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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와 역주행 하는 박근혜 정부 <연재> 정창현의 ‘김정은시대 북한읽기’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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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창현 작성일14-06-22 12:4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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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와 역주행 하는 박근혜 정부

<연재> 정창현의 ‘김정은시대 북한읽기’ (57)

 

 

 
정창현  |  tongil@tongilnews.com

 

올해도 6.15남북.해외공동행사는 서울과 평양에서 따로 열렸다. 2008년 금강산에서 열린 공동행사를 마지막으로 벌써 6년째다. 정부 차원의 기념대회도 열리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처해 있는 현재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6자회담 대화 문턱 낮추려는 시도 실패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고, 올해 2월 첫 남북고위급접촉이 이뤄질 때만해도 남북관계의 화두는 남북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남북관계를 비롯해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려는 북한의 행보는 나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미.일의 대북공조와 군사협력을 요구하는 미국의 견제는 예상보다 강력했다. 박 대통령의 대북 구상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오히려 중국과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올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미국이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하기 위해 초기검토 수준까지 진행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지난 3월 25일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선택폭을 좁혀놓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일 정상의 악수는 후폭풍이 예상된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대화문턱을 낮추려는 박근혜 정부의 시도도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오히려 회담 재개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다. 지난 6월 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외교당국 간 회동에서 한국은 이달 중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한.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중국과의 논의를 토대로 북한과의 대화 문턱을 다소 낮추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시했으나 미국 측은 중국 중재안을 단호하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대화 재개가 가능한 북한의 진정성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데 장시간 협의를 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 헌법에 명기한 핵 개발 대목이 삭제돼야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초강경 해법까지 거론됐다. 정부의 고위당국자까지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건 의미가 있지만 정부가 북한에 원하는 것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의 폐기가 6자회담 재개의 근본적 전제조건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2012년 북.미 간에 합의한 ‘2.29 합의’ 프레임(‘2.29 합의+알파’)이 사실상 폐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우라늄 농축활동을 포함하는 영변 핵 활동 유예(모라토리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입북 허용 등 구체적 비핵화 조치들의 항목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넣거나 빼거나 하는 방식이 근본적 문제해결 방식이 아니라는 데 한.미 간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북한 핵 활동의 동결을 전제로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중국과 한국의 구상이 사실상 어렵게 된 셈이다.

 

미국, 시진핑 주석 발언에 고무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하고 올바른 방법은 대화를 시작해 대화로서 성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라면서 “시급한 임무는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해 2005년 9.19 공동성명의 목표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측에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양국 간 긴밀한 협력 필요성만을 언급했다.

미국은 오히려 시 주석이 “미국이 6자회담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하지 않고, “우리 모두 6자회담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는 발언에 고무됐다고 한다. 미국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 지난 4월 박근혜 정권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지에 한국을 포함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많은 것을 양보해야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미국의 한 고위당국자는 미.중 정상회담 직후 “6자회담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어떤 논의도 하려들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란 불신이 깔려 있는 발언이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미국 대북적대시 정책 폐기, 평화협정 논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채 6자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제만을 논의하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의 정책과 의도 역시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를 1년 반 넘게 풀어주지 않는 것을 모순된 행동의 실례로 거론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내부개혁 실패와 외부 제재, 중국으로부터의 압박 등에 부딪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는 듯하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대화나 협상보다 인권문제와 군사적 압박에 치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중국은 북한 체제와 경제 안정 판단

 

그러나 중국의 판단은 다르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 부주석의 방북을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상당히 준비가 잘 된 인물이고, 북한 경제가 상당히 안정됐다”라고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지난해 장성택 처형이후 북.중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평가와 달리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최룡해 특사 방중이후 장성택 부장의 실각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고, 6자회담 재개 시점에 맞춰 북.중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또한 지난 3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9.19공동성명 이행을 언급한 것은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와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협정 문제를 동시에 논의하자는 의미였다.
 

