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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도진지 차폐문들이 모두 열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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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호석 작성일13-11-25 15:4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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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도진지 차폐문들이 모두 열릴 때
한호석의 개벽예감 <89>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11/25 [16:13]  최종편집: ⓒ 자주민보
 
 
전쟁승패를 결정할 초탄사격능력 


“지난 달(2013년 10월을 뜻함-옮긴이)에는 (인민군이) 동부전선에서 장사정포진지를 상당기간 개방해 우리군(한국군을 뜻함-옮긴이)이 긴급대비태세를 갖춘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조선일보> 2013년 11월 20일 보도기사의 한 구절이다. 비록 한 줄밖에 되지 않는 짤막한 문장이지만, 이 구절은 2013년 10월 7일에 발표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에서 인민군이 “임의의 시각에 즉시 작전에 진입할 수 있는 동원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이었는지를 말해준다. 동부전선의 인민군 야전부대들은 2013년 10월 중에 장사정포진지를 상당기간 동안 개방해놓고 사격태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동부전선의 인민군 야전부대들이 사격태세를 취한 까닭은,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를 주축으로 편성된 미국 해군 제7함대 항모타격단(aircraft carrier strike group)이 동해에서 감행하고 있었던, 전속항진과 야간기습을 결합시킨 대북선제핵타격연습에 대응하여야 하였기 때문이다. 미국 해군 제7함대 항모타격단은 2013년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동해에서 북을 겨냥한 선제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다. 

원래 장사정포란 사거리가 40km 이상인 야포, 방사포, 자행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위의 인용구에서 장사정포진지를 개방하였다는 표현은 인민군이 방사포나 자행포가 아니라 야포를 임의의 시각에 즉시 사격할 수 있도록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어놓고 사격명령을 대기 중이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당시 인민군 야전부대들에서는 장사정 야포들만이 아니라 당연히 방사포들과 자행포들까지 사격태세를 취하고 있었을 것이다. 전방에 배치된 인민군 지상화력구성에서 기본요소는 야포가 아니라 방사포와 자행포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인민군 포무력은 방사포를 중심으로 하면서 자행포와 야포로 더욱 보강된 형태로 구성된 것이다. 

이처럼 동부전선의 인민군 야전부대들이 제7함대 항모타격단의 대북선제핵타격연습에 대응하여 장사정포 사격태세를 취하였다면, 그와 더불어 동부전선의 인민군 미사일부대들도 당연히 발사태세에 돌입하였을 텐데, 위의 인용구에는 인민군 미사일부대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장사정포보다 미사일이 더 사거리가 길므로 당시 미국군 및 한국군 정찰부대들은 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감시하였을 것인데, 왜 그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일까? 그 까닭은 미국군 및 한국군 정찰부대들이 지하기지에 배치된 인민군 미사일의 움직임을 식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사진 1> 인민군 포병들이 130mm 해안포 사격태세를 취하는 장면이다. 이 포를 쏘면 27km밖에 있는 타격목표를 소멸할 수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위의 인용구에 서술된 것처럼, 동부전선의 인민군 야전부대들이 장사정포진지를 개방한 것은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장사정포를 포좌로 끌어내어 사격태세를 취했다는 뜻이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장사정포는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포좌로 나가 긴 포신을 쳐들고 사격태세를 취하는데 비해, 3축6륜 차량에 탑재된 방사포나 무한궤도차량에 탑재된 자행포는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나와 사격위치로 재빨리 이동하여 사격태세를 취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인민군 야전부대 포병들이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사격태세를 취한 다음 제1탄을 사격하기까지 걸리는 초탄사격시간이다. 명백하게도, 인민군 야전부대 포병들의 초탄사격능력은 인민군의 다종다양한 선제타격력 중에서 매우 중요한 구성부분이다. 
만일 초탄사격시간이 오래 걸려 사격임박징후가 적에게 노출되면 선제타격은커녕 적의 포병부대로부터 역습을 받게 된다. 전투종심이 매우 짧은 한반도에서 선제타격이 사실상 전쟁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초탄사격능력이야말로 전쟁수행에서 사활적인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민군 야전부대 포병들의 초탄사격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들이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장사정포를 포좌로 끌어내어 초탄을 발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0초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들의 초탄사격시간을 세분하면, 갱도진지 차폐문을 여는 시간 20초, 장사정포를 포좌로 끌어내어 정치하는 시간 10초, 사격목표를 조준하는 시간 7초, 포탄을 장전하는 시간 3초로 연속 진행되는 것이다. 

