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 [국민이 정권을 버린 이유] 3. 정치력을 상실한 “뇌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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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5-19 13:54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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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정권을 버린 이유] 3.
정치력을 상실한 “뇌사정권”
김성훈 상임연구원
그림 1 분향소 밖으로 버려진 대통령의 조화(자료 : 노컷뉴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박근혜 정권에게서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듯하다. 그 결론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대처과정에서 보여준 총체적 무능, 책임회피를 위한 교활함, 그리고 더 이상 국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린 정권에 대한 신뢰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19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도 국가의 전면적 쇄신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박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이번 참사의 최종 책임이 본인에 있음을 인정하고도,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일부 조직의 개편안만 덩그러니 제시하며 여전히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권이 무능하여 사고를 제 때 수습하지 못했다면 국민의 아픔을 헤아려 어루만져주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은 정권에 최소한의 인간적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법이다. 허나 박근혜 정권은 사고 대처 과정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들과 그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못했고,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무능하면 국민 마음이라도 헤아려야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보다 직접적 피해당사자인 실종자, 희생자, 구조자 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리기는커녕 그들의 마음에 패인 골만 더 깊게 만들 뿐이었다.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바로 박 대통령과 유가족의 연이은 충돌이었다.
박 대통령과 유가족의 관계는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이틀 째 현장을 찾은 그 순간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박 대통령에게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는 답답함, 책임 당국의 우왕좌왕하는 모습, 지연되는 구조작업 등에 울분을 토하며 박 대통령에게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당시는 300명이 넘는 학생이 바다 속에 실종된 상태로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이 지속되고 있었고, 유가족들은 이에 참다못해 구조 현장으로 직접 배를 타고 나가는 어이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박 대통령은 사고 현장에 단 두 명의 잠수부만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금 전에 구조 현장을 다녀왔는데,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가족들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오히려 침몰 5일째까지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박근혜 정권은 유가족들로부터 “정부는 살인마”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국민들도 유가족과 마찬가지로 “일부러 구조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박근혜 정권에 대해 비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 14일째를 맞은 4월 29일, 안산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 유가족을 만나 거센 항의를 받고도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한 사과한마디 하지 않았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이 유가족 면전을 피해 국무회의 자리를 빌어 시도한 “사과”는 오히려 유가족들에게 “실천과 실행도 없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라는 비난만 받을 뿐이었다. 국민들도 박 대통령이 이 날 보여준 행태에 대해 유가족과 함께 분노했음은 물론이다. 국민들 가운데서는 어정쩡한 사과를 보며 “대통령이 과연 슬픔을 느끼고는 있을까?”하는 의문을 제시하는 여론도 일었다. 박 대통령이 안산 합동분향소에 보낸 조화 유가족들의 요구로 분향소 밖에 버려진 것은 박근혜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았음을 의미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박 대통령은 5월 9일, 새벽 4시부터 청와대 앞 도로에서 면담을 요구하는 200여명의 유가족들을 경찰로 둘러싸고 적대시, 불온시한 것도 모자라, 이들을 길바닥에 내버려둔 채 “세월호 참사로 경제가 위태롭다”며 회의나 하고 있을 뿐이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만,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새벽부터 면담을 요구하던 유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리기 위해 ‘버선발’로 뛰어나와 얼굴을 마주대고 이야기 했다면 어땠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에 “철면피한 외면”이라는 비난은 다소간 자제되었을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범국민적 추모분위기가 이어지자 이에 국민의 입장에서 동참하고 보장하기는커녕 분향소 설치 장소를 ‘실내(청사)’로 제한하고 기초자치단체(시, 군, 구)에는 설치하지 말라는 지침뿐만 아니라 분향소 설치비용은 지자체의 예비비로 해결하라는 황당한 지침을 내려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가 4월 26일에야 하달한 이 지침에 따르면 전국의 분향소는 17개소로 제한되며, 이는 천안함 사고 때 설치된 정부합동분향소 340개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은 숫자다.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무능한 정권이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의 아픔도 헤아리지 못하다보니, 국민들은 정권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극도의 불신 자초한 정권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 붕괴는 박근혜 정권이 자초한 면이 크다. 무엇보다 재난대책본부가 발표하는 정부의 구조 대응 상황은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으로 얼룩져 있었다.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구조 현황을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발표된 대로 잠수부 500여 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 사고대책본부의 구조자 및 실종자, 사망자 현황 발표가 우왕좌왕 한 것은 차라리 둘째 문제였다.
