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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는 동포들의 북에 대한 이해와 판단을 돕고자 북녘 매체들의 글을 "있는 그대로" 소개합니다. 이 글들이 본회의 입장을 대신하는 것은 아님을 공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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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 [재미동포 아줌마, 남한에 가다⑫ - 마지막]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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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7-17 22:2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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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던진 사람을 양아들로? 놀라운 제안

[재미동포 아줌마, 남한에 가다⑫ - 마지막]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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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월 집에서 예배를 올리고 있는 모습.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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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일이다. 우리 교회 40주년 기념 예배가 있는 뜻깊은 날이다. 그런데 기자들이 교회로 올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집에서 예배를 올렸다. 홀로 피아노를 치면서 찬송을 부르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우리 민족이 사랑으로 하나 되는 평화적인 통일을 염원하면서…. 

남편의 얼굴을 보니 많이 수척해졌다. 나도 체중이 무려 15파운드(약 7kg)나 줄어 몸에 맞는 옷이 없을 정도다. 평소 요리가 취미인 남편이 온갖 음식을 만들어준다. 

남편은 한식, 일식, 중식, 타이, 이탈리안, 프렌치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끼니때마다 마련해준다. 김치, 깍두기, 동치미마저 담가준다. 그동안 잃었던 식욕이 조금씩 살아난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의 체중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정한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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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순회강연 중 집을 찾아주신 원광대학교 이재봉 교수님과 함께.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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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돌아온 지 3주가 돼간다. 오늘은 서울에서 반가운 손님이 오시는 날이다. '사제 폭발물 테러 사건'이 발생했던 전북 익산에서의 통일 토크콘서트를 주최한 이재봉 원광대 교수님께서 미국 순회 강연 중 우리와 며칠 함께 계실 예정으로 집을 찾아주셨다. 

이재봉 교수님은 '사제 폭발물 테러' 당시 남편 바로 옆자리에 함께 앉아계셨는데,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그때 머리에 불이 붙고 옷이 타들어갔다고 했다. 아직도 화상을 입은 왼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민족의 화합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면서 이 교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식사 중 이 교수님께서 놀라운 제안을 하셨다. 

"신 선생님, 혹시 익산에서 폭발물을 던진 그 청년을 양아들로 맞으실 수 있겠습니까?"

평화주의자인 이 교수님다운 제안이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한 뒤 답했다.

"그 청년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 SNS 상에 '만일 신은미가 죽으면 내가 한 줄 알라'는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자기가 죽이려고 했던 사람을 양어머니로 모시겠다고 한다면 충분히 반성하고 새사람이 됐다고 볼 수 있겠지요?"
"…."

이 교수님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만일 사제 폭발물 테러 사건이 하등의 의문도 없이 모든 것이 낱낱이 밝혀지고, 그 청년 또한 깊은 뉘우침과 함께 나를 양어머니로 맞겠다면 나는 그를 기꺼이 양아들로 받아들일 것이라 말씀드렸다. 

 


'의절 선언'까지 했던 친정어머니와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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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그리고 막내 딸과 함께 샌디에이고에서.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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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께서 대구에 사는 이모님들과 함께 미국 우리집에 오셨다. 일부 언론의 허위·왜곡 보도를 접한 뒤 "다시는 보지 말자"라고 말씀하셨던 어머니 그리고 이모님들께서 나를 찾아주시다니….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렸다. 분단으로 인한 민족의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고, 하나 되는 조국의 평화로운 통일을 염원했다. 

장로교 신자이며 기독교 원리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보수적인 신앙을 갖고 계신 외가 식구들이 북녘 동포들의 안녕과 조국 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를 하시다니! 우리 가족이 합심해 이런 기도를 드려보긴 난생처음이다. 

나는 어머니와 이모님들을 모시고 샌디에이고에서 대학을 다니는 막내 딸의 기숙사를 찾았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모국에서 이번 사건을 겪으며 나를 가장 아프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의 의절 선언이었다. 여차했으면 언론 보도로 모녀 관계까지 끊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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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가 보낸 편지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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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북한의 수양딸 김설경으로부터 수양손자 의성이의 돌사진과 함께 장문의 편지가 왔다. 북한에서도 그간 한국에서 있었던 통일 토크콘서트 사건을 보도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관련기사: "종북몰이 시련 겪었지만 그래도 희망 봤다").

