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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반도의 봄, 통일이 오는 길 이정훈의 여명의 눈동자(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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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8-01-02 10:3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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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봄, 통일이 오는 길

이정훈의 여명의 눈동자(28)

 

 

▲사진 : 뉴시스

 

 

1. 반도의 봄

 

우리에게 통일은 과연 언제 어떻게 다가오는 것일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처럼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갈망한다. 허나 보통 사람들의 통일 체감온도는 아직 낮고 멀게 느껴진다. 통일을 달리 말하면 오랜 ‘분단체제’가 허물어지는 것인데,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분단체제는 여전히 겨울얼음처럼 견고하고 강하기 때문이다.

 

새 기운이 찬바람을 밀어내며, 강 밑에선 얼음이 깨지고 있으나 사람들은 계절이 완연해지기 전까진 그 변화를 잘 알 수 없다. 봄을 느끼려면 기운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도의 거대한 계절이 돌고 돌아, 새로운 문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식민시대를 지나 식민보다 길었던 분단, 불평등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새 청춘세대와 함께 우리는 통일시대로 가고 있다. 이 힘을 돌려세울 물리적 반동의 힘, 영원할 것 같던 제국의 힘도 기력을 거의 다 소진했다. 새 세대는 ‘77만원 세대’가 아니라 꿈에도 소원인 ‘통일세대’이다.

 

통일은 남북, 해외 온 민족 구성원의 노력으로 전진한다. 여전히 전쟁의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으나 이 글은 평화적 방법을 중심으로, 남측의 통일운동보다 북-미간 대립과 상호 전략 변화를 중심으로 다가오는 통일시대를 전망해보려 한다.

 

2. 미국의 ‘현상유지 전략’과 ‘2개 한국’ 정책(Two Koreas policy)

 

주변국들 모두가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알려진 상식이다. 중국도, 러시아도, 일본도, 미국도 통일된 한반도를 원치 않는다. 이들 나라가 원하는 것은 ‘현상유지’이다. 즉 남과 북에 분단 상태가 지속되거나 아예 영원히 2개의 나라로 분리되어 살기를 원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 남과 북이 합쳐 통일된 강국이 새롭게 출현하는 것을 아무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통일을 강력히 반대하는 세력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부이다. 주변국이 모두 반대해도, 민족 내부와 한국 내부에 강력한 통일세력이 존재한다면 통일 가능성은 열리기 마련이다. 한국 정치권 내부에서는 어떤 통일을 원하며, 실제로 통일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움직이는 정치세력은 누구일까? 한국 수구보수세력은 통일 문제도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과 입장이 같다. 이들은 분단체제의 기득권 세력이며 분단을 지지하는 ‘통일 알레르기’세력이다. 이른바 안보, 종북, 반북 프레임으로 70여년을 유지해온 사실상 분단유지 정치세력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통일론이 있다면, 그것은 북이 붕괴하길 바라는 흡수통일이거나 미국이 주도하는 북진통일이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중도정치세력은 통일을 원하는가? 그들이 원하는 통일은 미국과 다른가? 한마디로 말하면 이들의 통일론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 체제전복이나 붕괴를 기본으로 삼아 대(對)한반도 정책을 수립했다. 이른바 70년 대북 적대정책이다. 대북 적대정책의 한 방도가 평화협정을 거부하며 남북 정전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의 붕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 ‘협상’의 방법으로 남과 북을 영구히 분리해버리는 남북 영구분단 전략이다. 일종의 후퇴전략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미국의 ‘2개 한국’(Two Koreas) 정책이다.

 

민주당이 평화를 희망하지만 그들이 선호하는 통일방식은 2개의 현존하는 남, 북의 국가를 서로 인정하고 마치 일본과 그런 것처럼 교류하며 살아가는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이를 정치 용어로는 두 국가 사이의 ‘국가연합’이라고 한다. 이 역시 미국의 오래된 ‘2개 한국 정책’과 맥락을 같이한다. 결국 남과 북이 하나의 나라로 통일되는 것이 아니라, 2개의 국가로 굳어지는 것이다. 분단의 유지이지 통일이 결코 아니다. 물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2개의 연합국가는 과도적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언젠가 통일될 것이라고 말한다.

 

3. 북의 통일전략 변화, 4차 당대회와 7차 당대회

 

그러면 북은 어떠한가? 북이 통일문제에 더 적극적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실제로도 그렇다. 북은 분단 70여년을 보내며 견지해온 통일방식에 두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조선) 전쟁 이후 가장 큰 변화상은 북미, 남북 간에 장기적 대치상황이 예견되는 것이었다. 전후 불과 7년 만에 발생한 남한의 4.19혁명을 보며 북은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다. 북 노동당 4차 대회의 통일노선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였다.

