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 [기고] 운명을 함께하고 서로 지켜준다 ― 달라진 중국의 조선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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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9-09 20:09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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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함께하고 서로 지켜준다 ― 달라진 중국의 조선 인식
윤현일 (자유기고가)
1. 국가창건 78돌, 이어진 축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창건 78돌을 맞았다. 하루 전인 8일 평양에서는 대형 공화국기를 앞세운 시가행진이 만수대에서 김일성광장까지 이어졌다. 청년학생들의 경축야회와 축포도 국가창건일 전야를 장식했다.
9일에는 평양의사당에서 김정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기게양식과 중앙선서모임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공화국의 자주권과 인민의 리익을 옹호하고 사회주의제도와 헌법을 수호하며 조국에 충성할 것을 국기 앞에서 선서했다.
김정은위원장은 축하연설에서 전국의 근로자와 인민군장병, 해외동포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해외군사작전에 참가한 군 지휘관과 병사들에게도 특별한 감사와 경의를 표했다. 나라의 발전을 떠받드는 힘은 인민의 애국심과 노력에 있다며 더 강대하고 번영하는 조선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날 밤 평양의사당 앞에서는 국가창건 78돌 경축공연과 축포가 이어졌다.
이러한 국경절을 맞아 세계 여러 나라 국가수반과 지도자들의 축전도 잇따랐다. 중국의 시진핑주석과 로씨야(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을 비롯해 벨라루씨(벨라루스), 라오스, 윁남(베트남), 캄보쟈(캄보디아), 바레인, 짐바브웨, 싱가포르, 스위스, 몽골 등 여러 나라에서 김정은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거나 꽃바구니를 전달했다.
국가창건일에 외국 지도자들의 축전이 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 중국과 로씨야 지도자의 축전에는 달라진 조선의 국제적 위치를 보여주는 대목이 담겨 있다. 특히 시진핑주석의 축전에서 중대한 의미가 담긴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2. 축전에 담긴 시진핑주석의 진심
시진핑주석은 9월 9일 김정은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 조선의 사회주의건설 성과를 평가하고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가 제시한 목표와 임무의 실현을 기대했다. 조중관계를 계속 수호하고 공고히 발전시키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문장은 “중조 두 나라는 서로 지켜주고 도와주며 운명을 함께 하는 친선적인 사회주의린방입니다”라는 대목이다. 사회주의린방은 사회주의 이웃국가를 뜻한다.
중국이 조선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시진핑주석 집권 이전까지 오랫동안 이어진 순망치한의 관계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조선은 중국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웃이었다. 중국이 조선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대국과 소국의 비대칭적 인식도 강했다.
두 번째 변화는 시진핑주석이 국가주석에 취임한 2013년 이후 나타났다. 전통적 친선에 더해 신뢰와 상호지지, 전략적 소통과 협조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조선을 중국의 안보를 위한 완충지대로만 보지 않고 독자적인 전략적 협력상대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그러나 중국도 조선의 힘을 필요로 한다는 뜻까지 앞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세 번째 변화는 2025년 9월 4일 나타났다. 시진핑주석은 김정은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조중 두 나라를 “운명을 함께하고 서로 지켜주는 좋은 이웃, 좋은 벗, 좋은 동지”라고 규정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중국혁명과 항일투쟁, 코리아전쟁에서 두 나라가 서로 돕고 함께 싸웠던 역사를 말하며 비슷한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를 회고한 것이 아니었다. 현재의 조중관계와 앞으로의 방향을 두고 “서로 지켜준다”고 했다.
이 표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2026년 2월 23일,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에서 김정은위원장이 총비서로 다시 추대되자 시진핑주석은 축전을 보내 조중 두 나라를 “서로 지켜주는 사회주의 친선 이웃국가”라고 규정했다.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운명을 함께하고 서로 지켜주는 것이 조중관계의 특징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이번 9월 9일 국가창건 78돌 축전에서도 “서로 지켜주고 도와주며 운명을 함께 한다”고 거듭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로’다. 중국은 그동안 조선을 지켜주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서로 지켜준다고 했다. 대국과 소국의 관계에서 벗어나 중국과 조선은 각자의 힘을 가진 두 강국으로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전략적 안전을 함께 지키는 협조자이자 동반자로 움직이고 있다.
