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 [기고] 한국을 전쟁도구로 만드는가 ― 다영역대대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의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9-07 18:16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한국을 전쟁도구로 만드는가 ― 다영역대대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의도
윤현일 (자유기고가)
미 육군의 다영역전력이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유럽에 있던 제2다영역특임단의 핵심 부대인 다영역효과대대 전력을 한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해부터 한국에 다영역효과대대가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한국 국방부는 미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사안이 아니라며 평가를 피하고 있다.
다영역효과대대는 단순한 증원부대가 아니다. 우주·사이버·전자전·정보·감시 능력을 묶어 상대의 지휘체계와 미사일·방공망을 찾아내고 장거리 정밀타격에 필요한 표적정보를 제공한다. 이 부대가 상시 배치되면 주한미군의 임무는 코리아반도 방어를 넘어선다.
1. 중국의 방어망을 뚫기 위해 만든 부대
다영역특임단의 창설 목적은 미 육군이 직접 밝혔다. 2017년 당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해리 해리스는 미 육군에 적 함정을 침몰시키고 위성을 무력화하며 지휘통제를 차단할 능력을 요구했다. 미 육군은 중국의 접근거부·지역거부 체계에 대응하는 실험부대를 만들었고 이것이 오늘의 다영역특임단으로 발전했다.
현재 인도태평양사령관 새뮤얼 파파로도 상대의 지휘·통제·통신·정보·감시·정찰·표적체계에 대응하는 것을 이 부대의 임무로 설명한다. 우주·사이버·전자전을 묶어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미군 화력을 집중시키는 역할이다. 제1도련선과 주요 해상 요충지도 주요 활동지역으로 거론된다.
다영역효과대대는 직접 장거리미사일을 쏘지 않는다. 상대의 위치를 찾고 지휘통신망을 교란해 공격할 표적을 만들고, 그 정보를 미 육·해·공군의 미사일과 항공전력에 넘긴다.
미국은 한국 배치의 이유로 조선의 핵·미사일 위협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부대가 한국에 온다고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이미 사드와 미 공군, 우주·전자전·정보·감시전력과 대규모 주한미군이 있다. 사드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편입 문제였다면 다영역특임단은 미국의 공격작전망 편입 문제다.
2. 프리덤실드에서 이미 훈련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2025년 8월 한국에 다영역효과대대가 있으면 주변 전장환경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5월에도 한국에 다영역특임단 전력을 두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하와이의 제3다영역특임단은 프리덤실드 26에 참가했다. 한국군·미군과 정보·우주·사이버 능력을 연결하고 장거리 정밀타격까지 모의했다. 배치 필요성 제기 → 한국에서 훈련 → 작전 연동 → 상시배치 검토가 이어졌다.
왜 한국 정부와 군은 훈련 단계에서 이 부대의 임무를 따지지 않았는가.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부대라면 작전범위와 제3국을 겨냥한 작전 가능성부터 확인했어야 했다. 한국의 안전과 관계없는 역외작전이라면 훈련부터 거부할 수 있어야 했다.
한국군도 다영역작전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미일한 프리덤 에지도 여러 전투영역을 하나로 묶는 훈련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전쟁체계와 깊게 결합하는 것을 군 현대화라고만 부를 수 있는가. 한국군은 누구의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가.
3. 왜 한국인가
미 육군은 제1다영역특임단을 미국 워싱턴주에, 제3다영역특임단을 하와이에 두고 인도태평양을 담당하게 했다. 유럽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제2다영역특임단을 운용해왔다. 이제 그 전력 일부를 한국으로 옮기려 한다.
한국은 중국 동부와 가깝고 러시아 극동에도 가깝다. 평택 등에는 큰 미군기지와 통신·정보·군수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다. 미국은 평택기지와 기존 주한미군 시설을 활용해 다영역전력을 배치하려 한다. 일본에도 미군기지가 많지만 중국 대륙과 러시아 극동을 가까이에서 감시하고 표적정보를 얻기에는 한국이 유리하다. 그래서 미국이 다영역대대를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 두려는 것이다.
조선은 미일한 군사훈련을 근거로 미국의 대조선 적대정책이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다영역대대가 상시 배치되면 그 주장에 근거가 하나 더 늘어난다. 한국이 대화와 긴장완화를 말하면서 이런 전력을 받아들이면 조한관계 개선이라는 말도 힘을 잃는다.
중국에는 더 직접적인 문제다. 다영역특임단은 중국의 접근거부·지역거부 체계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국은 한국 배치를 대만해협 유사시에 대비한 미국의 군사준비와 연결할 수 있다.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을 계기로 모색한 관계개선과도 맞지 않는다. 사드 배치가 한중관계에 남긴 후과를 기억해야 한다.
