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금강산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 문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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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8-07-18 00:0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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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아마추어 정권 -
지난 11일 군사지역에 들어간 금강산 관광객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망한 박씨는 50대 여성으로 금강산 관광을 갔다가 11일 새벽 4시 50분경 관광구역 밖의 군사통제구역에 들어갔다가 북한군 초병의 정지명령에 응하지 않고 달아나다 총에 맞았다.
금강산 관광구역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이며 북측의 중요한 군항인 장전항이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다른 곳보다 더 긴장이 흐르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집권 후 남북관계가 급랭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안 좋아졌다. 따라서 서로가 주의하지 않으면 이런 불미스런 사고가 일어날 개연성이 큰 곳이다.
중대 시점에 발생한 돌출변수
이번 사건은 매우 민감한 시점에 발생하였다.
사건 발생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개원연설이 예정되어 있었고 이날 연설에서 ‘중대한 대북제안’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아침부터 줄을 이었다. 또한 베이징에서는 9개월 여 만에 6자 회담이 한창 진행 중 있었고 6자는 9.19공동성명 2단계 이행 방안을 최종적으로 조율하고 있었다. 이렇듯 이번 사건이 최근 한반도 정세의 극적인 변화 시점과 절묘하게 교차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정치적 파장은 예상외로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중국에서 6자 수석대표회담이 열렸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서 제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중단, 영변 냉각탑 폭파로 이제 6자회담은 2단계를 완료하고 3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3단계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올 초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평양 공연과 미국의 50만 톤 대북 식량 지원 등 최근 북미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은 반세기 넘게 지속된 북미 간 대결이 새로운 변화의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그런데 이 변화를 주도하는 게 미국이 아닌 북한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단적으로 현재까지 손익계산서만 봐도 북한의 압승이다. 북한은 여전히 핵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실험용으로나 쓰던 낡은 핵시설을 폐기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미국은 8월초까지 대북봉쇄의 핵심 장치였던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해야 하며 대규모 경제 지원까지 해야 한다. 미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북핵신고서 검증도 6자 수석대표회담 결과 ‘한반도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검증체제’로 변형되어 미국의 일방적 공세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대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미국을 비롯한 모든 참가국들의 의무이행은 예외 없이 검증을 받게 되어있다는 주장을 관철시켜 합의를 도출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나아가 경수로 건설 문제도 언제든 다시 수면에 부상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 주도의 한반도 정세변화는 미국 내 경제위기와 이라크에서의 고전 등과 더불어 미국의 총체적인 지위 하락을 불러오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강경파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표적인 강경파인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변 냉각탑 폭파도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없다”며 “부시 대통령의 결정은 부끄러운 일이며 부시 행정부 외교정책의 최후 몰락을 의미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때문에 미국은 당면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신속히 강화하려 하고 있다. 때마침 한국에는 전통적인 친미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대통령이 막 집권하였다. 예상대로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미제 무기 구입 등 미국이 원하는 것들에 모두 동의하였다. 나아가 미국 축산업자들이 요구한 광우병 위험 쇠고기까지 수입하기로 하였다. 이처럼 미국이 추구하는 한미동맹은 한미 상호간 우호적이고 호혜적인 동맹이 아니라 미국의 일방적 이익을 위한 ‘식민동맹’에 지나지 않으며 이명박 정권은 이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러한 한미동맹 강화의 주요 목적은 한반도에서 미국이 안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의 분단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급격히 발전하는 남북관계를 그대로 둔다면 조만간 남북통일도 가능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한반도에 미국이 발붙일 곳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명박 정부는 당선 후부터 ‘선제타격론’, ‘비핵개방3000’, ‘6.15, 10.4 선언 재검토’ 등 북한을 자극할만한 언행을 통해 줄곧 남북관계를 긴장상태로 몰고 갔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켰던 선행 정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에 맞서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며 당국 간 대화를 전면 중단하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명박 정부의 대북 행보에 미세하나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중순 정부가 북한에 옥수수 5만 톤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대화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대북정책의 전환 없이 대화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식량 지원을 거절하였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인수 장소와 시기, 방법을 알려주면 제공하겠다며 마치 못 줘서 안달이 난 사람들처럼 반응하고 있다. 무리하게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다 국내에서 촛불 역풍을 맞은 이명박 정부가 외교 문제에서도 줄곧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의 지지를 잃은 가운데 남북관계까지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 떨어질 형편이 되자 다급해진 것이다.