3. 2025년, 중국을 겨눈 미국의 군사전략
그렇다면 왜 하필 2025년 9월 중국은 처음으로 현재와 미래의 조중관계를 두고 ‘서로 지켜준다’고 표현했을까. 2025년 미국은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했다. 트럼프대통령 취임 이후 미 국방부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핵심 군사목표로 내세웠고, 5월에는 이를 국가방위전략 수립의 우선과제로 공식화했다. 헤그세스국방장관도 인도태평양을 미국의 ‘우선 전구’라고 선언했다.
전략은 군사배치로 이어졌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항모와 폭격기를 동원한 훈련과 미일한 군사협력이 확대됐다. 필리핀에는 타이폰 중거리미사일과 대함미사일전력이 전개됐고, 대만에서도 미국제 하이마스를 비롯한 새로운 전력이 대규모 훈련에 투입됐다. 한국과 일본, 대만, 필리핀을 잇는 연계군사망이 빠르게 강화됐다.
한국의 변화는 중국에 더욱 민감한 문제였다. 2025년 5월 브런슨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이 제1도련선 안에 있으며 베이징과 가까운 미국의 군사거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에 배치된 미군과 무기, 병참망의 역할은 코리아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로 넓어지고 있었다.
항모와 폭격기, 미사일, 정찰과 병참망이 중국 주변에서 하나로 연결되고 있었다. 중국이 느끼는 군사적 압박도 커졌다. 자주국방만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주변 국가들과의 전략적 관계도 다시 세워야 했다.
4. 조선을 다시 보게 된 중국의 판단근거
중국의 조선 인식 변화는 한국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을 자신의 인도태평양 군사전략에 더욱 깊이 편입시키며 빠르게 대중국전의 병참기지이자 전쟁돌격기지로 만들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코리아반도에 묶여 있던 전력을 중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의 다른 전장에도 투입할 수 있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중국 바로 앞에 있는 한국의 군사적 성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때 중국이 바라본 조선도 과거의 조선이 아니었다. 조선은 이미 핵무력강국으로 올라섰고 미국과 그 동맹국의 군사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었다. 미국의 연계군사망을 중국의 동쪽에서 직접 마주하는 강력한 군사국가가 된 것이다.
조러관계는 조선의 또 다른 힘을 보여줬다. 조선은 로씨야에 실제 병력과 무기를 보낼 수 있는 전력과 결단력을 보여줬고, 조선군은 쿠르스크지역 전투의 승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핵무력을 가진 데서 그치지 않고 필요하면 동맹을 위해 실제 행동하는 국가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거세지고, 바로 옆 한국은 전쟁돌격기지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핵무력과 실전능력을 갖추고 동맹을 위해 행동하는 조선이 있었다. 중국이 조선을 단순한 완충지대나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의 전략적 안전을 지켜줄 동반자로 다시 보기 시작한 배경이다.
5. 결론. 조선, 달라진 국제위상
푸틴대통령은 조선과 함께 “보다 정의롭고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가겠다고 했고, 메드베데프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서방집단》의 신식민주의로선에 대응하여 정의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단결된 힘으로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씨야는 이제 조선을 단순한 우방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함께 만들어갈 공동행동의 동반자로 보고 있다. 반면 시진핑주석은 조중 두 나라가 “운명을 함께하고 서로 지켜주는 관계”를 굳건히 세우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도 조중관계를 조러관계에 버금가는 전략적 동반관계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의 태도에서도 조선의 달라진 위치가 드러난다. 미국은 비핵화와 압박의 기본틀을 그대로 둔 채 대화를 말하고 있지만, 조선은 이를 시간을 벌고 대화를 원하는 쪽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포장으로 보고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일부 훈련을 조정하고 조선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행동도 줄이려 한다. 조선의 핵무력과 대응능력을 미국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국제적 위상은 주변 국가들이 그 나라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로씨야는 조선과 함께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자고 하고, 중국은 조선과 서로 지켜주자고 하며, 미국은 조선을 함부로 다루지 못한다. 한때 중국에게 순망치한의 틀 속에서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되던 조선은 이제 주변 대국들의 전략을 움직이는 독자적인 힘을 가진 국가로 올라섰다. “운명을 함께하고 서로 지켜준다”는 이번 축전의 한 문장에는 달라진 조중관계와 그 관계를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시진핑주석의 진심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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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2025년 9월 4일 베이징 조중 정상회담)
[출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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