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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와 모란봉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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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5-20 11:1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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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차 전국예술인대회와 모란봉악단
 
[연재] 정창현의 ‘김정은시대 북한읽기’ (54)
 
 
정창현  |  tongil@tongilnews.com

 

 

지난 5월 16~17일 평양에서는 김정은 시대 들어 처음 전국예술인대회가 열렸다. 북한에서 전국예술인대회는 1946년 처음 열렸으며, 이번이 9차대회이다.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국예술인대회에서는 “지난 시기 문학예술부문에서 이룩된 성과와 나타난 결함들을 분석총화하고 경험과 교훈을 찾으며 창작가, 예술인들이 시대의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다해나가도록 하기 위한 과업과 방도들을 토의”했다.

 

문학예술 부문의 낙후성 적나라하게 지적

 

   
▲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가 16일 개최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시대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주체적 문학예술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서한을 김기남 당 비서가 발표했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북한은 이번 대회의 의의에 대해 “선군혁명문학 예술의 목적과 사명, 지위와 역할을 뚜렷이 부각시키고 문학예술 전반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안아오는 역사적 계기로 될 것”이며, “모든 창작가, 예술인들을 우리 당의 주체적 문예사상과 이론으로 더욱 튼튼히 무장시키고 그들이 모란봉악단의 창조정신과 투쟁기풍으로 문학예술 활동에서 혁신을 일으키도록 함으로써 주체문학예술의 새로운 개화기를 열어나갈 수 있게 한다”고 선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번 대회에 <시대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주체적 문학예술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 문학예술 부문의 낙후성을 지적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16일 개막된 예술인대회에서는 지난해 국내외 언론이 처형됐다고 보도한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첫 토론자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해 볼 때 이번 전국예술인대회는 세 가지 차원에서 주목된다.

 

첫째, 문학예술분야에서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강화를 위해 열렸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김정은 제1위원장은 문학예술부문에 대한 당적지도 강화를 지적하며 “당의 유일적령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주선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60년대 후반 후계자로 등장하는 과정에서 5대 혁명가극을 만들어 내는 등 가장 먼저 문학예술분야에서 유일지도체계를 확립했는데, 김 제1위원장은 당과 군, 정부기관에 이어 마지막 수순으로 문학예술분야에 눈을 돌린 셈이다. 특히 이번 예술인대회는 지난 2월 24~25일 열린 노동당 사상일꾼대회의 연장선상에서 열렸다. 북한은 당 사상일꾼대회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상전’, ‘선전전’을 강조하고 있고, 최근에는 기자.언론인을 대상으로 “사상전의 나팔수가 돼라”고 촉구했다. 북한에서는 전통적으로 문학예술을 활용한 선전사업에 힘을 쏟아왔다.

둘째, 1990년대 이후 낙후된 문학예술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북한의 문학예술계가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에 빠져 있다고 인정한 대목이 눈에 띈다. 김 제1위원장은 전국예술인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지금 문학예술 부문 사업이 당과 혁명의 요구, 시대의 부름에 따라서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당은 현시기 문학예술 부문이 주저앉은 원인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문학예술의 사명과 목적을 다시금 명백히 강조해 문학예술 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을 이룩하기 위해 이번 전국예술인대회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1970년대에 황금기를 맞이했던 북한의 문학예술계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 국가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침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문학계에서 장편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서 영화, 연극분야에도 영향을 줬다.

 

김 제1위원장은 “명작이라고 할 만한 영화문학, 극문학들이 나오지 못하여 좋은 영화와 연극들을 만들지 못하고있으며 종자가 새롭고 독창적이며 주장이 뚜렷하고 서정이 풍만한 명시, 명가사가 나오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라며 이 같은 상황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김 제1위원장이 “지금 제일 걸린 것이 문학부문”이라고 지적하고, “문학 발전에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국가적 차원의 투자 확대와 예술인의 생활보장, 대외교류의 확대 등 제시

 

김 제1위원장은 문학예술계가 침체된 요인으로 문학예술부문 지도일군들과 창작가, 예술인들이 사명과 본분을 다하려는 사상적 각오와 입장이 투철하지 못하고, 창작지도일군들과 창작가, 예술인들의 수준과 실력이 시대의 요구에 따라서지 못하고 있으며, 문학예술부문 당조직들이 당적지도를 옳게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1) 문학예술부문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예술교류 활성화, 2) 창작가, 예술인들은 시대정신이 나래 치는 현실 속에 깊이 들어갈 것, 3) 문학예술창작에서 모방과 도식, 반복과 유사성을 철저히 없애고 끊임없이 새것을 탐구하고 대담하게 혁신할 것, 4) 문학예술부문에서는 창작단위들 사이, 창작가.예술인들 사이에 여러 가지 경쟁을 널리 조직, 5) 예술부문에서 과학화의 시범단위를 창조하고 그것을 널리 일반화하는 방법으로 예술부문의 정보화, 현대화 추진, 6) 자금 투자를 위한 국가적 관심 7) 문학예술부문 창작가, 예술인 후비 육성사업 강화, 8) 당 조직에서 창작가, 예술인들이 창작 창조사업에 전심 전력할 수 있도록 사업조건과 생활조건을 원만히 보장, 9) 작품창작에 대한 평가사업 개선 등을 제시했다.

