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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사랑해요, 우리 말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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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8-08-23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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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고가고 기여가고 걸어가고 뛰여가고 지고가고 이고가고 놓고가고 들고가고 쥐고가고 잡고가고 자꾸가고 그냥간다》

  이건 내 딸이 학교에서 하는 우리 말 련습의 한구절이다.

  눈에 익은 글귀들을 보니 저도 모르게 외워읽는데 문득 초급부시절이 주마등처럼 안겨온다.

  《ㅏ ㅑ ㅓ ㅕ》모음을 배울 때 선생님께서 이르시는대로 집에서도 거울을 쥐면서 련습했었지. 순한소리, 거센소리, 된소리, 자음을 익힐 때면 종이장을 얼굴앞에 들어 숨을 세게 내뿜거나 막아서 종이가 흔들리는것을 확인하였었지.

  《잘 되였어요.》

  선생님의 칭찬이 어찌나 기뻤던지, 그때로부터 국어수업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되였고 자신심을 키워주는 소중한 마당으로 되였다.

  우리 말 100%로 생활하겠다고 동무들이랑 경쟁할 때는 온종일 신경을 곤두세웠었고 행여나 뻥긋한 김에 일본말이 튀여나올가봐 입을 일자로 굳게 다물고 웃지도 않던 나날, 그 시절.

  우리는 틀림없이 우리 말을 사랑했고 즐겨 썼으며 노력 또한 아끼지를 않았다.

*      *      *

  나 또한 우리 말로 화술련습을 즐겼으며 교원실을 만날 찾아서 《설죽화》록음테프를 넋잃은듯이 듣군 하였다.

  예술축전에서 시나 옛이야기를 경험하였고 웅변대회, 도록해설 등 다양하게 우리 말과 사귈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어느덧 가슴에는 《크며는 국어선생님이 될래요》 하는 한가닥 꿈이 간직되였다.

  나에게 있어서 우리 말은 내 나라를 안겨주고 력사와 문화를 배워주는 스승이였다. 우리 말로 노래도 춤도 배웠다.

  《죠센징!》이란 모욕에 어린 마음이 찢어질 때도 (나에겐 조선이란 나라가 있다, 우리 선생님, 우리 동무가 있다. 나를 해치기만 해봐! 일러줄테다!)

  이렇게 강한 마음을 먹게 해주고 위로하고 감싸준것도 우리 말이였다.

  나는 또한 우리 글로 엮어진 작품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사색을 깊였고 뜻을 품었고 갈길을 찾기도 하였다.

  지금도 고급부시절, 담임선생님께서 넘겨주신 한권의 시집 《창을 열어다오》를 뜨거운 마음으로 회상한다.

  조국해방전쟁에서 허리에 관통상을 입다가 평생 앓아눕게 된 필자-김시권은 전우들이 나서는 사회주의건설에 비록 몸은 함께 못하지만 시를 올림으로써 그들을 고무추동하는 혁명적시인이였다.

  《가장 곤난할 때 더 억세게 살줄 알라, 공짜로 얻어진 삶이 어찌 참되랴, 로력이 없는 행복이 얼마 가랴…》

  《삶》의 한구절을 힘들 때마다 읊고 또 읊으면서 얼마나 용기를 얻었는지 모른다.

*      *      *

  나는 또한 시조와의 만남을 이루어 조선말의 멋과 흥, 독특한 률동을 맛볼줄 알게 되였다.

  시조는 어구들에 깊은 뜻과 높은 지향이 깃들어있으니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정서를 안겨주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외울수록 좋구나, 참말 좋구나.
그런 속에서도 내가 가장 마음에 두는 시조는 정몽주가 지었다는 《단심가(챨였꽝)》의 구절이다.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여 넋이라도 있고없고
님 향한 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세월이 흘러도 한마음을 고이 간직한 삶이 참으로 아름답고 값높음을 깨닫게 해주는 시로서 오늘도 나를 가르쳐주고 이끌어준다.

  이처럼 우리 말과 글의 혜택을 담뿍 받으면서 나는 살아왔다. 헌데 과연 나는 그에 대한 보답을 얼마나 했을가?

  보답은커녕 사랑하기를 잊어먹고, 멀리하고, 노력할줄도 몰랐었지.

  구르는 돌은 이끼가 안낀다는데 구르기를 잊은 나는 뭐가 되는 셈일가?

  헛되이 지낸 세월들이 몹시도 후회되는 내 마음을 뒤밀이 하듯 찔러준것은 얄궂게도 《한류》선풍이였다.

  오늘 일본의 곳곳을 감도는 선풍을 결코 비웃지는 말아야 한다.

  《용사마》를 쫓아다니는 그들이 죽도록 한글공부를 하는걸 보니 오래전에 잃어버린 정열과 사랑을 도로 배우게 된다.

  텔레비나 라지오의 한글강좌, 영화나 드라마, 노래감상, 한군데이상의 한글교실 등을 거치면서 그들 일본인은 벌써 한글을 익혀 습득하고있다.

  자막없이도 영화를 볼줄 알고 노래를 번역할줄 알고 《한국려행》을 갔다가 회화를 할줄 안다.

  우리가 우리 말과 거리를 멀리하는 동안에 그들은 언어를 습득하고 김치랑 찌개랑 지짐도 만들어먹는다.

  《한류》는 류행에 지나지 않는다고 얕잡아 시비하는 사이에 우리의것들-풍습, 문화-까지 훔치듯이 배우는걸 보니 하마트면 뺏길것만 같은 위구심이 무겁게 가슴에 내려앉는다.

*      *      *

  우리의 《한글》이 어떤 존재인가.

  15세기에 세종왕에 의하여 세상에 알려진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우리의 글, 위대하고 진실하고 참된 글이라고 그 이름 《한글》이며 인민들이 배우기 쉽고 알기 쉽도록 인민을 위한 글이 되기를 원한 조선의 글 《한글》이다.

  그렇지만 또 조선사람자신의 손으로 수모하고 차별한 수난의 글이였다.

  한자를 써야만 유식하다고 한글을 천한 글격으로 취급하였고 한글을 쓰다가는 중국에서 혼날가봐 겁내여 야단치던 자들.

  게다가 가난한 백성들이 배우기는커녕 글구경도 못했었다.

  하지만 20세기초, 식민지예속에서 민족문화말살의 광풍이 휩쓸어 국어수업에서 조선어를 없애고 성까지 앗아갈 때 비로소 조선의 넋, 한글을 지키려고 떨쳐나섰다. 말그대로 피로써 지킨 우리의 말과 글이였다. 다시는 놓칠수 없는 귀하고 귀한 우리의 언어다.

  우리가 어떻게 애써 배우고 익힌 말인데 일본인들의 뒤걸음치겠는가.

  공든 탑이 쉽게 무너지랴.

  가나다라를 배우던 초심에 돌아가서 우리모두 그때처럼 우리 말을 사랑하자. 소양을 높이는 노력을 아끼지 말자.

  곱게 살면 갚음받을 날이 있다더니 우리 말과 글에 정직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대할 때, 우리의  말은 더욱 활짝 피여날것이다.

우리 다같이 불러보자
사랑해요 우리 말!
사랑해요 우리 글!
(진미자 문예동교또 문학부장)

 

[출처: 조선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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