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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통일시대]] 광복 80주년 기념: 전후 80년, 세계 그리고 한국 국제심포지움(3)-한국,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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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5-08-20 18:4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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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기념: 전후 80년, 세계 그리고 한국 국제심포지움(3)-한국, 어디로 갈 것인가?

기자명 통일시대

 

 

지난 14일 [전후 80년, 세계 그리고 한국] 국제 심포지움이 국회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6개국의 해외 저명 연구자들이 같이 참석한 이번 심포지움은 다극화포럼(이사장 이해영 교수)과 코리아국제평화포럼(이사장 류경완), 통일시대연구원(원장 한충목), 자주통일평화연대(상임대표의장 이홍정)이 공동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김영호·이용선·민병덕·박희승·부승찬·이재강 국회의원과 진보당 윤종오·정혜경 국회의원,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 등 정치권과 한국진보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자주연합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주최하였다.

국제 심포지엄은 △1세션-전후 80년 체제 : 회고와 성찰 △2세션-다극화 세계질서 : 현황과 전망 △3세션-한국, 어디로 갈 것인가? △4세션-종합 토론 순서로 진행되었다. 통일타임즈는 이번 발표된 논문 전체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독자들은 이 발표문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질서와 한국 주권실현의 절박함을 통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전후 80년,미국의 동아시아·한반도 전략: 한미동맹의 이중성과 국민주권적 평화설계

-김동엽_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1. 문제 제기

2025년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이자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2주년을 맞는 해이다. 지난 80년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 보장을 위한 핵심적 제도적 틀이자, 산업화와 민주화, 국제정치에서의 위치 확보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보와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구축에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한반도 전략과 한미동맹이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 통일에 온전히 기여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맹의 성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냉전의 종식 등 국제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구조적으로 재구성되어 왔다. 최근 신냉전적 대결 구도와 다극화, 진영화가 현실화되면서 미국의 세계전략은 동아시아·한반도 전략은 미국의 이익 추구를 위해 동맹국과 우방국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신냉전의 등장 이후, 한미동맹은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미국의 글로벌 전략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미래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앞세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들어와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를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로 확장하고자 하며, 이른바 ‘동맹 현대화(alliancemodernization) ’ 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축소, 국방비 부담 증대, 주한미군 역할 변경 등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요구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라는 개념 아래, 주한미군의 작전 영역을 확대하고 동북아 지역 분쟁 시 한국군의 자동 개입을 사실상 전제로 하는 구조적 전환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세계, 동아시아, 한반도 전략 속에서 한미동맹 구조의 변환은 단지 안보정책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 외교주권,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미래까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대부분 군사적 효용성이나 외교 실용성의 관점에 머물러 왔으며, 국민주권, 전략적 자율성, 평화주체로서의 국가의 역할이라는 정치적 핵심은 오히려 주변화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 글은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과 의문을 제기한다. 지금까지 한미동맹은 어떻게 ‘이중적’ 기능(안보 제공 vs. 전략 종속)을 수행해 왔는가? 전략적 유연성과 동맹 현대화 담론은 어떻게 형성되어 왔으며, 그 내재된 구조적 목적과 본질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 정부가 표방해야할 국민주권 기반의 외교안보 정책은 이러한 구조적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과 평화 외교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정책적 대안은 무엇인가? 2025년, 전후 80년을 맞는 지금 세계질서는 신냉전적 갈등, 다극화의 확산, 글로벌 거버넌스의 위기로 복합적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중심의 패권 질서가 조정되는 가운데, 중견국가들은 기존의 선택지를 넘어서는 새로운 전략적 자율성과 평화 구축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전환기에 한국은 한미동맹이라는 역사적 제도 속에서 새로운 전략적 재정립을 시도해야 한다. 특히 최근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은 단지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넘어, 한국의 외교·안보·헌정질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압력이다.

이 글은 전후 80년 체제의 총체적 성찰이라는 틀에서, 한미동맹의 이중성과 전략적 자율성의 긴장을 분석하고, 다극화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전략적 평화의 경로를 제안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글을 통해 ‘동맹의 미래’를 단순한 효용성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략적 주체성 확립과 한반도 평화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정치적·사회적·도덕적 과제로 재정립하고자 한다.

2. 미국 주도 동아시아‧한반도 대결체제의 구조와 역사적 진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기반으로 동맹 체계 구축에 착수하였다. 유럽에서 나토(NATO)가 등장한 것처럼, 아시아에서는 한미동맹(1953), 미일안보조약(1951년 체결, 무력개입조항 포함 1960년 개정), 미필동맹(1951), 미호동맹(1953) 등이 구축되었고, 이는 미국 주도의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s)’ 동맹 구조로 정착되었다. 안보동맹을 통한 지역질서 형성은 결과적으로 대결 구도가 고착시켰다.

