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 덕택에 요즘 아이스크림 업계가 호황을 맞아 밤낮으로 공장을 가동해야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제는 한 겨울에도 즐겨먹는다지만 아이스크림은 날씨가 영업 상무라고 할 정도로 날씨에 따른 매출 차이가 많은 품목이기 때문에 무더위가 지속되는 한동안 아이스크림 업계의 웃음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은 마르코폴로가 1292년 중국을 다녀와 쓴 ‘동방견문록’에는 당시 베이징에서 즐겨먹고 있던 얼린 우유 만드는 법을 베니스로 가져가 북부 이탈리아에 전했다는 기록에서 미루어 볼 때 동양에서 시작된 음식문화로 이후 마르코폴로에 의해 서양으로 전해진 것입니다.
국내에서 얼음을 이용한 역사는 과거 석빙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당시 겨울 강가에 얼어붙었던 얼음을 보관하였다가 더운 여름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제3대 유리왕 때부터 얼음을 저장해 사용했으며,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따르면 지증왕 6년 11월에 유사에게 명하여 얼음을 저장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현존하는 석빙고들은 조선시대의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들 기록에 의하면 이미 삼국시대 이전부터 얼음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근대적 아이스크림은 이른바 아이스케키에서 시작된 것으로 흔히 ‘물뼈다귀’로 불린 아이스케키는 한국전쟁 이후 개인이 소규모 가내공장에서 설탕이나 팥 앙금을 얼려 만든 얼음과자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던 것이 1962년 삼강 산업이 바라인을 도입해 이른바 ‘하드’ 라고 불린 스틱류 빙과류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 해태제과가 덴마크에서 선진기술을 도입해 만든 부라보콘과 롯데삼강의 쮸쮸바가 출시되면서 비로소 현대적인 아이스크림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위생상태가 별로 좋지 않던 당시, 롯데삼강은 국내 최초로 위생적인 대량 생산설비를 갖추고 ‘쮸쮸바’를 생산 판매했는데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먹거리가 많지 않았던 1970년대에 롯데삼강의 쮸쮸바는 아이들을 위한 획기적인 간식제품이었습니다.
쮸쮸바는 국내 빙과 제조업의 신호탄이었다는 의미 이외에도 여러 소비계층에 폭 넓게 사랑을 받는 대중적인 빙과 간식으로 자리 잡아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쮸쮸바 이후로는 1980년대에는 메로나, 돼지바 등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이제 빙과류는 더 이상 아이들만의 간식이 아닌 어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여름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팔리는 기호 식품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고급화, 패션화 성격을 띤 유지방 함량이 높은 프리미엄 또는 슈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천연식품을 이용한 천연 아이스크림 그리고 다이어트용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등 기능성 아이스크림이 대거 출시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다시피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라고 부르는 북녘에서도 여름철엔 더위를 식혀주는 아이스크림이 인기라고 합니다.
올해 5월 16일 올림픽 축구예선에서 북측과 태국과의 경기가 진행된 김일성경기장에는 평양의 대표적인 빙과류 공장인 평신합작회사가 생산한 아이스크림 ‘에스키모’의 광고간판이 설치돼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2006년 9월 4일자 조선신보는 “평양시 동대원구역 새살림동 소재 아이스크림공장이 무더운 날씨가 계속된 올 여름 시민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떨구지 않고 보장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만가동했다”며 “이 공장에서 생산된 아이스크림은 평양시내 거리 곳곳의 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주민들의 수요를 충당하느라 평양의 아이스크림생산 공장은 쉬는 날 없이 총가동해야만 할 정도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이스크림의 시원한 맛을 즐기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건평 1248㎡에 현대적인 냉동설비 등을 갖춘 이 공장에서는 매일 수만 개의 아이스크림이 생산되고 있으며 계란, 우유, 전분, 설탕, 코코아가루 등 15가지의 원료를 배합해 만든 이 공장의 아이스크림은 맛이 좋고 영양가가 높은데다 영하 10도에서 1개월 동안 보관해도 변하지 않아 시민들의 평이 매우 좋다고 합니다.
