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세력은 따먹기가 주특기인가?
(춘향전을 따먹는 것이라니!)
이흥노 논설위원
지난 6/22일, 한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초청연사로 나온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최근 이 대통령이 질타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해 시비를 하는 과정에서 이와 무관한 <춘향전>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소설이자 민족의 얼이라고 할 수 있는 걸작 <춘향전>을 빗대서 “춘향전이 뭡니까? 변 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 한 것이 알려지자 전국이 김 지사에 대한 비난과 야유로 시끌벅적하다. 김 지사의 망언은 전에도 있었다. 작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 지사는 ‘소녀시대’라는 인기여성그룹의 신체를 가리켜 “내가 봐도 아주 잘 생겼다. 쭉쭉빵빵이야”라는 성희롱 발언을 해서 큼 물의를 일으킨 바가 있다. 이번 김 지사의 “따먹기” 발언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으로 부터 강도 높은 비난과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춘향전의 본고장인 남원시의 시의회, 춘향문화 선양회, 그리고 경기도민들이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과거에도 그렇듯이 이번 김 지사의 “따먹기” 발언도 한 개인의 여성 비하로만 보려는 경향이 일반적이라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 하면 여성 비하로만 축소하면 문제의 본질 접근도 못한 체 금세 어물쩍 넘어가기 때문이다. 수도 없이 많은 정치가들의 망언들이 깜짝 비난을 받고 끝나버린 전례가 이번에도 되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슬프다는 말이다. 이번 망언은 그냥 비난이나 하고 어물쩍 넘어갈 사건이 아니기에 문제의 본질을 까밝히고 적절한 처방을 내려 보자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인 것이다.
1) 김 지사의 발언; 역대 정치인 망언 중 2위
이번 문제의 발언 직후 포탈 <야후 코리아>가 역대 정치인 망언 랭킹 긴급 여론조사 (6/24)를 실시한 결과 김 지사의 “따먹기” 발언이 단연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럼 1위의 영광은 누가 차지했을까?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 예쁜 여자는 많은 남자들이 거쳐 갔으니 얼굴이 별로인 여자를 골라야 실속이 있다면서, “외국 마사지걸, 얼굴 별로인 여자 골라라”고 해서 대통령의 자질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어서 3위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아나운서, 다 줘야”라는 발언이 차지했고, 4위는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의 “룸살롱에서 자연산 찾아”라는 발언이라고 한다. 부지기수라 다 열거할 수도 없고 셀 수도 없다. 한 가지 특징은 신통하게도 망언의 주인공들이 모조리 한나라당 정치가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히 무슨 곡절이 있을 법 하다. 변강쇠의 집합소가 한나라당인가? 아니면 이들의 유전자(DNA)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번 김 지사의 발언을 깊이 들여다보면 여성을 성적 도구로 취급하고 권력과 돈 앞에 여자는 굴복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를 따먹는 게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도덕불감증이 유독 한나라당 정치가들에게 압도적으로 많다. 이것을 가리켜 한나라당의 성문화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 같다.
2) 한나라당의 뿌리
한나라당 성문화의 전통은 최근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에 충성하던 말단 조선인 관리들은 닛폰도를 찬 일본 상전을 모시고 거드름피우며 술집을 들락거린 경험이 있다. 해방과 더불어 일제의 잔재들과 민족반역자들이 미군정의 비호아래 이승만 주변에 모여들었다. <통일정부> 노선의 민족진영을 타도하고 미군정의 <분단정책>에 적극 가담했던 자유당 핵심 인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5.16 군사 쿠테타는 <4.19혁명>을 가로채 갔다. 군사정권은 일제에 복무했던 사람들의 결정체, 공화당이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그들만의 지상 낙원을 만들었다. 군사통치 시대가 민의에 의해 막이 내려지자, 거창한 이름의 한나라당이라는 깃발아래 모든 친일, 친미, 일제잔재, 군벌, 극우보수 세력이 집결됐다. 이제 한나라당의 계보를 요약하면 [일제부역자들→자유당→군사통치 (공화당)→한나라당]이라는 도식이 나온다. 군부통치가 범한 가장 큰 과는30년이나 민족화해와 협력을 후퇴시킴으로서 민족의 불행과 고통을 연장시켰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오랜 군사통치가 낳은 퇴폐적 <군사문화>다. 이것이 한나라당에 그대로 이식돼 부정부패가 절정에 도달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지금 온 나라가 부정부패로 온통 썩은 냄새 때문에 코를 들 수 없는 요지경 속이다. 전적으로 <군사문화>의 상속이라고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김 지사의 망언도 따지고 보면 <군사문화>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임자들인 군벌정치가들과 동고동락한 한나라당 정치가들이 퇴폐적 <군사문화>에 젖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야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말이다.
