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실무접촉에서 갑작스럽게 부각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남북대화에 북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갑자기 부각하고 있다. 왜 그러는 것일까? 단순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정세분석가들이 특별한 시선으로 주목하고 있다.
12-13일 서울에서 열리게 될 남북당국 회담에서 우리정부가 북의 수석대표로 김양건 북 통일전선부 부장을 지목하여 북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이다.
우리정부가 당국회담의 수석대표로 김 통전부장을 지목한 이유는 남북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해 합의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청와대는 당국자회담에서 격이 안 맞으면 상호신뢰가 어렵다는 말까지도 강조했다고 했다. 김 통전부장이 남북당국회담의 수석대표가 되는 것을 북이 회담에 임하는 진정성을 확인하는 징표로 설정한 듯한 인상까지 주는 대목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대부분 의아해했다. 관례나 현실로 접근을 했을 때 류길재 통일부장관의 카운트파트로 북의 통전부장이 거론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지적이 곧바로 나왔다. 양 교수는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양건은 당 통일전선부장이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대남비서"라면서 "대남비서는 북측 입장에서는 위상이 상당히 높고, 대남비서가 남북 회담에 수석대표로 나온 사례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
양 교수의 지적처럼 북의 통전부장이 남북 공식회담 수석대표로 나선 경우는 없다. 2000년 이후 2007년까지 총 21차례에 걸친 남북 장관급 회담만 보더라도 그렇다. 우리는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했고 여기에 대응한 북의 수석대표는 내각 책임참사였다. 내각 책임참사 자리는 일종의 무임소장관이다. 장관급 격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동안 장관급 회담에 나선 북측 전금진, 김령성, 권호웅 등이 대표적인 내각 책임참사들이었다. 김양건 통전부장은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이기도하다. 북은 정부체제보다 당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나라이다. 북에서 노동당 비서에게 우리의 장관급보다 더 높은 위상을 부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우리정부는 왜, 김양건 통전부장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일까? 느닷없다 싶기도 했다. 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먼저 꽂혔다.
.김양건 통전부장의 부각은 협상전략인가?
우리정부가 김 통전부장을 수석대표로 지목 요구하는 것은 억지처럼 보일 만도 하다. 속 보이며 저열하기까지 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치열한 협상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협상전략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김 통전부장 부각을 협상전략과 연동시켜 사고를 하게 된 데에는 남북대화를 둘러싸고 남북이 벌이는 기 싸움이 예상했던 것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기 싸움의 양상은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부터 그 치열한 양상을 선 보였다. 언론들은 9일 있었던 판문점에서의 실무회담이 당국회담의 의제 그리고 당국회담의 수석대표 등과 관련하여 쟁점이 형성되었음을 상세하게 보도해주었다.
“오전부터 밤까지 정회·속개 반복.. 마주 앉은건 4시간 남짓” 6월 10일자 인터넷 한국일보가 잡은 기사의 제목이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심야까지 7차례 회의 진행’ 이라는 제목으로 남북 간에 협상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 싸움이 치열했다고 보도 했다.
핵심은 의제문제였다. 우리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 개성공단문제 금강산 관광문제 등 3가지를 적시했다. 그렇지만 북은 달랐다. 북측 발표문에는 6·15 및 7·4 발표일 공동기념 문제 그리고 민간왕래와 접촉, 협력사업 추진문제 등도 추가로 적시돼 있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정치적인 문제는 어떻게든 피해보겠다는 우리정부의 심사를 오롯히 확인할 수 있었다. '6ㆍ15 및 7ㆍ4 기념행사'가 자칫, 정치문제로 비화할 수 있음에 걱정을 하고 있는 눈치가 역력히 읽혔던 것이다.
민간왕래와 접촉, 협력사업 추진 문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민간왕래와 접촉, 협력사업 추진 문제는 5·24 조치 해제 문제와 맞물려 있는 사안들이다. 이명박 정부시기 이 사안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데 단골로 사용되어왔던 사안이기도 했다.
이것들은 우리정부의 협상전략이 정치적인 사안을 기본에 놓고 포괄적으로 접근해오는 북에 맞서서 어떻게 해서든지 정치적인 사안은 피하고 경제적이고 인도적인 문제에 국한하려는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이산가족 개성공단 금강산관광문제만 처리하고 6.15와 7.4를 피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 협상전략은 자칫 박근혜 정부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우리정부의 대북 협상전략이 6.15와 7.4를 부정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이다.
우리정부가 6.15와 7.4를 부정하는 모습이 문제로 되는 것은 대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정부가 대북정책이라고 내세우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핵심골자는 6.15나 7.4를 비롯하여 기간 남북당국 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북의 포괄적 접근을 피하는 것 즉, 6.15와 7.4를 회피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스스로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김양건 통전부장을 부각시키고 있는 우리정부의 태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정황의 핵심이다. 그 시선에 따르면 남북당국회담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의 모순이 극명하게 표출되게 될 때 이를 희석하거나 호도할 수 있는 정치적인 장치로 우리정부가 김양건 통전부장 문제를 부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정세분석가들이 내놓고 있는 추정이다. 추정은 개연성으로만 존재할 수 있으며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정세의 추이를 과학적으로 추적하는 적극적인 정치사고 활동이라는 점이다.
.김양건 통전부장의 부각과 남북정상회담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인가?
그런 점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추정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 매우 특별한 시선이라 할만하다. 이 시선은 김양건 통전부장에 대한 우리정부의 요구가 협상전략이 아니라 실제로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서 출발한다.
이 시선이 주목하는 것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그리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 주역이라는 사실에 대해서이다. 김 통전부장은 그해 8월 방북한 당시 우리정부의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그런 합의를 내왔던 것이다.
김 통전부장이 남북관계 발전에서 차지하고 있는 현실적 위상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선에서 김 통전부장의 부각을 바라보게 되면 남북정상회담과 결부시켜 보는 것은 결코 무리라고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벌써부터 '남북 정상회담' 얘기가 나오는데 이런 얘기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동아일보 10일자가 보도한 것으로 9일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했다는 발언 내용이다. 남북당국 회담에 대해 청와대가 기대를 하면서도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이 발언이 갖는 핵심은 6년 만에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재개되는 남북대화에 얼마나 많고 무게 깊은 기대가 실리고 있는 지를 반증해주고 있다는 것으로 된다.
지금 시작되는 남북대화가 일정한 곡절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정세분석가들은 지금의 남북신뢰관계 회복문제가 북미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맞물리면서 되돌릴 수없는 대화국면으로 치달아가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느닷없다 싶을 정도로 부각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문제 그리고 이정현 홍보수석의 발언은 설령 무관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시선에게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뜨겁게 달구어질 6월과 7월!
자주통일진영의 정세분석가들이 특별한 시선에 기반해 내놓고 있는 분석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