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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여식 박근혜 - ‘5.16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발언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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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활웅 작성일12-11-15 11:53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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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 (재미 기고가, 전 외교관) 

만약 1948년 대한민국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완용의 자식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서 그의 아비가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일은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었으며 그때 몹시 “가난했던 우리나라가 오늘에 이른 데는” 한일합방이 “초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성난 군중에게 몰매를 맞고 뼈도 못 추렸을 것이다.

5.16 군사반란의 수괴 박정희의 여식 박근혜는 지난 16일 한국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5.16은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또 “5.16 당시 가난했던 우리나라가 오늘에 이른 데는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고 본다”고 대답했다한다. 그런데 그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독자들이 그 기사를 읽었지만 대선주자 박근혜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물론 지금은 1948년이 아닌 2012년이니 국민감정이 64년 전과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그 동안에 한국인들도 많이 세련되고 성숙해 져서 정치인이 정신 나간 소리를 했다고 군중이 몰매를 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64년 전에는 이완용의 후손이 그런 망언을 하는 따위의 일 자체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박정희의 여식이 감히 그런 망언을 하는 일이 버젓이 발생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64년 전에 그런 망언이 없었던 것은 몰매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런 소리자체가 국민정서상 씨도 먹힐 수 없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박근혜가 그런 소리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할 수 있었다. 이것은 지금은 그런 망언을 망언으로 듣지 않고 오히려 일리 있는 소리로 듣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니 그것이 문제가 된다. 그런 점에서 64년 전에 비해서 지금의 한국인들이 과연 정말로 더 세련되고 성숙해진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박정희는 일찍이 일본왕에게 혈서로 충성을 맹세한 인간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얼쪽발이”라고 부른다. 그는 일본의 괴뢰 만주국의 장교가 되어 우리 민족의 항일무력투쟁을 “토벌”하는 반민족행위를 저질렀다. 해방 후에는 국군의 장교가 되었지만 “남로당 군부 조직책”으로 활동하다 체포되자 동료당원명부를 밀고하고 석방됐다. 1960년 4.19 혁명 후 정국이 불안해지자 기회를 엿보다가 군내 일부 친일분자들을 규합하여 61년 5.16 군사반란을 일으켜 합헌정부를 전복시키고 불법으로 정권을 탈취했다. 그 후 3선 개헌과 유신으로 종신집권을 꾀하다가 1979년 10월 심복인 김재규 정보부장의 저격으로 횡사할 때까지 18년 동안 무자비한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 억압과 고문으로 국민의 입과 귀를 틀어막고 인권을 탄압했으며 인혁당사건이나 민청학련사건 등으로 수없이 많은 사법살인을 저질렀다.

그의 죽음으로 민주회복을 절규하는 “서울의 봄”이 왔지만 곧 박정희의 선례를 본뜬 전두환의 군사반란이 일어나 한국은 다시 장기간의 군사독재의 수렁으로 빠져 들어 갔으니 이 일에 대해서도 박정희의 책임이 전혀 없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한국의 경제발전은 어쨌든 박정희의 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박정희가 시작한 경제발전계획은 실은 장면정부에서 집권 불과 9개월 동안에 애써서 작성해 놓은 것이었다. 따라서 5.16이 없었으면 한국의 경제발전도 없었을 것이란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아무리 경제발전 계획이 있어도 무능한 장면정권하에서는 별 성과가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도 있다. 물론 민주적으로 경제발전을 하자면 총칼로 밀어붙이는 방식보다 속도는 다소 늦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투통거리인 정경유착, 재벌독식, 금전만능주의, 빈부격차, 한탕주의 등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없는 보다 건전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박정희의 경제개발은 정부 보증으로 특정기업의 외자유치를 촉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그 대신 그 특정기업은 유치해온 외자의 10-20%를 먼저 정부(박정희나 그 측근을 포함)에게 정치자금으로 뜯겨야 했다. 그리고 나머지 자금만으로 사업이윤도 내고 이자도 지불하자니 힘들 수밖에 엇었다. 별수 없이 기업은 노동자의 임금을 최대한으로 깎아야 했다. 또 정부에 각종 특혜를 요구했다. 그리고 탈세, 밀수 등 불법행위도 감행해야 했다. 그러다 걸리면 박정희나 그 측근의 실력자들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면 박이나 그 측근은 정치자금을 받아먹었으니, 또 앞으로도 받아먹기 위해서, 그들을 봐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물살의 원리를 재빨리 깨닫고 누구보다 더 요령껏 헤엄친 기업인들이 오늘의 재벌들이 됐다. 근래 여야가 모두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은 이렇게 해서 생긴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의 5.16 군사반란이 민족사에 끼친 가장 큰 해악은 4.19혁명 후 뜨겁게 달아오르던 남북 간의 화해협력과 통일을 향한 온 민족의 열망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행위이다. 그가 반공을 국시의 제1로 삼는다면서, 그때 한참 고조된 통일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았더라면 남북의 분단이 이토록 오래 끌지 않았을 것이며 통일은 벌써 이루어졌거나 매우 가까워졌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는 민족의 대죄인이다.

박정희의 여식 박근혜는 아비가 민족에게 지은 죄를 깊이 뉘우치고 겸허한 마음으로 용서를 비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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