   
▲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해 5월 26일 윤병세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미국과 중국의 이 같은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아시아재균형전략’이 정치.군사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봉쇄하는데 있고, 이를 위해 미국이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중국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의 변수가 등장했다. 2월 남북고위급회담 합의이후 미국의 견제로 남북대화가 이어지지 못한 것과 달리 올해 1월부터 본격화된 북.일회담이 전격 타결된 것이다. 북.일 간 국장급 회담을 통해 북한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재조사하고, 일본은 북한 선박의 입항금지 등의 독자제재 조치를 일부 해제하는데 합의가 이뤄졌다. 꽉 막혔던 북.일관계에 돌파구를 열린 셈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미국의 ‘아시아재균형전략’을 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북.일 간 고유 문제’를 내세워 북.일대화에 나서고 있다. 아베 정권이 북.일대화를 추진하면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미국과 공감대를 형성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2002년의 ‘평양선언’을 존중하고 북핵문제와 북.일대화를 분리 추진한다는 정책방향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전후인 6월 하순 경 북한과 외무 국장급 정부 간 협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북한측의 1차 보고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외무성, 경찰청 등의 전문가 팀을 평양에 파견하며, 납북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북한 방문도 검토할 예정이다.

앞으로 합의 이행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미국의 방해(?)만 없다면 아베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초에 예상됐던 남북 정상회담이 아니라 북일 정상회담 성사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일본 아베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취임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재임 중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약속을 이행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국민적 지지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일본이 과거사, 영토, 집단자위권 등의 문제로 한국, 중국 등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동북아시아 외교의 돌파구를 북한에서 찾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타격

 

북한은 단기적으로 한.미.일 대북 공조체제를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냉전의 유산으로 남아 있는 북.일관계의 정상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반도문제가 조율되는 상황을 견제하고 나섰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정부간 통상경제.과학기술협력위원회’ 회의에서 대대적인 양국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우선 북한이 무역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고 러시아가 북한 내 지하자원 개발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북한은 러시아 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미 북한의 대러 채무 108억 달러도 90%를 탕감하고 10%는 가스관.철도 건설 등 양국 공동사업에 쓰기로 했다. 결제수단과 부채 등 북.러 사이의 무역을 가로막던 걸림돌이 없어진 것이다.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해제, 북.러 간의 경협 확대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차원의 유엔 대북 경제제재도 일정 정도 타격을 줄 것이다. 한국이 고수하고 있는 ‘5.24 조치’도 실효성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또한 일본과의 대화, 러시아와의 경협 확대를 통해 중국의 대북정책과 대한정책에 견제구를 날릴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러시아의 대북 접근에 지지 입장을 표명했지만 내부적으로 그것이 미칠 전략적 파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중국은 북한이 북.일회담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에 중국의 한국 접근에 대한 견제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6월 말경으로 예상되는 한.중 정상회담은 향후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선택 폭 좁아진 박근혜 정부의 외교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중국을 국빈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러한 조건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박근혜 정부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북핵 실험 반대 등에서 수사적 표현으로 지지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남북대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6자회담의 문턱을 낮추려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은 실패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중국에 내놓을 새로운 제안은 어렵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한국이 중국과의 건설적인 관계를 심화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한국의 안전과 번영의 기초가 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미국과의 동맹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정부의 ‘균형외교론’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민간단체를 내세워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중 접경지대에 대한 공동투자를 모색하고 있지만 북한은 쉽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 방안을 계기로 추진하려는 남.북.중 간의 ‘지식공유사업’도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북한은 5.24조치 해제 등과 같은 가시적 조치가 없는 조건에서 남북대화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이번 달에 일본이 고노(河野)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집단자위권 추진을 위한 각의 결정을 할 경우 미국의 요구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수용했던 박근혜 정부로서는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린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 참사이후 정국의 주도권을 상실한 박근혜 정부가 동북아 외교환경 변화 속에서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는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남북대화를 복원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이행을 확인하고, 이를 위한 남북대화를 제안하면 남북관계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공산주의와는 대화로 이뤄 낸 게 없다”며 “하나님의 섭리로써 북한이 무너지리라고 확실히 믿는” 사람을 총리로 내정했다. 최근 국방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드레스덴 제안을 발표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남북 군사통합 방안 연구를 본격 추진하기 위해 관련 조직의 기능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드레스덴 선언이 ‘흡수통일론’이 아니라는 해명을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돈’으로, 즉 인도적 지원이나 우회적인 경협으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인식과 정책은 과연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까? 서글프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고, 북.중, 북.러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상외교는 또 한 차례 동북아 정세를 뒤흔드는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출처: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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