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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연재26]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3. 천년을 넘어 들려오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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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9-08-23 10:0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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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26]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3. 천년을 넘어 들려오는 노래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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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창작된 전인광 북녘 작가의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이 지금 북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소설은 타이의 어느 한 산간벽촌에서 일어난 두 명의 일본인들에 대한 살해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첫 서두에 이렇게 씌여져 있다.

《나는 죽더라도 증명할것입니다. 력사가 증명하고 내가 증명합니다. 이 력사를 지워버려서는 안됩니다.》 - 한 조선녀성의 증언중에서 -

 

<조선의 오늘>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4. 15문학창작단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나라의 관록있는 작가들이 《하나의 조일관계력사론문》《바늘끝도 안들어가게 구성이 째인 작품》《이렇게도 쓸수 있겠구나 하는 창작적묘리를 깨우쳐준 소설》이라고 평가하는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은 작가의 피타는 사색과 탐구불같은 열정과 높은 창작적기량에 의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였다.”라고 밝혔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네덩이의 얼음>을 연재한다.





(제 26 회)

제 5 장

3. 천년을 넘어 들려오는 노래

 

웅카라는 무라야마의 전화를 받고 그가 통보해준 두 일본대학생과 도미꼬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아끼꼬와 그의 애인인 이마무라는 지난해 5월에 이 칸쿤마을에 도보려행을 왔다갔다.

그들의 열흘 넘는 관광안내를 츄홍따이사장이 직접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려행을 왔다간 후 1년이 썩 지난 9월에 아끼꼬는 어떤자들에게 랍치되여 시체로 나타났다.

그리고 아끼꼬가 죽은지 며칠후에 일본땅에 있던 도미꼬가 외할아버지 니시하라를 찾아 타이로 왔으며 그들 역시 라후족의 칸쿤마을에서 시체로 나타났다.

이 사건과 관련되여 의심되는 모든 인물들이 타이의 칸쿤마을을 축으로 얽혀있다. 그 축에 서있는 인물이 바로 츄홍따이이다. 웅카라의 눈앞에 삥강에서 발견한 범인들이 타고 왔던것이 분명한 커누며 구새먹은 티크나무와 법당이 환영처럼 스쳐갔다.

웅카라는 츄홍따이를 만날 때가 되였다고 생각했다.

만나서 우선 지금 현실적인 의문으로 제기된 두 일본대학생과의 관계를 알아보느라면 그들관계의 어떤 실마리가 풀려나오지 않겠는가.

웅카라는 그를 만나기 위한 면밀한 준비를 갖추었다. 그리고 저녁시간에 전화번호를 눌러 츄홍따이를 찾았다.

《아, 웅카라부장님! 이거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치엥마이본사에서 전화를 받는다며 츄홍따이는 여전히 그 굵은 음성에 활달한 어조로 대답했다.

《츄홍따이사장, 지금 당신을 만날 일이 있어 그러는데 어떻소? 시간을 좀 내겠소?》

《아, 부장님이 찾아오시겠다면 제가 시간을 내고 안 내고가 있습니까. 그렇잖아도 우리 집사람이 부장님이 이번 사건을 책임지고 이 일대에 나오셨다는데 한번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여간 불평이 아닌데요. 하하…》

츄홍따이의 어조와 태도에는 그 어떤 위구나 불안의 기색이 한점도 없었다.

웅카라가 여러가지 물증을 잡고 사건수사가 어느 정도 깊어진 지금에 와서 만나자고 련락하는데도 그자신은 너무나 자신만만하고태연했다.

수사승용차를 몰고 치엥마이로 떠나면서 웅카라는 조금이라도 사건과 련관된 사람이라면 저처럼 태연하고 떳떳할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츄홍따이는 점심식사도 함께 할겸 집에서 만나자고 굳이 초청했지만 웅카라는 너무 시간이 없어 미안하다고 사양하며 치엥마이트레킹사 본사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웅카라가 치엥마이비행장에서 뻗어나온 도로가 시내중심으로 꺾어드는 륜환선도로옆에 자리잡은 3층의 트레킹사 본사에 당도하니 중키에 쩍 벌어진 어깨가 력기선수같은 츄홍따이가 현관에 나와 기다리고있었다.

그들은 반갑게 악수를 했다.

《이거 오래간만이요, 츄홍따이사장.》

웅카라가 마주잡은 츄홍따이의 손을 흔들며 반가움에 그의 어깨를 툭 쳤는데 그 서슬에 츄홍따이가 《아!》 어깨를 잡으며 짤막한 비명을 질렀다.

웅카라는 놀라 바라보았다.