여기에 북한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미국의 모습은 이명박 정권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최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 일본의 아사히 신문가 주간지 슈칸분순, 한국의 주간지 시사인 등에서 8월 8일 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3~4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 가능성을 보도하였다. 실제로 북한의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하기로 해 부시 미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조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남북대결상태가 8월까지 지속된다면 3~4자에서 3자가 남·북·미가 아닌 북·미·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에게 따돌림 당하더니 국제사회에서도 따돌림 당하는 그야말로 갈 곳 없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일본에 가서 부시 미대통령을 만나고 온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절실히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방일 직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6.15, 10.4 선언 이행을 협의하기 위한 대화를 제안한 것이다. 이는 분명 6.15, 10.4 선언을 존중하라고 요구한 북한에 대한 대답이었다. 정부는 개원연설 전에 대북 중대 제안을 한다고 예고까지 하였는데 이는 이번 제안에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날 금강산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의 ‘대북 중대 제안’ 예고 직후에 일어난 이 사건은 우연치고는 너무도 절묘한 시점에 발생하였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금강산 사건이 촛불정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보수세력들이 반격의 호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사건 보고를 받고도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국회 개원 연설을 예정대로 진행하였다. 즉 초기에는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의도가 적었거나 아니면 대응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때문에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초기 대응에 대대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도 이번 사건을 전혀 예상치 못했으며 실무진에서 적절한 대응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애초부터 이 사건을 ‘신북풍’으로 몰아가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보수세력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명박 정부 역시 강경대응으로 돌아섰고 결국 국회 대북제안은 결국 정치적 수사에 그치고 말았다. 사건의 경위야 어찌되었든 실제 이 사건을 남북관계 파탄과 한반도 냉전구조 유지에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며 실제로 사태는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번져가고 있다.
북한책임론, 근거가 빈약
아직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것도 없는데 벌써부터 각종 추측들이 난무하며 누구 책임이니 사죄 요구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민감한 정세에 민감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러나 신중히 볼 것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갈린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일부 보수 언론이나 인사들의 주장은 위험천만하다. 대표적인 보수언론인인 조갑제씨가 주장한 ‘대북 보복’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으며 이른바 ‘과잉대응론’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과잉대응’을 이야기하면서 북한이 ‘책임’을 지고 ‘사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사실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최전선에서 민간인이 군사통제구역에 들어갔다가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할 때 초병의 대응 원칙은 명백하다. 상대가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관계없이 무조건 체포해야 하며 체포가 힘들면 물리적으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며 최전선이 아니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도 보초들이 암호를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관을 쏴서 부상을 입히거나 심지어 죽이는 사건이 때때로 벌어진다. 이런 경우 보초가 문책 받는 일은 거의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군대를 다녀왔거나 군대의 특성을 잘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과잉대응론’에 회의적이다. 북한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북한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일으켰다느니, 과잉대응이라느니 하면서 이번 기회에 반북선전을 대대적으로 해보려는 불순한 시도들이 있는데 이는 사건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심지어 아무 관련도 없는 촛불집회를 이번 사건과 억지로 연계시키는 어이없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그동안 광우병 사태 등에서 진보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온 일부 언론이나 진보신당 같은 정당들까지 보수진영의 목소리에 휘말리고 있다. 이들은 사건의 진상도 밝히기 전에 북한의 책임을 묻고 사죄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정당하지도 않고 사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상이 밝혀져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따져 봐도 북한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음이 분명하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부는 사건 직후 전화통지문을 보내 진상조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전화통지문 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갑자기 사태의 책임이 남측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정부의 2차 전화통지문마저 북한은 접수를 거부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보수 지지층을 의식했는지 연일 강도 높은 대북 비난을 늘어놓고 있다. 이처럼 금강산 사건을 둘러싸고 남북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행보는 사태 해결은커녕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고서도 대북 강경 대응을 천명하는 모순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직접 전면적인 남북 대화를 제의하였고 여당인 한나라당의 홍준표 원내대표도 1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은 남북 화해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과 북은 대화를 하고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신변안전 보장 없는 금강산 관광 재개 불가’ 방침을 내놓고 직접 대북 강경 대응을 천명하였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화 제의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꼴이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냉온탕을 오고가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신뢰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언론들과 단체들이 연일 대북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당분간 대북 강경 대응의 수위를 갈수록 높여갈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서 아무런 성과도 없이 강경 대응 방침을 철회하면 전통적인 지지기반이었던 보수진영의 맹공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애초 이명박 정부가 고민하였던 남북대화 재개와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반발할 경우 이명박 정부에게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강경 기조를 유지한다면 북한은 더욱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화의 창을 굳게 닫아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로서는 초보적인 진상 조사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북한을 압박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불가를 선언하였으며 청와대 주변에서는 개성관광 중단도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단계적으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산이다. 나아가 국제 공조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봉쇄 조치에도 정면 승부를 걸었던 북한이 이정도 압박에 동요하리라 여긴다면 오산이다.