한반도는 냉전 초기부터 미소 분할의 공간이자 이념 대결의 첨예한 최전선이었다. 미국은 6·25전쟁을 통해 한국을 군사적 전진기지로 편입했고,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의 기능을 ‘봉쇄선의 고리’로 고정시키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했다. 이후 한국은 단지 안보 제공의 수혜국이 아니라, 미국의 지역질서 유지에 필요한 전략 자산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한미동맹의 시작은 비대칭적이었다. 한국은 안보를 제공받는 대신 외교적 자율성, 전시작전통제권, 국방전략 결정권 등에서 구조적으로 제약을 받았다. 미국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활용했고, 이는 군사력 중심의 분단 고착 구조를 유지하는 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대결 구조는 단순히 한반도 내 갈등의 문제를 넘어, 미·중·소 간 체제 대결의 대리전이라는 국제정치적 성격을 띠었다.

1990년대 탈냉전의 도래는 동아시아 안보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지만, 미국은 동맹 해체가 아닌 기능 조정(functional adjustment)을 통해 패권적 질서를 유지하고자 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패권에 실질적으로 도전이 될 만한 국가가 부재했던 시기였다. 특히 9.11 이후 강대국 간의 전쟁이 아닌 테러나 불량국가 등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기존의 지역 동맹을 보다 광역적·기동적인 구조로 전환하려 했다.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은 본래 미국 국방부가 1990년대 후반부터 사용해 온 군사적 용어이다. 특정 지역에 배치된 미군의 작전·배치·운용을 단일 지역에 제한하지 않고 미국의 전략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재배치 및 작전 투입할 수 있는 구조를 지칭한다. 이는 탈냉전기 미국이 글로벌 헌터-킬러(force projection)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세계 주요 거점의 미군 기지를 단순한 ‘기지’가 아닌 ‘전진 전개 기동 플랫폼’으로 재구성하는 흐름과 연결되어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도 북한 억지에서 벗어나 동북아 전체로 확대하려는 시도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되었다. 주한미군에 적용된 전략적 유연성은 단지 작전구역의 확대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의 군사·외교적 결정권을 배제한 채, 미국이 한국의 영토와 기지를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구조로 귀결된다. 특히 주한미군의 출격지와 병참 기지가 사실상 ‘동북아 전체 유사시 출격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바꾸는 시도는, 한국 주권과 헌법 체계에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

이미 전략적 유연성은 노무현 정부 시기 논쟁에서 나타나듯 단지 작전 개념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안보 주권에 대한 직접적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미국 측의 일방적 요구로 제기되었고, 이후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제도화 혹은 방치되었다. 밀실 협상, 국회 비준 없는 정책 수용,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 후반 중국의 부상으로 G2, 미중 전략경쟁 등의 용어 등이 등장하고 미중간 전략대화가 시작되면서 미국은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재부상에 대한 장기적 견제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용산 → 평택)도 이러한 전략적 필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평택기지는 명목상 대북 억지 수단이었지만, 사실상 미군의 글로벌 신속전개기지로서의 성격을 강화해 나갔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고 러시아의 재기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2017년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을 다시 강대국 중심으로 변경한다. 트럼프 1기 정부 시기인 2017년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서(NSS)에 지금까지 미국 정권이 채택해온 ‘관여 정책’이 파산된 것을 인정하고, 미국의 안보와 미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을 명시하고 '힘에 의한 평화의 유지'를 우선하는 전략을 채택한다. 2022년 바이든 정권의  NSS에서도 중국을 경제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유일한 경쟁 상대'라고 표현하며 보다 노골적으로 대중정책을 드러내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과 러시아를 민주주의 대 전제주의, 즉 체제 간 경쟁으로 정의하면서 편가르기를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트럼프 이전부터 이념과 가치를 내세우며 동맹국을 본격적으로 규합해오고 있었다.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의 통합뿐만 아니라 동맹‧우방국의 능력까지 포괄하는 대중국 통합억제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 전략은 오바마-트럼프 바이든-다시 트럼프로 이어져 오고 있어 향후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국, 우방국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변함없을 것이다. 

3. 신냉전적 대결구도 속 ‘동맹 현대화’의 성격과 구조적 위협

오늘날의 동아시아는 단순한 강대국 경쟁의 공간이 아니라, 다중적인 안보 연쇄와 제도적 대결 구도가 교차하는 복합적 공간이다.  이미 동아시아 대결 구조는 다시 군사적 블록화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통해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고, 이를 위해 기존 동맹국의 역할 강화를 요구하였다. 미국은 대중국 포위전략을 위해 기존 동맹과 파트너국에게 ‘기여 책임’ (responsibility sharing)을 명시적이고 제도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과거부터 이어온 ‘전략적 유연성’과 함께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의 종속적 개편 논리가 존재한다.

‘동맹 현대화’는 2000년대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재균형 전략에서 기원한 개념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1기에 이어 2기에 이르러 더욱 노골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미국의 이익 중심 전략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개념은 마치 기술적 진보나 합리적 조정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동맹국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방위비 부담을 전가하며, 미국 주도의 전략적 작전구조에 종속시키려는 담론이다. 트럼프식 ‘동맹 현대화’는 동맹국의 자율성과 균등한 책임 분담을 강조하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비용 분담 중심의 거래적 동맹론’으로 귀결된다.

