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니비사우에서 또 한번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2025년 11월 23일 치러진 대통령·의회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 움마루 시소코 엠발로가 패배 직전이었던 26일, 군부가 대통령궁과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을 점거하고 총격을 가하며 권력을 장악했다. 엠발로와 내무부 장관은 체포되어 군 기지로 끌려갔고, 그의 최측근이었던 육군 참모총장 호르타 은타(Horta N’Ta Man) 장군이 1년 임시 대통령으로 선서했다. 선거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고, 야당 후보 페르난도 디아스와 PAIGC 지도부는 은신하거나 체포되었다. 야당 후보 디아스는 선거 결과는 자신의 승리였을 것이라며, 군부 쿠데타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엠발로의 자작극이라고 인터뷰했다.
우리에겐 생소한 기니비사우란 나라와 그 쿠데타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 곳 역시 사헬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네갈 아래에서 대서양을 접하고 있는 기니비사우의 오른편에는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가 있다. 아프리카 반제투쟁의 심장인 사헬국가연합과 아직 사헬국가연합은 아니지만 반제투쟁에 나서고 있는 세네갈의 옆에서 그들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반제세력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심상치 않다.
이번 쿠데타는 단순한 권력 투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군부는 권력 장악 직후 국영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문장들을 반복했다. “우리는 서아프리카의 형제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며, 어떤 형태의 외부 간섭도 단호히 거부한다”는 구절, 그리고 “아미우칼 카브랄이 남긴 독립과 주권의 유산을 지키는 진정한 애국자”라는 표현은 우연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말리(2020·2021), 부르키나파소(2022 두 차례), 니제르(2023)에서 연쇄적으로 등장한 군부 정권들이 사용해 온 표현과 거의 동일한 문법이다.
군부가 말하는 “외부 간섭”의 실체는 명확하다. ECOWAS*(편집자: 서아프리카 국가 경제 공동체)와 그 뒤에 있는 프랑스, 그리고 CFA 프랑1 체제를 중심으로 한 서구의 지역 통제 구조다. 엠발로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ECOWAS의 충실한 동맹이었고, 니제르의 쿠데타 당시 군사 개입을 가장 강경하게 주장했던 인물이었다. 군부가 그를 체포한 것은 그의 선거 패배를 덮으려는 엠발로 스스로의 자작극이 아니라, 기니비사우를 ECOWAS와 프랑스의 세력권에서 사헬국가연합의 축으로 이동시키려는 시도일 수 있다.
더구나 군부가 내세우는 “마약 밀매자·외국 세력, 정치인 연합의 선거 조작 음모”라는 명분 역시 익숙하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군부는 프랑스와 UN을, 니제르는 프랑스와 나이지리아를 각각 “테러리즘의 배후”로 지목하며 쿠테타를 성공했다. 기니비사우 군부가 “잘 알려진 마약왕”을 언급한 것은 국내 문제 제기가 아니라, 남미-기니비사우-유럽의 코카인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서구 자본과 정치권의 결탁을 암시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호르타 은타 장군이 취임 연설에서 “아미우칼 카브랄의 유산”을 언급한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카브랄은 포르투갈 식민통치에 맞서 1973년까지 기니비사우와 카보베르데의 무장독립을 이끈 혁명 지도자이자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반제국주의 투사였다. 아프리카의 혁명 지도자들은 이미 토마 상카라, 제리 라윌링, 무아마르 가다피와 같은 반제국주의 위인들을 인용하며 그 유산을 계승하고자 한다. 기니비사우 군부가 카브랄의 이름을 꺼낸 것은 자신들이 그저 권력 찬탈자가 아니라, 식민지 이후의 신식민지 체제를 끝내려는 “제2의 독립 세력”이 되겠다는 의지다.
기니비사우의 이번 쿠데타는 야당 후보가 주장하듯 엠발로의 패배를 덮기 위한 “연출된 쿠데타”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서아프리카를 양분하고 있는 두 개의 흐름이 충돌하고 있다. 한쪽은 ECOWAS-프랑스-미국의 제국주의 세력이고, 다른 한쪽은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로 이어지는 반제국주의 군부 연합이다. 기니비사우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느냐에 따라 사헬국가연합은 대서양 연안까지 뻗어나가는 실질적인 군사·정치 블록이 될 수도 있고, 혹은 ECOWAS의 강경 제재로 또 하나의 고립된 실패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군부가 약속한 “1년 후 민주적 선거”가 실제로 이루어질지 여부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부르키나파소의 이브라힘 트라오레, 니제르의 압두라만 티아니, 말리의 아시미 고이타와 같은 반제국주의 계승자로 선언했다는 점이다. 기니비사우의 깃발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는 이제 서아프리카 전체의 권력 지도를 바꾸는 변수가 되었다.
![호르타 은타-나 만 장군과 참모들 [사진은 필자의 페이스북]](https://cdn.tongiltimes.com/news/photo/202511/3306_8483_4238.jpg)
(2025년 11월 27일, 취임식)
국민 여러분, 그리고 기니비사우의 모든 애국자 여러분,
오늘 저는 고등군사지휘부의 지휘 아래, 국가 안보와 공공 질서 회복을 위한 최고 군사 지휘부의 수장으로 선서합니다. 이는 우리의 신성한 의무이자, 조국을 위협하는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조치입니다.
우리는 최근 선거 과정에서 발견된 심각한 위협—국내 정치인들, 외국 세력, 그리고 잘 알려진 마약 밀매자들의 음모—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들은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 국가의 안정을 파괴하려 했습니다. 무기 은닉과 부패의 그물망이 드러났으며, 이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습니다. 군부는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습니다. 우리는 대통령 움마루 시소코 엠발로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구금했으며, 이는 헌법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임시 조치입니다.
앞으로 1년간의 과도 기간 동안, 우리는 다음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1. 국가 안보 강화: 마약 밀매와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국경을 재개방하되 엄격한 감시를 강화합니다. 통행 금지는 이미 해제되었으며, 필수 시설(병원, 약국)은 정상 운영됩니다.
2. 전환 정부 구성: 새로운 임시 정부를 설치하여 행정 질서를 회복합니다. 의회와 선거 기관은 일시 중단되나, 공정한 새 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합니다. 1년 내 민주적 선거를 보장하겠습니다.
3. 경제·사회 안정: 캐슈너트 수출과 어업 등 주요 산업을 보호하며, 빈곤 퇴치와 교육·의료 개선을 우선합니다. 우리는 서아프리카의 형제 국가들과 협력하되, 외부 간섭을 거부합니다.
4. 국민 참여 촉구: 모든 시민은 평화를 유지하고, 군부의 결의에 동참하십시오. 폭력이나 시위는 국가를 더욱 약화시킬 뿐입니다. 우리는 아미우칼 카브랄의 유산처럼, 독립과 주권을 지키는 애국자입니다.
이 과도 기간은 혼란이 아닌 희망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기니비사우는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자유, 정의, 번영을 위해!
고등군사지휘부 수장, 호르타 은타-나 만
2025년 11월 27일, 비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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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CFA 프랑(세파 프랑)-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 현재까지도 사용되는 공동통화, 'CFA'는 원래 "아프리카의 프랑스 식민지" (Colonies françaises d'Afrique)를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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