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대한 북의 공세를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는 연합뉴스. 이는 북의 호전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국민들에게 공포를 경험하게 해주는 측면 또한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사진 자료; 연합뉴스 캡쳐 © 한성 기자 | |
1.미국 서해안에 지상 발사 요격미사일(GBI) 증강배치 결정
미국이 서부 해안에 있는 미사일방어망에 요격미사일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척 헤이글 미 국방부장관이 1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사실이다.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 등에 2017년까지 지상 발사 요격미사일(GBI) 14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헤이글 장관의 발표가 있는 날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이틀 전 미국의 로버트 켈러(Robert Kehler) 전략사령관이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하여 했던 발언을 떠올렸을 것이다. 켈러 사령관은 그 자리에서 미국 서부해안에 배치된 요격 미사일 30기로 북의 미사일 공격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발언했었다. 미군 수뇌부의 입장이 이틀 만에 번복되는 양상을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구경해야했다. 일사분란하지 못한 미군 수뇌부의 약점으로 보일만도 하다.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가십거리로 되기에도 충분하다.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뭐가 그리도 급했지? 정세분석가들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올 법 했다.
미국은 2004년부터 자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요격 체제는 서부 알래스카에 26기, 캘리포니아에 4기 등 요격 미사일 총 30기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여기에 헤이글 장관이 밝힌 대로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 등에 14기를 추가 배치하게 되면 미국의 요격 미사일 숫자는 무려 50%나 증대된다. 예산은 총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라고 했다. 누가 보아도 MD체계의 획기적인 강화이다.
미국의 MD체계 강화는 그렇지만 여기에서 멎지 않고 더 확장된다. 장거리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최첨단 레이더 시스템인 <TRY-2레이더>를 일본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헤이글 장관은 말했다. <TRY-2레이더>의 일본 배치는 물론, 어제 오늘 나왔던 말은 아니다. 헤이글 장관은 이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 구축함 발사용 스탠더드미사일(SM)-3 프로그램도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처럼 미국의 MD체계 구축 움직임은 매우 본격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실질적인 ‘적’을 상정하고 이루어지는 매우 구체적인 조치들이다. 고강도의 대응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이러한 고강도 대응책이 어디로부터 비롯되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전과는 달리 미국 스스로가 아예 대놓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헤이글 장관은 브리핑에서 북이 3차 핵실험을 한 것을 중요하게 언급 했다. 동시에 북이 지난해 4월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여주고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린 것에 대해 강조하는 가운데 미국 MD체계 강화 계획을 언론에 알렸다. 그리고는 요격미사일 추가 배치 조치가 북의 핵ㆍ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밝혔다. 간단하고도 선명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2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었다. 클래퍼는 그날, 북의 핵.미사일이 미국과 동아시아에 심각한 위협이며 북이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미국의 MD체계 강화는 북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인정
많은 정세분석가들이 일치하게 강조하고 있는 대로 미국의 MD체계 강화 움직임이 북의 핵미사일 능력 확장과 직접적으로 관련을 갖는다는 것은 현 시기 북미대결전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헤이글 장관의 발표는 북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준은 ‘아직 아니다’라고 했던 미국 내의 적지 않은 언사들을 의심하게 만들어버린다. 그것도 치명적인 수준에서이다. 바로 적용시켜야할 비근한 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에 했던 발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미국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북은 아직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발언은 물론 내치용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북이 핵.미사일 관련해 최근에 보이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미국 국민들에게 위협으로 된다는 것은 쉽게 부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북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워싱턴도 조준경 안에 들어와 있다는 등 미국에 대한 위협을 하루도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가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이 편할 리 없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또한 없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따라서 한 나라 최고지도자가 국민에게 가져야할 기본 책무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헤이글 장관의 발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미국의 MD체계 구축 움직임은 아울러 북의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의 선제타격 대상이 아니란 것을 미국이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바퀴 16개짜리 특수 제작 차량의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된다. 고정되어있는 미사일이 아닌 것이다.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의 첩보위성이나 최첨단 레이더 탐지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사각지역에서 은폐.엄폐되어있는 한 선제타격 대상이 될 수 없다.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선제타격의 대상에서 벗어난 만큼 그것은 미국 본토 근처에서 요격할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것을 헤이글 장관의 발표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헤이글 장관의 발표가 정작, 가장 기본적으로 갖는 의미는 간단하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미국의 MD체계 구축 움직임이 북의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가 미국 서부해안까지 도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것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이 크게 발전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다"는 헤이글 장관의 15일 발언은 이제 누구에게도 부정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이보다 더 간단한 사실은 없다. 아울러 이것만큼 분명한 사실 또한 없다.
미국의 MD체계 강화 움직임을 두고 군수산업자본가의 경제적 이해관계 혹은 한국과 일본을 미국의 MD체계에 끌어들이려는 군사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치행위로 보는 것은 물론, 여전히 유효하다. 흔히 있어왔던 발상이다. 그런 점에서 가히 고전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이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핵미사일 능력은 미국의 그러한 정치적 술수나 가능케하는 단순한 패러다임에 국한되어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핵은 국제사회의 중핵적인 문제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미사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힘이 최고이며 힘의 질서로 체계화되어있는 세계가 국제사회이다. 사람들은 북과 중국이 북의 위성과 핵을 놓고 벌이는 갈등을 통해 확인한 것은 혈맹관계를 과시해왔던 북중 사이의 허점이 아니다. 유엔제재에 동참하는 중국의 행태를 통해 사람들은 핵과 미사일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결국 미국의 MD체계 구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은 북의 핵미사일 능력의 실체를 미국이 실제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주는 것으로 된다. 미국의 MD체계 강화 움직임이 현 시기 북미대결전에서 갖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미국이 말과는 달리 실제에 있어서는 북의 핵미사일 능력의 실체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북미대결전에서 북의 핵미사일 능력이 차지하고 기능하게 되는 지위와 역할이 가히 결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연합뉴스의 3월 18일자가 보도한 것으로 미 뉴욕타임스(NYT)의 외교국방 전문기자인 데이비드 생어가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핵공격을 위협했지만 그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말 새로운 것은 놀라울 정도로 북한이 공격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출처: 자주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