<유투브(You Tube)>에 게시된, 인민군 실탄사격훈련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포병들이 초탄사격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훈련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라톤선수가 자기 기록을 0.1초라도 더 단축하기 위해 체력한계를 넘나드는 질주훈련을 반복하는 것처럼, 인민군 포병들도 군사복무기간 7년 동안 초탄사격시간 단축훈련을 반복한다. 초탄사격시간 단축이야말로 전쟁승패를 결정할 문제인데, 초탄사격능력 강화훈련을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7년 동안이나 초탄사격시간 단축훈련을 끊임없이 반복, 숙달하고 있으므로 실전상황에서 초탄사격시간은 1∼2초 더 짧아질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인민군이 갱도진지 장사정포를 배치하지 않고 야포견인차량에 끌려 다니는 견인포를 배치하였더라면, 초탄사격시간은 훨씬 길어져 약 20분 정도 걸리게 된다. 견인포 초탄사격시간을 세분하면, 포를 무기고에서 끌어내고, 야포견인차량을 차고에서 끌어내어 서로 연결하는 시간 약 7분, 포탄을 탄약고에서 꺼내어 야포견인차량에 적재하는 시간 4분, 야포견인차량이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정렬하는 시간 5분, 사격위치에서 야포견인차량과 포를 분리하고 포를 정치하는 시간 4분, 타격목표를 조준하는 시간 7초, 포탄을 장전하는 시간 3초로 진행되므로 총시간은 20분 정도 걸린다고 볼 수 있다. 
 

갱도진지를 건설하려면 시간, 노력, 경비가 많이 들지만, 실전상황에서는 갱도진지 장사정포가 견인포에 비해 월등히 우세한 선제타격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단 1초 사이에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급박하기 이를 데 없는 실전상황에서 초탄사격시간이 40초 걸리느냐 아니면 20분 걸리느냐 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격차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한국군 포무력이 견인포 71%, 자주포(자행포) 26%, 다련장로켓포(방사포) 3%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한국군이 견인포로 인민군의 갱도진지 장사정포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을 시작할 때 첫 문장으로 인용한 구절에서 2013년 10월 동부전선에서 인민군 야전부대들의 갱도진지 장사정포가 사격태세를 취하였을 때, 한국군이 긴급대비태세를 취하였다고 하였는데, 그들의 긴급대비태세는 견인포로 응사할 사격태세를 취하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초탄사격시간이 20분 걸리는 한국군의 견인포가 초탄사격시간이 40초 걸리는 인민군의 갱도진지 장사정포를 상대하는 실전상황에서 인민군 포병들은 장사정포 초탄을 발사한 뒤에 한국군 포병들이 견인포 초탄으로 응사하기까지 19분 20초 동안 50발 이상 더 사격할 수 있다. 

다른 한 편, 인민군 야전부대의 방사포와 자행포가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나와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초탄을 발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27초다. 방사포와 자행포의 초탄사격시간을 세분하면, 갱도진지 차폐문을 여는 시간 약 20초,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정렬하는 시간 약 5분, 타격구역 또는 타격목표를 조준하는 시간 약 7초로 연속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났을 때, 한국군 자주포는 방호시설에서 나와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초탄을 발사하기까지 13분이나 걸리는 바람에 늑장대응이라는 여론의 화살을 맞은 바 있다. 인민군 자행포의 초탄사격시간은 5분 27초밖에 걸리지 않는데, 한국군 자주포의 초탄사격시간은 13분이 걸린다니 격차가 너무 심하다. 이러한 격차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수시첩보보고’에서 엿본 충격적인 사실들

