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 [기고] 트럼프의 조미대화 카드, 화제전환과 실제 협상은 다르다 - 김여정·트럼프·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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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8-22 20:08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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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조미대화 카드, 화제전환과 실제 협상은 다르다 - 김여정·트럼프·왕의·이재명·조현·위성락, 누가 무엇을 결정했는가
윤현일 (자유기고가)
8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연합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한 뒤 불과 며칠 사이 코리아반도를 둘러싼 굵직한 현안들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왔다. 김정은위원장과 트럼프의 관계, 조미정상회담, 미한연합훈련 축소, 조선의 핵보유 문제, 이재명 대통령의 페이스메이커 구상, 왕의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까지 하나하나만 떼어놓아도 상당한 뉴스가 될 사안들이다.
각각의 발언이 사실인지, 정상회담이 실제 열리는지, 조선의 핵무기가 57개인지 100개가 넘는지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보아야 할 것이 있다. 트럼프가 왜 바로 지금 조미대화라는 카드를 꺼냈는가이다. 이란전쟁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한 채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코리아반도에 새로운 거대한 의제를 만들어냈다.
결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의 관심은 이란전쟁의 장기화와 미국의 곤경에서 김정은위원장과 트럼프가 언제 만날 것인지, 조선의 핵무기가 몇 개인지, 미한연합훈련이 어디까지 줄어들 것인지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번 조미대화 카드의 단기적인 성패는 정상회담이 실제 열리는가보다 이란전쟁에 집중된 관심을 얼마나 다른 곳으로 돌렸는가에서 먼저 판단할 수 있다. 화제전환과 실제 조미협상은 전혀 다른 문제다.
1. 미한연합훈련 축소, 왜 지금이었나
트럼프는 8월 16일 김정은위원장과 자신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미 국방부에 미한연합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을지 프리덤 쉴드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이었다. 이후 실제 훈련 일정은 크게 단축됐고 일부 야외기동훈련도 축소되거나 다른 형태로 전환됐다.
트럼프가 미한연합훈련을 부정적으로 본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1기 정부에서도 비용과 필요성을 문제 삼았고 2018년 싱가포르 조미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훈련을 중단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훈련축소를 알린 같은 글에서 한국이 이란 관련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이 달랐다.
미국은 장기화된 이란전쟁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한 채 군사력과 정치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서태평양의 군사전력까지 중동으로 이동시키면서 코리아반도에서는 부담을 낮추고 한국에는 호르무즈에서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쟁의 성과 부재가 계속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도 트럼프에게 부담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미한연합훈련이었을까. 조선은 이를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군사행동 가운데 하나로 규정해왔다. 훈련이 실제 진행되는 시점에 이를 크게 줄이는 것은 김정은위원장의 관심을 끌면서 조미관계 변화 가능성을 단숨에 부각하기에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조선에게 훈련축소는 새로운 경험이 아니다. 2018년에도 대규모 훈련이 한동안 중단됐다가 다시 부활했다. 이번에는 미국의 전략적 필요와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계산이 미한연합훈련 축소와 조미대화라는 하나의 행동에서 만났지만, 조선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그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했다.
2. 김여정이 제시한 기준, 훈련축소가 아니라 적대정책의 변화
19일 김여정 부장의 《주요국제문제들에 대한 립장》은 이 점을 분명하게 했다. 올해 실시된 여러 미한군사훈련을 열거하면서 훈련의 기간과 규모가 줄어든다고 군사적 적대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이 이를 ‘선의의 조치’로 계산해 조선의 대응을 기대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미국은 미한연합훈련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장기간 중단하는 것을 상당한 양보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이 말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에는 제재와 군사적 압박, 전략자산 전개, 확장억제와 미일한 군사체제, 비핵화정책까지 포함된다. 미한연합훈련의 사실상 영구중단도 그 가운데 한 부분의 변화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트럼프 개인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김정은위원장이 트럼프에 대해 좋은 추억과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두 지도자들의 관계는 의연 훌륭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국가정책과 김정은위원장·트럼프의 개인관계를 구분한 것이다.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은 변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와의 직접대화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어떤 계산으로 훈련을 줄였든 조선이 판단할 것은 미국의 대조선정책이 실제로 달라지는가였다.
