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빼미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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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7-10-14 00:0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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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정창현 국민대학교 교수
북한전문가로 북한을 16차례나 방문했던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가 ´정상회담 첫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피곤한 모습을 보인 건 40년째 습관이 된 새벽 업무가 원인 일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최근 ´CEO of DPRK 김정일´이라는 저서를 낸 정창현 교수는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FM 98.1 Mhz, pm 7:00-9:00, 진행 : 명지대 신율 교수)과의 인터뷰(13일 저녁 8시 5분 방송)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동당에서 비중 있는 자리에 간) 67년부터 자료를 자기가 다 종합을 하고 다음 날 아침에 김일성 주석한테 보고를 하기 위해서는 일을 다 끝내야 되는데, 그게 보통 새벽 3, 4시"였다며, "그게 40년간 몸에 배서 그런 행태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무 방식이 이른바 ´올빼미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정창현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쪽 방송에 처음 잡혔을 때 하품까지 했다"며, "밤을 꼬박 새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상회담 뒤 화제가 됐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머 감각과 관련해 정창현 교수는 "북TV를 보면 육성은 안 나오는데 김 위원장이 어디 현지 시찰을 하면 옆에서 막 웃고 있다"며, "그건 일상적으로 (유머를) 구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
- ´CEO of DPRK 김정일´이라는 책을 낸 민족21편집주간이자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 나오셨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이 책은 2000년도에 <곁에서 본 김정일>이란 제목으로 일부 소개가 됐습니다. 그 때도 ´곁에서 직접 봤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이 책은 곁에서 오래 곁에서 보좌했던 북측의 노동당의 고위간부의 증언을 토대로 해서 김 위원장의 일상, 성장해 온 모습, 권력을 장악해가는 과정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 정 교수님은 북한에 다녀오신 적이 있나요?
열여섯 번 다녀왔습니다. 취재하러도 가고, 남북 학자 교류 등 다양한 계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간접적으로나마 김 위원장을 경험하셨죠?
북에 들어가면 일단 모든 게 김정일다,라고 볼 수 있죠. 안내원의 말 속, 주민들의 표정에서, 밤에 보는 중앙 텔레비전 방송에서 거리 사진 등 모든 게 김정일 위원장, 김일성 주석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입니다.
- 사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안다는 것이 중요한데, 1950년대 미국에서 심리학에서 정치학에서 차용된 행태주의가 있지 않습니까? 어떤 특정 정치인의 삶, 역경을 통해서 그 사람의 정치 행위로서 예측, 행동 분석 같은 건데요. 그런 의미에서도 있지만, 김 위원장이 새벽에 주로 일한다구요?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노동당에서 아주 비중 있는 자리에 간 게 1967년입니다. 40년이 됐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40년간 자기가 해오면서 습관이 들었다.´ 67년부터 자료를 자기가 다 종합을 하고, 다음날 아침에 김일성 주석한테 보고를 하기 위해서는 일을 다 끝내야 하는데 그게 보통 새벽 3시 4시입니다 그러고 퇴근을 하는 거죠. 그게 40년간 몸에 배어서 그런 행태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정상회담 첫 날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이 ´초췌하다, 건강이 이상한 거 아니냐´ 그러지 않았습니까? 제가 보기엔 밤을 꼬박 새고 나온 것 같습니다. 그 날은 첫 날 준비를 다 점검하고, 더구나 비가 오려고 했지 않습니까? 비가 오면 밖에서 행사를 못하죠. 그런 문제까지 다 마지막까지 점검을 하고 나왔기 때문에 초췌해보였고, 첫 방송에 잡혔을 때 김 위원장이 하품을 했죠. 피곤하다는 얘기죠.
- 또 한 가지는 김 위원장을 잘 알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게, 이른바 말씀카드를 가져와서 노무현 대통령 하는 얘길 보면서 어떻게 대응하나 고민했다는 거죠? 꼼꼼하다는 건데, 일반적으로 꼼꼼하다는 사람이 통이 크냐? 반대되는 거 아닌지?