러-우전쟁으로 신냉전이라는 표현이 보다 분명해지기 시작한 2020년대 들어서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에서 ‘동맹 현대화’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추세가 두드러진다. 첫 번째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제도화이다.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군사정보 실시간 공유, 연합훈련 체계화 등 실질적인 ‘삼각동맹’ 구조가 제도화되었다. 이는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의 하부로 편입되는 모양새이며 일본 재무장의 정치적 정당성도 제공하는 구조이다. 두 번째는 주한미군의 전략자산 역할 증대에 대한 요구를 감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지리적·기능적 확대 해석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아시아판 나토’ 구상의 부상이다. 최근 콜비 미 국방부 차관의 발언과 미일호필을 중심으로 동남중국해·대만해협을 포함한 ‘단일 전구(one theater)’ 구성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집단방위 개념의 아시아화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제도화와도 무관하지 않으며 한국을 동북아 집단안보에 편입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와 대만해협을 하나의 전략지대로 통합하는 미측 구상의 일부이며,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전진기지이자 병참기지’로 고정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연결하여 기존의 전략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한국에 대한 구조적 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다. 2025년 7월 도쿄에서 열린 한미 외교차관 회의에서 미국 측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용하며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전환하자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첫째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의 ‘태평양 지역’을 근거로 대만 유사시 한국군의 개입 논리를 정당화하고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 전략자산 운용비용을 한국이 분담하라는 재정 압박과 함께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5% 수준으로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세 번째로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 아래 평택기지를 단지 방어기지에서 출격기지로 전환해 전력 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MD 및 사이버·우주 통합작전 구조로의 편입 등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이와 같은 요구는 단지 작전환경의 조정이 아니라, 모두 한국의 헌법상 평화주의 원칙과 안보주권에 반하는 방향이며, 실제로 국민의 동의 없이 자동 개입을 유도하는 시스템 설계에 가깝다는 점에서 헌법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헌법 제5조의 국제평화주의 원칙과 제60조의 국회 비준 권한에 따라, 역외 작전 개입이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은 국민적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이다. 그러나 미국은 ‘동맹 현대화’의 이름 아래 이러한 전략적 개입 구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국내 정치권 일부와 보수언론은 이를 ‘대한민국의 책무’로 정당화하는 내러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동맹 현대화가 한국군의 역외 임무 확대, 무기체계 통합, 미일동맹과의 수직적 연계 등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미국 주도의 안보 질서 속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남북 평화프로세스나 한반도 자율 평화외교의 공간을 제약하며, 한미일 삼각동맹 구조를 통한 사실상의 ‘아시아판 나토’ 구상의 현실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동맹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은 단지 국방부나 외교부의 기술적 조정 사안이 아니다. 동맹의 목적을 어디에 두는가에 대한 본질적 철학의 문제이다. 동맹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비판 없는 병든 동맹’은 종속이 되고 자주국가로서의 존립 기반을 약화시키지만 ‘주권 있는 건강한 동맹’은 평화의 수단이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맹의 무조건적인 해체가 아니라 한국의 주권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건강한 동맹으로 새롭게 재설계할 지혜와 용기이다. 동맹을 헌법적 정당성, 시민적 합의, 지역 평화의 관점에서 재구조화(restructuring)해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 역시 표면적으로는 군사적 효율성을 표방하지만 평화의 수단이 아니라, 전쟁 개입의 자동화를 위한 구조다. 억제력만으로 평화는 보장되지 않으며,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평화는 평화적 수단에 의한 노력을 통해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한국은 동맹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그 이면에 내재된 구조적 종속성을 인식해야 한다. 외교 기조 역시 단순히 현실의 이익에 안주하는 실용외교나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균형외교를 넘어 ‘전략적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주권 중심의 주체적인 외교로 나아가야 한다. 강대국의 틈새에 끼인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와 질서를 능동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은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제평화주의 원칙과 국민주권 원칙에 기초한 실정적인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 한국은 동맹을 상시 점검의 대상으로 삼고, 국민적 합의와 헌법적 정당성에 기반한 주체적 외교로 재정의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안보의 이름으로 반복되는 종속적 프레임을 넘어서 평화와 주권, 그리고 헌법적 질서에 기초한 새로운 질서 설계로 나아가야 한다.

4. 대미 외교·안보문제의 기회와 도전: 국민주권과 전략적 자율성

한국은 중국 봉쇄를 위한 동아시아 대결체제의 제도화 속에서 심각한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자국 안보를 위해 필요한 동맹이 오히려 평화를 위협하는 구조에 편입될 수 있고, 남북관계 개선 및 평화프로세스의 독자적 추진이 동맹 구조에 의해 제약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에 의한 ‘동맹의 재정의’와 국가의 위상과 가치에 걸맞은 ‘자율성의 회복’은 단지 이상적 담론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생존전략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국민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에 기반한 외교는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새로운 질서 설계의 서곡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외교안보 정책은 “강대강이 아닌 평화”를 천명하고 동맹 중심의 기존 외교틀을 재검토하며 국민 중심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주권 기반의 외교안보 원칙은 현 구조적 전환점에서 중요한 방향성을 제공한다. 이제 우리는 기존의 외교 관료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시민 중심의 공론형 외교 모델, 국민참여형 안보정책 거버넌스, 다자주의와 국제 연대 지향 외교로 나아가야 한다. 외교안보 거버넌스 측면에서 관료 중심의 비공개 정책결정에서, 국민과 전문가 집단의 공론형 거버넌스로의 전환은 기존의 밀실적 동맹 조정, 비공개 협상 방식에 대한 구조적 반성을 바탕으로 한 제도적 전환의 노력이다. 외교정책의 주체를 국가 권력이 아니라 국민과 공동체로 이동시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수사적 변화가 아니라, 동맹을 수단으로 재정의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헌법적·제도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략적 자율성 추구는 단지 미국과의 거리를 두는 전략이 아니라, 강대국 중심질서에서 전략적 거리두기를 모색하며, 중견국 외교와 다자주의적 연대를 지향하는 외교 노선의 강화이다. 

