떤 명령을 받아 출동했는지는 몰라도 현장에서는 분명 목포해경 서장과 교신을 통해 승객 구조 명령을 받았다.
해경 123정이 목포해경 상황실과 첫 교신을 한 것은 09시 45분이다. 09시 52분 교신에서 123정은 “현재 승객이 절반 이상이 지금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답니다. 빨리 122 구조대가 와서 빨리 구조해야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때 해경은 이미 다수의 승객이 객실에 갇혀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승객들을 탈출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122 구조대를 찾고 있다.
상황실은 “직원들이 안전장구 갖추고 여객선 올라가 가지고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람”이라며 선내 진입을 지시했다. 또 “기울었으면 근처에 어선들도 많이 있고 하니까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을 치거나 마이크로 뛰어내리라고 하면 안 되나? 반대방향으로?”라며 탈출 명령을 하도록 지시했다. 상황실은 이후 수차례에 걸쳐 승객들을 바다에 뛰어내리게 하라고 지시했다.
해경이 왜 초기에 소극적인 구조 활동을 펼쳤는지 이유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파헤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출처: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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