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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 온 국민이 추모할 때...역삼동에서 ‘조용히’ 숨진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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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6-10 11:4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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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 온 국민이 추모할 때...역삼동에서 ‘조용히’ 숨진 노동자

밀폐 공간 방수처리 하다 유독가스 중독...원인 규명 불투명

 

 

 

지형원 기자 jhw@vop.co.kr
 

 

온 국민이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서 정비하다 숨진 김군의 죽음에 분노하고 추모하던 지난 8일, 서울 역삼동의 한 공사장에서는 방수작업을 하던 노동자 정모씨가 숨졌다.

 

숨진 정씨는 김군과 마찬가지로 하청업체에 고용된 일용직이었으며 제대로 된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경찰은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사고 원인과 안전규정 준수 여부 등을 수사중이다.

 

 

8일 강남의 한 건설현장 지하 5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들것에 실려나가고 있다. (동영상 캡쳐)
8일 강남의 한 건설현장 지하 5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들것에 실려나가고 있다. (동영상 캡쳐)ⓒ강남소방서

 

 

일용직 노동자 정모씨(56)는 8일 강남의 한 대형건물 지하에서 방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경기 부천에서 거주하는 정 씨지만 일거리가 있다고 전한 방수업체 사장 B씨를 따라 강남까지 올라왔다.

 

그의 작업은 복잡하지 않았다. 대형건물의 경우 각 층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지하 정화조로 보내게 되는데, 콘크리트 정화조는 분뇨가 밖으로 세어나갈 수 있다. 이 부분을 방수코팅해주는 것이 정 씨의 업무다.

 

이날 작업은 총 3명이서 진행했다. 일용직 노동자 정모씨와 업체사장 B씨, 업체직원 A씨다. 이들은 오전부터 30분간 작업하고 30분간 휴식을 반복했다. 우레탄이나 신나 등의 재료를 배합하는 과정에서 유독가스에 중독되지 않으려면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그러나 이날 정모씨는 12시 30분 이후 유독가스에 중독된 채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증언에 따르면 정모씨는 휴식도 취했고, 방독마스크도 착용했고, 현장에는 환기 장비도 가동되고 있었다. 가스에 중독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역삼동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정화조 방수 작업을 하던 중국인 정모씨가 유독가스를 마시고 사다리에서 추락했다고 9일 밝혔다. 정 씨는 곧장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옆 사람이 아닌 순찰자에게 발견된 정모씨, 기억이 사라진 동료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가 발생한 것은 8일 오후 12시 30분경이었다. 휴식을 마친 정모씨와 동료 A씨는 정화조로 투입했고 업체 사장인 B씨는 위쪽에서 대기했다. 시간이 지나 좁은 정화조(높이 2.8m, 폭 2.3m, 너비 5m)에는 유독가스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잠시 뒤 질식 증상은 느낀 정모씨는 사다리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중간에 정신을 잃어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다.

 

추락한 정모씨는 2시가 다 돼서야 원청 소속 현장 순찰자에게 발견됐다. 정모씨는 강남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정모씨의 사망 당시를 설명하는 원청과 협력업체의 진술로는 사고 현장을 규명하기 힘들어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협력업체 동료 A씨와 B씨는 오후 12시가 지나서는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망한 정모씨가 언제부터 힘들어 했는지, 어떤 증상을 보였는지, 사다리에 오르는 과정이 어땠는지 등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했다. 이들은 유독가스에 노출됐기 때문에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현장을 발견한 원청 소속 순찰자는 “발견 당시 업체 사장 B씨는 털썩 주저앉아 정신을 잃었고, 정화조 안에 두 명은 쓰러진 상태였다”라고 전했다. 정모씨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화조에 들어가지도 않은 업체사장 B씨까지 앉은 상태로 기절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장을 조사한 결과 “당시 현장에는 송풍기와 선풍기가 작동되고 있었고, 방독면도 착용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순간의 환경은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환기 시설과 방독면이 갖춰졌음에도 발생한 질식사고에 대해 “방독면을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간단한 마스크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사망자가 실제로 쓰던 것인지는 검증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경찰은 원청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작업에 필요한 안전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수사할 계획이다.

 

 

9일 작업자가 보이지 않는 강남의 한 건설현장
9일 작업자가 보이지 않는 강남의 한 건설현장ⓒ민중의소리
 
 
일용직 근로자가 사망한 강남의 한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가 사망한 강남의 한 건설현장ⓒ민중의소리
 
[출처: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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