그러나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에 있어 전략적 자율성은 매우 중요한 원칙이지만, 이를 가로막는 다양한 제약이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한미동맹 체계의 비대칭성 하에 주한미군의 운용, 전략자산 배치, 연합훈련 등 미국의 압박에 의한 결정구조가 한국의 독립적 통제 밖에 놓여 있어 구조적 제약이 크다. 내적으로는 관성화된 동맹 담론과 국민여론도 중요한 제약 요인이다. 외교안보 관료집단은 전통적으로 ‘동맹=안보’, ‘미국=보증자’라는 공식에 대한 구조적 신념을 갖고 있다. 언론과 보수 정치권, 일부 학계에서 조차 동맹에 대한 비판을 ‘안보 불안 조장’ 혹은 ‘친북적’ 담론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동맹과 안보에 대해 국민 여론은 양가성을 지니고 있다. 일반 대중은  미국에 대한 정서적 신뢰와 실용적 의존이 공존하면서도 전쟁 개입이나 분쟁 연루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동맹은 유지하면서도 미국에 반하는 전략적 자율성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다.

현실적 제약 하에 외교안보정책의 내구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실천 가능한 전략적 자율성 모델’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한반도 문제는 여전히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외부 강대국의 전략적 이해 속에서 형성·변동되고 있다. 특히 북한과의 관계는 남한의 독자적 의지보다 국제질서의 힘의 재편에 따라 좌우되는 ‘종속적 변수’로 기능해왔다. 이 같은 구조는 단지 외교적 환경의 문제를 넘어, 남북관계가 주체적 전략 사유의 공간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현 국제안보 질서는 신냉전적 양극화, 진영화, 다극화의 복합적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중국-러시아를 축으로 한 블록 경쟁은 한반도를 전략적 ‘완충지대’에서 ‘대리전 전선’으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특히 북중러 밀착과 미일동맹 강화는 남북관계를 더욱 외생적 요인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국제질서의 구조적 전환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지렛대로 활용하며 체제 생존과 대외 주도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이후 북한은 민족공동체·통일지향 기조를 철회하고,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재규정하면서 남북관계를 탈민족화·탈통일화하는 전략 노선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담론의 변화가 아니라, 국제질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조응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비민족화, 재국제화를 추구하는 전략적 행위이며, 북한이 외교적으로 자율공간을 넓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외교는 ‘전략적 자율성’을 핵심 원칙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건강한 동맹 속에서 중러 및 국제기구와의 다자적 협력 구조를 병행하는 포괄적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남북문제는 동맹의 하위 의제가 아니라, 독립된 전략의 중심축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며, 다자주의 기반의 한반도 평화외교를 통해 외교의 지형과 주도권을 회복해야 한다. 이러한 쟁점들은 단지 정세의 진단에 머물지 않고, 향후 전략설계와 제도화 가능한 구조 형성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외교는 선언이나 수사적 메시지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의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외교안보에 있어 전략적 자율성 없이는 한반도관계에 있어 실천가능한 전략은 없다. 한반도 문제는 더 이상 미국의 하위 변수로 둘 수 없으며 전략적 축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한반도문제의 주체성은 외교의 공간을 넓히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전략적 자율성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 요인도 존재한다. 미중 경쟁의 소모성과 양극화 피로감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 모두 전략 피로 상태에 있으며 주변국에 대한 설득력이 감소할 수 있다. 다극화이면서도 절대적인 패권국이 부재한 무극의 진영화로 인해  ASEAN, 브라질, 남아공, 스위스 등 비진영적 외교 국가들의 영향력 확대되고 중견국 외교(Middle Power Diplomacy)가 재부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보의 주체와 영역이 확장되면서 반전, 평화, 기후, 환경문제 등과 새로운 이슈와 연결된 시민사회 기반 국제연대의 가능성이 증가한 것도 중요한 기회이다. 이러한 조건을  활용한다면, 한국은 동맹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이해국’이 아니라, 국제사회 질서를 설계하고 조율할 수 있는 외교적 지위와 국격을 정립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동아시아 한반도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만 유사시 한국군 개입 불가 원칙’, ‘전략자산 운용의 조건부성’, ‘국회 비준 중심의 외교안보 정책’ 등 세부적 실천 과제에 대한 원칙과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①역외작전 참여의 국회 동의 원칙 명문화, ②전작권 전환의 실질적 이행, ③주한미군의 전략기지화 방지 및 방위비 분담의 투명화, ④한미일 삼각구조에 대한 국민적 합의 절차 마련, ⑤시민사회 기반의 동맹 검증 및 평가 제도화라는 원칙하에 동맹의 재구조화를 추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대만 유사시 한국군 개입 불가'를 공식적인 대외 전략으로 명문화하는 것은 한국이 주체적인 평화 전략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전통적 한미동맹 관성에 대한 최초의 정치적 거리두기라는 점서 동맹 재정의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대만 유사시 한국군 개입 불가 원칙의 천명은 단지 하나의 정책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제60조(국군의 해외 파병 등 중요 사안에 대한 국회 동의)에 입각한 국민주권의 발현이자 절차적 민주주의 원칙의 회복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맹목적으로 편승하지 않으며, 한국의 국익과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동맹의 재구조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는 한국이 설계자이자 주도자가 되어야 하는 주권자 중심 평화외교로의 전환이 필연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외교의 헌법적 정당성을 강화해 외교안보 사안을 국회의 동의, 시민의 참여를 통해 국민적 정당성의 틀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 헌법을 바탕으로 동맹 재해석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지리적, 기능적 해석의 확대를 사전 차단하면서 한반도 방어 이외의 개입은 국내적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 중심 전략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을 북한 위협 관리에서 ‘평화와 제도화된 신뢰 구축’으로 전환하고 남북 대화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한 노력에 시민사회가 앞장 서야한다.    

