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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기 10] 다시 가본 평양 3부, 북중국경 중국측 조선족들의 목소리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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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흥노 작성일15-11-11 13:0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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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본 평양 3부

 

북중국경 중국측 조선족들의 목소리 3-3

 

 

 

이흥노(재미동포전국연합회 논설위원)

 

 

 <다시 가본 평양>이라는 제목의 글은, 1부에서 재미동포이산가족들의 가족상봉에 대한 이야기, 2부에서 당 창건 70돌 행사 참관기, 그리고 3부에서 중국 쪽의 북중 국경도시를 돌아본 이야기로 나누어 실기로 한다.

 


 

 

<도문식당>에서 있었던 일

 

 

 잠도 오질 않아, 아침 일찍 일어나 시내를 산책하며 조선음식점을 찾는다. 드디어 "조선족 식당"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상호는 <도문식당>이다. 여태 다른 곳에선 보지 못한 식당간판이 걸려있다. 상점 앞에 걸린 상호 왼편에 젊고 예쁜 대형 여자 사진이 걸려있다. 호기심을 가지고 그 식당에 들어선다. 조선족 식당이라고 했으니 우리말이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맞았다. 주인과 종업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개고기 요리가 이 식당의 특색이라고 한다. 우선 커피가 가능하냐고 하니 있다고 한다. 큰종지에 담긴 커피가 나왔다. 중국에서는 먹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라 종지던 사발이던 시비꺼리가 못된다. 그리고 개장국을 시켰다. 이게 왠일일가. 개장국이 설렁탕처럼 하얗다. 내평생 하얀 개장국은 처음 본다. 무슨 독특한 향내가 나고, 국의 빛갈 때문에 수저를 들 용기가 나질 않는다. 잘못 주문해서 미안하다며 그냥 내밀었다. "김치와 밥을 주문했어야 하는데"라고 하니 금새 그게 나온다. 김치도 향내가 났으나 눈을 감고 그저 쑤셔넣는다. 이때에 밖에서 손님들이 들어닥쳐 자리를 그들에게 양보코저 독상을 하고 있는 조선족 노인에게 합석을 제의했다. 선뜻 그렇게 하란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근황들을 서슴없이 이야기하게 됐다. 그는 도문시에서  자동차로 40여 분 거리의 농촌에 산다고 한다. 이름은 정유근씨 (82세). 정씨는 개장국을 먹고 곧바로 도문시에 사는 옛 전우의 집으로 간다고 한다. 전우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항미원조> (중국의  6.25전쟁 표기)에서 구사일생 살아온 동지라고 한다. 1백만 중공군이 참전해 70만이 죽고 30만이 살아 돌아온 사람 중의 하나라고 한다. 미군 폭격으로 부상을 당해 죽었던 사람이 새로 살아났으니 참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전신이 불에 탄 자욱을 보여준다. 이젠 세월이 많이 지나갔으니 미군에 대한 적개심은 별로 없을테지요라고 하니, 금새 얼굴 빛갈이 달라진다. 눈을 크게 부릅뜨고 "내눈에 흙이 들어가던가 아니면 통일이 될때에나..."라고 목청을 높인다. 아들 둘이 서울에서 돈벌이를 한지 오래 됐다고 한다. 애들이 주선해서 서울 구경을 했다면서, 경찰서에 끌려간 이야기를 한다. 어느날 난데없이 경찰이 들이닥쳐 쇠고랑이 체워지고 경찰서로 연행됐던 경험담을 이야기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사연인즉, 어느날 노인정에서 이야기가 벌어졌다고 한다. "노인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이 남쪽에서 보다 훨씬 더 좋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이 빌미가 됐다고 한다. "사실 나는 정부의 참전 보조금, 노인 보조금, 그리고 아이들이 주는 용돈을 다 쓰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서울의 노인들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신세라고 자랑한다. 어떤 못된 경노당 늙은이가 경찰에 신고를 한 모양이란다.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을 쳤으나 소용이 없었고, 결국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잘못했거나 법을 어긴 게 없는데, 왜 감옥에 쳐넣느냐고 끝까지 호통을 쳤다고 한다. "온 몸에 상처 투성이인 늙은 노인을 간첩으로 몰다니"라며 혀를 찬다. 그리고는 "신고를 받았다 해도 척 사람을 보면 판단할 수 있어야지, "미친놈들"이라고 열을 올린다. 배상 없이는 절대 옥문을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경찰의 높은 양반이 와서 사죄를 하는 통에 감옥을 나왔다고 한다. 그는 전우가 지금 기다리고 있는 데, 너무 오래 지체했다며 총총걸음으로 전우의 집을 향해 떠나갔다. 나는 12시 전에 퇴숙절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관으로 갔다.

