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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손정목의 세상읽기] 한반도 정세 인식의 몇 가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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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4-02-26 08:0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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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목의 세상읽기] 한반도 정세 인식의 몇 가지 문제


미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더 이상 시간을 마냥 끌 수는 없다. 미군이 계속 주둔한다는 것은 한미일 연합훈련 지속과 대북 위협을 가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역사상 처음 본토 핵 타격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지그프리트 해커 교수는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6.25 전쟁 직전만큼 위험”하고, “북한이 소규모 도발은 할 수 있지만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란 생각을 고수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즉 국지전 정도로 바라보면  큰 오산이라는 것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전쟁 위험이 더욱 고조될수록 미국은 더욱 결단을 재촉받게 될 것이다. 

 

이제 국내 진보 진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과거의 관성으로 현재를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질적으로 변화된 전쟁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비상한 결의로 단합된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또한 결과적으로 전쟁 불감증에 일조해서도 안 된다. 최고의 전쟁 위기 상황임을 통일적으로 인식하고, 한미의 전쟁 위기 조성 반대, 대북 적대정책 폐기, 평화협정 체결을 범국민적 요구와 투쟁으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 

 

한반도 정세 인식의 몇 가지 문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창건 76주년을 맞아 평양 국방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  STR / KCNA VIA KNS / AFP / RT 

 

1. 한반도 정세 인식의 여러 견해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북이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을 통해 반세기 이상의 대남노선과 통일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자 이에 대한 이해를 둘러싸고 여러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미 패권이 몰락하고 있지만 과연 동북아에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견해 차이도 포함되어 있고, 정부와 주류 언론 등에 의해 유포되고 있는 북 도발론과 전쟁 불감증 조성 등도 영향을 미쳐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기된 여러 견해를 종합해보면 크게 한반도 전쟁 위기의 성격과 북이 제기한 남북 적대적 2국가 규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통일정책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새로운 정세 변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견해의 정확성과 제한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가능한 이를 일치시켜 나가는 노력일 것이다. 정세 인식의 통일성을 높인다는 것은 정세의 요구와 그 대응을 위한 준비 태세 그리고 실천의 통일성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적 요체다. 

 

 


제8전투비행단 소속 F-16 파이팅 팔콘이 대한민국 군산 공군기지에서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  US Air Force / Staff Sgt. 닉 윌슨 / RT 

 

 

2. 한반도 전쟁 발발 위험은 전후 최고 수위다.

 

현재의 전쟁 위기는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과거 한반도 전쟁 위기는 미 패권이 비교적 안정적인 조건에서 미국에 의해 한반도의 적절한 긴장 유지와 상황 관리 차원에서 조절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전쟁 위기를 조성하고 이에 대응해 북이 강력한 조치로 나오면 한 걸음 물러나 대화를 제의하고, 몇 차례 합의도 하면서 상황을 관리했던 것이다. 물론 그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 적은 없다. 

 