초탄사격능력을 측정하는 데서 아직 계산에 넣지 않은 시간이 더 있다. 그것은 적의 사격임박징후를 식별한 정찰보고가 군수뇌부에 전달되는 시간, 군수뇌부가 상황을 판단하고 응사여부를 결정하는 시간, 사격명령이 포병부대에 하달되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정확히 측정하기는 힘들지만, 연평도 포격전 상황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났을 때 한국군은 ‘호국훈련’ 중이었고, 그에 맞서 특별경계근무 2호 태세를 취한 인민군도 대응훈련 중이었으므로, 쌍방이 모두 긴장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연평도 포격전은 한국군이 방심한 사이에 인민군이 기습포격을 가한 것이 아니라, 그처럼 긴장된 전투태세를 취한 상태에서 일어났는데도, 주한미국군사령부와 한국군 합참본부는 응사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포격전이 끝나버렸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전투상황을 짚어보면 아래와 같다. 

<연합뉴스> 2010년 11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한민구 당시 한국군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Walter L. Sharp)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인민군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개시한 시각으로부터 6분이 지난 뒤에 긴급통화를 하였다. 인민군 포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문제는 한국군 합참의장과 주한미국군사령관 두 사람의 통화에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므로 한미연합군 수뇌부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한국일보> 2010년 12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한미연합군 수뇌부는 인민군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개시한 시각으로부터 38분이 지난 뒤에 긴급회의를 시작하였는데, 그 회의는 무려 3시간 이상 계속되었다. 대응작전문제를 긴급히 결정해야 할 군수뇌부가 회의를 3시간 이상 계속했다면, 그것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설왕설래하는 난상토론을 벌였다는 뜻이다. 정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인민군으로부터 포격을 당한 위급한 상황에서 작전회의 난상토론을 3시간 넘게 계속하다니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한국일보> 2010년 12월 10일 보도기사를 읽어보면, 연평도 포격전 당일 3시간 이상 계속된 긴급회의를 마친 주한미국군사령부가 인민군의 포격개시로부터 무려 6시간 2분이 지난 뒤에 태평양사령부에게 대북정찰작전을 확대할 것을 요청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연평도 포격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었다고 가정하면, 한미연합군 야전부대들은 수뇌부의 결정을 6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인민군의 집중공격을 받고 궤멸되었을지 모른다.

연평도 포격전이 한미연합군에게 안겨준 정신적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겨레>가 2012년 12월 13일에 입수한 한국군 정보참모부의 ‘수시첩보보고’에서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한국군 정보참모부의 ‘수시첩보보고’에서 엿보는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 방사포의 사격임박징후를 식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민군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개시하기 약 3시간 전인 오전 11시 30분 한국군 수뇌부에 상신된 ‘수시첩보보고’에 따르면,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의 해안포 전개상황을 식별하였으므로, 접적해역 일대에서 화력도발가능성에 대비하여 한국군의 장비를 추가로 전개하고 인민군 해안포의 사격임박징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보고내용을 읽어보면, 연평도 포격전 당시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 해안포의 사격임박징후만 식별하였고, 인민군 방사포의 사격임박징후는 식별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연평도 포격전 직전에 인민군 야전부대들은 해안갱도진지 14개소의 차폐문을 열어놓고 장사정포 14문을 사격할 태세를 취하고 있었고, 그와 더불어 122mm 방사포 4문도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사격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원래 방사포는 해안갱도진지에 배치된 것이 아니므로, 내륙갱도진지에서 해안으로 이동한 다음 연평도를 향해 사격태세를 취하고 사격명령을 대기하던 중이었다.  