한국은 이 부대가 불러올 위험을 떠안지만 지휘권은 갖지 못한다. 미국은 일본의 미군 지휘기능까지 강화하고 있다.
4. 지휘는 일본, 한국은 무엇을 결정하는가
현재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상하관계가 아니다. 미국은 주일미군을 실제 합동작전을 수행하는 지휘부로 바꾸고 있고, 일본도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를 만들었다.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하나의 4성급 지휘체계로 묶거나 주일미군사령관의 위상을 높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방향이 현실화되면 일본에는 지휘기능이 모이고 한국에는 감시·정보·표적획득 전력이 놓인다. 미일한의 지휘·정보·훈련·표적·화력까지 연결되면 별도의 군사동맹조약이 없어도 하나의 전쟁체계가 된다. 일본을 중심으로 한 ‘일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겪었고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도 끝나지 않았다. 일본에 있는 미군 지휘부가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와 긴밀히 움직이며 한국의 미군전력을 작전통제하고, 한국군의 정보·훈련·작전까지 그 체계에 묶인다면 한국은 군사적 결정권을 잃고 남이 정한 전쟁에 따라 움직이는 군대가 된다. 일제침략에 맞서 주권을 되찾아온 코리아반도 애국민중의 역사를 무시하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되찾겠다며 자주국방을 말한다. 그렇다면 한국 땅의 미군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작전할 때 한국이 참여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하자는 군사작전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한국군 장성이 지휘권을 갖는다고 군사주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5. 왜 한국은 스스로 받아들이는가
정부 안에서부터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국방부는 미국 정부가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단을 피하고 있고, 프리덤실드에서 다영역특임단과 훈련할 때도 공개적인 문제제기는 없었다. 한국군은 국익이 아니라 다영역작전을 군 현대화와 미한동맹 강화의 일부로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
통일부도 조선과의 평화공존과 긴장완화를 말하면서 이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 조선의 지휘·미사일체계를 탐지해 공격화력에 넘기는 부대가 한국에서 훈련하고 상시배치된다면 조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게 장소만 제공했다고 변명할 것인가.
다영역대대만의 일도 아니다. 미국의 이란전쟁이 확대되자 호르무즈 지원 요구가 제기됐고, 우크라이나에는 한국산 천궁-II까지 거론됐다. 미국이 사용처를 요구하고 한국 정부와 군은 이를 ‘동맹 강화’와 ‘국익’으로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생산은 한국이 하고 사용처는 미국이 정하는 ‘주권 없는 방산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맹목적 수용은 어디에서 왔나. 미국의 군사정책과 미한동맹을 근본적으로 비판하면 안보를 해치는 것으로 몰아가는 정치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국가보안법은 이런 비판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쓰였고, 미국의 요구를 곧 한국의 국익이라고 받아들이는 친미·숭미·공미의 사대주의도 정치·관료·군 안에 뿌리내렸다. 미국의 강요와 더불어 그 강요에 길들어진 자발적 동조가 한국을 병들게 한다.
저항도 계속돼왔다. 미국의 군사전략과 미한연합훈련, 미한동맹의 종속적 구조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사드 반대 투쟁은 그 가운데 하나다. 사드가 배치된 뒤에도 10년 가까이 반대 투쟁이 계속된다는 것은 미국의 군사적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한국 사회에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 저항이 이제 다영역대대 반대로 이어져야 한다.
6. 결론 : 한국의 안전이 먼저다
사드는 미사일방어체계였지만 다영역대대는 미국의 공격작전망과 직접 연결된다. 한국은 다영역대대 배치를 거부하고 한국의 안전과 관계없는 역외작전에는 훈련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전작권을 가진 국가라면 미국에 동의할 권리만이 아니라 거부할 권리도 행사해야 한다.
다영역특임단처럼 주변국과의 갈등과 전쟁 연루 위험을 키우는 외국군 전력은 주민의 사전동의와 국회의 별도 동의를 거쳐야 한다. 부대의 임무·규모·지휘관계·작전범위도 공개해야 한다. 국민이 위험을 떠안는데 미군과 정부만 알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다영역대대 배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아니라 한국의 안전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한국의 안전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보다 앞서야 한다.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자주성과 독립성, 이를 실제로 행사할 제도와 사회적 힘이 필요하다. 한국의 땅과 군대를 어느 전쟁에 사용할지는 한국이 결정해야 한다.
[출처 페이스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