5. 결언 : 한국 시민사회의 전략적 평화운동 설계와 실천

한국 시민사회의 평화운동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함께 성장한 이후 주로 한반도 내 전쟁 방지,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운동, 인권운동 등을 통해 국가 안보 담론에 균열을 가하고 평화의 대안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주한미군 기지문제, 사드 배치,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비판과 대응은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를 요구하는 중요한 견제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반미적 반사감정이 아니라, 안보정책에 대한 시민적 통제권의 회복과 평화의 주체로서 시민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정치적 과정이었다. 그러나 보수 정권 시기 동맹 강화 논리가 국론처럼 강요되면서, 시민사회의 평화운동은 비가시화되고, 외교안보 결정은 다시 밀실과 전문관료 체계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최근 동맹의 범위 확대와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압박이라는 새로운 조건 속에서 평화운동 역시 기존 틀과 의제를 넘어서는 전략적 재정립과 확장성이 요구된다. 미중 대결의 심화와 동맹의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한미동맹의 무기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작권 환수 및 미군기지 문제 해결 촉구, 방위비 분담금 투명성 제고 등 기존 의제뿐만 아니라 한미일 군사협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평화적 대안 모색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평화교육 강화 등 시민 평화운동의 과제와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시민사회가 수행해야 할 평화운동은 전통적인 반전, 평화통일 운동을 넘어 시민 스스로 질서 전환을 설계하는 주체적 행위자인 ‘전략적 평화운동’으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에 필요한 것은 ‘신념으로서의 평화’가 아니라 ‘구조로서의 평화’이다. 전략적 평화는 단지 평화를 믿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실제로 작동하고 유지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전략적 평화를 설계한다는 것은 억지(deterrence)에만 의존하는 안보논리를 넘어 제도화된 신뢰, 시민참여, 평화 거버넌스를 통해 전쟁을 예방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구조를 스스로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다. 단순히 전쟁을 피하거나 평화를 열망하는 상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작동 가능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제도적·정치적·전략적 조건과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이는 평화에 대한 감정적 기대나  도덕적 당위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운영 능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둔다. 

한반도에서 전략적 평화는 한반도 전체의 전쟁 방지뿐 아니라, 국내적 민주주의 안정과 국제적 외교 공간 확보 모두가 대상이자 시기이다. 누가 추진하고 실현하는지 전략적 평화의 주체는 국가 정부 뿐만 아닌 국회, 지방, 시민단체, 학계 등 다중 주체의 참여와 역할 분담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행력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 국가전략 차원의 평화 인프라 구축, 그리고 정치적 수사를 넘어선 지속 가능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평화는 선택 가능한 정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국가운영의 기본 인프라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시민 참여와 정책 평가 체계를 포함하는 민주적 평화운영 모델이 필요하다. 한국이 이끌 전략은 협상이 아닌 구조, 도덕이 아닌 관리, 타협이 아닌 자율 운영 능력에 있다. 전략적 평화는 곧 실행력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 국가전략 차원의 평화 인프라, 그리고 시민이 주도하는 민주적 평화 운영체계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시민사회의 외교·안보 정책 참여를 제도화하는 노력을 통해 국민주권 중심의 외교정책 추진과 전략적 자율성에 힘을 실어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었지만 동맹 문제, 주한미군 문제, 남북관계와 같은 한반도에서의 핵심 현안에 대한 시민적 숙의 구조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다. 한반도 평화는 더 이상 정부의 선언이나 외교적 기술에 의존해서만 달성될 수 없다. 외교 안보의 영역에서 국민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은 단지 국가 지도자의 결단이나 외교 관료의 역량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주권의 확장이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원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시민의 정치적 주권과 평화의식, 그리고 일상 속에서 축적되는 공공적 실천의 총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평화는 군사력이 아니라 시민의 선택과 참여에 의해 가능하며, 외교와 안보의 결정이 공공성의 통제 아래 있지 않다면 자율성은 공허한 수사에 그칠 뿐이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국민주권 중심의 외교안보 접근은 동맹 재정의와 전략자율성의 제도화를 위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아직 시민사회와의 유기적 연계 구조가 취약하다. 동맹 확대나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시민의 피드백 매커니즘이 존재하지 않으며, 군사정보공유, 역외작전 확대, 국방예산 증가 등의 중요한 사안들이 국회와 시민사회에 충분히 설명되거나 공론화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시민사회가 외교 안보의 영역에서 국민주권과 전략자율성의 실질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대해 국민이 사전에 알 권리를 갖고 공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거버넌스 구축해야 한다. 토론회, 공개 질의, 대중적 브리핑 등을 통해 정책의 쟁점을 드러내고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역외작전이나 전략자산 운용 등 국민적 이해가 수반되는 사안에 대해 헌법 제60조의 국회 동의 원칙을 확대 적용하도록 시민사회가 입법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아울러 ‘동맹 현대화’와 변화에 대한 독립적인 분석과 정책 비판을 통해 동맹의 목적과 역할을 재정의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의 ‘공동 대응’ 조항이 한반도 외 지역에 자동 적용되지 않도록 정부의 공식 해석과 입법 보완을 추진해야 한다. 외교안보정책을 감시 평가하고 동맹 검증 및 평화 행동을 위한 시민 네트워크와 국제사회의 평화네트워크 간 연대 및 협력을 통해 한반도 지난 80년 동맹의 울타리에 갇혀 있었던 한반도 대결체제 전환을 위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해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이제 우리 기성세대는 오랫동안 동맹의 이름으로 외면해온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이 질문은 단지 외교정책의 선택지가 아니라,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꿰뚫는 전략적·도덕적 과제이다. 우리는 이 질문에 ‘국민의 이름으로’, ‘헌법의 가치로’,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으로 명확히 답해야 한다

