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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 [재미동포 기고문] 화전에서 시작된 불씨 - ㅌㄷ제국주의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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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5-10-18 12:3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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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에서 시작된 불씨 - ㅌㄷ제국주의동맹

김범 (재미동포)

 

오늘은 10월 17일.

이 날짜가 내 마음에 유난히 깊게 새겨진 것은, 올봄에 다녀온 동북삼성 탐방 때문이다.

나는 개인 사정으로 일행과 처음부터 함께하지 못하고 연길에서 합류했지만, 그들이 화전에서 화성의숙 터를 찾아 헤매던 이야기를 차에서 들으며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그날의 화전, 그리고 그곳에서 피어난 ‘타도제국주의동맹’의 이야기는 내게 단순한 역사 이상의 것이었다.

 

그곳은 평범한 시골마을이었지만, 1926년 가을의 화전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곳이었다.

흙냄새와 바람소리 속에 묻혀 있던 조선의 젊음이, 바로 그 온돌방 안에서 깨어났다.

그날, 열네 살의 한 청년이 친구들과 함께 《ㅌ.ㄷ》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향한 첫 불씨를 던졌다.

그 이름 속에는 식민의 사슬을 끊고, 민족의 숨을 되찾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세기와 더불어》를 나에게 처음 소개해준 이는 김웅진 박사였다.

그는 그 책을 “우리 민족의 성경”이라 말했다.

나는 직업상 책을 손에 들고 읽을 수 없는 때가 많아, 오디오북으로 그 책을 여러 번 들었다.

들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밀려왔다.

지명과 인물, 사건들이 머릿속에 생생히 자리 잡았고, 그 속에서 내 마음을 가장 세차게 흔든 장면이 바로 ‘타도제국주의동맹’ 결성이었다.

 

당시 화성의숙에서는 공산주의 서적을 금지했다.

그러나 젊은 학생들은 밤마다 불빛을 낮추고 몰래 《공산당선언》을 읽었다.

퇴학을 감수하면서도, 진리를 알고 싶어 하는 열정이 그들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그들은 책을 돌려 읽고, 토론을 하고, 마음속 깊이 새로운 세상을 그렸다.

그리고 마침내 1926년 10월 17일, 김시우의 집 작은 온돌방에서 《ㅌ.ㄷ》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그 결심은 단지 일본제국주의를 향한 저항이 아니었다.

모든 억압과 굴종에 맞선 인간 해방의 선언이었다.

그들은 깨달았다.

진정한 독립은 외세를 몰아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안의 사대주의와 의존심, 두려움을 끊어내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것이 ‘타도제국주의’의 본뜻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그 조직을 “순결하고 참신한 새형의 정치적 생명체”라고 표현했다.

그 말이 나는 참 좋다.

사람 나이가 열네 살이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작았던 건 아니다.

그 나이에도 그는 “혁명은 남이 시켜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바로 오늘의 조선로동당으로 이어진 뿌리였다.

《ㅌ.ㄷ》의 강령은 놀랍도록 명확했다.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고, 조선의 해방과 독립을 이룩한다. 나아가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건설하며, 세상의 모든 제국주의를 무너뜨린다.”

이 단단한 신념은 훗날 조선로동당의 강령으로 발전했고, 주체사상의 기초가 되었다.

작은 방에서 맨손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오늘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나는 올봄 화전을 다녀온 일행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다.

“그곳의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했지만, 그날의 공기는 느끼셨겠지요.”

산비탈의 바람, 휘발하강의 물소리, 돌담 사이로 스며드는 흙내음 — 그 모든 것이 아직도 1926년의 열기를 품고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도 ‘타도제국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의 제국주의는 군화 대신 자본과 정보로 다가오고, 식민의 무게는 언어와 사상 속에 스며 있다.

그래서 《ㅌ.ㄷ》의 정신은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서 다시 깨어나야 할 불씨다.

그 불씨는 자주를 향한 인간의 본능이며, 우리 민족이 이 땅에서 굳건히 서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 10월 17일, 나는 다시 그 길 위에 선다.

화전의 먼지가 아직도 내 발끝에 묻어 있는 듯하다.

그 먼지 속에는 백 년의 세월과 함께 흘러온 피, 눈물, 그리고 꺼지지 않는 열정이 담겨 있다.

그 불씨를 잊지 않는 한, 우리 민족의 길은 언제나 밝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길 위에서, 조용히 그 불씨를 마음속에 되살린다.(끝)

 

 


화성의숙 터

 


휘발하기슭과 화전시가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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