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약위반으로 인하여 6자구도가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크리스토퍼 힐 국무성 차관보가 조선을 방문(1-3일)하였다.
조선측은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맡아한 외교관을 통해 핵문제의 평화적해결을 위한 방도를 전하고 이와 관련한 《최후통첩》을 한것으로 보인다.
금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조선은 6자구도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임기말에 들어선 부쉬정권이 《대화》와 《대결》의 기로에서 조선측의 제안에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6자구도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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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무성 차관보와 그 일행 [조선중앙통신=조선통신] |
8월 이후 조미쌍방은 핵신고검증에 대한 엇갈린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평양에서 이루어진 협상의 초점은 아마도 단순한 기술실무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조선의 핵신고에 대한 검증이 합의되지 않았다는것을 구실삼아 《테로지원국》명단삭제조치의 효력발생을 무기한 연기하였다. 한편 조선은 핵시설의 무력화작업을 중단하고 녕변핵시설의 원상복구에 착수하였다. 현재 표출된 조미의 대립점은 검증의 형식과 방법만 조절하여도 풀지 못한다. 조선의 립장에서 볼 때 6자합의에 따르는 비핵화과정을 역전시킨 조미의 대립구도는 적대관계청산에 대한 두 나라의 상반된 립장에 기인한다. 추궁해야 할 대목은 정책전환에 대한 부쉬정권의 의지이다.
조선은 무엇보다 6자나 조미사이에 문건상으로는 물론 구두로도 합의한바 없는 검증문제를 미국이 갑자기 꺼낸 경위와 배경을 엄중시하고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국제적기준》에 따르는 검증을 조선측은 《자주권침해》, 《일방적핵무장해제》의 기도로 단정하였다. 그리고 미국측의 요구가 6자합의에 규정된 원칙에 어긋나는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조선과 미국은 기술적으로는 의연히 전쟁상태에 있다. 6자합의에 의하여 규제된 《행동 대 행동》원칙은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있는 교전쌍방이 비핵화의 목표를 향해 신뢰조성과 관계개선의 과정을 착실히 추진하기 위한 원칙이다. 그런데 부쉬정권은 막바지에 이르러 《국제적기준》에 따르는 검증이라는 론리로 조선측이 일방적으로 움직일것을 요구하였다. 조선으로서는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며 그 속심은 6자구도를 교전일방의 핵무장해제를 위한 공간으로 리용하려는데 있다고 판단할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동상이몽》을 계속할수 없다는 결정이 뒤따를수밖에 없다. 임기만료가 가까운 부쉬정권이 6자합의에 따르는 의무리행을 보류한 시점에서 조선은 《핵억제력》에 관한 두 가지 선택지에 대하여 공론화하기 시작하였다. 8월 26일의 외무성 대변인 성명이 그것이다. 조선의 주장은 명쾌하다. 《핵억제력포기》 대 미국의 《적대시정책포기》라는 《행동 대 행동》으로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길이 차단된다면 부득불 《핵억제력》을 강화하여 《힘의 균형》에 의하여 나라의 자주권을 지켜야 한다는것이다. 핵시설의 원상복구는 그러한 주장을 뒤받침하는 행동이다.
군대의 관점
원상복구된 핵시설에서 핵무기의 제조에 필요한 풀루토니움이 다시 생산되게 되는것을 미국은 묵인하지 않을것이다. 조선측도 조미 두 나라의 관계가 6자구도에서 벗어나 대결격화의 방향으로 나갈 경우 군사적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예견하고있다. 지난 9월, 건국 60돐을 경축하여 평양에서 진행된 민간무력에 의한 열병식이 보여주었듯이 국내에서는 미국과의 《결사항쟁》을 내다보고 만단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환기되고있다.
검증문제가 발단이 되여 조선측의 군사적대응을 촉발시켰다. 현재의 조미대립구도는 6자회담에서 론의되여온 핵문제가 본질적으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있다.