그러나 현재의 전쟁 위기는 미국이 패권 몰락의 위기 상황에서 무력을 사용하여 필사적으로 패권을 사수하려 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패전이 확실한 조건에서도 무리하게 이스라엘을 앞세워 중동의 자주 국가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패권 몰락의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동아시아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앞세워 북과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바이든 정권은 지난 3년간 한·일의 군사협력을 강제하여 이제 한·미·일 군사협력이 전략적 단계로까지 격상됐다고 발표하고, 동시에 유엔사를 재가동해 유사시 유엔사 재활성화에 합의하면서 2중의 연합군 편성 태세를 갖추었다. 여기에 올해 6월 확장억제 가이드 라인(핵작전 계획)을 완료하고, 8월에 핵작전 연습을 하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한·일을 내세워 핵전쟁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내놓은 ‘2024 글로벌 파이어파워’ 군사력 지수 보고서는 한국의 군사력이 세계 5위이고, 일본은 7위, 북은 36위라고 밝혔다.(1.19) 이는 재래식 무력에서 한·일이 힘을 합치면 능히 북을 타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한·일이 없는 핵무력을 미국이 보완해 주면 확실히 북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미일한이 연합군을 편성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은 이런 믿음으로 북과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객관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재래식 군사력은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을 능가한다. 무기 생산능력도 유럽을 초과할 정도라 미국은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처럼 포탄과 탄약까지 제공해주지 않아도 된다. 사실 바이든 정권으로서는 우크라이나 패전이 확실해지고, 중동 전쟁도 불리한 조건에서 패권 유지를 위해서는 군사적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바이든 정권은 불리한 대선 지형과 패권 몰락의 위기를 만회할 뭔가 상황 역전을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의 담당자 로버트 갈루치 교수도 ‘2024년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심각히 경고했다.(1.17) 상황이 이렇듯 엄중하기 때문에 북도 한반도의 전쟁 발발은 가능성 여부가 아니라 시점상의 문제라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이렇게 심각함에도 이상하리만치 한국에는 전쟁 불감증이 만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과 주류 언론 등이 북 도발론과 전쟁 불감증 조성을 통해 이러한 전쟁 위기의 진상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양자는 언뜻 보면 모순된 것 같지만 사실은 동전의 양면이다. 

 

윤석열 정권은 북 도발 위험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북 도발 시 정권 종말과 참수 작전 등 전쟁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윤정권은 북의 대미, 대남 강경책이 북이 세습전체주의 정권 유지와 경제위기에 따른 주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내 온 것으로, 이제 총선 개입을 위해 도발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전쟁 위기는 철저히 북 내부 문제 해결과 한국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북이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일은 북 도발에 대응하는 방어적 태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쟁 불감증도 같이 조성하는 것은 자칫 전쟁 위기 상황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 경우 한미의 전쟁 준비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북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할 것을 알기에 전면전은 기피하지만, 국지적 도발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전면전은 없고 국지전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전쟁 위기 원인을 북에 돌리면서 예상되는 군사 충돌이 큰 전쟁은 아닌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국민이 전쟁 발발 위기를 심각히 느끼게 되면 전쟁 반대 여론이 급등하고, 정부에 전쟁 위기 중단을 강력히 제기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미는 자신들에 의한 전쟁 위기 조성을 감추고, 고조될 수 있는 국민적 전쟁 중단 요구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사실 정부의 이런 류의 선전 홍보는 과거 여러 차례의 전쟁 위기 상황이 별일 없이 지나간 체험과 맞물려 국민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남북간에 험악한 말이 오고 가지만 실제 전쟁이 발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쟁 불감증이 만연되어 있다. 특히 정부의 왜곡 선전에 맞서 전쟁 위기 진상을 알리고, 그 중단을 앞장서 요구해야 하는 정치권, 특히 민주당과 진보 정당들도 총선을 앞두고 이 사안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사회적 전쟁 불감증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전쟁 불감증이 진보 진영 내에도 상당히 확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전쟁 위기가 북이 아닌 한미에 의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은 바로 보지만, 미국이 3개의 전쟁을 동시에 할 수 없고, 북 역시 전쟁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전쟁 발발로까지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세 판단도 한몫하고 있다. 그리고 진보를 위장한 양비론이 북의 적대적 2국가 발표에 힘을 얻어 독버섯처럼 번지고, 일부 지식인들은 북도 2국가를 인정한 만큼 이 기회에 아예 남북 양국이 평화 공존하면서 지내자는 양국 평화공존론을 퍼트려 진보 진영의 올바른 정세 판단을 흐리고 있다. 

 

양비론은 전쟁 위기의 원인이 한미와 북 모두에게 있다는 주장으로 문제의 원인이 된 한미의 책임을 가리는 기회주의적이고 교활한 주장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에도 양비론을 들이밀어 국민이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모르게 하는 가짜 진보들이다. 그리고 소위 남북 평화 공존론은 한마디로 싸우지 말고 이대로 가자는 주장이다. 분단유지론의 변종인데 기본적으로 미국과 대북적대세력 지배가 계속되는 조건에서 어떻게 평화공존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기초적인 방안조차 없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평화공존이 불가능함을 우리는 이미 겪었다. 