3. ‘57개 핵무기’와 이재명의 페이스메이커
김여정 부장의 19일 입장이 나온 뒤 트럼프는 김정은위원장과의 관계를 다시 강조했다. 자신이 김정은위원장과 잘 지낸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고 올해 안에 만날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렇다.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정은위원장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57개가 맞느냐, 80개냐, 100개가 넘느냐를 놓고 여러 추정이 쏟아졌다. 정확한 숫자는 조선이 공개하지 않는 한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정치적으로 더 중요한 사실은 조선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누가 어떤 숫자를 제시한다고 해서 그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조선은 핵보유국이다”라고 선언하면 기존 비핵화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반면 57개의 강력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공식적인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도 핵보유 현실을 전달하는 효과가 생긴다. 트럼프가 처음부터 이런 효과까지 계산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언론의 관심은 조선의 핵무기 숫자와 정상회담 가능성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같은 시기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의 훈련축소를 코리아반도의 평화를 만들기 위한 “고심이 담긴 큰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경의”를 표했다. 트럼프가 피스메이커가 되고 자신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도 다시 꺼냈다. 그러면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3.5%까지 늘리고, 호르무즈해협에서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했다.
바로 다음 날 김여정 부장은 《그리도 즐겨하던 전쟁놀이를 못하게 된 서울의 가긍한 처지》라는 별도의 담화를 발표했다. 미국 통수권자의 “일방적인 지령”으로 훈련이 축소됐다며 한국의 군사적 자율성을 문제 삼았고, 이를 관계변화의 계기로 설명하는 이재명 정부도 직접 비판했다.
조선은 트럼프와의 직접대화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이재명 정부가 다시 중재자나 촉진자로 참여하려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자신의 조한의제를 제시하기보다 조미관계의 진전을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4. 왕의의 방한, 대결보다 관계회복을 택한 중국
이 시기에 왕의 중국 외교부장도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자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까지 겸하는 중국 외교의 최고위급 책임자다. 트럼프의 미한연합훈련 축소와 조미대화 발언이 없었다면 그의 방한은 상당한 정치적·외교적 관심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크다.
왕의 부장이 강조한 것은 미일한 군사체제에 대한 반대만이 아니었다. 중국 매체들도 한중관계의 회복과 경제·무역, 실질적 교류 확대를 비중 있게 다뤘다.
왕의 부장이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따로 만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회담 모두 한중관계 개선과 코리아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다뤘지만 무게중심은 달랐다. 조현 장관과는 경제·무역, 공급망, 인적·문화교류 등 양국관계의 실질적 복원을 주로 논의했고, 위성락 실장과의 전략대화에서는 비핵화와 미국의 대조선정책,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과 동북아 안보질서가 보다 직접적으로 다뤄졌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미일한 군사체제에 깊이 편입되는 것을 막고, 조러관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코리아반도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과의 관계 회복은 이를 위한 중요한 외교적 수단이 된다.
왕의 부장이 한국은 자주독립국가이며 자신의 국가이익에 따라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 있다. 중국을 선택하고 미국을 버리라는 요구와는 다르지만, 한국이 미일한 군사체제에 완전히 편입되는 것을 막으려는 중국의 이해관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한국은 자신의 외교와 안보를 자신의 국가이익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말은 중국 외교부장이 아니라 한국 대통령과 외교장관이 먼저 해야 할 말이라는 역설은 남는다.
트럼프가 왕의의 방한을 의도적으로 덮기 위해 조미대화 카드를 꺼냈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왕의의 방한은 조미대화 뉴스에 상당 부분 가려졌다. 한중관계의 현실과 미래, 경제협력과 동북아 안정에 관한 논의가 확대될 수 있었지만 관심은 김정은위원장과 트럼프의 만남으로 이동했다.
중국은 왕의 부장을 통해 경제에서는 관계회복을, 안보에서는 전략적 자율성을 제시하며 한국과의 관계를 다시 넓히려 했다.