10.3합의에 의하여 규제된 비핵화의 《제2단계》에서 군사문제는 전면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조선은 핵시설무력화와 핵신고를 하고 미국은 《테로지원국》명단삭제 등의 정치적보상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제2단계》에서는 조선측이 미국의 정책전환의지를 가늠하는데 방점을 두었을수 있다. 그런데 결과를 놓고 보면 부쉬정권은 대화일방이 설정한 초보적인 시험에서도 《불합격》이 되였다.
힐 차관보가 이번 조선방문기간에 박의춘외무상, 김계관부상 이외에 리찬복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를 만났던 사실은 눈여겨볼만하다. 미국의 그 어떤 침범행위에 대해서도 항상 경각성을 높여야 할 군대로서는 6자회담이 추진중에 있어도 상황에 따라 핵시설복구 등 비핵화과정이 되돌려지는 사태가 벌어질수 있음을 예견했을수 있다. 실제로 이에 관한 립장을 공식표명한 지난 8월의 외무성 대변인 성명은 핵시설복구가 《해당기관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것이라고 하였다.
조선인민군은 작년 7월, 조미군부회담의 개최를 미국측에 제안한바 있다. 그때로 말하면 6자합의에 따르는 비핵화과정이 아직은 《초기단계》에 있었다. 회담을 제안한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 담화는 조미가 불안정한 정전상태에 있는 사실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그리고 《미국이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떠들고있는 우리의 핵문제란 본질에 있어서 미국의 핵문제》라며 항시적으로 미국의 핵위협을 받아온 조선은 《남조선으로부터의 핵무기철수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시종일관 주장하여왔다.》고 강조하였다.
대결청산의 리정표
조선인민군측이 견지하는 원칙적립장을 감안할 때 핵신고검증에 관한 조미의 대립점을 기술론이나 실무협상으로 해소하는것은 쉽지 않다. 이미 조선측은 검증에 대하여 《9.19공동성명에 따라 전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최종단계에 가서 6자모두가 함께 받아야 할 의무》(외무성 대변인 성명)라는 견해와 립장을 밝히고있다. 따라서 론리적으로는 비핵화의 최종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던 현시점에서의 론의는 불가능하다. 특히 검증문제는 군대가 큰 관심을 돌리는 사안인것만큼 그에 대한 접근방식은 교전상태에 있는 조미관계의 현실에 립각한 고도의 정치적판단을 요구한다.
원래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군사문제론의는 불가피하다. 조선반도에서 전쟁상태가 지속되는데 조선이 핵무기를 스스로 버리는 일은 없을것이다.
여하튼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할수 있는 당사국은 조선과 미국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조선의 지하핵시험(2006,10) 이후 재가동한 6자구도는 붕괴의 위기에 처할수 있다. 전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가야할 길은 멀다. 그리고 현시점에서는 조미가 적대관계청산의 리정표를 세워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래야 핵문제의 평화적해결을 위한 추동력이 생긴다. 부쉬정권이 자기 의무를 리행하지 않고 《제2단계》를 마무리하지 않을 경우 조선으로서는 미국의 정책전환에 대한 아무런 담보없이 속수무책으로 《후임자》의 등장을 기다릴수는 없다. 정책적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도 조선은 현존핵계획을 6자합의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고 《핵억제력》강화의 조건을 갖추려고 할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다음 정권은 처음부터 어려운 난제를 안게 된다.
조선측이 이번에 미국무성차관보를 불러들인것은 그동안의 외교적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것을 바라고있는것이 아니라는 신호이다. 조선은 이번에 외교창구와 군대가 한목소리로 미국측에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였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시간이 촉박한것만큼 대범하고 획기적인 해결책이 제시된 가능성이 있다. 부쉬정권이 적극 호응한다면 상황타개의 돌파구가 열리여 조선반도정세는 크게 호전될수 있다.
[출처: 조선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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