 

1961년 9월 개최된 제4차 당 대회에서 김일성 주석은 “남조선 인민들이 반제·반봉건투쟁을 성과적으로 진행하며 이 투쟁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맑스-레닌주의를 지침으로 하며, 노동자·농민을 비롯한 광범한 인민대중의 이익을 대표하는 혁명적 당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즉 북한(조선) 민주기지론에 더해 남한 민주화, 남한 혁명에 의한 장기적 통일노선을 기본노선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후 6~70년대 남한 내에 지하당 또는 진보정당을 만들려는 시도와 이를 깨고 정치적으로 악용하여 ‘간첩’을 만들려는 박정희와 중앙정보부의 사건조작이 뒤엉켜 통일혁명당, 인민혁명당,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이어졌다.

 

 

▲사진 : 로동신문 홈페이지

 

또 한 번의 커다란 통일정책 변화는 1990년대 초 동구권 사회주의와 소련 붕괴 이전부터 있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밀리에 추진한 핵과 미사일 개발노선과 연관되어 있다. 물론 핵무력 개발은 미국의 체제 전복과 핵전쟁 위협에 맞서 북 체제를 유지할 군사적 담보인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게 1차적 목적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서는 핵과 미사일로 미국의 대한반도 영향력과 지배력을 끊어내겠다는 통일전략 구상이 장기전략으로 당시부터 이중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조국통일 방략의 무게중심이 ‘선(先) 남조선 혁명 통일론’에서 남측 혁명역량이 부족해도 북미 핵 대결과 대미 직접 타격역량 증강으로 통일을 이룬다는 파격적 전략이 장기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지난 2016년 30년 만에 열린 7차 당 대회에서 확인된 변화된 통일전략은 사실 지난 3~40년 동안 비공개로 추진해온 핵과 미사일 전략을 공개하고 재정리한 것이다. 김정은 시대의 통일노선으로 정식화하면서 말이다.

 

4. 코리아 핵과 통일 문제의 국제적 지위와 성격 변화

 

베트남 통일은 미국에게 충격과 패배를 안겨준 국제적 사건이다. 한반도 통일문제 역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베트남 통일 정도의 충격파에 비견되는 지역적 국제문제였다. 그런데 오늘날 북미 대결과 한반도 통일문제는 과거 베트남 통일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다. 한반도 문제는 이미 미국중심의 세계질서를 흔드는 거대한 국제현안이 돼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조선)이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전 세계적인 큰 문제”라며 연일 북의 위협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조선)의 핵무기프로그램이 “가장 절박하고, 위태로운 위협”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2017년 국제 안보 현안 가운데 최대 변화로 북 문제를 꼽았다. 북의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 이후 신임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북핵 ‘런던 위협설’을 제기했다.

 

최근 북의 핵전략에서 더 놀라운 점이 발견되고 있다.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어 핵보유국 지위나 대미 핵억제력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과 실제적인 핵 균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미국과의 핵군축을 현실적 목표로 핵 기술과 무력을 계속 증강시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것이 7차 당 대회와 ‘병진노선의 최종목표’라고 공식 보도하였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핵 경쟁을 시도하는 반제반미 국가가 다시 출현한 것이다. 북은 핵전략의 1차 목표에서 2차 목표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2차 목표의 종착역은 한반도 통일과 미‧중‧러 등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확고부동한 국제적인 정치군사적 지위 확보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북의 핵무력 완성으로 실제 미국의 대북 전쟁개시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아니 거의 불가능해졌다. 핵을 가진 나라를 섣불리 공격할 수 없는 것은 엄연한 국제 현실이다. 북이 또 짧은 기간에 미‧중‧러를 압도하는 핵과 미사일 기술을 질량적으로 계속 개발할 경우 미국에겐 냉전시기 ‘평화공존’을 추구하던 구소련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끔직한 재앙이 될 것이다. 표면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편에 서서 20여 년 동안 북핵을 반대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자기네보다 빠르게 더 높은 수준의 핵 기술과 전략자산을 자력 증강해가는 북한(조선)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전전긍긍하는 게 그들의 속사정이다.