 

"적대와 동맹의 늪에서 벗어나 자주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  

▶ 한국 시민사회의 활동 방향과 과제

-최은아_자주통일평화연대 사무처장

 

1. 광복80년, 한국 앞에 놓인 도전 

1) 내란 과정에서 드러난 분단냉전체제의 민낯  

2024년 12월 3일 윤석열과 동조자들에 의해 선포된 비상계엄과 내란사태가 계엄군의 국회진입을 맨몸으로 막아 나선 시민들, 신속하게 계엄결의 해제안을 가결한 국회, 그리고 6개월간 전국의 광장을 메우며 내란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향해 실천했던 주권자들의 노력 끝에 저지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분단 냉전체제의 민낯이 충격적으로 드러났다. 

윤석열과 그 동조세력들은 비상계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평양에 소음이 큰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하였는가 하면, NLL 초 인접 지역에서 실사격훈련을 진행하는 등 북과의 충돌을 집요하게 추구하였다. 또한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반국가세력의 척결’을 거론하며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고 비상계엄에 저항하는 국민들을 ‘척결’, ‘제거’의 대상으로 상정하였다. 분단과 전쟁체제를 자양분 삼아 민주주의의를 짓밟고 생존마저 위협하려 한 내란 주범들의 행태는 분단-냉전체제가 어떻게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 뚜렷히 보여주었다. 

군사분계선에서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려 한 것은 윤석열 정권이지만, 한반도에 상시적인 전쟁위기를 구조화한 것은 지난 80년간 유지된 대북적대, 동맹강화 정책이다.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 이후, 미군 주둔과 한미군사동맹의 구축과 함께 평화협정 체결은 요원해 졌고, 군사적 대결구조가 공고해졌다. 냉전 해체 이후에도 유지된 비대칭적 대북 적대구조(한국은 중, 소와 수교한 반면 북한과 미, 일 수교는 불발되었다)와 집요하게 이어진 북한붕괴 정책 및 대북 군사압박은 북한을 핵개발로 떠 밀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이후 전면화되었던 남북협력은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압박을 전면화한 가운데 파탄났고,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역시 한미측의 연합군사훈련 합의 불이행 등 대북적대정책 지속에 따라 파탄에 이르렀다. 숱한 남북, 북미간 합의들이 어렵사리 이뤄졌다가도 다시 갈등이 격화되었던 것은, 북한 정권 붕괴에 근본을 두고 있는 한,미 정부의 정책과 이를 위한 군사력 강화, 무력시위의 전면화 등에 따른 것이었다. 

북한 지휘부 제거, 선제공격, 북한 점령 등을 상정한 작전계획과 이를 위한 대규모 무기 도입, ‘인권’ 문제를 빌미로 한 정치적 압박 등 정권붕괴, 군사적 제압에 근간을 둔 대북정책은 군사적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군사적 적대, 대결구조를 강화해 왔다. 군사력을 동원한 대북붕괴, 대북압박 정책이 계속되는 한 남북간, 북미간 군사적 긴장과 대결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80년간의 교훈이다. 