김 위원장은 그런 면에서 보면 통이 큰 쪽이 더 강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말씀 카드를 보면서 한 거는 처음 있는 일 같습니다. 그 전에는 딸랑 수첩 하나 가져와서 간단히 메모하며 현안을 얘기하는 게 정상이었습니다. 1차 정상회담 때도 그렇게 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여덟 개 항에 합의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보니 아마도 결정된 사항, 그 전에 국방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 내에서 참고해서 그 범위 내에서 얘기하기 위해 준비했던 거 같고, 아무래도 김 위원장님 나이가 벌써 65세입니다. 1942년생이니까요. 그러니까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이번에는 특별히 말씀카드를 준비해서 꼼꼼히 준비한 것 같은데요. 실제로 김 위원장의 스타일은 핵심만 얘기하고, 그것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죠.
- 김 위원장이 갑자기 "하루 더 자고 가요"라고 말한 거라든가, 1차 정상회담 때도 공항에 깜짝 방문한다든가, 백화원 초대소를 밤에 불쑥 찾아간다든가, 이런 파격행보가 원래 성격이라고 보세요? 아니면 계산된 행동이라고 보세요?
계산됐다고 봐야죠. 보통 파격행보를 잘 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제가 이 책 부제로도 달았지만, 김 위원장은 예측 가능한 사람입니다. 성장한 과정, 지금까지 외교적 협상을 할 때 보여준 모습, 남북 관계를 다루는 이런 것들은 대체로 예측 가능하다는 거죠. 오전 회의에 노무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 수를 겨뤘습니다. 협상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본적인 생각들을 나누는 자리였다는 거죠, 그리고 오후에 회담을 해야 하는데,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 사안들을 다 합의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충분한 논의보다는 준비된 사안을 합의했으면 좋겠기 때문에. 빨리하는 방안은, 오후에 합의가 안 되면 하루 더 넘기거나 합의가 안 나온다 이것을 은유적 암시한 것이 아니냐, 방송 카메라 나가자마자 하루 더 체류 안하셔도 됩니다. 바로 취소했다는 거거든요, 이런 걸 보면, 회담을 빨리 신속하게 북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기 위해 특유의 협상 능력을 구사한 것이 아닌가...
- 그리고 ´대통령이 그것도 결정 못합니까?´라는 말도 했죠?
북한에서 상상도 어려운 거죠. 그런데 김정일도 결정 못합니다, 어떤 사안은. 자기도 국방위원회 참모들과 상의해서 답을 주죠.
- 전 그 부분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순발력에 감동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나라 의사결정구조를 함축하고 있는 거거든요.
이번에 대체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방명록에 사인하고, 전략적 발언도 많이 하셨고, 협상과정에서 비교적 실수는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 김 위원장의 돌발행동이 계산된 얘기라고 하셨는데, 그럼 유머도 계산된 건가요?
김 위원장이 유머는 대단히 능숙한 것 같습니다. 북 TV를 보면, 육성은 안 나오는데 김 위원장이 어디 현지 시찰을 하면 옆에서 막 웃고 있어요. 그건 일상적으로 구사한다는 거거든요. 말을 직설적, 함축적으로 하면서 유머를 담아서 한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보면 대단히 유머감각이 있다고 봐야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자기 입으로 얘기한 게 있습니다. ´난 너무 직설적이어서 외교관은 체질에 안 맞는다.´ 그래서 사실 김 위원장은 외교 일선에 잘 안 나오지 않습니까?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임명해서, 외교나 이런 걸 다 맡아서 처리하죠. 그런 측면을 직접적으로 얘기한 거죠, 난 외교관 체질이 아니야.
- 외교관 체질은 아니지만, 북한을 사실상 통치한 게 지금 몇 년 입니까? 나름대로 김 위원장만의 통치술이 있을까요?
있죠.
- 벤츠를 주기도 한다면서요?
예전에는 그랬죠. 80년대 북한 경제가 그래도 여유가 있을 때. 선물을 줄 때 예상하는 범위보다 더 많이 주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로 치면 성과급이 한 백만 원 정도 예상했는데 오백, 천만 원을 주는 스타일이라는 거죠, 이왕이면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래서 자기에게 충성하도록 그런 유도술, 용병술 이런 건 상당히 탁월합니다. 그래서 아마 독재자라고 하는 이야기를 오래 들으면서도 북 체제를 운영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김 위원장이 사실 제가 보면 한 사람을 오래 쓰는 것 같더라구요, 죽을 때까지. 이것도 일종의 통치술 아닌가요?