 

결국 이런 인식들은 정치권의 눈치 보기, 무책임성과 맞물려 범국민적 한미의 전쟁 위기 조성 반대, 전쟁 반대 투쟁에 상당한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상대해상미싸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는 현장 

 

3. 북의 적대적 2국가론은 힘에 의한 문제해결 선언

 

한반도 전쟁위기 상황에서 북이 최근 발표한 대남노선과 통일정책의 대전환은 이제 더 이상 동족 의식이 거세되고, 외세와 야합한 세력들은 관용과 인내 없이 힘에 의해 평정하겠다는 공식 선언이다. 이 선언은 남북 관계를 국가간 관계가 아닌 통일지향의 특수관계로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의 폐기이자 역대 모든 남북공동선언의 무효화이다. 그리고 이 선언의 의미는 8차 당대회에서의 대남, 대미부문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자, 동시에 지방발전 20*10 정책과 더불어 2036년을 목표로 한 사회주의 강국 실현 전략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북은 지난 전원회의에서 2024년을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투쟁 목표 점령의 승산을 확정 지워야 할 결정적인 해”로 규정하였다. 즉 8차 당대회 목표 달성 여부를 확정지을 시기라는 것이다. 8차 당대회의 대남 대외관계의 목표는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 굴복”시키는 것이었다. 구체적 형태로 미군 철거와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의 종국적 청산 등이다. 그리고 남측에 대해서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중지, 반통일적 행태의 엄정 관리와 근원 제거 등을 요구하고, 계속 북을 적대시한다면 ‘부득불 달리 상대해 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였다. 그리고 이제 달리 상대하기 위해 남측을 대한민국이라는 교전 관계의 적대국으로, 제1의 주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사회주의 강국 실현이란 북의 4대 강국 노선에서 이미 달성한 사상, 정치, 군사 강국 외에 아직 달성하지 못한 경제 강국을 실현하는 것이자, 한반도 통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통일은 초기부터 제창해온 전략적 과업이다.  통일이 없는 사회주의 강국 건설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중국 역시 사회주의 현대화 전략 실현에 대만 통일을 필수적인 역사적 과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북은 통일을 의미하는 영토완정이란 표현을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 정부 성명’에서 사용한 이래 지금까지 여러 성명, 담화 등에 자주 사용하였다. 영토완정(完整)이란 ‘한 나라의 령토를 단일한 주권 밑에 완전히 통일’(북 조선말대사전)한다는 의미다. 북은 이를 2022년 9월 핵무력 정책법에 명문화하였고, 이어 2023년 9월 핵무력 정책을 헌법화하면서 ‘공화국 무장력의 사명’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였다. 이렇듯 무장력의 사명으로 영토완정을 헌법에도 명문화한 것은 강력한 국방력에 의거해 통일을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북이 남을 대한민국이란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한 것은 기존의 평화통일 방식이 불가능해졌다는 총화에 따라 “공화국 무장력”에 의거해 통일하겠다는 것으로, 단지 선언적 의미가 아니다. 북은 철저히 남측의 구체적 대북적대정책에 대해 건건이 대남적대정책으로 구체화하였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남이 북을 주적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북이 대한민국을 제1의 주적이라고 대응

2) 남의 대북 참수작전에 대해 북의 대한민국 점령정책으로

3) 남이 헌법에 북을 미수복지역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북 역시 대한민국 수복정책으로 대응. 이는 북 역시 헌법에 남측 전역을 미수복 지역으로 규정한다는 의미

4) 남이 북측 지도부와 인민을 분리한 것에 대응해 북도 대한민국의 동족 의식이 거세된 외세야합의 반민족 세력과 인민을 분리하여 대응

5) 남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군사 분계선인 것처럼 규정한 것에 대해 북은 서해 남쪽 국경선 확정으로 대응.(영토, 영해, 영공 국경선 확정)