그런데도 한국군 정찰부대는 인민군 방사포 4문이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사격태세를 취하고 있는 정황을 식별하지 못했다. 왜 식별하지 못하였을까? 그 까닭은 인민군 방사포가 한국군 정찰부대의 시야를 벗어난 위치에서 보이지 않게 사격태세를 취하였기 때문이다. 한국군 지휘부는 연평도 포격전에서 인민군 방사포 4문이 발사된 사격위치가 어디였는지 3년이 지난 지금도 특정하지 못한다. 그 사격위치가 해안의 개머리진지 부근이라는 설도 있고, 개머리진지 인근의 산 너머에 있는 ‘가는골’ 마을이라는 설도 있으나, 모두 추정일 뿐이다. 따라서 인민군 야전부대가 연평도 포격전에 122mm 방사포 4문을 동원하였다는 한국군 당국의 발표도 대상식별에 따른 정확한 판단이 아니라 연평도에 남겨진 탄착흔적을 헤아려보고 아마도 4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일 뿐, 인민군 야전부대가 방사포 몇 문을 동원하였는지 알지 못한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인민군 지상화력은 방사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는데, 당시 ‘호국훈련’ 중에 긴장된 상황에서 대북정찰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 방사포의 사격임박징후를 식별하지 못한 것은 정찰능력한계를 노출한 심각한 사건이다. 한국군의 정찰능력한계가 연평도 포격전에서 인민군의 선제타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치명적인 사태를 불러왔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만일 전면전 개전상황에서 한국군이 그런 치명적 한계에 묶여 있다면, 그 이후에 전개될 전황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인민군의 선제타격을 받은 한국군은 또 다시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인민군의 사격원점을 타격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 방사포의 사격위치를 식별하지 못하는데, 표적정보도 없이 어떻게 사격원점을 타격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한국군 정찰부대는 인민군의 장사정포가 배치된 갱도진지의 위치를 식별할 수 있으므로, 연평도 포격전 같은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나면 한국군이 인민군의 장사정포 갱도진지를 타격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군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3년 11월 3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은 2013년 8월에 실시한 ‘을지연습’에서 인민군 장사정포를 제압하기 위한 선제타격훈련을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작전방식으로 실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인민군의 장사정포 갱도진지를 타격하겠다는 한국군의 공언도 엄밀히 따져보면 빗나간 발언으로 들린다. 왜냐하면, 위에서 논한 것처럼, 인민군 야전부대들에 배치된 강력한 포무력은 실전상황에서 사격임박징후를 노출하지 않은 채 초탄을 무더기로 기습발사하여 한국군 야전부대들의 응사능력을 제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조선일보> 2010년 1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야전부대들은 한미연합군의 대북정찰을 교란하기 위해 실물과 똑같이 생긴 가짜 장사정포 갱도진지와 가짜 장사정포를 곳곳에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만전술은 어느 것이 진짜 장사정포 갱도진지이고 어느 것이 가짜 장사정포 갱도진지인지 식별하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실전상황의 ‘불소나기’ 속에서 살아남은 한국군이 응사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인민군이 만들어놓은 가짜 장사정포 갱도진지를 향해 사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미그-23기 보유대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늘어나는 현상

한국군 정보참모부의 ‘수시첩보보고’에서 엿보이는 특이점은 인민군 전투기에 관한 서술이다. 인민군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개시하기 약 3시간 전인 오전 11시 30분에 한국군 수뇌부에 상신된 ‘수시첩보보고’에 따르면,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 ‘신예기’들의 전방전개상황을 식별하였으므로, 접적해역 일대에서 화력도발가능성이 있어 한국군의 장비를 추가로 전개하고 인민군의 무력사용임박징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신예기란 새로 생산한 기종이라는 뜻이다. 한국군 정찰부대는 왜 구체적인 기종을 적시하지 않고 신예기라고 기록했을까?