그렇죠. 보통 우린 관료들이 3-5년 되면 순환하는데 북에선 차관급 이상이 되면 노동당에선 죽을 때까지 그 직책을 유지합니다. 정치적 실수를 해서 좌천됐다 가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부를 때는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앉힙니다. 장성택이 가장 대표적인 예죠. 2년 동안 지방에 혁명교육을 갔다 다시 그 자리로 복귀하죠.
- 연형묵 총리도 그렇죠?
북에 있는 현재 관료들 대부분 지방에 몇 차례 좌천됐다, 북 용어로 ´혁명교육 간다´고 그러죠. 너희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반성하고 와라, 노동자 농민 속에 들어가서 함께 일하면서 반성하고 와라.. 이걸 북에선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3개월짜리 농장, 6개월짜리, 1년 코스가 잘 돼 있어서 그 사람이 범한 정치적 과오, 실수를 그런 형태로 책임을 묻고, 다시 현직에 복직 시키는 그런 용병술을 쓰고 있습니다.
- 우리가 흔히 숙정이라고 하죠? 숙정은 다시는 복귀가 안 되는 건데, 북은 숙정이 아니라 갔다가 다시 오는 거, 예를 들면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부부장도 숙정 당했다가 이번에 다시 나왔죠?
이번 김정일 위원장이 나왔을 때 도열에 있던 23명 중의 한 명입니다.
- 장성택 부부장 말고 친인척은 지금 거의 눈에 띄는 사람이 없죠?
김정일 위원장은 친인척을 대체로 노동당 고위 관부에 임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친인척 부분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거다, 아무래도 고위 관리직에 오르면 세도를 쓸 수 있다, 권력 남용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아요. 김일성 주석 시대에는 일가친척 중에서 총리, 부총리에 등장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김 위원장이 66살. 그럼 이제 후계자의 얘기가 나올 법한데요?
북에서 현재 후계자 논의가 없습니다. 중단됐다고도 하고, 2000년대 들어와서 후계자를 세워야 한다는 얘기가 군부 일각에서 있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 10년은 내가 끄떡없다, 논의 말라 했다고 해요. 그래서 후계자를 임명, 지명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해야 가능한데요. 조건은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북미 관계가 정상화돼서 북한이 느끼는 안보 위협이 없어지는 조건, 두 번째로는 북한이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는데, 경제 살리기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서 그 성과를 후계자한테 물려주는 형태로 가야만이 지명되는 후계자가 안착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살아있을 때 후계자 수업을 했단 말이에요. 아들 중 아무나 찍어서 너 해라, 이럴 순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아들한테 갈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아들들은 전부다 해외 유학을 했습니다. 김정철은 스위스 국제학교를 나왔고, 그렇기 때문에 북쪽의 조직사회, 통제된 사회 속에서 지도자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부분적으로 군부대를 방문한다든지, 시찰 할 때 동행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직을 가지고, 노동당 내 직책을 가지고 본격적인 수업을 하는 정보는 없거든요. 그런 걸로 봐서 노동당 내에서 크고 있는 인물 중에 후계자가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타산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그럼 만일 피가 섞이지 않은 노동당 당원이 후계자가 될 경우 관계가 모호해지는 거 아닌가요?
김정일 위원장의 이복동생이 폴란드 대사로 나가있습니다. 왜냐면 그 사람이 내부에 있으면 사람이 꼬이죠. 그럼 오해를 받게 되고, 파벌을 조성했다는 얘기가 나오게 되고,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제거를 해야 하고, 그런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아예 내부적 관계가 없는 사람을 지명하는 거죠. 김정일 위원장 아들들도 영어도 하고, 독일어도 하고, 밖의 대사로 돌면 큰 문제가 없다, 이렇게 볼 수 있죠.
- 김 위원장이 아들을 후계자로 삼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있겠죠? 할아버지 - 아버지 - 아들로 이어지는 삼대가 좀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국제적 시각을 의식할 수도 있고, 김정일 위원장이 이런 얘길 했다고 합니다. 이건 확인된 건 아닙니다. ´내가 후계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견제와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내 아들에겐 이런 시련을 주고 싶지 않다.´ 이런 비슷한 얘길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처음에 얘기했듯이 국제적, 남북 관계로 봤을 때 다시 삼대로 세습이 되면,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판단됩니다.
