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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경제 연구방법을 새롭게 정립하자 - 곽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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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8-02-21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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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우 통일뉴스 전문기자가 <통일뉴스>에 기고한 “북 연구 방법론”에는 한국사회에서 지난 시기 북한을 공부하던 관점들이 비판적 견지에서 종합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다만 글에서 아쉬운 점은 민 기자가 기술한 북한연구의 방법과 관점들이 지금으로부터 벌써 10년 전인 90년대 후반의 이론들이라 정작 북한 핵시험과 9.19 공동성명, 2.13합의, 10.3합의로 이어지는 현재의 ‘선군북한’에 대한 종합적 고찰은 일정하게 간과되어 있다는 점이다.

과거가 아니라 현실의 북한을 공부하자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소형핵탄두를 시험하는 21세기의 현실에서는 90년대 ‘고난의 행군’의 이야기마저도 대중들에게는 지난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의 몇몇 지식인들은 제대로 연구하지도 않은 채 북한의 ‘고난의 행군’시기의 사실과 기록을 영원한 진실로 놓고 대중들의 북한 인식수준도 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는데 이는 통일운동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견해일 수 밖에 없다. 민경우 기자나 문경환 실천연대 정책부위원장의 제안처럼 공부를 강화하자는 것을 필자 역시 동의하며 진보적 대중들에게 적극 제안한다.

진보진영이 대중의 눈높이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고난의 행군’을 하던 90년대 북한이 아니라 오늘날의 북한에 대해서 연구해야 한다. 북한연구에 있어 ‘90년대 북한’이 아니라 ‘오늘날의 북한’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의 북한에 대한 생동한 내용들을 대중들에게 전파하여야 통일운동을 더 이상 관념적 수준에 머물게 하지 않고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대중 자신의 운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의 북한을 공부하는 핵심은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선군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선군’은 북한이 21세기 들어 중심되게 강조하는 핵심단어이다. 게다가 최근의 6자회담 국면과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국제적 지위와 역할이 과거와는 달리 점차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지식인들이 필자의 견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많은 이들, 일부 진보적 지식인을 자처하는 자들까지도 최근 북미관계 변화를 부시 행정부의 위상 추락과 중국의 대두 등 국제사회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이들이 눈앞의 우리민족이 펼치는 ‘선군정치’를 외면한 채 외부적 요인을 찾아 중국으로, 이라크로, 심지어는 베네수엘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주된 원인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가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다

결국은 북한의 경제문제이다.
만일 북한이 자본주의적 평가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소비경제 규모를 갖추고 있다면 아마도 진보적 지식인들은 현대사의 굵직한 변화들, 이를테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약세라든지, 고유가, 미국경제의 침체 등도 핵과 미사일로 미국 정계를 뒤집어놓는 북한의 선군정치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이 국민소득 2만 달러, 다시 말해 월 소득 600만원의 가계소득을 갖추고 있다면 한국사회에서 6.15공동선언에 기초한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월급 600만원에 정년이 보장되는 수준은 한국의 서민들도 누리지 못하는 경제수준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 정도 국가경제력을 보유한다면 한국의 지식인들이 북한을 주목하기도 전에 유럽의 사민주의 세력이나 남미의 좌파세력들이 벌써 북한을 세계 진보운동의 유일한 메카로 떠받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지난 60년간 제국주의의 수장이라는 미국에게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을 정도로 반제자주의 진지를 공고히 다져왔는데 제도권은 물론이며 일부 진보진영의 시각도 여기에 대해서 찬사보다 우려가 많은 것이 현실이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도발적 문제제기까지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권과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이 최근 북한의 역할과 위상강화를 애써 부정하면서 이를 단지 외부적 요인으로 해명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핵심 원인 역시 이들이 “북한은 경제가 어렵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경제이다. 경제는 인간의 물질생활을 규정하는 총체이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의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편견 없이 북한을 볼 수 있고 이에 기초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하기에 통일운동의 질적인 도약을 위해서도 북한경제의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북한경제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 것인가.

북한경제 공부법 비교

북한경제를 공부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각종 기술실적과 이론 및 통계자료에 근거해서 북한을 연구하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과 보수세력, 그 연구집단들이 제시하는 분석자료, 그리고 그들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판단되는 탈북자, 반북단체들의 증언에 기초하는 방법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북한에 직접 건너가 본 사람들이 전하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방법도 있겠다.

