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권의 통일정책 진단과 전망 - 강정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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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8-03-14 00:0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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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권은 처음부터 통일부 폐지를 밀고 나가더니만, 통일시대라는 역사의 거대한 물결에 밀려 좌초되고 말았다. 겸허하게 자성하기는커녕 또 다시 반통일과 반민족의 집결체라고 지탄받은 남주홍을 불도저식으로 장관에 앉히려 하다 이마저 중도하차 시킬 수밖에 없었다. 애시 당초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대부분 몰랐던 것 같다.
민족사적으로는 6․15공동선언과 10․4평화번영선언을 그쳐 이제 본격적으로 통일성취시대를 열어나가야 하는 새 시대를 맞았음에도 이의 추진동력이 되기보다 역사방향을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사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통일정책 또는 대북정책을 공약을 중심으로 진단․평가하고 통일운동이 대처 방향을 모색해 보겠다. 이제까지 표방된 그의 대북정책의 기본구상은 비핵․개방3000 구상 등의 선 핵폐기 후 경제제원인 핵경협연계주의와 선핵폐기론, 상호주의, 인권문제 제기, 한미동맹 강화, 통일부폐지, 실용주의 등이다.
실용주의
먼저 이명박 정부의 간판인 실용주의를 통일정책에 적용하는 문제를 검토해보겠다. 실용주의는 원칙과 철학이 없는 잡탕식의 조합을 의미하고, 이 결과 기회주의의 전형으로 흐르기 십상이고 무원칙의 원칙이다.
한 마디로 민족문제인 평화통일문제는 역사와 원칙의 문제이지 실용이라는 무원칙의 임기응변식 대상이 아니다. 곧, 분단극복, 전쟁위기를 배제한 평화정착, 민족자주 실현, 통일을 통한 민족공동체의 복원 등은 기본 철학과 지향을 바탕에 두고 이 기준에 따라 추진해야 할 전략적 과제이지 경제효율에 초점을 맞춘 결과론적 실용주의로 접근할 영역이 아니다. 전략적 과제를 실용주의라는 원칙 없는 전술적 정책으로 접근하게 되면 항해 목표를 잃은 배가 되는 꼴이 되고 만다.
비록 비용이 들더라도, 일시적인 진통일 있더라도, 또 백가쟁명식의 논쟁이라는 과정이 있더라도 분단의 질곡 63년, 자주상실 63년, 전쟁위기의 연속이라는 공포의 60년에 종지부를 찍는 터전을 마련하는 전략적 정책의 바탕위에 추진되어야 할 성격이다. 철학과 역사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김영삼이라는 수장 밑에서 우리는 이미 정책 혼선이나 모순 등으로 냉탕-온탕의 악순환을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한미동맹 강화론
다음은 한․미동맹강화론이다. 도대체 한미동맹이 구조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참여정부만큼 강화된 적이 언제 있었다고 새삼스레 동맹강화론이 불거져 나오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미국이 그렇게 원하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됐고, 상호방위조약이 기존의 방어-역내 동맹에서 침략-역외 동맹으로 전환되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통합의 정도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높아졌다. 미국이 그렇게 눈독을 드려온 평택기지를 만들어 대중국 전쟁발진기지와 위협기지로 만들고 있으며, 자칫 잘못하면 제2의 청일전쟁처럼 미중간의 무력충돌이 생기면 주한미군과 특히 평택미군기지 때문에 한반도는 남의 전쟁터가 되어 희생될 우려가 높아졌다.
이런데도 평택 땅을 무려 8백 만 평 가까이 공짜로 내어주고, 주둔비 분담금을 연간 20억 달러 정도를 지원하고, 기지 이전비용 10조원 가까이를 거의 전액 우리가 부담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동맹약화도 아니고 오히려 강화의 극치이고 동시에 종미주의 발로이고 대미예속의 구조화이고 심층화이다.
또한 외교나 외국과의 동맹이란 국익이나 전략목표를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데 어찌된 셈인지 이곳 남녘에는 한미동맹 그 자체가 마치 우리의 전략목표인 것처럼 전도되고 있고 이를 이명박 정부는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북봉쇄 군사훈련인 PSI 참가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높이고, 2012년 작전통제권 환수합의를 유보해 자주의 상징마저 거절하고 미국에 더욱 종미하고,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참여확대로 이를 빌미로 한 미국의 세계지배에 동참하는 침략역외군사동맹에 발 담그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미국에 맡기는 꼴이 되고, 핵문제 등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결정변수이고 새 정부 정책은 종속변수로 철저히 전락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호전적인 대북정책에 제동을 걸거나 지연시키는 억제변수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되어 우리의 평화생명권은 더욱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데서는 뻐기고 오만하기까지 하다가 미국이나 서양 앞에 서면 거저 주눅이 들고 자기비하와 허무주의에 빠져 恐(공)미론적 자폐주의에 빠지고, 자아분열증을 앓고 있는 이 땅의 주류를 치료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을 이명박 정권의 등장은 더욱 절감시키고 있다.