3) 고질병의 만연
정권을 총칼로 낚아챈 군벌들이 가장 먼저 손댄 것이 화폐개혁이다. 이를 빙자해 해외에서 찍어온 신 화폐를 트럭으로 빼돌렸다. 돈 맛을 처음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는 한일 굴욕회담을 밀실에서 벌리고 더러운 뒷거래를 벌렸다. 개발을 한답시고 천문학적 부당이득을 챙겼다. 하루아침에 권력을 잡고 돈방석에 올라탄 군벌들이 자신들의 떳떳치 못한 정권탈취, 굴욕회담, 김대중 납치사건 등으로 골치 아픈 머리를 식히는 일이 급했다. 물론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 했다. 그래서 비밀요정이다, 고급사롱이라는 것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정치가들은 술과 여자로 괴로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동시에 시민들의 정치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먹고 마시는 풍조를 군사정권이 조장한 면도 없지 않다. 한편, 걷잡을 수 없는 사회악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황금만능주의, ∆불로소득, ∆일약 천금, ∆땅 투기, ∆한탕주의, ∆여성편력, ∆먹고 마시는 풍조, 등이 뿌리 깊이 사회에 침투하게 됐다. 군사정권에서 출발한 병폐 문화는 김문수 지사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는 탐관오리의 입장에서 변 사또가 춘향이라는 천민을 따먹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을 하고는 싶었지만 차마 못하고, “…춘향이 따먹는 거”로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위에 열거한 <군사문화>의 대표적 예들은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고질병으로 남아 우리 사회를 오늘도 좀먹고 있다.
4) <군사문화>의 집약판 <궁정동 안가>
군사반란 주모자로 후일 대통령 자리에 올라간 박정희가 여성편력의 대부라는 사실이야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궁정동 안가>라는 비밀 궁녀들의 궁전을 꾸려놨다는 데에 울화통이 터진다. 차지철 경호실장이 주로 연예인들만 골라 <안가>에 대령한 숫자가 무려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김재규 중정부장은 1, 2심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자신의 변호인 안동일 변호사 접견 (2/19/80)에서 박정희의 여성편력과 박근혜의 구국여성봉사단 부정 등 민감한 사안들을 다 털어놨다고 한다. 남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찬성할 수 없지만, 최고 지도자라는 위치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자가 자신의 아방궁에서 어느 연예인의 사타구니에 끼어 죽었다는 것은 민족의 수치이자 민족에 대한 모독이다. <궁정동 안가>에서 벌어진 웃지 못 할 이 비극은 <군사문화>의 극치이자 축소판이라 해도 하나도 과장된 말이 아닐 성 싶다. 김 지사가 망언을 하기 한 주일 전, 박정희의 묘를 참배하고 이런 글발을 남겼다; “박정희 대통령, 대한민국 산업혁명을 성공시킨 탁월한 지도력! 2011.6.14. 경기도지사 김문수 참배.” 김 지사가 박정희 대통령의 친일행각은 전혀 문제도 안 되고, 그저 유별난 여성편력을 흠모해서 그를 참배한 후에 “따먹기” 소리를 하지 않았는지…
5) 처방약은 없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자 국토해양부의 제주도 연찬회를 들먹이며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냥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 같고…”라는 표현으로 강도 높은 질타를 했다. 아마 김문수 지사도 지금 연일 언론매체를 도배질하고 있는 부정부패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 것 같다. 정치가들의 망언 1, 2위를 차지한 망언 챔피언들이 아무리 청렴을 외치고 부패 척결을 다짐해도 믿을 수도 없고, 믿어서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왜냐하면 부정부패와 독재로 쫓겨난 자유당의 유전자가 한나라당에 흐르고 있을 뿐 아니라 군사독재가 뿌려놓은 <군사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이 제격으로 들어맞는 말일 깨다. 각종 편법, 위법의 전과 14범이 이미 썩을 대로 썩은 관리들에게 이제야 깨끗한 정치 운운한다는 것은 너무 늦었다. 민심은 이미 한나라당 정권에서 떠났음을 작년 ‘6.2지방선거’ 와 금년 ‘4.27재보선’을 통해 명확하게 재확인 됐다. 국민은 정말 현명하고 위대했다. 우리 위대한 국민은 이제 2012년, 최후의 심판을 멋있게 장식하자. 그래서 여자가 사람대접 받는 아름다운 사회를 꾸리자. 그리고 민족이 하나 되어 더덩실 춤을 추며 신명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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