《웬 일이요? 어디 상했소?》

츄홍따이는 심상히 웃었다.

《예, 얼마전에 관광객들과 무챠룬호수를 돌아보다가 벼랑에서 구르는통에… 어깨를 좀 상했지요. 이젠 거의 나았습니다.》

그때야 웅카라는 츄홍따이사장이 팔을 상해 뽀트를 함께 타지 못했다고 보고하던 프리야춘이 생각났다.

《허, 벼랑에서 굴다니… 원, 한다하는 특공대출신이 그게 뭐요?》

웅카라는 그가 특공대시절 동부띠모르반란군과 싸우다 수류탄파편에 맞아 생겼다는 넓은 이마의 상처자리를 흘깃 보며 웃었다.

《글쎄말입니다. 망신입니다. 하하… 자, 들어갑시다.》

츄홍따이는 호탕하게 웃으며 웅카라를 안내했다.

《나는 늘 부장님께 초청장을 보내놓고 기다리는 립장인데 부장님이 영 시간을 못 내다보니 이렇게 뵙기 힘들군요.》

《하긴 그렇지.》

 웅카라는 헌헌히 웃으며 다시 물었다.

《참, 래일모레가 수등절인데 금년 수등놀이엔 쑤코타이의 니콤선생에게 지원 안 가시오?》

《아, 그럴리 있나요? 우리 각 지사들, 정박장들에서 조직해서 며칠전에 벌써 다 떠났는걸요.》

《허, 글쎄 그렇겠지.》

웅카라는 내심 감탄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츄홍따이사장은 아무리 봐도 일반 기업가들하군 달라. 나라를 생각하고 회사직원들을 거느리고 하는데서 참 웅심이 깊거던…》

웅카라와 응접실에서 마주앉자 츄홍따이는 웃음속에 물었다.

《그런데 부장님이 절 만나 알아볼게 있다는게 어떤겁니까?》

《음, 그게…》 하며 웅카라는 츄홍따이가 권하는 담배에 불을 붙여물며 무심한 어조로 물었다.

《저 삥강상류 칸쿤마을에서 말이요, 지난해 5월에 츄홍따이사장이 라후족을 찾아 관광을 온 일본인 두 남녀대학생을 직접 안내했던 일이 있소?》

츄홍따이는 별로 생각지도 않고 대답했다.

《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웅카라는 그때 츄홍따이의 표정을 살폈는데 그의 낯빛은 여전히 느긋이 웃는 심상한 표정이였다.

《음, 헌데 일본사람이라면 원한이 깊은 당신이 아니요?

그런 당신이 일본인들을, 더구나 대학생들의 트레킹안내를 직접 했다는게 선뜻 리해가 안 가서 말이요.》

《아, 그 사연을 듣자고… 부장님, 그들은 순수한 학문연구로 이 땅을 찾아왔던 대학생들입니다.》

《순수한 학문연구라…》

《예.》

《이 동남아 타이의 산간마을에서 일본대학생들이 그래, 도대체 어떤 학문과제를 탐방한단 말이요?》

《그 두 대학생은 여기 라후족마을사람들이 쓰는 고대조선어 즉 옛 고구려말의 연구를 위해 여기까지 찾아왔던겁니다.》

《?!…》

웅카라의 굵은 두눈섭이 우로 치켜졌다.

《옛 고구려말?》

《예.》

웅카라는 무라야마가 전화로 알려준 조춘일이 말했다는 두 대학생의 타이탐방리유가 역시 사실이라는것을 내심 확인했다.

츄홍따이는 뒤켠의 벽장에서 두권의 책을 뽑아다 웅카라의 앞에 펼쳐놓았다.

《이건 여기 삥강상류에 사는 라후족이 옛 고구려의 후손들이라는것을 직접 탐방하고 쓴 조선과 일본학자들의 책입니다.》

《라후족이 옛 고구려의 후손들이라고?》

《예.》

이야기는 느닷없이 다른 방향으로 가지치며 나가고있었다.

웅카라는 《치엥마이》, 《라후족, 그 뿌리》라는 제목의 책들을 뒤적이며 영문을 몰라 물었다.

《그런데 그것과 그 일본대학생들이 무슨 상관이요?》

《허, 저도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그런 감정이였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아끼꼬라는 처녀는 실상 조선혈통의 처녀였더란 말입니다.》

《뭐라구? 조선족?》

《예.》

웅카라는 《음.》 하는 소리를 신음소리처럼 내뱉았다.