상호주의
새 정부가 평화통일문제와 대북 정책에서 상호주의를 내거는 것은 김대중 정부의 과오를 거울삼을 줄도 모르는 처사다. 김대중 정부는 초기에 상호주의를 표방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비동시적, 비등가적 상호주의 정책으로 전환시키고 말았다. 왜냐면 민족문제에서 상호주의는 애시 당초부터 적용할 수 없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본래 상호주의는 시장거래에서 타인과 타인사이 1:1 교환방식이고 서로 힘 관계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을 때 성립되는 거래관계이다. 민족문제에 이를 적용시키는 것은 마치 남북관계를 외교의 대상인 타 주권국가로 볼 때 가능해진다. 하물며 국가와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역량에 따라 원조와 지원의 비 상호주의 또는 상대방 배려주의 관계가 성립되는 데 평화와 통일 및 한민족공동체를 지향하는 남북 사이를 시장거래 관계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근본적 시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힘 관계라는 점에서 문제점을 보자. 남과 북은 총경제력에서 1조 대 100억 달러로 100: 1, 군사비 290억 대 5억 달러로 60:1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런 관계에서 1:1로 주고받기 상호주의 교환을 하면 북은 얼마가지 않아 벌거숭이가 되어 무방비 상태로 되고 만다. 곧 약육강식의 논리가 전형적으로 작동한다. 부드러운 미소로 북을 흡수하자는 흡수통일 논리의 또 다른 표현으로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시도이다.
정작 평화통일에 걸 맞는 원칙은 상호주의가 아닌 상대방의 위치에 들어가 함께 고뇌해 해결을 모색하는 역지사지가 바탕이 되는 상대방 배려주의이다.
핵․경협 연계주의
비핵․개방3000 구상 등은 북이 먼저 핵폐기를 완료한 이후 경제지원과 10․4평화번영선언에서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겠다는 선 핵폐기론과 핵․경협연계주의이다. 핵․경협연계주의는 이미 김대중 정부 초기부터 정경분리 원칙에 의해 배제된 정책이었고 이 결과 6․15공동선언을 이룩할 수 있었다. 참여정부는 1차한․미정상회담에서 연계를 미국에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을 자초해 곤혹을 치렀다. 또한 이미 금강산-개성 관광이나 개성공단 등은 연계론이 관철될 수 없을 정도로 진척이 되어버렸고, 조선협력단지 조성 등은 남쪽의 필요성에 의해 연계시키기 힘든 국면으로 진입했다. 또한 이미 6자회담에서 2․13합의나 10․3합의는 이런 연계의 바탕 위에 비핵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런 현실과 부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연계주의는 미국이 전적으로 원했던 정책으로 한반도 문제를 남과 북이 주체적으로나 주도적으로 아니면 최소한의 자율성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틀을 아예 허무는 정책이다. 우리의 운명을 외세에 의존하려는 반자주의 전형인 이 정책이 국민의 정부에서는 아예 배제되었고, 참여정부에서는 북미 양쪽에서 불신만 초래한 정책이다. 과거를 거울삼을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선 핵폐기론
2003년부터 열린 6자회담이 2007년에 가서야 겨우 2․13합의로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양대 축이 추진될 정도로 지연된 근본요인은 바로 미국의 선핵폐기론에 있었다. 10․9핵실험으로 미국이 더 이상 선핵폐기를 관철시킬 수 없음을 인식하고 북의 동시행동의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곧 선 핵폐기론은 이미 폐기된 6자회담의 합의사항이다.
폐기된 선핵폐기론을 새 정부가 다시 꺼내는 것은 기존의 2․13합의인 동시행동의 원칙 위배이고 파기로써 한국정부가 관철시킬 수 없는 사안이다. 또한 선 핵페기론의 구체적 결과물인 비핵․개방3000 구상은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다. 북이 선핵폐기를 받아들일 수 없지만 설사 받아들인다하더라도 이를 폐기시키는 데는 시간적으로 최소한 4-5년이 걸릴 것이다. 이 구상은 핵 폐기 이후 집행되는 것으로 이명박 임기 중에는 아예 시간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만다.