‘수시첩보보고’에 따르면, 연평도 포격전 당일 오전 9시 40분께 인민군 미그-23기 5대가 전방지역 상공에 전개되고 있는 것을 식별하였다고 한다. 옛 소련이 1970년에 실전배치한 미그-23기는 40년이 넘은 기종이지 신예기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군 정찰부대는 미그-23을 가리켜 왜 신예기라고 하였을까? 이 의문을 풀어줄 단서는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Global Security)>에 게시된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자료에는 인민군 항공군의 미그-23기 보유대수가 2005년까지는 45대로 변동이 없었는데 2006년부터 2010년 사이에 56대로 늘었다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 게시된 조선인민군 전력현황자료는 인민군 항공군의 미그-23기 보유대수를 66대로 적시하였으므로, 미그-23기 보유대수가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56대에서 66대로 더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진 2>는 초계비행 중인 쿠바 공군의 미그-23기 편대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 <사진 2> 쿠바 공군의 미그-23기 편대가 쿠바 영공을 초계비행하는 장면이다. 북은 2000년대 중반부터 외형이 미그-23기와 흡사하게 생긴 신형 전투기를 자체로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이 신형 전투기가 북의 최남단 공군기지에서 출격하여 서울 상공에 이르기까지 2분 30초 걸린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누구나 아는 것처럼, 노후기종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유대수가 줄어들어야 정상인데, 이상하게 인민군 항공군의 경우는 정반대로 노후기종 보유대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늘어나는 추세다. 2005년 이후에 북이 미그-23기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였기 때문에 그 기종의 보유대수가 늘어나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이 다른 나라에서 미그-23기를 수입한 기록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2000년대 후반 이후 북에 전투기를 수출할 나라도 없고, 북도 다른 나라에서 전투기를 수입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민군 항공군의 미그-23기 보유대수가 2005년 이후 21대나 늘어난 불가사의한 현상은 북이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생산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다시 말해서, 북은 한국군 정찰부대가 보기에 외형이 미그-23기와 흡사한 신예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 서북쪽에 있는 황해남도 봉천군의 누천리 공군기지에서 서울까지 직선거리는 약 100km밖에 되지 않는다. 그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미그-23기와 흡사하게 생긴 신예기가 전속력으로 남하비행하여 서울 상공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분 30초다. 

그에 대응하는 한국군 공군의 방어제공작전(DCA)을 알아보면, 인민군 전투기의 내습을 저지하기 위해 수원공군기지의 제10전투비행단에는 F-5E가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F-5E가 비상출격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이다. 미국에서 수입한 F-5E는 한국군 공군조종사들이 ‘곤로’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저성능 노후기종이다. 전기곤로는 가열속도가 늦고 발열량도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노후기중 F-5E에 ‘곤로’라는 별칭을 달아놓은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F-5E는 엔진출력이 약하여 공중전에서 격추당할 위험이 크고, 전자장비가 허술하여 적기가 쏜 미사일이나 적지상군의 방공망에 격추당할 위험이 매우 크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F-5E는 2000년 이후에만 11대가 기체고장으로 추락했다. 

서울 상공을 방어하기 위해 그처럼 낡은 전투기를 배치한 것은 누가 봐도 위태롭다. 서울 상공을 제대로 방어하려면 F-16이나 F-15K가 출격해야 하는데, 그런 전투기들은 인민군의 미사일공격을 피해 충청남도 서산 인근의 서산공군기지와 경상북도 대구 인근의 대구공군기지 같은 후방에 멀찌감치 배치되었다. 

서산공군기지와 대구공군기지에 배치된 전투기들이 완전무장하고 적진을 향해 출격하려면, 한미연합군 수뇌부 작전회의에서 주한미국군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났을 때, 한미연합군 수뇌부는 인민군이 포격을 개시한 시각으로부터 38분이나 지난 뒤에 긴급회의를 시작하였다. 전면전 개전상황에서 38분이라는 시간은 한미연합군 수뇌부가 작전회의를 진행하는 서울 용산기지가 인민군의 맹폭격으로 초토화되고도 남을 긴 시간이다. 전투종심이 너무 짧은 한반도에서는 긴급작전회의를 진행할 몇 분의 시간적 여유마저 없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에서는 강력한 선제공격능력을 확보한 쪽이 무조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누가 왜 우려와 불안을 느끼고 있는가?
 
2013년 11월 5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현역 중장)은 “남과 북이 전쟁하면 누가 이깁니까?”라고 물은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한국의 독자적인 군사력 비(比)로는 우리가 불리하다고 평가한다”고 답변하였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이 “미국 없이 한국 단독으로 북한과 싸우면 진다고 했는데 사실이냐”하고 되묻자, 그는 “진다고 하지는 않았다. 군사력 비에서는 우리가 열세”라고 답변하였다. 

한국군과 인민군의 군사력을 비교하면 한국군이 열세이고, 따라서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군이 불리해진다는 국방정보본부장의 답변이 언론에 보도되자 충격을 받은 남측 국민들 속에서 여론이 들끓었다. 원래 국정감사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가공된 발언들이 오가는 자리이므로, 그런 자리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열세라고 말한 것은 사실상 패배를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남측 국민들로서는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군 열패설의 여파를 직감한 남측 언론계는 군사전문가의 수습발언을 인용하여 개전 초기에 인민군이 장사정포로 수도권을 타격할 때는 한국군이 좀 불리하지만, 미국이 증원군을 파병하여 한미연합군 전투력이 월등히 강화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꺼내놓았다. 
 