- 북한은 개혁 개방이란 단어를 싫어한다고 하지만 외부세계와 접촉이 많아질수록 외부세계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죠?
거꾸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아들을 외국 국제학교에 보낸 건,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와 교류하는 마인드를 주기 위해 했다고 볼 수 없을까요?
- 그런 측면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요.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10.4 공동선언. 제일 단기적인 건, 베이징 올림픽 기차타고 응원가는 거, 중장기적인 건 3자 4자 회담이 아닐까요?
후자가 먼저 되지 않을까요?
- 4자요?
베이징 올림픽을 공동 응원가는 거보다 4자 공동회담이 먼저 열린다는 거죠. 내년 5월 이전에는 종전선언이든 평화협정이든 이 문제가 매듭이 지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2년까지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하는 거. 부시 대통령이 레임덕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 문제를 부시 대통령이 해결하려고 하고,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후계자 문제 이런 걸 다 풀기 위해선 이번 기회에 결단을 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벼랑 끝 외교를 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벼랑 끝 외교는 배수진 친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북한 협상을 보면 항상 차선의 협상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이번 비핵화 문제도 6자 회담에 북한이 나오는 거 보면 올 연말까지, 비핵화 불능화 2단계 갈 것이다. 북한 사람들이 가능한 당겨서 해 보자고 하는 거죠. 이건 그 불능화에서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거죠
- 그런데 사실 불능화는 비핵화와 구분되는 개념이죠?
구분됩니다.
- 그럼 지금 말씀은 부시 입장에서 볼 때 자기 임기 내에 북한 핵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얘길 듣기 위해서 불능화를 그 정도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한다는 말씀?
지금 있는 핵 시설을 사용 못하게 불능화를 하고, 과거 축출됐다고 생각하는 50, 60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미국이 외부로 이전하고. 그럼 미래 핵과 과거 핵은 해결이 되는 거죠. 현재 핵무기 부문은 우크라이나를 봐도 굉장히 시간이 걸리는 문제입니다.
- 저도 시간이 걸릴 거라고 봅니다. 북한은 핵무기라는 것이 대외적 요소도 있지만, 대내적 요소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국민들에게 자랑해 놓고 포기한다 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 아닌지?
그러니까 과거 핵과 미래핵 문제를 정리하고, 그 시점에서 평화협정의 개시를 선언하고, 그리고 현존하는 핵무기 부분을 어떻게 해체하고 대방출하고, 그리고 거기에 관계했던 핵 과학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것들은 장기적 시안을 요하기 때문에, 그 단계에 들어가는 단계에서 신뢰가 됐다고 보고, 종전선언 또는 평화선언을 하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 아닌가?
- 종선선언을 하려면 의회 비준이 필요한 거구요. 지금 현재 미국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 힐러리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다고 했을 때, 힐러리 클린턴 의원의 시각이 나름대로 있는 것 같고요. 부시 대통령이 서두른 데 대한 제어를 한다든지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 않을까요? 부시가 맘먹는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남측 상황보다 북측의 외교적 의사 결정을 보면, 한번 결정이 되면 대체로 보면 가는 게 아닌가. 오히려 민주당 보다는 현재 부시 정권 내 체니 부통령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관심거리라고 생각을 하는데. 일단 저는 종전선언 문제까지는 가능하고, 종전선언의 주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 정상이 할 것이냐, 외상급에서 할 것이나 이런 다양한 논의가 돼야 할 텐데, 중요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과거와 미래 핵에 대해선 포기할 의사를 분명히 했고, 6자라는 틀 속에서 비핵화 과정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큰 결단을 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핵 실험 후 국제적 변화, 남북 관계를 전반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벼랑 끝 전술이 알고 보면 벼랑 끝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 5월 이전이라고 하면, 11월에 남북 총리회담, 국방장관 회담이 열릴 테지만, 그 때 정도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내년 5월이 가능한 거 아닌가요?
그건 노무현 대통령의 역량이겠죠.
- 12월 19일에 대선이 있잖아요?