《아끼꼬? 아끼꼬라는 처녀가 조선혈통이였다?! 그래서 동남아의 라후족이 옛 고구려의 방언을 쓰고있다는 학자들의 글을 보고 직접 그 연구를 위해 찾아왔다 이건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웅카라는 츄홍따이를 의미심장하게 응시하며 물었다.

《그러니 츄홍따이 당신이 그들의 안내에 발벗고 나선 동기도 따져보면 당신자신이 라후족출신이고 이 칸쿤이 고향이니 결국 당신들이 옛 고구려의 후손들로 만나는셈이 아닌가?》

츄홍따이는 웃었다.

《글쎄, 그런 의미로 따지면 그렇다고 봐야지요. 그 처녀가 조선혈통이라는걸 아는 순간에 제 생각이 그랬습니다. 천년이 넘는 겨레의 넋의 뿌리를 찾아온 혈족을 만난셈이라 할가, 그런 감동이 없었다면 이 나이많은 사장이 애들 관광안내에 무엇때문에 손수 나섰겠습니까.》

…칸쿤마을 트레킹지사옆의 집에 사는 로인부부의 딸이 츄홍따이려행사 지사의 회계원이였다.

처음 츄홍따이는 일을 보러 지사에 들렸다가 그 회계원처녀에게서 두 일 본대학생이 자기 집에 묵고있다는 말을 듣고 들일 사람 없어 공부도 안하고 돈뿌리며 놀러다니는 일본놈애들을 들이고있느냐며 욕설을 했다.

그런데 그 두 대학생중의 처녀가 실상은 조선혈통이며 라후족의 말을 연구하러 여기까지 왔다고 하더라는것이였다.

츄홍따이는 당장에 호기심을 누를길 없어 그 두 대학생을 데려오라고 했다.

준수한 큰 키에 호남아다운 이마무라와 리지적인 웃음이 상긋이 입가에 맺혀있는 처녀를 만난 츄홍따이는 그들의 관계와 타이에 온 려행목적을 듣고 단번에 그들에게 끌려들었다.

아릿다운 처녀가 조선사람이라지 않는가. 캐보면 우리 라후족의 뿌리는 고구려이민이라던데… 결국 우리는 한혈통이 되는셈이다. 반가웠다. 조상의 옛 뿌리를 찾아 이 머나먼 곳까지 온 그들의 소행이 갸륵하기 그지없었다.

흥분한 츄홍따이는 그들을 그 집에 들게 하고 저녁까지 잘 차리게 하여 식사도 함께 했다.

예견찮았던 뜻밖의 환대에 두 대학생은 여간 기쁜 기색이 아니였다.

밤늦도록 그들과 앉아 고구려와 조선의 력사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너무도 많은것을 새로 알게 된 츄홍따이는 다음날부터 그들의 관광안내를 제가 직접 하겠다고 나섰다.

그때는 마침 타이농촌에서 매해 년례행사로 벌어지는 《농경절》이 시작되는 때였다.

츄홍따이는 이마무라와 아끼꼬를 데리고 칸쿤마을에서 십여리 떨어진 한 라후족마을을 찾아갔다.

마침 그 마을에서 논밭갈이와 씨뿌리기를 앞두고 《농경절》이 있었기때문이였다.

《신령》의 보호로 그해 비바람이 순조롭게 불어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념원에서 온 나라가 벌리는 축제였다.

먼 옛적, 이날에 왕과 신하들, 백성들이 왕궁밖의 큰 풀밭에서 그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를 벌리군 한것이 유래되면서 농민들의 년중 가장 큰 명절로 되였다고 한다.

흰색바탕에 꽃모양의 무늬를 놓은 천으로 만든 크고 긴 두루마기에 뾰족한 례식모자를 쓴 촌장이 풀밭에 들어가 멍에가 메여진 《신성한 소》의 보탑을 잡았다.

정해진 구간의 밭을 갈고 상징적인 밭갈이가 끝나자 소의 멍에를 벗기고 제단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제단우에는 일곱가지의 제물을 놓는데 벼, 조, 완두콩, 풀, 물, 술, 깨를 올려놓고 소가 어느것을 먼저 먹는가 하는것을 놓고 그해의 풍년과 흉년을 점친다.

촌장이 소가 벼를 먼저 먹었다고 확언하며 손을 들자 둘러섰던 농민들이 환성을 올리며 틀림없는 풍년이라 춤을 추며 돌아갔다.

그 마을은 앞에 시내물이 흐르고 높지 않은 산기슭을 따라 집들이 일매지게 자리잡은 마을이였다.