 

이것은 북의 점령, 평정, 수복 정책이 남의 선제타격, 참수(북 지도부 제거), 수복 정책에 대한 대응인 것을 보여준다. 북은 남의 대북 점령정책에 대응한 대남 점령정책을 내 온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건군절 연설에서 "이로써 우리는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화국 정권의 붕괴를 꾀하고 흡수통일을 꿈꾸는 한국 괴뢰들과의 형식상의 대화나 협력 따위에 힘써야 했던 비현실적인 질곡을 주동적으로 털어 버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콕 집어서 서해 남쪽 국경선을 0.001mm라도 침범해 오면 전쟁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는 발표는 이 일대가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 한미는 NLL 사수를 마치 국경선 사수인 것처럼 주장해 왔기에 북측의 남쪽 해상 국경선 확정을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한미가 NLL 사수에 나설 경우 국경선 침범이 되고, 이는 북이 합법적으로 전쟁을 개시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명명백백한 적대국으로 규제한 데 기초하여 까딱하면 언제든 치고 괴멸시킬 수 있는 합법성을 가지고”(2.8)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북의 적대적 2국가 규정은 전쟁 준비 태세를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 한 조치로 보인다. 

 

 

4. 최종 시기에 들어섰다. 

 

일각에서는 그간 북의 군사적 무력시위가 철저히 한미의 군사적 공세에 대응한 형태였고, 김정은 위원장의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표에   의거해 북은 ‘전쟁할 결심’이 아니라 ‘반격할 결심’이라고 해설하였다. 더 나아가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전쟁 위기가 고조되더라도 대화 국면은 열리지 않는 ‘장기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해설하였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북이 실제로는 경제 강국 건설에 집중하기 때문에 경제 성과가 파괴될 전쟁을 우려하고, 한미도 여러 여건상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전쟁은 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전쟁 발발도, 대화도 없는 적대적 2국가의 긴장 상태 유지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이다,

 

물론 전쟁이 발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세 인식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오해를 줄 수 있다. 반격할 결심은 북이 ‘눈에는 눈, 강경에는 초강경으로’라고 60년대부터 일관되게 천명해온 원칙이다. 북은 핵무력이 없을 때도 항시 강력한 반격을 천명하였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그런 입장을 교전국 관계로 전환하면서까지 재확인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미 북은 유사시 다른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북의 핵무력 정책법에는 상대의 공격만이 아니라 그 공격이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선제타격을 명문화했고, 지난해 8월 강순남 국방상도 “군사적 적대행위들을 추호도 용납하지 않고 압도적이며 선제적인 무력대응을 결단코 실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경우 상대의 직접적 공격이 없어도 먼저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미의 작계 5015(참수작전)가 선제 타격을 핵심 작전방안으로 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쟁을 먼저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전쟁이 우리 앞의 현실로 다가온다면 절대로 피하는데 노력하지 않을 것”(1.15)이라고 밝히고, 또 “(적들이)무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역사를 갈아치울 용단을 내리고 우리 수중의 모든 초강력을 주저 없이 동원하여 적들을 끝내버릴 것"(2.8)이란 연설 역시 상대가 직접적으로 총과 포탄을 쏠 때까지 기다린다는 표현이 아니다. 

 

다음으로 현 국면의 장기성이란 규정도 세계질서 전환기라는 정세의 사변적 성격을 반영하지 않는 지극히 제한적인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결국 미 패권이 한반도, 동북아에서는 예외적으로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정세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미 패권 몰락은 가속도가 붙어 이제는 미 군사력이 예멘 후티군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각국의 미사일, 드론 기술의 발달은 미 항모와 전함을 떠다니는 거대한 타격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는 미 원정단의 역할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조만간 미국은 우크라이나 패전과 중동 전쟁의 패배로 군사 패권의 결정적 추락에 이를 것이고, 이는 나토의 운명과 유럽 정치 지형의 변화에도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시에 달러가 아닌 자국 화폐 사용국들이 현재 68개국에서 더 급격히 늘면서 달러패권 역시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이 책임과 진로를 둘러싸고 미 지배 세력 내 격렬한 정치 내전은 대선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와 그 후과는 미국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그 시기가 올해와 내년이다. 