´대선에 연연하지 않겠다, 6자 회담 진행에 맞춰 우리 길을 간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기본 입장이죠. 이번 합의를 진행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남남 갈등을 없애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대선에 영향을 조금 주는 방식이 돼야 하는데, 그 방법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남남 갈등에 보수적인 사람들이 우려하는 게 한미 관계나, 북핵 문제가 해결될까? 이거거든요, 북핵문제는 6자 회담 틀에서 속도를 내면 되고, 한미 동맹은 미국의 북미 관계에 맞춰서 가거나 또는 우리가 반보 정도 앞서가는 이런 방법이라면 그런 논란은 적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4자 회담을 구체화 하는 것이 이번 합의문이 잘 되게 하는 것의 핵심이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해서 김정일 위원장은 언제든지 4자 회담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만 동의한다면, 한반도 내에서 할 수 있다...
- 그래서 3자를 꼭 넣은 게 아닌지? 미국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죠, 왜냐하면 부시 대통령이 3자 종전선언을 얘기했거든요. 어쨌든 부시 대통령의 그 말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대답이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간 거고, 그것을 어떻게 우리 정부가 촉진제 역할을 잘 해서 북측한테는 6자회담 합의된 부분을 속도를 내라고 하고, 미국에겐 속도를 내고 있으니 종전선언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협의를 진행시켜 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관계가 이번 대선에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 거라고 보세요?
지금 여권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걸 따지는 게 무의미하지 않을까요? 정상회담, 남북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5%-15% 범위라고 했을 때 그 범위 내에 지지받는 후보가 있어야 하는데, 50%대 10%인 현재 구도에선 영향이 없을 것이다.
- 신기한 게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쑥쑥 올라갔잖아요, 범여권 후보들은 꿈쩍을 안 해요.
흥행을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도가 설다 있다 할지라도 지금 현재 여권 후보가 저러고 있는 상황에서 영향력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다만 대선 전에 북측의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김영남 위원장이 북측 국가수반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하고 가야 김정일 위원장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형식적 조건이 마련됩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처음에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마중을 하고, 먼저 만찬을 내고, 그 다음 김정일 위원장이 내고... 이건 북한의 좀 독특한 체제라고 할 수 있겠죠.
- 김영남 위원장이 남한에 온다면 대단한 이슈가 될 수 있죠?
대선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고요.
- 남북 관계, 외교는 사실 국내 정치하고는 무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특히 6자 회담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는 6자 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을 그대로 따라가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6자 각각의, 우리를 제외한 4개국의 이해관계가 조정이 되는 속에서 동북아 정세가 얘기되고, 한반도 평화문제가 얘기되고 있는 거죠. 그 속에서 우리의 이해와 요구를 더 반영하고, 남북이 좀 더 관계를 속도를 내고 발전시켜야 만이 우리가 요구하는 틀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선 초당적 협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종전선언이 북미 관계 정상화의 가장 중요한 갈 길 중의 하난데요.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북일 관계가 정상화 돼야 우리가 안 퍼줘도 되죠. 실제로 퍼주기 논란하는 분들 가운데서도 북미 관계, 북일 관계 개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는데, 상반된 시각을 동시에 가지신 게 아닌지?
그렇죠. 지금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면서 경계가 모호해졌다, 보수와 진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보입니다. 진보 진영에서 부시 강경책을 쓸 때는 부시를 비판하다 온건모드 되니까 진보 쪽에선 미국 비판이 확 줄었죠, 보수 쪽에선 섭섭해 하고. 남북관계 대통령이 과감하게 방명록에 인민은 위대하다 쓰고 이런 관계에서 보면, 진보적 입장에 있는 사람보다 오히려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 이번 정권에서 그게 유난히 모호해진 것 같아요. 한미 FTA, 이라크 파병 등 진보 보수가 왔다갔다하니까요. 진보 보수를 논하기 전에 한반도 미래를 논하는 거고. 저희 또래는 학교 다닐 때 시달렸는데, 우리 자식들은 그런 문제로 시달리지 않게 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 아니겠어요?
이번 합의에 보면, 서해 특별지대를 만들기로 했는데 사실 임진강 하구, 한강 하구 모래를 팔면 30억불 정도 됩니다. 그걸 종자돈으로 시작해서 북쪽개발을 순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 손익계산을 정부가 좀 정확하게 제시해서 국민들을 납득시키고 하면 좀 더 분위기는 좋아지지 않을까. 지금은 대선 때문에 야권에서도 세게 얘기할 수 밖에 없지만, 일단 대선이 지나가면 좀 더 타협의, 보다 이 내용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우리가 더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까.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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