 

5. 지난한 북-미 비밀 비공개 협상 과정

 

오바마-트럼프로 이어지는 대북 적대정책 가운데서도, 지난 11월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2~3개 채널이 열려있다”는 발언대로 북-미 비밀협상은 계속 있었다. 협상의 주요 내용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에 흘러나왔다. 이 비밀협상 또는 이른바 ‘반관반민(半官半民. 1.5트랙)’ 채널의 주요 흐름을 읽으면 차후 진행될 북미 평화협정의 내용을 예상할 수 있다. 뉴욕 채널과 쿠알라룸푸르, 제네바, 오슬로 등지에서 비록 비공개지만 미국이 더 후퇴한 평화협상 개시 조건과 가능성을 전환적으로 밝힌 것은 오바마 정부 말기다.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거다.

 

미국이 오바마 정부 시절 구상한 비밀 평화협상안은 북핵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교환하는 평화협상이었다. 이들 협상안엔 앞서 설명한 대로 북 비핵화와 주한미군 지위변경 주둔, 즉 ‘2개 한국’ 유지 평화협상안과, 주한미군 철수가 포함된 더 후퇴한 비핵화 평화협상안 등이 있었다. 과거 9.19공동성명에서 실현하려던 방안과 유사하다. 만약 이것이 성사되었다 하더라도 한반도의 지각변동은 지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은 핵 포기와 연관된 어떤 협상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정부 후반부터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유효했던 9.19성명의 공식은 북의 핵무력 완성으로 현실에서 완전히 의미를 상실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죽은 자식 뭐 만지듯 9.19와 6자 회담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지만 북은 흘러간 옛 노래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북미협상의 최대 핵심 쟁점은 미국의 북 비핵화전략과 북의 핵 보유강화전략의 충돌이다. 한반도 평화협정과 핵문제는 같은 뿌리에서 산생했지만 별개의 문제이다. 북은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연계한 회담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비핵화 문제는 상호 군축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 발 더 후퇴해 북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한 북이 북-미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 전혀 없어 보인다. 미래의 평화협상의 내용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 협상이 지난하고 어려운 근본 이유이다. 싸움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오바마 정부 말기부터 북미 핵 전쟁위기 속에서 지속되고 있다. 공개든 비밀협상이든 세계가 이 세기의 협상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6. 평화협상과 통일은 동전의 양면

 

가까운 미래 진행될 북미 평화협상의 내용이 한반도 남북 정부와 정치권에 미칠 영향은 메가톤급이다. 아무런 연관성 없이 분리, 운영되던 남북 정치의 기존 틀이 해체되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과 체제로 들어선다. 오래전 기억이라 우리는 남북의 경계선이 점차 사라져가는 정치를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지각변동이 남한 정치권, 즉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민중당 등 정치세력의 재편과 몰락, 부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1945년 해방 직후에 이어 두 번째 맞이하는 전 한반도 차원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이 염두에 둔 평화협상안은 대략 아래의 3가지 수준과 형태로 보인다. 물론 미국의 기본적인 대한반도 정책은 협상자체를 무시하고 정전상태를 유지하는 오만한 ‘현상유지’ 전략이었다. 미국은 협상자체를 불가피한 후퇴로 인식하고 있었다. 평화협정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서로 주고받는 ‘균형교환 협상’과 승패가 명확한 ‘승리협상’(강화조약)이다.

 

1안) 북 비핵화 평화협정 ; 주한미군 주둔(평화유지군 지위변경)→ 남북 연합제(‘2개 한국’ 정책). 이는 필연적으로 완전한 북미 적대관계 해소로 나가지 못한다. 북미 수교도 평화협정과 분리해 시간차를 두고 진행될 수 있다. 베트남의 경우 미국과 수교는 1995년에 이뤄졌다. 북미 관계, 북한(조선) 상황, 남한 정권 교체에 따라 평화협정이 다시 깨질 수도 있다.

 

2안) 북 비핵화 평화협정 ; 주한미군 철수→ 남북 연합연방제(사실상 연방제)→ 북미수교. 이것은 과거 6자 회담과 9.19공동성명이 성실히 추진되었다면 가능했을 모델이다. 북은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만 갖고 과거 핵무력을 폐기하고 추가 개발을 포기하며, 상응하여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방안이다. 미국이 이를 두려워한 이유는 이 평화협정과 6.15선언이 결합되면 한반도가 사실상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통일국가로 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을 잃는다고 본 것이다.

 

3안) 핵보유 평화협정(핵문제 분리 평화협정) ; 주한미군 철수→ 북미 적대관계 해소→ 즉각 북미수교 추진. 북의 핵보유 문제를 평화협정과 분리해 상호 비핵화, 상호 군축 문제로 다루는 원칙적 방법이다. 북이 평화협정에서 미국의 핵 존폐 문제를 다루지 않듯이, 미국도 북핵 문제를 별도 처리하는 방안이다. 절충적으로 북의 ‘과거 핵’을 인정하고 ‘미래 핵’을 동결하는 방안도 있다. 사실상 북 핵보유 인정 방안이다. 모든 게 미국이 패퇴하는 협상이다. 미국이 영원히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게 된다. 협상이라기보다 패배한 종전 처리과정에 가깝다.