《저봐요, 고구려사람들은 집을 짓고 마을자리를 잡을 때 배산림수(낮은 산을 뒤에 두고 앞에 시내가 흐르며 벌이 펼쳐진 곳)하고 동향대문(대문은 동쪽을 향하고)에 남향집(집방향은 남쪽)이라 했거던요. 봐요, 하나같이 배산림수, 동향대문에 남향집 안예요?》

아끼꼬는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감탄이였다.

마을 웃쪽공지에 홀로 서있는 작은 집은 조상에게 제를 올리는 곳으로 바로 고구려의 성황당 같은 신당이였다.

마을촌장집에 이르니 발방아며 아이들이 입은 색동옷이 너무도 눈에 익었고 집에 잇달린, 자그마한 벼짚이영을 올린 집은 고구려의 창고인 부경과 꼭같은 형태이다.

아이들이 밀려다니며 공기놀이, 팽이치기하는것도, 꿀꿀거리는 돼지우리의 돼지구유도 고구려고분벽화에서 보았던것과 너무 신통하였다.

《이마무라씨, 저 발방아도 고구려무덤벽화에서 보았던 그 발방아그대로 아니예요?》

아끼꼬는 발로 디디게 된 방아를 가리켰다.

《아시아에서도 한족을 비롯해 다른 민족은 저런 발방아를 쓰지 않았어요. 대개 연자방아를 썼거던요. 저런 발방아는 허리와 다리힘이 강한 조선사람들만이 썼어요.》

관광 첫날 그들은 츄홍따이의 안내로 촌장의 집에서 잤다.

사랑방에서 이마무라와 츄홍따이가 자고 아끼꼬는 안방에서 촌장부인과 함께 잤다.

저녁식사를 하자고 촌장부인이 남편을 부르는데 《여부우-》하고 찾았다.

《여부우-라니?》

아끼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촌장부인을 쳐다보았다.

촌장의 뒤를 따라 부인이 나간 뒤 아끼꼬는 츄홍따이와 이마무라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조선사람들이 부부끼리 찾는 부름이 여보거던요.》

팽이치기하다 뛰여들어온 예닐곱살 난 촌장의 아들이 어머니를 부르는데 《암마》였다.

아끼꼬는 손벽을 치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마무라가 끄덕였다.

《음, 저게 어머니를 찾는 조선말그대로 아닌가? 고구려적에도 엄마는 엄마였던 모양이요.》

《야미야!》

촌장이 안해를 부르는 소리였다.

조선말의 《에미야.》하는 부름과 얼마나 비슷한가.

《고구려적에는 남편이 시어머니구실까지도 맡았던 모양이지요?》하며 아끼꼬는 이마무라에게 생긋 웃었다.

촌장의 아이들은 여섯명이나 되였다.

열두어살 난 큰딸이 갓난 막내동생을 업고서 돌보고있었다.

큰 보자기를 둘러서 동생을 업고있던 그는 동생이 흘러내리자 《어부바, 어부바》하며 엉뎅이를 추켜올리며 등에 업힌 동생을 얼렸다.

아끼꼬는 어릴적 자기를 품에 안고 《어부바, 어부바》하며 얼리던 할아버지가 꿈결처럼 떠올랐다.

마을의 아침은 집집에서 들려오는 디딜방아소리로 시작된다.

《저 디딜방아소리가 고구려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전해주며 내 가슴에서 쿵덩쿵덩 소리를 내는것 같애요.》

들리는 마을마다 집집의 터밭에는 파, 가지, 생강, 달래, 토란 등이 자라고 초가지붕우로는 조롱박과 수세미가 올라가고있었다.

아침을 먹고 일터로 가는 사내가 소리친다.

《밭에 가이요. -》

일하러 밭에 간다는 조선말 그대로이다.

점심때가 지나니 안해가 점심을 차려가지고 밭으로 나온다. 베자루에 넣은 밥그릇과 소금 그리고 뒤웅박에 든 물이 전부다.

손때가 반지르르 도는 뒤웅박을 보느라니 조선의 청자기와 백자기의 두루미병이 절로 떠오른다.

밭에서 일하는 녀인네들이 합창으로 노래를 부르자 한 사내가 판소리 비슷한 노래 한곡조를 뽑는다.

그 노래소리가 숲의 메아리를 안고 유정하게 들판에 울려간다.

그들이 이튿날 거리가 좀 멀어 츄홍따이의 승용차를 타고 다음 마을에 들렸을 때에는 마침 점심시간이였다.

츄홍따이가 잘 아는 집이여서 그들은 무랍없이 둘러앉아 주인네가 먹는 그대로 부루쌈을 먹었다.

아끼꼬는 싱싱한 부루에 밥을 놓고 소금을 놓아 주먹만 하게 싼것을 주인들에게도 권하고 이마무라와 츄홍따이에게도 권했다.