이런 엄청난 잘못을 최근에서야 깨닫고는 선 핵폐기가 아니라 진척이란 얼버무림으로 자신의 과오를 은폐하고 있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선핵폐기가 아니라 2․13합의대로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양대 축을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권문제 쟁점화
인권문제는 인류 보편적 규범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이 문제만 나오면 우리는 대개 움츠리고 주눅 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유엔인권규약을 포함해 미국이 주창하는 인권개념은 근본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이를 시정하지 않고는 지구촌의 보편적 규범이 될 수 없다.
유엔인권규약은 사회주의권에서 핵심으로 삼아 왔던 생존권(사회-경제권)을 중심으로 한 A규약, 미국 등 서구가 중시하는 자유시민권정치권인 B규약을 범주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와 같이 식민 지배를 받아 수 없이 인간 생명권을 집단적으로 박탈당했고, 지금도 전쟁 때문에 지속적으로 생명권 박탈을 당하는 제3세계의 생명권 중심의 인권이 유엔규약에 반영되지도 않고 보장도 못 받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이같이 인권가운데 가장 기본인권은 생명권이고, 이 가운데 개인 생명권도 중요하지만 전쟁을 통해서 발생하는 집단생명권 박탈이 가장 중요한 인권이다. 그러므로 평화를 통한 생명권을 보장하는 평화-생명권이야말로 인권의 인권이다. 이런데도 유엔은 이를 외면하고 있고, 인권보고서를 내어 인권을 빌미로 남의 나라 내정간섭을 일삼는 미국은 수시로 전쟁을 일으켜 이 평화생명권을 가장 침해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유엔이 공인하는 A규약을 인권범주에 넣지도 않고 단지 자유시민권만 인권으로 보는 ‘나 홀로’ 인권기준을 삼고 있어 더욱 더 보편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인권범주인 평화생명권, 사회경제권, 자유시민권 차원에서 북한 인권을 침해하는 주도자가 누군지 확인해보자. 북의 평화생명권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는 한반도에서 끊임없이 전쟁위기를 조성해 남북주민 7천만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국이다. 인권의 가장 핵심인 생명권 침해 주도자는 북한에 인권시비를 단골로 일삼는 장본인인 미국인 것이다. 동시에 테러지원국, 적성국교역금지법 등으로 대북 경제봉쇄를 자행해 북한 주민의 생존권 침해를 반세기 넘게 해 오는 것도 미국이다. 또 전쟁위협을 지속해 북한주민의 자유시민권을 옥죄는 명분과 기초를 제공해 자유권 침해에도 기여한 게 바로 미국인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이야말로 인권을 빌미로 세계지배를 노리는 인권제국주의 전형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인권에 대한 기본인식도 없이 미국이 하니까 덩달아 하는 종미주의식 인권인식에 기초한 새 정부의 북한 인권쟁점화 대북정책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평화협정 국면 살리기
55년 전 한국전쟁을 정지시킨 정전협정 4조 60항은 한반도에서 외국군 철수와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그렇지만 이 국제적 약속은 55년간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겨우 2007년 2․13합의에 이르러서야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에 합의하고 그 과정으로서 평화협정에 미국이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에서도 확인했지만 평화-생명권은 절대적 규범이고 인권이지만 한반도는 끊임없는 전쟁위기 속에 놓여 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군사고밀도가 높은 대치상태에 있으며 군비경쟁, 침략전쟁 연습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물론 한국전쟁이 아직도 공식적으로 종결되지도 않았다.
이렇게 절박한 평화체제나 평화협정이 2․13합의로 이행국면을 맞았다. 전쟁배제 구조의 구축과 장기적 공고화라는 평화체제를 이룩하고, 이 평화정착을 넘어서 냉전 결과물인 민족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는 디딤돌로 또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협정이나 평화체제를 넘어서 동북아 차원에서의 평화체제로 외연을 확대시키는 장기적 전략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오늘날 민족사는 우리 모두에게 이들을 본격적으로 이행하는 단계에 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가 앞에서 지적한 여러 기조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시정해 이런 민족사적 요구와 과제를 이행 및 다질 수 있도록 평화통일민족세력은 그 역량을 한껏 발휘해야 할 것이다. (080304)
[작성: 강정구 평화통일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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