이 가운데 북한당국이 제시하는 자료와 미국과 보수세력이 제시하는 자료는 대개의 경우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권에서는 북한측 자료에 대해 ‘체제선전’용에 불과하여 객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보고를 주되게 채택하고 있지만 필자의 눈에는 오히려 자본주의 세계의 북한 분석이 더 객관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북한의 핵심 대미전략이 바로 ‘모호성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국토가 작고 인구가 작은 북한은 세계 최대의 제국주의인 미국과 맞서는 상황에서 ‘모호성의 전략’을 대응방법으로 채택하였다. 그 효력은 바로 북미간 핵공방전에서 나타난다. 최근의 북미관계에서 고농축우라늄(HEU) 등 북한의 핵신고 내용이 쟁점이 되는 이유는 미국이 북한의 핵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북한의 핵능력을 송두리째 파악하고 있다면 핵신고 단계 없이 곧바로 핵폐기로 넘어갔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조선인민군의 전시식량 비축 수준, 조선인민군 지하참호의 깊이와 방어무기의 성능도 모르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북한이 2006년 10월 9일에 시험한 핵탄두를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으며 비축한 핵무기의 양도 모른다. 매년 중동국가로 수출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공장은 물론이며 10년전에 이미 발사한 광명성 1호 역시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미국까지 날아가는 미사일의 개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그 동안 북한에 대한 전쟁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유도 바로 이 ‘모호성’ 때문이었다.

이는 경제분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북한당국이 북한경제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숨겨야 대미협상력이 올라간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미국이 북한경제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북한의 무역 내역’이 유일하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체제는 자립적 민족경제로써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체제이다. 결국 미국과 보수세력이 내돌리는 자료를 통해 북한경제의 전반을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 10년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갈고 닦았다는 ‘군수공업 능력’과 ‘국방과학 수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지난 10년간 북한과 활발하게 교류한 국내 인사들 역시 다르지 않다. 남북협력 사업을 아무리 많이 했다고 해서 북한 당국이 이들을 자강도의 “지하군수기지”까지 데려가지는 않는다. 미국의 CIA도 모르는 북한 군수공업 수준을 일반인이 개성공단 몇 번 가보고 평양 시내 몇 번 가봤다고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즉 북한경제 공부법 세 번째인 방북인사들의 평가와 판단은 주민생활 일부에 국한하여 참고할 가치가 있지만 이 역시도 북한경제 전반을 파악하는 기준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북한 경제체제는 자본가의 자본투자 자유가 전면적으로 보장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아니라 국가의 모든 재화와 용역을 국가가 관리하는 ‘사회주의’ 경제체제다. 북한의 모든 재화와 용역은 북한당국에 의해 계획되고 통제된다. 자본의 자유가 전면적으로 보장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하나를 보면 열 가지를 파악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가적 통제를 받는 사회주의 경제는 하나를 보면 하나밖에 알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10년간 ‘선군정치’를 펴면서 국가의 모든 재화와 용역을 국방공업에 우선적으로 돌렸다고 인정하였다. 이에 대한 가치판단은 90년대 북미대결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므로 여기서는 하지 않겠다. 다만 인구 3천만이 안 되는 작은 나라 북한이 외부의 지원도 없이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자체생산하기 위해서는 인민경제 부분이 상대적으로 경색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점이다.

결국 북한경제의 실제규모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사회주의적 경제제도를 인정하는 가운데 중공업과 국방공업의 비중을 북한식 사회주의의 시각으로 연구하여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된 ‘내재적 접근법’이다.

결국 북한경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제상황을 토대로 북한경제의 특성에 맞춰 유추하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민간소비품 수준이 어느 정도인데 북한은 국방공업을 최우선으로 하므로 전체 경제수준은 어느 정도겠다, 이번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했는데 그 규모가 어떠한데 북한 경제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이므로 전체 경제수준은 어떻겠다 하는 식이다.

또한 북한경제의 기본 원리를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경제이론이 아닌 사회주의 경제이론, 선군정치와 경제건설 노선 등을 알아야 북한경제를 이해할 수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가 성숙되고 남북관계 역시 폐쇄상태로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현 국면은 북한 문제를 향후 한국사회의 커다란 화두로 만들 전망이다. 따라서 현 시기 진보운동, 통일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북한공부는 전적으로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북한경제를 잘 아는 것은 북한사회를 정확이 파악하는데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생동한 현실은 언제나 구태의연한 관념을 극복해왔다. 북한경제에 대한 현실적인 연구와 토론으로 통일운동이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맞이하기를 기원한다. 필자도 정확한 북한경제 실상을 연구하고 알리는 데 노력할 것이다.

 

 

[작성 : 곽동기(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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