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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새판은 진작 짜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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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5-20 11:3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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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판은 진작 짜야 했었다
 
<칼럼> 이활웅 통일뉴스 상임고문
 
이활웅  |  tongil@tongilnews.com
     

세월호 참사 후 한 달여가 지났다. 이제 선진국 대열에 끼어들었다고 뽐내는 나라에서 어떻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도 문제지만, 앞으로 어떻게 그런 일의 재발이 절대 불가능한 나라로 바로잡느냐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그래서 그 동안 여러분들이 좋은 의견을 많이 내놓았지만 그중에서 <한겨레신문>의 이유진 기자가 쓴 “당신들은 아니야”란 글(5/18일자)이 가장 내 마음에 들었다.

이 글에서 이 기자는 이제는 새판을 짜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주체’를 담당해온 사람들이 또다시 중심에 서겠다고 나서는 일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경제발전’이나 ‘민족중흥’이라는 말로 생명, 노동, 평등 같은 가치를 송두리째 외면해온 당사자들만큼은 이 판에서 빼야한다”고 역설했다. 참으로 정곡을 찌른 지적이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주체’를 담당해온 사람들”은 그 뿌리가 역사적이나 이념적으로 이씨왕조에 닿고 있다. 이씨왕조의 지배계층은 왕실과 사대부들로 형성돼있었으며 그 외의 중인, 상인, 천인은 모두 그들의 한낱 종속물에 불과했다.

이들 지배자들의 부패와 무능과 무기력을 예증하는 사례들은 역사가들에 의해 수도 없이 열거됐지만, 그들이 자기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기백성을 갉아 먹다가 나중에는 일본에 노예로 팔아먹은 일에 대해서는 여태까지 준엄한 심판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나는 역사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구한 말 신흥강국 일본이 한국을 집어삼키려고 막무가내로 덤벼들 때, 동학농민군이 일군과 싸워 대패했다는 기록이나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나 일본군을 괴롭혔다는 기록은 봤지만, 이씨왕조의 정부군이 일본군과 정면으로 대항해서 싸웠다는 기록은 읽지 못했다.

그러면서 1910년 8월 22일 소위 합방조약이 체결되었는데 그 내용은 요약해서 한국 황제가 나라 전체를 송두리째 일본에 영구히 넘겨주는 대가로 일본은 한국의 왕실과 귀족의 생명, 재산, 영예, 안락을 보장해주며, 일본에게 순종하는 한인들은 보호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이씨 왕조의 주인인 왕실과 사대부들에게는 외침을 당하고도 이에 무력으로 대항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그들의 생명과 재산과 안전을 보장받는 대가로 국토와 백성전체를 일본의 식민지와 노예로 팔아먹은 비열한 집단이었던 것이다.

그 후 35년간 일본의 노예가 된 백성들은 남자들은 중노동자로 여자들은 잡역부로 혹사되고 천대받다가 전쟁이 나자 징병으로 총알받이가 되거나 위안부로 끌려 다녀야 했다. 그러는 동안 구조선 왕실과 사대부들과 그 후예들은 친일파가 되어 호의호식하며 일본의 침략전쟁에 덩달아 춤을 추었던 것이다.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을 맞은 한반도에는 38선이 생겨 남북 분단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환국해 남쪽의 정치지도자로 부상한 이승만 박사가 친일파와 제휴함에 따라, 친일반민족세력 척결을 위한 민족사적 과업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으며, 잇따라 일어난 6.25전쟁으로 “반공”이 국가의 최고덕목으로 둔갑함에 따라 이에 편승한 친일반민족세력의 화려한 부활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있으면서도 아직 언제 통일을 이룰 수 있을지 아득하기만 한 것도 이런 사정에 따른 것이다.

이토록 수치스런 역사의 끝자락에 매달려있는 박근혜 정부가 이번 참사의 책임을 깊이 뉘우치고 앞으로 정부의 기구와 운영방식 그리고 인재등용절차 등을 뜯어고쳐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는 대한민국으로 개조하겠으니 믿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수치스런 뿌리와 그간의 한심한 작태로 볼 때, 큰 죄를 지었으니 처벌을 달게 받겠다 해도 괘씸할 텐데, 염치없게도 또 한 번 믿어달라고 하니 참으로 가증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 기자의 말대로 이제는 그들을 내치고 새판을 짜야 할 때다. 아니 새판은 진작 짜야 했었다.

 

이활웅 (통일뉴스 상임고문, 재미 통일연구가)

 

   
 
북간도 용정에서 출생했으며, 6.25 때 육군 정훈장교로 입대해 1955년 대위로 예편했다.
1955년-1971년 외무부에 재직했으며, 재직 중 한일회담 등에 참여했다.
1972년부터 미국 LA에서 제조업체를 설립, 경영했으며 뉴욕대학 대학원(국제경제학 석사)을 졸업했다.
1984년부터 현재까지 코리언 스트릿 저널, 크리스천 헤럴드, 라성 한국일보, 기자협회보(국내) 등에 통일문제를 위주로 글을 써 왔다.
1990년 제1차 범민족대회 미주동포대표단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했고 1995년에 ‘통일마당’ 창설 회장으로 선임됐다.
현재 ‘6.15공동선언실천 미주본부’ 고문 및 ‘통일뉴스’ 상임고문으로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평화통일은 비기는 통일이다’(2007) 등이 있다.

 

[출처: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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