실종자 가족들의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은 이들이 4월 18일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 잘 드러나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책임을 가지고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주는 관계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상황실도 없었습니다. …어제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인원은 200명도 안 됐고, 헬기는 단 2대. 배는 군함 2척. 경비정 2척. 특수부대 보트 6대. 민간 구조대원 8명이 구조작업을 했습니다. 재난본부에서는 인원 투입 555명. 헬기 121대. 배 169척으로 우리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가장 기초적인 재난 대책본부의 공식 브리핑마저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이후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특히 4월 29일, 박 대통령의 안산 합동분향소 조문 당시, 조문 장면을 “연출”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CBS 보도에 의해 제기된 박 대통령의 조문 연출 의혹은 정부 핵심관계자가 “미리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 측이 당일 합동분향소에서 눈에 띈 해당 노인에게 ‘부탁’을 한 것은 사실”이며 “해당 노인이 유족인지 아닌지, 확인은 안 했다”라고 밝히면서 진상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연루되어 유가족들의 면전에서 벌어진 이른바 “조문 연출”사건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마저 져버린 대통령의 행태로 국민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 세월호의 항적기록,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와 세월호의 교신기록, 사고 직후 선장이 묵었다는 해경 자택 주변의 CCTV기록, 해양수산부 대책회의록 중 ‘언딘’관련 기록 등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증거물들의 삭제 및 조작의혹들도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졌다.
폭락하는 국정 지지율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 붕괴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발표하는 국정 지지율은 대체로 4월 말, 5월 초를 지나면서 절반에 못 미치는 40%대를 기록, 취임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일례로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이 4월 30일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전화면접 방식,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응답률은 22.9%)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48.8%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관에 의한 3월 말 조사결과보다 13.0%포인트나 폭락한 수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도 세월호 참사 초기 박 대통령이 진도 사고현장을 방문한 당일 71%(응답율 5.9%)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단 엿새 후 17%포인트 가량 폭락, 54%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물론 40%대로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조차 부풀려진 것으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각종 언론매체는 <리얼미터>가 4월 셋째주에 발표한 71%에 육박하는 대통령 지지율이 왜곡 가능성을 지적하는 기사, 칼럼 등을 싣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저조한 응답률과 연령대별 응답자 수에서 나타나는 큰 편차 등에서 민심을 왜곡시켰을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실제 2511명 응답한 이 조사에서 20대 이하는 171명, 30대는 173명, 40대는 344명만 응답한 반면, 50대는 759명, 60대 이상은 무려 1064명이 여론조사에 응했다.
연령대별 응답자 수를 실제 국민의 연령대별 분포에 맞게 가중치를 적용해 수정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있다. 응답자가 적을수록 오차범위가 커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여론조사 결과의 왜곡 가능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면접원 또는 기계음에 대고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면서 “여론조사 응답자와 관련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집에서 받는 사람은 집전화이든 휴대전화이든 고령이며 보수적인 경향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집 밖에서 전화를 받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저연령이며 진보적인 경향이다. 더구나 집 밖에 있는 사람은 전화를 잘 받지 않거나 받아도 바로 끊어버리기 십상”이라고 설명했다.
저조한 응답률, 여론조사 결과의 왜곡 가능성 등을 감안한 국정 지지율의 폭락 현상은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박근혜 정권에 대한 일부 국민의 최소한의 신뢰마저도 모래성처럼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가능해진 국정 정상화
대통령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존재한다. 그 첫 출발 지점은 바로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과 공감과정이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국민의 지향과 요구를 확인한다. 그래야만 대통령은 국민과 진정한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국민과 대통령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참사와 같이 재난을 당한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고 함께 아파하는 것은 대통령이 참사를 수습하고 개선지점을 제시해 나감에 있어서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정권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붕괴되는 현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적 통치 성향을 보았을 때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신뢰 붕괴의 단초를 제공한 박 대통령과 유가족들 사이의 소통과 공감 결여 문제는 2012년 대선 이전부터 지도자로서 하나의 결격사유가 되어 꼬리표처럼 박 대통령을 따라다닌 문제였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에서 총체적 관권선거를 통해 당선된 것도 모자라 국정원 간첩조작사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등 각종 공안사건을 조작하며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국민의 신뢰마저 붕괴되면서 사실상 그 정치적 생명이 끝난 것과 다름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민심을 수습하는 면을 본다면, 이 정권은 한 마디로 “뇌사상태”, “빈사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 붕괴는 이른바 “임기말 레임덕 현상”이 아니다. 이제 겨우 집권 1년을 지나 3년 반의 임기를 남겨둔 시기에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것은 향후 박근혜 정권이 정부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불가능함을 뜻한다.
도처에서 “박근혜 사퇴”요구가 분출하는 것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박근혜 정권의 진면목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출처: 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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