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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식민지반자본주의론’을 올바로 이해하자-문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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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8-02-21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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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회성격에 대한 논쟁은 진부하다. 오래된 논쟁이고, 서로가 이미 결론 다고 치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갈수록 사회성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최근 변혁운동의 노선과 전략전술에 대한 여러 가지 편향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바른 사회성격 분석에서 올바른 변혁노선이 나올 수 있기에 사회성격을 올바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최근 민경우 기자의 글(‘관심의 이동, 의제의 확장’ 통일뉴스 2월 15일자)에서 사회성격에 대한 분석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를 보면 변화하는 사회상을 담으려고 노력한 부분은 돋보이나 현상적 변화를 본질적 변화로 오인하거나, 식민지반자본주의론을 잘못 이해한 부분이 존재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기에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의 사회성격이 변화하였다면 변혁운동의 단계도 변화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자주, 민주, 통일로 대변되는 변혁운동의 단계를 수정해야 할 근본적인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변혁운동 이론의 내용을 전부 해설하기는 어려운 관계로 쟁점이 되는 몇 가지 부분만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농민 계급이 여전히 주력군인가 하는 문제다.

주력군이란 원래 변혁운동에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면서 변혁운동의 주공전선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부대를 말한다. 주력군의 기준은 변혁성, 조직성, 규율성, 단결력 등이다. 여기서 해당 계급계층의 인구 비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적으로 일제강점기 노동 계급은 소수였으나 항일투쟁 과정에서 이들을 농민 계급과 함께 핵심 역량으로 내세웠던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현재 북한의 선군정치를 봐도 인구 비율로 보면 소수에 불과한 인민군대를 주력군으로 내세우고 있다.

농민 계급이 주력군인가를 살펴보려면 인구 비율을 살펴보기 전에 진보진영의 투쟁, 특히 주공전선인 자주, 민주, 통일 투쟁에 대한 농민의 참여 비율을 먼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작년 한해만 해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저지 투쟁이나 범국민 행동의 날을 비롯한 여러 투쟁에 다수의 농민들이 참여하고, 이들의 변혁성이나 단결력도 높은 편이다. 전농의 적극적 참여가 있었기에 민중총궐기도 성사되었고 민주노동당도 성장, 강화되었다. 이처럼 현실을 보면 여전히 농민 계급은 변혁의 주력군이다.

둘째, 식민지반자본주의론에서 제시하는 한국 사회성격의 기본 징표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민 기자는 식민지반자본주의론이 ‘민족 모순에 의해 자본주의적 발전이 지체, 왜곡되어 봉건적, 농업적 요소가 강하게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식민지반자본주의론은 원래 ‘반자본주의’의 개념에 대해서 ‘외세에 의해 자본주의로서 자기 구조와 형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예속적 자본주의, 외세에 끌려 다니는 기형적 자본주의, 갈수록 예속화, 기형화되는 반신불수의 자본주의’라고 규정한다. 또한 반자본주의의 성격을 ‘봉건과 자본주의가 절반씩 혼합되어 있는 절충적인 사회’로 보는 견해나 ‘봉건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 과도적 사회’로 보는 견해를 잘못된 ‘편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반자본주의는 외세에 의해 비정상이 된 자본주의를 말하는 것이지 ‘봉건적 요소’가 강하게 남아있는 자본주의를 뜻하는 게 아니다.

물론 반자본주의의 내용에 봉건적 잔재가 포함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전체를 놓고 볼 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사회가 반자본주의 사회인 근거는 크게 정치 분야, 경제 분야, 군사 분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경제 분야를 살펴보면 ▲경제체제가 체질적으로 미국에 예속되어 있다는 점 ▲민족산업, 토착자본이 파산하고 외국자본에 빌붙어 사는 자본이 비대하다는 점 ▲채취공업과 가공공업, 기계공업과 경공업, 내수산업과 수출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심한 불균형이 존재하여 균형 잡힌 자본주의 경제로 되지 못한다는 점 ▲노사대립이 극도로 치열하다는 점 ▲농업에서 봉건적 생산관계가 존속하고 미국의 잉여농축산물 수입으로 농촌이 붕괴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볼 수 있다. 즉, 한국은 일반적인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 모습과 판이하게 다른 자본주의 경제 형태를 띠고 있다.

셋째,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의 상호 관계에 관한 문제다.

자주, 민주, 통일 운동은 민족해방과 계급해방을 함께 추구하는 민중적인 변혁운동이며 결코 민족모순이 해결되면 자동으로 다른 모순들이 해결된다고 보지 않는다. 한국 변혁운동의 특징은 ▲미국의 예속에서 벗어나 민족적 자주권을 되찾는 운동이며 ▲근로민중을 사회의 주인으로 내세우는 대중 해방을 위한 운동이며 ▲특정 계급계층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광범위한 대중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대중적이고 민중적인 운동이며 ▲민족해방을 앞세우면서 계급해방의 과제를 밀접히 결합시키는 운동이라는 점이다.

한국 변혁운동의 목표인 자주적 민주정권은 미국의 예속에서 벗어난 민족자주정권이며 각계각층 민중에게 민주주의를 실시하는 민주정권이다. 자주적 민주정권이 건설되면 이 정권의 성격과 기능을 더욱 강화, 발전시켜 사회 모든 분야에서 민주변혁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정권이 건설되었다고 해서 변혁운동이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자주적 민주정권을 건설하면 사회정치생활을 민주화하는 것은 물론 민중 중심의 진보적 정치체제를 수립하며,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고 토지를 개혁하며 양극화를 해소하는 등 경제생활의 민주화도 실현해야 하고, 나아가 노동관계법 등 각종 법, 제도들을 민중중심으로 손질하고 사회 전 분야에서 민주주의적 사회개혁을 이뤄야 한다.

이처럼 자주, 민주, 통일 운동 이론은 결코 민족모순 해결만 일면적으로 강조하지 않는다. 민 기자가 ‘여러 가지 모순은 대체로 민족모순이 해결되면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 지적은 변혁 이론이 그러하다는 것이 아니라 변혁 이론을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편향적으로 집행한 진보진영의 부족점을 꼬집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겠다.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그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삼성전자의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은 1999년 반도체 집적도가 매년 2배씩 높아진다는 ‘황의 법칙’을 내놓고 8년 연속 입증하고 있는데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만 빨라지는 게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의 변화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변혁운동의 진로를 고민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본질적 변화와 현상적 변화를 구분해 보고 주공전선과 보조전선을 정확히 설정하며 변혁운동의 이론을 현실에 편향 없이 구현한다면 자주적 민주정권 수립도 그리 머나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작성: 문경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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