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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민플러스] 식민 중개인들의 한미동맹을 걷어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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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5-14 17:4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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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중개인들의 한미동맹을 걷어낼 때


이경렬 전 대사


19세기 아일랜드에 악질 지주 관리인이 있었다. 이름하여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 소작농들이 그와의 모든 소통과 거래를 끊고 철저히 소외시킨 데에서 ‘보이콧’ 전술이 탄생한다. 영어 사전의 ‘quisling’이라는 단어는 나라를 팔아먹은 배신자를 뜻한다. 역사 속 실존 인물 비드쿤 퀴슬링(Vidkun Quisling)이 일반 명사화한 또 다른 사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웨이의 정치인 퀴슬링은 히틀러에 협력해 괴뢰 정부의 수반이 된다. 그는 독일의 힘을 빌려 반대파들을 탄압하고 나치의 인종청소 정책에 동조하다가 전쟁 후 사형에 처해졌다.




국힘 대표 장동혁이 4월 중순 방미한 이후 벌이고 있는 행태가 “국가의 주권을 외세에 팔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가 만난 미 의원들은 쿠팡으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받은 인물들이었다. 야당 대표가 미국과 합세해 쿠팡에 대한 플랫폼 규제를 막기 위해 자국 정부를 압박하려 했다는 내통 의혹도 있다. 귀국해서는 미국 인터넷 언론에 “이재명 대통령은 친중 좌파”라는 프레임을 전달하고 있다. 외세의 힘으로 자국 정권을 흔들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심산이겠지만 숭미주의자들의 매국 본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숭미인들이 ‘건국의 아버지’로 부르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부터 미국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잡은 대표적인 인물이 아니었던가. 그는 1919년 미국 대통령 윌슨과 국제연맹에 “한국을 국제연맹의 위임통치 아래 두어 달라”는 청원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발각되어 1925년 3월 탄핵됐다. 그런 그였으니 그는 통치 기간 내내 미국의 원조와 군사력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민족주의 진영은 그를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민족의 자결권을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승만이 한국에 뿌린 숭미의 씨앗은 지난 80년 동안 쑥쑥 자라났다.


2011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주한 미국 대사관의 외교 전문에는 한국의 고위 공직자,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들이 ‘미국을 위한 정보원’ 역할을 한 기록들이 상세히 남아 있다. 2006년 7월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은 버시바우 미 대사와의 통화에서 한미 FTA 협상과 관련된 한국의 ‘약 가격 적정화 방안’을 미국 측에 미리 통보하며, 이 정책이 미국 기업에 불리하지 않게 하려고 자신이 청와대와 “필사적으로 싸웠다(fought like hell)”고 발언한다. 한미 FTA로 국익을 창출하겠다고 외치던 자가 사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두발 벗고 나섰던 것이다.


미국 대사관의 전문에는 이 밖에도 당시 한미 FTA 수석대표 김종훈이 협상 과정에서 상부의 훈령을 어기고 미국 측에 유리한 정보를 흘린 사실, 당시 통일부 장관 현인택이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방문을 위해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려 했던 사실,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이 이명박의 최측근임을 과시하며 국내 정치 상황과 여론 동향을 수시로 미 대사관에 브리핑한 사실들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이토록 미국에 충성하는 인재들이 많은 한국을 미국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식민지인 카리브해의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나 정신과 의사요 탈식민주의 사상가이자 혁명 이론가로 우뚝 선 프란츠 파농은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과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라는 저서를 통해 종주국에 부역하는 ‘식민 중개인’의 행태를 분석했다. 장동혁이 쿠팡의 독과점이나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내 정책을 조율하기보다, 미국 의원들을 찾아가 한국 정부를 압박해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중개자적 행태다. 또 미국 내 강경파들이 타국을 공격할 때 즐겨 쓰는 ‘친중 좌파’라는 프레임을 직수입해 이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 역시 ‘하얀 가면’을 쓰고 미국의 시각으로 터무니없게 한국을 부정하려는 태도다.


퀴슬링의 양태는 다채롭다. 천주교도로서 중국 북경의 주교에게 “서양 열강이 수백 척의 군함과 5만 명의 정예 군대를 보내 조선 정부를 굴복시키고 신앙의 자유를 얻게 해 달라”고 간청하려던 1801년의 황사영처럼 개인적인 동기의 매국이 있는가 하면, 신채호가 『조선상고사』에서 ‘민족의 반역자’라며 가장 통렬하게 비판했던 신라 김춘추(무열왕)가 동족인 백제와 고구려를 꺾기 위해 당나라를 개입시킨 정략적 매국이 있다. 그리고 이승만과 그 후예 장동혁이 벌이고 있듯이 숭미주의로 변형된 유전자가 숙주를 움직이는 원초적 매국도 있다.


“정치는 물가에서 멈춘다.”(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민주당 트루먼 행정부와 협력해 트루먼 독트린, 마셜 플랜, NATO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공화당 상원의원 아서 밴던버그가 한 말이다.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거나 “외교·안보 앞에서는 당파정치를 멈춰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숭미주의자들에게 한미 간의 ‘국경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정쟁이란 주인국의 이익을 거양하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부풀려야 할 대상이다. 그들에게 한미동맹은 절대가치를 가진다.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의 자격으로 데라우치 마사타케와 한일병합조약에 서명한 이완용은 한일병합을 동양평화라 보았고 조선민족의 유일한 활로라고 불렀다. 1919년 3·1운동 당시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인 이완용은 경고문을 내고 독립운동 참가자들을 “민족을 멸망시키고 동양평화를 파괴하는 적”이라고 비난했다. 매국의 언어는 늘 이렇다. 종속을 평화라 부르고 굴종을 현실이라 부르며 외세의 이익을 민족의 활로라 번역하는 것이다.


영화 <300>으로 유명해진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그리스 군은 에피알테스라는 자의 배반으로 뒷산의 샛길을 알아챈 페르시아 군에 포위되어 전멸한다. 외세는 성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만은 아니다. 뒷길을 알려주는 모든 식민 중개인이 에피알테스다. 인도 식민화의 문을 연 것도 벵골의 미르 자파르 같은 내부 중개인이었다. 그는 동인도회사와 손잡고 자기 주군을 배반했다. 중일전쟁 중 일본과 협력해 1940년 난징의 친일 괴뢰 정권 수반이 된 왕징웨이는 한때 쑨원의 측근이자 중국 국민당의 거물이었다. 그는 조국을 팔면서 조국을 구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이라는 굴레는 미국이 강제로 우리에게 씌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 내부의 퀴슬링과 에피알테스와 미르 자파르와 왕징웨이와 이완용과 장동혁 같은 식민 중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스스로 뒤집어쓰고 동족의 머리에도 눌러놓은 것이 한미동맹이다. 우리가 먼저 걷어내야 할 것은 동맹 그 자체이기 전에 동맹의 이름으로 주권을 팔아먹는 식민 중개인들의 기생 권력이다. 성문을 부수는 적보다 더 위험한 자는 성 안에서 적과 내통하는 자들이다. HMM 나무호 피격을 이유로 당장 미국의 명령에 따라 호르무즈로 전함을 파견해야 한다고 외치는 자들이 퀴슬링이 아니라면 과연 누구인가. 한미동맹을 국익의 도구로 되돌리려면 먼저 한미동맹을 사유화하고 국내 정치를 ‘물가’로 가져가려는 숭미 중개인들의 언어부터 박탈할 일이다. 끝.


[출처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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