 

그럼에도 국내는 마치 섬처럼 미국의 지배력이 유지되면서 전쟁도 대화도 아닌 긴장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결국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은 상당 기간 유지된다는 것이고, 한반도만 적대적 2국가로 되었지 과거 대결 상황과 같은 국면이 그대로 간다는 뜻이다. 소위 양국 체제가 오래 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미 패권 몰락 시기라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정세의 의미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제 미국은 한반도에서 우크라이나, 중동처럼 전쟁을 결행할지 아니면 한반도 문제에서 손 떼고 물러날지를 결정해야 할 시기다. 이는 한반도 정세가 국내 진보 진영의 뜻과 의지에 상관없이 최종 결판의 시기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패권 몰락의 위기 상황에서 전쟁 및 전쟁 위기를 조성하여 동맹을 통제하고 패권을 유지하려 하였지만, 연이은 군사적 실패로 이를 만회할 계기가 절박하게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점이 한반도 전쟁 위기를 극히 위험단계에 이르게 한 핵심 요인이다. 북도 이에 맞서 미 패권 몰락의 위기 상황을 반영해 모든 대남, 통일정책을 근본에서 바꾸고 대사변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 결과는 현 긴장 상태의 유지가 아니라 대북적대정책 폐지와 같은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로 귀결될 것이다. 

 

이와 관련 주목할 점은 북이 제1의 주적을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점령 작전에 미국은 빠지라는 요구다. 만약 미군이 주둔한 조건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은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은 미국이 개입한다면 “미국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재앙과 패배를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흥미롭게도 최근 미국의 소리(VOA)는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한국은 스스로 방어해야 할 것’ (1.20)이라는 대담을 보도했다. 그 이유는 “미국은 북한의 선제공격 시에도 중국의 개입에 대비해 핵심 병력 투입을 보류해야”하고 “중국의 승리를 막는 게 북한의 어떤 행동보다 미국에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임무와 역할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미군은 굳이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 미군이 주둔하는 조건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개입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길은 전쟁 전에 미군이 미리 철수하는 것이다. 즉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 평화협정을 통한 미군 철수가 실현되는 것이 미국이 개입하지 않고 ‘한국 스스로 방어’하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추가적인 전쟁 위험을 막으려면 로버트 갈루치 제안대로 북미가 수교하고, 과거 리처드 하스 전 미 외교협회 회장의 제안처럼 핵군축을 하는 것이다.  

 

미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더 이상 시간을 마냥 끌 수는 없다. 미군이 계속 주둔한다는 것은 한미일 연합훈련 지속과 대북 위협을 가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역사상 처음 본토 핵 타격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지그프리트 해커 교수는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6.25 전쟁 직전만큼 위험”하고, “북한이 소규모 도발은 할 수 있지만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란 생각을 고수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즉 국지전 정도로 바라보면  큰 오산이라는 것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전쟁 위험이 더욱 고조될수록 미국은 더욱 결단을 재촉받게 될 것이다. 

 

이제 국내 진보 진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과거의 관성으로 현재를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질적으로 변화된 전쟁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비상한 결의로 단합된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또한 결과적으로 전쟁 불감증에 일조해서도 안 된다. 최고의 전쟁 위기 상황임을 통일적으로 인식하고, 한미의 전쟁 위기 조성 반대, 대북 적대정책 폐기, 평화협정 체결을 범국민적 요구와 투쟁으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 

 

물론 그렇게 된다고 해도 한반도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자주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계속)

 

(출처: 통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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