보도를 통해 내 모습을 보고 며칠 밤을 지새웠다고 하는 수양딸에게 나는 위로가 담긴 답장을 보냈다. 

"설경아, 이 엄마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조국이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이해해야 한단다. 또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일이란다. 머지않아 평양으로 찾아가겠다."

생애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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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 끝내 강제퇴거 처분을 받게 된 신은미 시민기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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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이어진 모국 방문은 내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조국을 사랑한 게 죄가 돼 30일간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출국정지를 당했으며, 네 차례 50여 시간 동안 검·경의 철야 수사를 받았다. 그리고 급기야는 강제로 쫓겨나 모국에 마음대로 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이번 시련을 겪으면서 되레 나는 우리 민족에게 드리운 희망을 봤다. 물론 언론의 허위보도에 잘못 인도돼 종북몰이에 편승한 동포들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남녘의 동포들이 '북한은 우리가 품어 안아야 할 동포요, 한겨레'라는 것을 마음에 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욱이 '전에는 민족의 화합과 조국의 평화 통일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던 많은 사람들마저도 이번 사건을 통해 눈을 떴다고 알려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모국에서의 시간은 내 생애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후기] 대동강 맥주가 어떻게 안보를 위협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저는 2011년 이후 여러 차례 북한을 여행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두 번에 걸친 연재와 함께 두 권의 북한기행문을 출간했습니다. 모국인 한국에 와서는 전국을 순회하며 수십 회의 강연도 했습니다. 2014년 11월에도 한 시민단체의 초청을 받고 순회강연을 하던 중 불행히도 일부 언론의 허위보도로 시작된 '마녀사냥식 종북몰이'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급기야 강연장에서 폭발물 테러가 발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소위 '익산 통일 토크콘서트 테러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남한에서 북녘의 산하와 그곳 동포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가는 테러를 당할 수도 있다는 슬픈 현실을 목격했습니다. 

피해자인 저는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총 50시간 가까이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혐의를 찾지 못한 검찰은 저를 출입국관리법 위법으로 강제출국 시켰습니다. 게다가 향후 5년간 대한민국 입국을 금지한다고 합니다. 

2011년 첫 북한 여행을 가기까지만 해도 제게 북한이라는 곳은 꿈에도 갈 수 없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태어나서 자란 남한은 언제든지 갈 수 있었지만. 그러나 강제출국에 이어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금은 그 반대가 됐습니다. 북한은 언제든 자유롭게 갈 수 있지만, 남한은 전혀 갈 수 없는 곳이 돼버렸습니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기막힌 일이 제게 벌어진 것입니다. 

오랜시간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국가보안법이야말로 '천하의 몹쓸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왜 유엔에서도 이 법의 폐지를 권고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 관한 어떤 긍정적인 이야기도,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있는 그대로 표현할 경우 '고무 및 찬양'에 해당하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대동강맥주가 맛있고, 북녘에 흐르는 강물이 깨끗하고, 북한에 휴대전화 수가 250만 대가 넘는다"는 말이 문제가 돼 벌어진 웃지 못할 사건이 '신은미 종북 논란'이었습니다. 

이 법이 존재하는 한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감옥에 가는 것은 물론, 엉터리 보수 단체의 준동과 종북몰이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정치 세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모국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자리잡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의 자유로운 사유와 표현을 억제하는 이런 법이 존재하는 한, 창조적인 문화 발전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동포들이 지닌 휴대전화의 수, 북녘 하천의 수질 그리고 대동강맥주의 맛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한국의 국가 안보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정부는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모국에 머무는 동안 제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많은 도움을 주신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 아낌없는 후원을 해주신 10만인클럽 회원 여러분들, 그리고 귀중한 지면을 할애해준 <오마이뉴스>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신은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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