5. 급하게 만든 새 의제, 한국의 조한정책은 어디에 있나
며칠 동안 나온 발언들을 연결하면 여러 모순이 드러난다. 미국은 비핵화를 공식정책으로 내세우면서 트럼프는 조선의 핵무기 보유를 이미 존재하는 현실처럼 이야기한다. 이재명 정부는 훈련축소를 평화의 결단이라고 평가하면서 국방비를 늘리고, 미국이 이란전쟁에서 역할을 요구하면 다시 실질적 기여를 논의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자신의 조한관계 의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이 훈련을 줄이면 이를 평화의 계기라고 평가하고, 조미대화가 시작되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이 조선과의 군사적 긴장을 어떻게 줄이고 어떤 관계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독자적인 정책은 전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조한관계의 의제를 만들고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할 통일부도 이번 논의의 중심에서 빠져 있다. 통일부는 조선과의 관계와 교류, 코리아반도의 평화정착을 담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처다. 그런데 대조선정책의 중요한 결정이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 라인의 미한관계 관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통일부의 역할은 좁아졌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의 조선정책은 독자적인 조한정책이 아니라 미국의 대조선전략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김여정 부장의 이번 담화가 공격한 지점도 이런 구조의 한계와 맞닿아 있다.
이 모순들은 새로운 의제가 기존 정책과 정리되지 않은 채 급하게 등장하면서 생긴 충돌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조미대화를 빠르게 부각했고 이재명 정부는 여기에 자신의 평화구상을 연결했다. 이번 며칠 동안 드러난 것은 정책의 충돌만이 아니었다. 조한관계의 의제를 누가 만들고 있는가라는 문제도 드러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통일부가 아니라 국가안보실이 있었다.
6. 화제전환과 실제 조미협상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트럼프의 단기적인 화제전환은 이미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미한연합훈련 축소, 김여정 부장의 입장, 연내 조미정상회담, 57개 핵무기, 이재명 대통령의 페이스메이커, 김여정 부장의 한국 비판까지 새로운 논쟁이 이어졌다. 왕의 부장의 방한도 상대적으로 가려졌다.
국내외의 관심이 이란전쟁에서 코리아반도로 이동했다면 트럼프의 정치적 목적은 상당 부분 이미 달성된 것이다.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화제전환이라는 목적에서는 실패라고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실제 조미정상회담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트럼프가 “올해 안에 만날 것”이라고 말한다고 조선이 이에 응할 이유는 없다. 하노이회담 결렬을 경험한 조선이 미국의 기존 정책은 그대로인데 정상 간 만남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도 크지 않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꺼낸 카드의 무게와 조선이 요구하는 변화의 기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에게 훈련축소는 중요한 정치적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의 기준은 실제 대조선정책의 성격이 달라졌느냐이다.
트럼프가 실제 정상회담을 원한다면 결국 미국이 먼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트럼프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정책변화이고, 김정은위원장이 판단할 것은 그 변화가 조선이 요구하는 기준에 도달했느냐이다.
7. 한국은 자신의 조한정책을 가져야 한다
조미 직접대화가 이루어지고 코리아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낮아진다면 한국에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조선정책을 따라가다가 트럼프가 방향을 바꾸면 다시 그 결정을 환영하고, 조미대화가 시작되면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는 것으로는 독자적인 역할을 만들기 어렵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국가안보실이 전체 외교안보정책을 조정하더라도 조한관계의 의제까지 미한관계의 하위문제로 다뤄서는 안 된다. 조선과의 긴장을 어떻게 낮출 것인지, 기존 합의 가운데 무엇을 먼저 실행할 것인지, 교류와 협력을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지는 통일부가 중심이 되어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국 외교부장은 서울에서 한국이 자주독립국가답게 자신의 국가이익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여정 부장은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군사정책이 달라지는 한국의 처지를 공격했다. 두 사람의 목적은 다르지만 한국의 자주성이 동시에 문제로 제기됐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트럼프의 조미대화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조선과의 긴장을 줄이고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스스로 결정하고 무엇을 먼저 실행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페이스메이커는 주체가 아니다. 한국이 먼저 답해야 할 것은 누구의 페이스메이커인가가 아니라, 자주독립국가로서 자신의 조한정책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이다.
[출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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