현재 북한 문학예술계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투자 확대와 예술인의 생활보장, 대외교류의 확대 등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대책 자체는 올바르게 설정된 듯하다. 문제는 역시 국가적 투자가 실제로 이뤄지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다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시대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문학예술부문을 추켜세워 문학예술발전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문학예술계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셋째, 모란봉악단의 활동을 창작가, 예술인들이 따라 배워야 할 좋은 모범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당이 준 과업을 열백 밤을 패서라도 최상의 수준에서 완전무결하게 실천하고야마는 결사관철의 정신, 기성의 형식과 틀에서 벗어나 혁신적 안목에서 끊임없이 새것을 만들어내는 참신하고 진취적인 창조 열풍, 서로 돕고 이끌면서 실력전을 벌려나가는 집단주의적 경쟁열풍, 이것이 모란봉악단의 혁명적이며 전투적인 창조 기풍”이라며 “문학예술부문의 지도일군들과 창작가, 예술인들은 모란봉악단의 창조기풍을 따라 배워 예술창작 창조활동에서 혁신”을 일으킬 것을 주문했다.

< 로동신문> 5월 16일자 사설도 “오늘 우리 당은 문학예술 부문의 일꾼들과 창작가, 예술인들이 모란봉악단의 창조정신, 투쟁기풍을 적극 따라 배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문학예술 부문의 일꾼들과 창작가, 예술인들은 이번에 모란봉악단이 당의 의도를 높이 받들고 최단 기간 내에 최상의 수준에서 훌륭한 공연을 준비하여 평양과 량강도에서 열정적인 예술활동을 벌인 그 정신, 그 기풍을 적극 따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살됐다던 현송월 단장 첫 토론자로 나와

 

   
▲ 일부 단원의 처형설이 돌았던 모란봉악단은 지난 3월 새로운 모습으로 컴백공연을 가졌다. [자료사진 - 민족21]

 

모란봉악단의 활동에 대한 이 같은 찬사는 지난해 국내외 언론의 모란봉악단 단원들에 대한 보도가 대부분 오보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선 지난해 8월 총살당한 것으로 보도된 현송월 단장은 16일 전국예술인대회에서 토론자로 나와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해 10월 공연을 끝으로 모란봉악단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장성택사건이 터지자 이번에는 선우향희 악장, 가수 류진아 등이 숙청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모란봉악단은 5개월 만인 3월 16일 컴백공연을 가졌고, 이어 평양과 량강도를 돌며 공연을 가졌다. 5개월 동안 모란봉악단은 새로운 곡 창작과 연습에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에는 새로 개장한 마식령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며 휴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양 공연 때 선우향희 악장과 가수 류진아가 불참하자 그들의 숙청은 기정사실화 되는 듯했지만 이들도 4월 초 량강도 삼지연공연 때부터는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일부 단원들이 교체된 것이 확인됐다. 3월의 컴백공연 때 박미경․김설미․정수향․류진아․김유경․라유미 등이 가수로 나와 초창기 가수로 활동했던 박선향와 리명희가 빠진 것이다. 대신 지난해 7월부터 모란봉악단 공연 때 가수로 나오기 시작한 라유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라유미는 최근 류진아에 이어 두 번째로 공훈배우 칭호를 받았다. 류진아와 라유미는 성량이 풍부하고 음색이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은하수관현악단과 모란봉악단의 일부 단원들이 총살 또는 지방으로 추방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중국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북한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키우기 위해 국가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많은 투자를 한다. 특히 은하수관현악단의 지휘자나 가수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유학을 했고,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경력도 있다. 이런 인재들을 북한이 총살할 이유가 없다. 예술인들이기 때문에 사상적으로, 생활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교양을 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언론의 보도는 믿기 어렵다.”

 

대북보도에서 국내 언론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다만 은하수관현악단의 일부 간부와 단원은 생활상의 문제가 본보기로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교양’과 ‘자숙’ 기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7월 6일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을 관람한 후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의 구미에 맞는 민족고유의 훌륭한 것을 창조하는 것과 함께 다른 나라의 좋은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시대의 변화에 호응하는 ‘대중성’과 세계적 추세 수용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란봉악단을 본보기로 내세운 이번 예술인대회도 날로 변해 가는 주민들의 ‘사상 정서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고민이 깔려 있는 듯하다. 현실적으로 중국, 한국 등의 대중문화와 접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에서 대중, 특히 젊은 세대들과 공감할 수 있는 문학예술 작품 창작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한 셈이다.

5월 16일 <로동신문>이 “문학예술혁명의 포성을 힘차게 울리는 것은 제국주의자들의 반동적인 사상문화를 혁명적 사상공세로 단호히 짓부시고 사회주의 수호전에서 결정적 승리를 이룩하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고 강조한 대목도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모란봉악단을 통해 북한은 음악분야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학예술 분야에서 전국예술인대회에서 제시된 해법대로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까지는 지속적인 투자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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