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 쌍용차 투쟁 2000일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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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11-15 11:1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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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투쟁 2000일, 자본의 법정에선 졌지만 역사의 법정에선 승리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 사측에 이달 말까지 해고자 복직 계획 수립 요구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1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열린 쌍용차 투쟁 2000일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김득중 쌍용차지부장과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호 전농 의장,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 등 연대단체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법원의 판결에 좌절하기엔 그동안 너무 열심히 싸웠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더욱 깁니다. 2000일 전, 우리 동지들은 저기 보이는 도장공장 위에서 자본과 공권력에 맞서 죽음까지 불사하며 당당하게 싸웠습니다. 사법부가 또다시 우리를 죽였지만, 동지와 국민들을 믿고 다시 일어서야하지 않겠습니까?”
2009년 뜨겁던 여름 사측의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노동자들이 공장 문을 걸어잠그고 77일간의 옥쇄파업을 벌이다 회사와 공권력에 의해 내팽개쳐진지 6년이 지났다. 하지만 “함께 살자”는 그들의 구호는 이처럼 아직도 유효하다.
사측이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줄기차게 주장해온 경영난과 그에 따른 법정관리는 ‘상하이자동차에 매각’이라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었다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은 사법부 비호 아래 여전히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
경영난에 대한 책임과 희생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던 회사는 ‘가장 존경받는 대한민국 자동차 회사’, ‘원칙 중시’, ‘존중과 협력’이라는 문구를 버젓이 걸어놓고 있었다. 당시 공권력을 동원해 해고노동자들을 진압했던 도장공장의 모습이다.
그런 평택공장 앞에 해고노동자들은 낡은 노조 깃발을 꽂았다. 그리고 “여기서 힘을 모아, 다시 한 번 가열차게 싸워보자”고 의지를 모았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소속 전현직 노동자들은 15일 오후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 다시 모여 ‘쌍용자동차 투쟁 2000일 함께!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1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열린 쌍용차 투쟁 2000일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한상균, 김정우 전 쌍용차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자본의 법정에서는 패배했지만, 역사의 법정에서는 이미 승리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이길 수밖에 없는 투쟁, 그것이 바로 쌍용자동차 투쟁입니다. 대법원 판결을 오히려 불쏘시개로 삼아 더 힘찬 투쟁을 만들어나갑시다.”
지난 13일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을 되돌려보냈지만, 해고노동자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정리해고와 옥쇄파업의 당사자들은 한 목소리로 사법부를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실망도 크고, 억울하지만 승리할 날이 오지 않겠냐”며 오히려 참가자들을 다독였다. 또 잠시나마 좌절했던 그 순간의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다.
“0.001퍼센트의 기적을 기대했습니다. 두 손 받들어 공손히 절했습니다. ‘대법관님들이 좀 잘 봐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내 마음같이 잘 안 되더군요. 괴로움에 술을 좀 많이 마셨습니다.
다음날 그런 저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재판을 받다가도 죽는데, 당신들에게는 그래도 삶이라는 희망이 있잖아요.’
삼성 반도체에서 일을 하다 백혈병에 걸린 세미라는 여성노동자가 저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김정우 전 쌍용차지부 위원장이 고개를 떨궜다. 참가자들은 “같이 힘 냅시다”라고 소리쳤다.

1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열린 쌍용차 투쟁 2000일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김득중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1970년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폭로하며 산화해간 날입니다. 2014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의 44주기에 사법부는 또다시 노동자들을 확인사살했습니다. 대법원은 자신들이 자본의 흥신소이자, 이 사회의 ‘슈퍼갑’인 자본을 방어하는 ‘을’임을 고백했습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이 울분에 차서 외쳤다.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참가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김 지부장을 격려했다. 6년 전과 마찬가지로 김 지부장은 ‘생존’을 구걸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는 “저기서 우리를 보고 있을 쌍용차 경영진에게 요구한다"며 "11월 말까지 징계자, 해고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187명의 복직 계획을 노조에 제출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현재 쌍용차 ‘선도투’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선도투’는 꽉 막혀 있는 상황을 소수가 앞장서서 뚫고 나간다는 뜻으로, 쌍용차노조는 해고노동자 30여명을 ‘선도투’라고 부른다.
또다른 ‘선도투’ 한상균 쌍용차지부 지도위원(전 지부장)은 6년 전 생사의 갈림길에서 수많은 해고자들과 함께 옥쇄파업을 전두지휘했다. 그런 만큼 평택공장은 그에게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 그는 한참동안 도장공장을 바라보다 주먹을 쥐었다.
그는 "3년 전 희망버스의 운전대를 우리 노동자가 잡지 못했습니다. 무임승차한 나의 모습이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했다"며 "이제는 이 땅의 전체 노동자 명운을 건 희망버스의 운전대를 우리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잡자. 분노를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각오를 다지자"고 말했다.

1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열린 쌍용차 투쟁 2000일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이 참가자들과 함께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1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열린 쌍용차 투쟁 2000일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김득중 쌍용차지부장과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호 전농 의장,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 등 연대단체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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