공고해진 분단전쟁구조의 토대를 자양분으로 삼아 남북 충돌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려 한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고 특검이 내란세력들의 전쟁유도 범죄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합참은 ‘정상적인 군사활동’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강경군사정책을 합리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으며, 새 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군사분계선 초 근접지역에서의 실사격훈련 등 충돌을 조장하는 군사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 사태가 전쟁유도와 함께 진행된 것처럼, 내란의 청산은 외환범죄의 청산, 분단냉전 체제의 해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비상계엄에 대한 공모와 그 실행과정의 불법성을 가려내고 처벌하는 것과 함께, 윤석열 정권이 남북 군사충돌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했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실사격훈련, 유도 정책도 그 실태를 밝혀야 하며, 관련 정책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라도 군사분계선에서의 군사충돌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를 빌미로 비상계엄도 반복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미정부가 고집해 온 군사력을 동원한 북한 붕괴정책을 근본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법,제도 역시 손을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 전역으로 규정하여 북한의 존재를 근본적으로 인정할 수 없도록 한 헌법 3조나,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각종 정치적 표현, 주장을 ‘북한 주장에 대한 동조’ 등으로 규정하여 탄압하는 국가보안법을 내버려 두고는 분단냉전체제를 해결할 수 없다. 

2) ‘동맹 현대화’의 늪 

최근 미국이 본격적으로 ‘동맹 현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변화된 국제 안보전략 환경’을 고려한 ‘억지력 재확립’을 추구하고 있는데, 미 자체의 첨단 전투력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배치, 활동하도록 하는 한편, 동맹국에는 ‘동맹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지역 안보에 관한 재정적, 군사적 역할 증대를 요구하고 있다. 국방비를 GDP 대비 5%까지 증액할 것을 동맹국 모두에게 요구하는 한편, 한국에게는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100억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고도 압박하고 있다. 

‘동맹 현대화’를 거론하면서 미국 정부는 ’변화된 국제 안보·전략 환경‘의 핵심으로 ’중국의 침략‘을 지목하는 등 대중국 압박’을 위한 ‘억지력 재정립’이 주요 초첨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3월 헤그세스 국방장관 명의로 배포된 ‘잠정 국방전략지침’에서는 향후 미국은 ‘중국의 대만침공 억제 및 미 본토 방어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미 상원 국방예산 위원회에 제출한 성명에서도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전진배치를 강화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중국의) 침략을 억제‘하겠다’고 천명하였 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대중국 압박에 함께 미국, 일본과 함께 나서라는 것,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처럼 ‘일본과 중국 사이의 항공모함’이 되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말하는 ’동맹 현대화‘는 경쟁국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역할을 한국에도 부여하여 그 부담을 나누고, 한미일, 한일 군사협력의 전면화도 이루며, 이와 함께 한반도 방어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미명 아래 국방비를 늘려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고, 주한미군 주둔비도 추가로 부담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해 있고, 경제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군사적으로는 적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현재 북과의 적대적 갈등과 긴장이 계속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이 코 앞에 위치한 경제 대국이자 핵무기 보유국과 적대관계를 새로이 형성한다는 것은 경제와 안보 모든 영역에서 치명적인 악영향을 불러오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또다른 이웃나라 일본은 미국의 요구에 편승하여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등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나고 있다. 대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한국이 본격 합류하는 순간, 영토와 역사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길을 한국이 열어주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주한미군 주둔비를 현 1조 5천억 수준에서 13조 수준으로 올리고, GDP 대비 현재 2.3~2.7%로 추신되는 국방비를 GDP 5% 수준으로 올리라는 미국의 요구 또한 심각한 내정간섭이자 약탈적 요구이다. 

미군 주둔은 한국에 베푼 미국의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아시아에서 공산주의 확장을 저지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동아시아에 관여하고자 했던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위해 한반도의 전쟁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의 열망은 짓밟혀 왔고, 냉전대결, 분단전쟁 정책만이 강화되어 왔다. 주한미군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기지와 훈련장을 공짜로 사용하고 있으며, 세균실험실 등 위험한 시설을 마음껏 설치하는 것은 물론 최고 수준의 실천훈련을 할 수 있는 군사훈련도 300회 이상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상 이익을 뒷받침하는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막대한 희생을 치러왔으나, 지난 70여년간 미군 주둔을 ’미국이 폐부는 시혜‘로 포장하면서 이를 철저히 은폐해 왔다. 미국이 한국의 주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강요하는 한편, 한미동맹을 비판하거나 미군 철수를 주장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거나 ’종북‘으로 매도하여 짓밟으면서 말이다. 

’동맹 현대화‘는 기존의 비대칭적 한미관계에 따른 주권과 평화의 훼손이라는 문제에 더해 중국과의 군사 갈등과 비용 전가라는 추가적인 문제를 야기하여 더 깊은 종속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치명적인 덫이 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전쟁기지, 미국의 전쟁비용 제공처가 되어 주권과 평화를 파괴할 것인가,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주권과 평화를 지키는 길을 새로이 열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제는 미국의 끌어들이려는 갈등과 대결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2.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과제 

내란 과정에서 확인된 분단,냉전체제의 민낯, 트럼프가 드러내 준 예속적인 한미몽맹의 실체는 모두 북한 붕괴, 반공주의를 토대로 한 군사적 압박과 이를 위한 동맹체제에 공통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과 전쟁분단세력의 이익을 위한 현 분단,전쟁,동맹 체제를 이대로 두고서는 우리 사회의 주권과 평화를 실현할 수 없다. 오히려 더 심각한 전쟁의 위기, 자주와 평화의 위기를 맞이할 뿐이다. 

