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 [민플러스] 한미 조선협력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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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7-13 16:28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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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조선협력의 함정
이경렬 전 대사

한미 조선협력센터가 오는 7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문을 연다. 한미 정부와 국내 조선 3사가 참여해서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정책 동향 공유, 기업 간 사업 연결,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 향상과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한다고 한다. 지난해 관세협상에서 등장한 ‘마스가’(MASGA) 사업이 이제 집행 단계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한미 조선협력센터가 맡게 될 사업은 곧 마스가라고 이해하면 틀린다. 마스가는 기본적으로 1,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대출·보증·선박금융을 동원해 미국 조선소와 공급망을 재건하는 경제협력 사업이다. 한미 조선협력은 그보다 넓다. 일본 요코스카에 사령부를 둔 미 제7함대의 작전을 지원하는 해상수송사령부 군수지원함의 유지·보수·정비(MRO),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미국 군함 10척의 신속 건조까지 포괄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 조선협력은 ‘마스가 플러스알파’인 것이다. 문제는 알파가 단순한 조선업 협력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G7 만찬에서 옆에 앉은 트럼프는 이 대통령에게 군함 10척을 빨리 건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당연히 가능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누가 돈을 대는지, 어디에서 건조하는지, 어떤 종류의 함정인지는 미정이다. 미국이 자기 예산으로 발주하고 한국 기업이 대금을 받는 정상적인 수주라면 간단하다. 그러나 한국이 마스가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조선소의 증설비와 인력훈련비를 선투자하고, 정책금융으로 사업위험까지 보증하는데도 미국이 최소 발주량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국은 미국 해군력 증강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와 사업 실패의 위험을 떠안게 된다. 분명히 짚어야 할 일이다.
한편 현행 미국법은 한국 내에서 미국의 군함을 건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미 연방법전 제10편 제8679조는 미군용 선박과 선체·상부구조의 주요 부분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외국 조선소에서 군함을 건조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예외다. 그러한 예외를 발동하거나 의회가 법을 고치지 않는 한 미국 군함은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 아울러 법전 제8680조는 미국 본토, 괌, 북마리아나제도를 모항으로 하는 해군 함정의 해외 MRO도 제한한다.
미국은 이 법적 장벽에 대응해 사업을 두 갈래로 나누고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현대화해 미국 땅에서 군함을 건조하게 하는 한편, 한국에서는 일본 등 해외를 모항으로 하는 함정과 서태평양에 배치된 군수지원함의 MRO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제8680조의 해외정비 금지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해외 모항 함정은 한국 조선소를 이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이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 해상수송사령부 군수지원함의 정비를 반복적으로 수주하고 있다. 그리하여 한국 조선소는 서태평양 미 해군의 후방 정비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한미 조선협력의 함정이 있다. MRO는 배를 고쳐 주고 돈을 받는 사업으로 보이지만, 군사적으로는 함정이 작전 해역을 떠나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정비와 보급을 받은 뒤 다시 투입되도록 하는 체계다. 미 해군이 한국 조선소를 이용할수록 미국 함대는 일본이나 미국 본토로 돌아가지 않고 한반도와 중국 주변 해역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공식 모항을 한국으로 옮기지 않아도 한국은 함대의 작전 지속성을 보장하는 사실상의 전진기지가 된다.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해군과 조선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세 가지 자유다. 주한미군 병력의 자유로운 출입, 장비와 무기체계의 자유로운 반입과 반출, 그리고 한국의 시설을 작전에 이용하는 자유다. MRO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자유가 결합된 형태다. 미국 군함이 한국 항만에 들어와 도크와 기술자를 이용해 정비한 뒤 대중국 작전에 복귀하고, 여기에 미군 전용 보안구역과 통신시설, 연료·탄약 저장시설까지 붙이면 정비소와 군사기지의 경계는 사라진다. 간판만 달지 않았을 뿐 기지의 기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한국 항만과 조선소를 드나드는 미 해군 함정은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병력과 장비의 이동을 엄호하고 해상교통로를 통제하며 미국의 대중국 작전을 지원하는 전력으로 전환된다. 미국은 MRO를 빙자해 한국에서 서태평양 작전을 전개할 수도 있다. 결국 한국은 미국 함정의 발진기지이자 병참기지, 손상된 전력을 복구해 다시 전장으로 보내는 후방지원기지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는 데 필요한 함대를 한국의 산업능력으로 유지하고, 한국은 그 대가로 수리비와 투자수익을 얻는 구조다. 피격의 큰 위험을 떠안으면서 말이다.
해상과 공중의 통합도 진행되고 있다. 2024년 1월 한미일 해군은 제주 남방 공해에서 미국 항공모함과 이지스 구축함, 한국과 일본의 구축함을 동원해 기동훈련을 실시했다. 같은 해 시작된 한미일 다영역훈련 ‘프리덤 에지’는 해상·공중·사이버·미사일방어 전력을 함께 운용했고, 2025년 3월 한미일 해상훈련에서도 항공모함 칼빈슨을 중심으로 해상차단과 공중전투 훈련이 이어졌다. 여기에 부산과 제주 항만, 거제·울산의 조선소, 군산과 오산의 미 공군기지가 결합하면 미군의 해상·공중·병참작전을 하나로 잇는 군사적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중국이 MRO를 단순한 상업행위로 볼 리 없다. 한국 조선소에서 정비된 미 함정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작전에 투입된다면 중국은 한국을 미국 군사전략의 직접 참가자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유사시 한국의 항만과 조선시설이 군사적 표적이 될 위험도 커진다. 한미 조선협력은 돈을 버는 산업정책의 외피를 썼지만, 한국의 국토와 산업기반을 미국의 대중국 군사체계에 편입하는 중대한 안보 사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투자액과 일자리, 수주 전망만 말할 뿐 군함 건조와 MRO가 한국의 전략적 지위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한미 조선협력센터는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는 사무국이 되기 전에 한국의 국익과 군사적 한계를 지키는 통제기구가 되어야 한다. 전투함 MRO의 범위, 미군 전용시설 설치 여부, 탄약과 무장의 반입, 대중국 작전에 투입되는 함정의 정비, 한국 정부의 사전승인 절차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미국의 최소 발주량과 투자손실 분담도 문서로 보장받아야 한다.
조선업의 호황과 국가안보를 맞바꿀 수는 없다. 한국의 기술과 돈으로 미국 함대를 만들고 고쳐 주면서, 그 함대가 한국 땅을 발판 삼아 중국과 대결하게 해서는 안 된다. 경제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을 미국의 전진기지로 편입하는 군사적 식민지화를 거부해야 한다. 한미 조선협력의 성패는 몇 척을 수주했는지가 아니라, 그 수익을 위해 한국이 어떤 군사적 역할과 전쟁위험을 떠안게 되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끝.
[출처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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