 

 

<도문식당> 여주인 어윤옥 씨와 긴 대화

 

 

 여관을 나왔지만, 저녁시간 기차를 타기까지는 무려 4 시간을 도문에서 보내야 한다. 보따리를 챙겨가지고 다시 <도문식당>으로 간다. 어윤옥이라는 여주인이 퍽 상냥하고 친절해서 그 식당에서 쉬다가 기차를 타기로 했다. 주인 양반인 듯한 사람은 말도 없이 식당 구석에 누워있다. 옛날 시골 주막집을 연상케 한다. 주인은 일어나자말자 아무 말없이 식당 안에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는다. "주인 양반은 말이 별로 없네요"라고 말을 걸었더니 "필요하면 하지요"라고 응수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누가 먼저 말을 건넵니까?"라 물으니 주인양반은 "말할 시간이 없읍네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식당 안밖에 걸린 예쁜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나야, 나!"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정말 아주머니의 19살 처녀시절 사진이 분명하다. 이미 반세기가 넘었으니 그렇게 예쁜 처녀라 할지라도 변하는 것이야 막을 수 없는 철칙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도 예전의 예쁜 모습은 그대로 남아있어 곱게 보인다.

 

주인 아주머니는 벌써 20년이 넘게 개장국 장사를 했으나 남은 것은 연길에 사둔 작은 아파트 하나가 전재산이라고 푸념을 한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리순분 아주머니는 지금 60인데, 남편은 죽고 혼자 산지가 오래됐다며 시집이나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마땅한 사람이 나타나면 시집을 가겠다고 중신을 하란다. 주인 아주머니는 그동안 번 돈을 몽땅 아들 학비에 썼다며 아쉬운 표정을 짖는다.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 공부를 끝내고 지금은 연길에서 어느 일본회사에 다닌다고 한다. 아들이 자동차를 사야겠다는 데, 차를 사줄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는 어머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부모의 덕으로 공부를 해서 독립한 자식이 이제는 연노한 부모를 돌봐야 할 차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장국 손님이 대부분 조선족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한족과 조선족이 절반씩이란다. 식당에서 개장국을 즐기고 있는 어떤 한족 손님에게 언제부터 그것을 먹기시작 했느나고 물으니 벌써 14년이나 된다고 한다. 주인 아주머니는 서울과 평양 손님도 이 식당을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손님은 처음이란다. 또, 자기가 살던 농촌은 지금 젊은이는 없고 전부 노인들뿐이라고 한다. 젊은이의 절반은 서울에 갔다고 하면서 서울에 혼자 간 남여의 가정들은 대부분 파탄이 나서 큰일이라고 말한다. 일부는 돈을 서울에서 벌어가지고 와서 겉멋만 들어 방탕생활을 하다가 다시 서울로 돈벌이 가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한다.

 

이 식당 종업원으로 있는 리호길 아주머니는 국제정세에 일가견이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남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북쪽 보다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무한정 주둔 할 것"이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는 "미군 때문에 남북 통일이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주둔미군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으니 "그놈들은 절대 제발로는 나가지 않습니다. 쫓아내야지요"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통일된 조국이라면 내 신세도 좀 바뀔 수 있으련만!"이라며 푸념을 한다. "조국통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해외동포들의 생각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아주머니의 열변에 넔이 빠져 대화를 이어갔으면 했으나 기차시간 때문에 떠나게 돼서 퍽 안타깝다. 여러 계층의 조선족들과 많은 대화에서, 대부분이 정치나 민족의식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고 돈이 전부라는 의식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리호길 아주머니 처럼 세상물정에 대해 박식하고,통일의식이 남달리 강한 사람은 중국에선 여태 보질 못했다.

 

 

 

 관련기사

►[방북기 9] 다시 가본 평양 3부 북중국경 중국측 조선족들의 목소리 3-2

[방북기 8] 다시 가본 평양 3부, 북중국경 중국측 조선족들의 목소리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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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기 2]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2

[방북기 1]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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