북한이 남측의 공동조사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공동조사를 하려면 남북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이 필요한데 북한은 이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적대정책에 항의하면서 당국 간 대화를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6.15, 10.4 선언을 이행할 뜻을 확고히 밝히지 않는 이상 대화나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 별다른 타격이 되지 않는다. 남측 당국이나 보수진영에서 거세게 반발하겠지만 그들은 원래 반북 입장이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
또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지금 어느 나라가 이명박 정부의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에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국제사회는 현 사태의 근본 원인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있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도 12일 보도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을 자극하는 강경기조를 유지한 것이 금강산 사태를 불러왔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은 물론 중국도 북한에 50만 톤 식량 지원에 50억 달러 경제 협력을 제안하고 있으며 유럽 여러 나라들도 테러지원국 해제로 경제 교류가 가능해진 북한에 투자하기 위해 분주한 실정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 압박 카드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에서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드러나는 순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실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망은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보수 세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무조건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은 6자 회담이 급진전되고 있는 중대한 시점이며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로 북미 혹은 3-4자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전환적 국면이다. 만약 이 흐름에서 한국 정부가 배제된다면 국제사회의 조롱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발이 크게 확산될 것이다. 지금 대화가 급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이다. 앞으로 수 주 내에 ‘통북’의 출로를 찾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는 완전히 고립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명박 정권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금강산 사건을 빌미로 북한에 압박하면 할수록 이명박 정부는 이후 더 큰 대화 비용을 치르게 된다. 북한은 계산할 것은 반드시 계산하고 넘어가는 기질이 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강하게 나오고 있는 현 상황이 전혀 나쁠 것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수밖에 없는 시점이 임박했기 때문에 나중에 그 대가를 치르면 된다. 그리고 그 시점이 오면 분명히 북한은 분명히 더 큰 대가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즉 쌀 몇 만 톤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북한과의 대화가 절박해진 이명박 정부는 결국 금강산 사건의 진상을 아무것도 규명하지 못한 채 북한이 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대화에 나서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반북캠페인에 열을 올리던 조중동과 이명박 지지자들은 ‘그들의 대통령’이 자신들을 배신하는 악몽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초기 대응에서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강경 기조를 유지할 수도, 철회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어느 쪽으로 가든 이명박 정부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북한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상당히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12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첫 입장을 밝힌 후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에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노동신문이나 아태평화위원회를 통해 입장을 쏟아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금강산을 방문하고 돌아온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도 15일 기자들에게 “북측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대처에 대해 상당히 고심하고 있었다”고 하였다.
사실 12일 담화도 정부가 전화통지문을 통해 ‘이해하기 어려운 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현을 써가며 북한의 책임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데 대한 반응이었을 뿐이다. 즉, 남측이 굳이 자극하지 않으면 북한도 강경한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남측의 요란한 분위기에 비해 북한은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미세한 변수에도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철없는 보수지지층의 눈치만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스스로 자멸의 구덩이만 파고 있다. 눈앞에 이익만 쫓다가 대의를 그르치는 전형적인 소인배의 행태이다. 금강산사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졸속대응은 이명박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점만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 대가를 국민들이 나누어지게 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국내에서 촛불에게 고립되고 해외에서는 미국과 일본에게 농락당하고 있다. 이제 북한에게까지 덜미를 잡히면 그야말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구제불능정권이 되고 말 것이다.
운명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작성: 한국민권연구소 문경환 상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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