 

평화협상은 본질적으로 남·북‧미가 한반도 전쟁을 종결하는 것이다. 미국이 70여 년간 유지해 온 대북 적대정책을 중단하고, 말 그대로 상호 평화적 관계로 전환하는 문제이다. 이 협정 자체가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직접 다루지는 않는다. 통일은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앞서 본 것처럼, 통일의 주요 장애물이 이 협상을 통해 거의 제거된다. 따라서 평화협상 후 통일을 위한 남북 정치협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띠게 된다. 즉 평화협정은 우리시대 통일로 들어가는 출입구이다.

 

 

▲사진 : 뉴시스

 

7. ‘미치광이 전략’의 끝과 미국의 혼돈

 

미국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어쩌면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최대의 압박과 관여전략)은 미칠 지경인 미국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협상도, 전쟁도 답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 들어 최소한 표면적으로 공고해 보이던 미국의 대북정책은 크게 금이 가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미 행정부, 의회의 대북정책도 일대 혼란이다.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오락가락 대북정책의 연속이다. 지난해 10월 미 의회에선, 의회 동의 없는 대통령의 대북 선제 핵공격 결정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 맥마스터 안보보좌관 등 권력 핵심들의 불화와 엇박자도 언론에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지난 70년 대북 적대정책의 결과는 한마디로 “미국이 졌다”는 게 미국 주류 정치권의 솔직한 자평이자 흐름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1월29일자에 “북미대결은 이미 끝났다. 북한(조선)은 이미 핵무장 국가다”는 제프리 루이스의 주장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8월8일자에 “이제는 북한(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 할 때”라는 그의 기고도 실었다. 권위 있는 정치잡지 포린 폴리시는 “게임은 끝났고 북한(조선)이 이겼다”고 했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은 핵 국가다.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놀라운 변화다.

 

과거 수십 년간 대북정책에 관여했던 주요 전문가와 인사들(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 윌리암 페리 전 국방장관, 북미 제네바 수석대표 로버트 갈루치, 핵전문가 지크프리트 해커, 제임스 울시 전 CIA국장,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즉각 협상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틸러슨 국무장관이 들고 나온 “조건 없는 북미대화”는 쇼로 끝났으나 결코 우연히 제기 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은 사실 오래 갈 수 없는 고육책이다. 미치광이 전략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숨어있는 것은 ‘승전’이기보단 미국에 유리한 협상전략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정치 상황을 보면 트럼프가 제 임기를 마칠지조차 비관적이다. 미국이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을 얼마나 더 유지하고 버틸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망조를 자초하든 위기를 해소하든 미국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 끝은 결국 더 패퇴한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바로 2018년에 그런 방향전환이 이뤄진다고 해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다.

 

8. 중단 없는 2018년과 시대정신

 

크게 보면, 해방 후 치열하게 전개돼온 한국사회변혁 경로와 조국통일 경로의 선후 순서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평화협정 국면이 열린다 해도 통일이 저절로 성취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평화협정은 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을 제거할 뿐이다. 통일의 방향, 속도와 질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통일의지이기 때문이다. 통일의 목적은 하나의 절멸이 아니라, 민족의 공동번영과 하나의 나라로 남과 북이 상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반미 반전평화운동, 평화협정 촉구운동, 자주통일운동의 변화 흐름을 주체적으로 읽고 임해야하는 이유이다.

 

지난 2017년 북미관계는 매우 격렬했다. 그러나 2018년 북미관계는 더욱 더 격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이상, 북미 대결은 세계사에 보기 드문 ‘끝장 대결’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북이 2018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평창올림픽 참가 용의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정책 변화인데, 미국이 훈련 연기로 대응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자주통일’이 한국 진보만의 오랜 고민과 숙제인 시대도 이제 지나고 있다. 한국 정치권은 주요한 시기에 미국을 무조건 따라가는 망국적 한국 주류학계와 언론의 함정을 경계해야한다. 특히 민주당과 정부는 6.15공동선언과 그 정신을 견지하고 미국의 낡은 ‘2개 한국 정책’에 기대지 말아야한다. 힘과 힘이 충돌하는 냉엄한 국제정세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하며, 북의 전략과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북을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한다. 돌아가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촛불정신 계승과 자주통일은 결코 돌려세울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출처: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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