그러나 군사지식을 가진 사람의 눈에는 그런 식의 주장이 현실과 거리를 둔 주관적 상념으로 보일 뿐 객관적 현실을 반영한 견해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심각한 문제와 관련하여 다시 읽어보아야 할 것은 미국 정보분석가들의 판단이다. 북미전쟁위험이 극도로 고조되었던 2013년 4월 7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WND>가 미국 정보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하여 워싱턴발로 보도한 기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주한미국군) 28,500명은 (인민군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한) 과속방지턱(speed bump)으로, 그리고 전쟁의 방아쇠로 최전방에 배치되었는데, (전쟁이 일어나면) 그들은 죽을 것이다. 모든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은 인민군의 타격좌표로 사전입력되었다(pre-programmed).” 

이 인용구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전방지역에 배치된 한미연합군이 인민군의 선제공격으로 전멸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인데, 미국의 정보분석가들은 인민군의 재래식 지상화력만을 고려하여 그렇게 예견한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인민군이 재래식 지상화력만 동원할 것으로 예견하는 것도 오산이고, 인민군이 전방지역의 한미연합군만 공격할 것으로 예견하는 것도 오산이다. 이 짧은 글에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열거하며 자세히 서술할 수 없지만, 인민군의 ‘반미대결전’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을 몇 마디로 축약하면, 전방지역과 후방지역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하는 전후방동시공격전이며, 지상과 지하, 해상과 해저, 고공과 저공에서 한꺼번에 작전하는 입체공격전이며, 적의 ‘급소’를 정밀타격수단으로 연속 강타하여 반격능력을 초기에 제거하는 급소연속강타전으로 전개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주시하는 것은, 태평양작전구역 곳곳에 산재한 31개에 이르는 미국군기지들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타격좌표를 사전입력해놓은 핵타격대상목록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이 이미 몇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북의 그러한 언급이 엄포가 아니라는 점은 미국군 수뇌부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군 수뇌부는 인민군의 ‘반미대결전’ 준비태세에 관한 북의 발언이 엄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우려와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를테면, 2011년 1월 11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로벗 게이츠(Robert M. Gates)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북이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우려와 불안을 감추지 못하였다. 미국 일간지 <월 스트릿 저널(WSJ)> 2013년 11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그 일간지가 보도일과 같은 날 워싱턴에서 주최한 최고경영인 연례행사에 연사로 출연한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 미국군 합참의장도 “나는 내가 매일 다루고 있는 어떤 다른 문제들보다도 북의 고조되는 도발을 실제로 더 우려한다”고 하면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나 미국군 수뇌부가 자기들의 우려와 불안을 드러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북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수시로 강행하는 위험천만한 대북전쟁연습을 즉각 중지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주한미국군을 자진하여 철군함으로써 전쟁재발요인을 제거하는 전향적인 선택만이 태평양작전구역 미국군의 궤멸위험을 미리 피하는 길이다. 전선 너머에서 갱도진지 차폐문들이 모두 열릴 때는 너무 늦을 것이다.

특히 갈수록 막강해져가는 북에 군사력 대응한 한미연합군훈련도 갈수록 더 강력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또 다시 북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지금보다 더 강력한 대규모 무력을 한미연합군이 대북압박군사훈련에 동원하게 되며 그것을 북이 공격의사로 간주하고 선제타격을 감행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상대가 공격진지를 차지하는 것을 두고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선제타격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말은 북에서 우리의 귀가 닳도록 강조해온 말이다. 물론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한 예방전쟁 차원의 선제타격 대상국에 부시정부시절부터 북의 이름을 떡 올려놓고 있다는 것도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군비경쟁은 우리민족의 경제위기 극복에도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전면적 무력충돌이라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민족 전체를 몰고 가는 악수 중에 악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결국 해법은 대화뿐이라는 것이다. 북미평화협정과 남북의 공동선언 이행 그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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