이제는 분단,전쟁,동맹체제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국‘의 경제와 안보를 사실상 파괴하는 현 한미동맹을 이대로 두어야 하는가? 이미 실패가 입증된 북한 붕괴정책, 대북군사압박을 계속할 것인가? 80년간 계속된 한반도 분단과 전쟁을 이대로 이어가야 하는가? 

1) 미국의 대중국 압박 동참 및 군비 증강 압력 거부하고 굴욕동맹 해결해야 

미 트럼프 정부의 요구는 미 패권을 위해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희생하라는 것으로,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이다.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명분으로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전략의 전진기동군으로 탈바꿈시키고, 한국은 미국의 패권전쟁을 위한 병참기지, 전쟁기지로 만들어 끝내는 한반도를 다시 한번 대리 전장으로 소모하는 구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혈세로 막대한 주둔비와 국방비를 헌납하며 주한미군을 떠받들어 모시고 있을 수는 없다. 

최근 인도는 통상협상에서 미국이 부당한 관셰율을 부과하자 미국산 무기 도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였다. 자신의 전략적 위치를 충분히 인식하여 미국에게도 할 말은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시 할 말은 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기지를 이용하는 한, 한국의 안보이익과 외교관계를 해치는 작전을 펼칠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의 혈세는 한국의 주권과 평화를 훼손하는 집단에게 제공될 수 없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주권과 평화를 훼손하는 ’동맹‘은 필요 없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조짐은 불안하다. 지난 7월 31일 한미외교장관회담, 한미국방장관 통화를 마치고, 양국은 ’동맹 현대화‘를 논의, 추진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태도이다. 다가오는 8월 25일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에서 정부는 ’동맹의 호혜적 현대화‘에 합의하려 한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로는 한반도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미국의 강압적 패권정책에 맞서 싸울 것이며,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주권과 평화를 최 우선 과제로 삼아 동맹 정책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적극 싸워 나갈 것이다. 

2)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평화협력을 선도하여 전쟁과 대결의 악순환을 끊자 

미국의 파상적인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갈등을 끊어냄으로써 전쟁동맹, 대결동맹의 존재 기반을 근본적으로 허물어 뜨리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조선)에 대한 군사압박과 붕괴정책이 아닌 상호 존중, 적대정책 해결, 관계정상화라는 방향성을 확고히 세우고 관련된 조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대북 군사압박과 전쟁정책의 상징으로 된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중단, 한미일 전쟁연습의 즉각 중단은 유의미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현재 한미연합군사연습은 2024년 기준 무려 340여회나 실시되고 있다. 사실상 1년 내내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3월과 8월의 대규모 훈련인 ’프리덤 실드‘의 경우 선제공격, 북 수뇌부 제거, 지휘부 정밀타격, 북 점령과 안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한미 대통령의 말이 진실성 있게 들릴리 없다. 

그동안 한미연합군사연습의 규모와 횟수를 늘리는 데는 ‘전시작전권 환수’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한미훈련이 필요하다는 한국 군 당국의 주장이 상당한 큰 역할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한미훈련의 횟수와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무기도입도 확대된 가운데, 북한의 반발이 커지고 한반도 군사긴장이 고조되었으며,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한 조건은 더욱 까다로와졌을 뿐이다. 이제는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평화를 축으로 세워 전시작전권 환수, 진정한 군사주권의 실현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동맹 현대화’와 함께 언급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감축 역시 평화의 실현, 주권의 회복이라는 견지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국내 보수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감축은 곧 동맹의 약화라며 큰 일이라도 벌어진양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사실 병력의 감축은 군사기술의 발전과 다영역전 중심의 미 군사전략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다. 미국 일각에서는 이를 북과의 대화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추가적인 군사력의 증강이나 동맹의 적대적 성격 강화 없이 추진되어야 비로소 주한미군의 감축이 실질적인 적대의 완화, 관계정상화의 신호탄으로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비핵화를 통한 평화’, ‘힘을 통한 제압’이라는 잘못된 접근법을 폐기하고 ‘평화를 통한 비핵화의 추진’, ‘적대의 폐기를 통한 관계개선’이라는 현실적 접근법을 선택하여야 한다. 기왕에 거론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 주장을 기회로 삼아 한반도 전쟁 대결의 종식, 동북아 평화협력을 선도적으로 의제화하고 한반도 평화협력의 기운을 북돋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통해 전쟁동맹도 외국군대도 필요치 않는 온전하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이 앞당겨 질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한국 시민사회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한미연합군사연습 등 적대와 대결의 중단, 관계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실질적인 해법으로 제시해 왔지만, 큰 규모의 투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의 폭력적인 통상-안보 분야의 압력은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다루지 못해 온 한미동맹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깨우쳐 주었고, 내란 과정에서 드러난 한반도 분단전쟁체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새롭게 각성하게 되었다. 미국의 부당한 압박이 이어지게 되는 한, 한국 시민사회는 미국의 존재, 한미동맹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으며,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맞선 저항, 자주와 평화를 향한 행동은 더욱 격렬해지게 될 것이다.

[출처 통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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