갸름한 얼굴에 흰 살결, 생동하게 빛나는 눈빛이며 오똑한 코가 대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선녀같은 처녀가 싸주는 쌈이여서 주인들은 물론 두 남자도 그가 싸주는것을 기다리는 판이였다. 그리고는 두볼이 미여 지게 받아물고 눈을 뚝 부릅뜬채 쌈을 먹는 그들을 보며 아끼꼬는 손벽을 치며 웃었다.

《이런 광경이 조선의 오지산골이 아닌 타이 북쪽의 산간마을에서 펼쳐지다니?》

아끼꼬는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였다.

이렇게 한주일째 츄홍따이 안내로 주변에 산재한 네개의 라후족마을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칸쿤마을로 돌아왔다.

삥강에 나가 츄홍따이가 싸칼리정박장에서 불러온 커누를 타고 강의 상류를 유람하고 저녁에는 마을끝에 사는 한 집의 열여덟살 난 처녀의 성인식에 참가했다.

리장은 마침 손님으로 와있던 츄홍따이를 초청했다. 이마무라와 아끼꼬가 함께 가겠다고 해서 츄홍따이는 그들도 데리고 갔다.

마을원로 서너명이 좌정했고 처녀가 돌아가며 그들로부터 축수를 받았다.

조금후에 강아지와 암닭 한마리를 잡아 그 피를 울밖에 뿌려 고수레를 했다. 참대가지를 세우고 거기에 강아지의 꼬리끝과 닭부리를 꽂고 리장이 그앞에서 중얼중얼하며 기도를 올렸다.

그런 의식으로 금방 성인이 된 라후족처녀를 보는 그때 아끼꼬는 순간의 환각에 휩싸였다. 분명 어디선가 본듯 한 그 처녀가 순간적으로 자기자신처럼 느껴지는 환각이였다.

어디서? 그전에 본적이 있을리가 없다.

그렇지만 온몸으로 감득되여오는 친밀감과 피줄이 켕기여오는 짜릿한 향수와 같은 전률감이 어디선가 꼭 만난 사람, 아는 사람, 나와 혈연으로 이어진 사람이라는 감정이 떠나지 않았다.

아득한 옛적 먼 북쪽에 광대한 령토를 두었던 동방강국 고구려를 시원으로 하고 이 라후족의 산간마을처녀와 조선의 한 후손인 자기가 시공간을 넘어 서로 얼키고 설키는 감정, 이 열대의 산간마을에서 조상들의 유구한 넋이, 천년의 상봉이 이루어지는듯 한 벅찬 감정에 휩싸였다.

츄홍따이는 웅카라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때 아끼꼬는 나에게 말하더군요. 라후족이 사는 여러 마을들을 돌면서 자기는 천년을 넘어 넋을 울려오는 신비한 선조들의 노래를 온몸으로 들었다구요.》

《음, 그 감정은 츄홍따이 당신도 마찬가지인것 같구만 뭐.》

《예, 옳습니다.》

츄홍따이는 저으기 감동에 젖어 이야기했다.

《그런데 츄홍따이사장…》

어느덧 헤여질 때가 되였을 때 웅카라는 지나가는 말처럼 속에 벼르던 말을 슬쩍 물었다.

《츄홍따이사장은 우리 프리야춘형사에게 말했다면서? 일본인 아지자와와 그 외손녀가 추락사고로 죽었다고 발표하고는 범인을 추적한다는건 무슨 말인가고?》

그런 질문이 나오리라 생각했던듯 츄홍따이는 씁쓸히 웃으며 웅카라를 마주보았다.

《웅카라부장님! 그 두사람은 추락사고가 아니라 그들에게 어떤 원한을 품은 사람들에 의해 살해된게 분명한데 왜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습니까? 난 그게 의문스러워 물었던겁니다. 진실이야 진실대로 밝혀야 하지 않습니까?》

《…》

웅카라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츄홍따이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번뜩였다.

(이 사람이 사건과 어떤 련계가 있는게 분명한데…)

웅카라는 갈마드는 이런 생각을 삼키며 물었다.

《참, 그후 그 두 대학생이 이 칸쿤에 다시 왔던 일은 없소?》

《없습니다.》

츄홍따이는 팔을 쩍 벌려보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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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로 보는 조선중앙텔레비젼 보도 9월 20일(금)
[사진으로 보는 노동신문] 9월 21일(토)
조미실무회담의 전망 - 조선의 승리는 확정적이다.
'노재팬'에 日실물경제 직격탄…韓 손님 '제로' 골프장도
조선, 국제체육경기에서 금메달 성과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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