아울러 모란봉구역 소재 모란봉종합식당에서 수박, 토마토, 녹차 등 이색적인 맛의 아이스크림을 개발해 3곳의 청량음료 판매대에서 팔고 있는 데 ‘새로운 맛’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찾는다고 전합니다.
남과 북이 함께하는 개성공단에서도 아이스크림을 즐겨먹는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상반기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한 편의점 업체에서는 아이스크림이 판매 순위 2위에 당당히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남녘에서 파견된 관리자들이 북녘 근로자들을 위해 회식용이나 간식거리를 사가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스크림과 초코파이는 북녘 근로자들이 좋아하는 인기 상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아이스크림이 남과 북의 사이를 경색시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금강산 방문도중 북녘의 한 초병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불필요한 접촉을 하다가 2시간 동안 억류(?)된 적이 있습니다. 북녘은 당시 남북군사회담에서 남측이 선전활동중단 사항을 위반했다고 항의하기까지 했는데요.
당시 차명진 의원은 북녘에 대한 우리의 지원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끼리끼리 논다고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은 정말 국회의원이라는 사람 입에서 그렇게 무식한(?)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싶도록 놀랍게도 “북한은 아이스크림을 준 게 모욕이라면서 지금까지 식량이나 비료는 잘 받아먹지 않았느냐”며 “왜 아이스크림은 받아먹지 않느냐”고 힐난하기까지 했습니다.
금강산을 갈 때 받는 방북 교육에서도 북녘 군인의 사진은 물론 대화도 금지라고 정해져 있는데 국회의원이라고 방북교육을 안 받고 그냥 간 건지, 아니면 또 어지간한 법은 안 지켜도 되는 국회의원이라고 규정을 어기신건지요.
당시 차명진 의원이 사건의 전말을 호소하는 보도자료에서 “동무래 무신 목적으로 왔시오?” “공화국 군인들에게 과자부스러기를 던져 주고 희롱이나 하면 되갔소?” 하는 물음에 “내가 선의로 그랬지만 그것이 북측의 규정에 어긋났다면 미안하다, 그리고 나는 정중하게 음식을 권했지 부스러기를 던져주고 희롱하지 않았다, 마침 그 군인들이 길거리로 나와 있길래 지나치면서 권한 것이다”고 답했다는데요.
이 보도자료를 보고는 차명진 의원의 행위가 꼭 성추행과 닮았다고 느껴집니다.
가해자는 별 뜻 없이 한 행동이라도 당하는 입장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면 그게 바로 성추행이라고 북녘 군인이 듣기에는 돈 좀 있다는 남녘 관광객이 ‘너 이런 거 먹어봤냐? 먹고 싶지? 하나 먹을래?’ 하는 식으로 희롱을 했다 느낄 수 있죠.
단순히 생각해도 남측의 판문점에는 가장 빨리 총을 뺄 수 있는 자세로 각을 잡고 서있는 군인이 있는데요, 관광객이 그 군인에게 힘들 텐데 뭐 좀 먹으라고 주면 먹겠습니까?
그 사람 곁에서 말만 걸어도 끌려 갈 껄요. 그 곳뿐만 아니라 어느 군인들도 마찬가지일 꺼고 또 군인이 아니라도 어느 누가 근무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와서 뭐 먹으란다고 낼름 받아먹겠습니까? 그리고 혹시 먹는 군인이 있다면 또 북녘 군인들은 먹을 것을 제대로 안줘 남녘 관광객이 주는 간식으로 연명한다고 관광객들끼리 떠들고 다녀 그들 입장에서는 흑색선전이 유포될 수도 있고...
선량한 마음으로 하신 일이라도 제대로 오버하신 게 맞죠. 또 실수로 오버를 하셨더라도 그 이후 취한 태도는 정말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지난 5월 평양 방문 당시 옥류관에서 ‘크림’을 먹어봤는데요, 첨가제 등이 들어있지 않아서인지 정말 부드럽고 맛이 있어 몇 개나 먹었습니다. 당시 비가 많이 오고 추운 날이라 그런지 제겐 옥류관에서 냉면보다도 크림의 기억이 뚜렷한데요, 이렇게 뜨거운 날이면 대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옥류관에서 먹던 크림이 생각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