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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선생의 단일민족.순혈주의 비판에 대한 반론-민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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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7-08-23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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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8.22에 조정래 선생의 칼럼이 실려 있다. 칼럼에서 조정래 선생은 UN의 권고를 지적하며 단일민족.순혈주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위 글에 대한 반론 형식으로 글을 적어 보고자 한다.

첫째, 단일민족에서 ‘혈통’은 생물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회역사적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민족이란 언어와 혈통을 같이 하는 인간집단을 의미한다. 이 때 혈통의 공통성이란 인간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성적 결합에 의해 유전자 구성이 유사한 집단이 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류 역사가 발전하게 되면 인간은 자연스럽게 국가와 같은 정치적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게 되고 인간의 성적 결합은 대체로 국가라는 정치적 공동체내로 제한된다. 이렇게 장구한 세월을 보내게 보면 혈통과 문화를 같이 하는 인간집단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것이 곧 민족이다.

요즈음은 순혈주의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순혈주의란 다른 피가 섞이지 않는 순수한 혈통을 의미하는 듯 하다. 그러나 인류 역사는 무수한 우여곡절을 거치며 성립되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순혈 따위는 존재할 수 없다. 단일민족론에서 혈통의 단일성을 이야기할 때 혈통의 단일성은 순혈과 같은 관념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이 사회적 공동체를 이루며 살면서 특정한 유전자 구성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순혈은 다른 피가 섞이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가공, 관념, 상상의 세계라면 단일민족론의 혈통은 구체적인 사회역사적인 실체라는 점이다.

요즈음은 민족,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있는데 문제는 민족을 비판하는 논자들이 단일민족론을 비판하면서 의도적으로 이를 순혈주의 따위로 몰아가고 있는 점이다.

아무리 국제화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국민국가로 이뤄진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인종과 문화, 혈연이 섞인다고 해서 민족에서 혈통의 단일성을 만들어낸 사회역사적인 힘인 국민국가의 힘이 달라지지 않는 한 인류 역사는 오랜 기간(아마도 영원히) 특정한 유전자 구성을 같이 하는 민족 구성원들로 이뤄질 것이다.

향후의 인류공동체는 민족과 국민국가가 거세된 즉 민족과 인종의 구분이 사라진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체’가 아니라 다양한 민족, 국민국가가 개성 있게 공존하는 양태가 될 것이다. 오히려 인종, 민족의 구분이 사라진 순수한 인간들의 공동체라는 개념이 관념적이고 공상적인 주장이다.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이런 류의 낭만적인 생각 하에 민족과 민족에서의 혈통 문제를 함부로 비판하는 경향은 시급히 극복되어야 한다.

민족론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견지에서 보면 민족, 인종 사이의 교류협력이 늘어난 만큼 민족에서 혈통 개념은 이전에 비해 덜 강조할 필요는 있겠다.

위의 맥락에서 보면 “단일민족의식은 다른 말로 혈통주의고 순혈주의이기 때문에.... 마땅히 안되는 인간으로의 악덕”이라는 인식은 동의하기 어렵다.

둘째, 민족을 논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적인 과제와 연관시키는 것이다.

조정래 선생은 칼럼에서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는 우리의 단일민족 의식은” 근현대에 만들어진 의식이라고 한다.

더 논해할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단일민족론이 크게 융성한 것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 침략이 극성할 때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침략하자 일제에 저항하고자 했던 조선의 지식인들은 일제와 구분되는 민족의 독자적인 전통과 문화를 찾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항일 독립운동의 논리적 근거를 도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단군론이 융성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따라서 칼럼에서 언급한 정인보, 이희승 선생과 같은 이들의 노력은 당시로 보면 정당하고 올바른 노력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조정래 선생은 이제는 국제화, 세계화 시대이니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IMF 이후 98~2005년 사이 외국인이 주가 차익으로만 올린 수익이 181조(달러당 1천원으로 대충 계산하면 1810억불)이다. 같은 시기 무역수지 흑자액을 전부 합치면 2078억불이다. 무역수지 흑자액의 90% 정도가 주가차익으로만 유출된 것이다.

외자가 유입되면서 대기업.금융기관의 경영 형태가 바뀌면서 한국사회는 저성장 체제(주주자본주의)로 바뀌었다는 지적(“한국경제가 사라진다”는 책 제목이 이를 시사한다)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커다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어떤 형태로든 외자와 구분되는 국민경제라는 범주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진보적인 학자들은 한국사회경제 대안을 논함에 있어 대부분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한 새로운 체제를 논한다.(필자가 보기에는 대체로 유럽이 모델이다) 문제는 유럽의 자본주의를 가상하며 이러저러한 모델을 구상하기는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미국의 힘, 미국식 자본주의를 강제하는 보수 세력을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치적 동력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 미국의 힘, 미국식 자본주의를 강제할 보수세력을 제압할 정치적 동력은 조국통일 과정에서 분출될 민족적 힘, 민중의 참여를 통한 민중적 힘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전자가 가장 강력한 변화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조국통일의 근거가 되는 단일민족성은 오히려 강조되어야 한다.

그런데 조정래 선생은 칼럼에서 “인종주의.혈통주의.종파주의”가 “자유.평등.평화의 3대 이상을 가로막는 주범”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조정래 선생은 칼럼에서 일본 위안부,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 문제, 영어 배우기 열풍 따위를 우려할만한 사회현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것이 인종주의.혈통주의.종파주의 때문인가? 일본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일제 식민 잔재와 현실의 일본 군국주의의 문제이고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 문제는 신자유주의에 경도된 친미 지식인들의 무분별한 개방 농정이 핵심이며 영어 배우기는 미국을 정점으로 한 서열화된 신자유주의 질서에 편입되고자 하는 몸부림의 표현이다.

한국사회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권력의 정점에 선 기득권층의 체질화된 친미 사대주의, 보수반공주의이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발견되어도 어떻게든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야 하고 한미동맹을 위해서는 방위비를 한국이 부담해야 하며 자주독립을 외쳤던 3.1절에 성조기가 나오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이 골수까지 들어찬 친미.숭미 사상과 그에 기반한 보수체제가 문제의 핵심이다.

외자에 의한 국민경제 유린, 미국에 의한 침탈이 현실의 과제라고 한다면 국민경제, 민족 따위는 오히려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긴급한 정치적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자연’하는 지식인들은 민족 또는 민족과 관련된 문제들을 폄하하기에 여념이 없다.

미국의 패권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가 전 세계를 휩쓰는 조건에서 이를 스스로와 구분하지 않으면 이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유럽은 미국식 자본주의와 구분되는 유럽식 자본주의를 발전시키고 있고 중.러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여 냉전시대의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버금가는 상하이협력기구를 건설하고 있으며 중남미의 차베스는 중남미 건국의 아버지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 베네주엘라의 혁명을 ‘볼리바리안 혁명’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세계 패권의 정점에 서 있는 미국과 자신을 구분하여 미국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미래를 개척하기 위함이다. 일제 시대 친일 지식인들이 일제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내선일체, ‘문명화’를 주창했다면 조선의 지식인들이 단군과 고대사에 탐구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미래를 개척하고자 한다면 이와 다른 우리가 누구인가를 밝혀야 한다. 이것은 국민경제(민중)이거나 민족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정립하지 않으면 미래를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민족은 사라져야 할 가치가 아니라 새롭게 발굴되고 개발되어야 할 첨예한 현재적 쟁점이다.

 

[출처: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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