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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기 1] 다시 가본 평양,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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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흥노 작성일15-10-27 23:36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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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1

 

 

 

이흥노(재미동포전국연합회 논설위원)

 

 

 <다시 가본 평양>이라는 제목의 글은, 1부에서 재미동포이산가족들의 가족상봉에 대한 이야기, 2부에서 당 창건 70돌 행사 참관기, 그리고 3부에서 중국 쪽의 북중 국경도시를 돌아본 이야기로 나누어 실기로 한다.

 

 

평양에 도착하다

 

 

 나는 9월 30일, 평양에 들어가서 10월 14일, 평양을 떠났으니 딱 2주일 동안 그곳에 머문 셈이다. 마지막 평양땅을 밟은 게 2008년이었다. 당시 평양시내에 있는 동평양 대극장에서 역사적 뉴욕 필 하모니(지휘자 로렌 마젤) 공연이 있었다. 나는 이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한 주일을 더 머물렀다. 아무나 체험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으니 나는 참으로 행운아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사실, 7년이라는 세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간 나도 많이 변했고, 세월도 많이 변했으니 자연 평양도 많이 변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왔던 터다. 평양의 변화를 중국에서 이미 느낄 수 있었다. 평양행 공항 대기실에서 걸어가는 북의 여승무원들이 보인다. 날씬하고 맵시가 나는 제복과 모자를 걸치고 걸어가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지만, 참으로 세련된 멋쟁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보무 당당하게 걸어가는 여승무원들의 모습이 마치 하늘을 나는 꽃으로 보였고 세상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평양(순안) 공항에 도착했다. 나라의 관문인 새 공항은 작지만 매우 아담하고 깨끗하다.

 

마중 나온 안내원과 운전기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우리 일행의 보따리를 차에 옮긴다. 시내에 자리 잡은 창광호텔을 향해 우리가 탄 소형 버스가 달린다. 아직 인사도 나누지 못한 체, 가족상봉을 위해 방북하는 미주 동포 일행 12명이 함께 타고 간다. 차창을 통해 밖을 보니 온통 논밭은 누렇게 물들어 풍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시내로 들어오니 도로변은 어딜 가나 새파란 잔디로 덮여있다. 새로 들어선 건물들이 즐비해서 이제는 더 건축할 땅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선문을 지나 시내로 들어서니 전에 보지 않던 택시들과 승용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차들이 붐비는 곳에는 교통신호등이 여성 교통경찰을 대신하고 있다. 왠지 이점이 못내 아쉽기 짝이 없다. 자동차가 많은 곳에 사는 사람인지라 제발 여기선 차가 더 늘지 말고, 대신 대중교통을 느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창광호텔에 여장을 풀다

 

 

 창광호텔은 주로 중국사람들과 조선동포들이 즐겨 이용하는 중급 호텔이라고 한다. 빙상관, 체육관, 운동장 등 체육시설들이 호텔 앞에 즐비하고, 특히 호텔 앞을 내왕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여기가 바로 재미동포 이산가족 12명이 한 주일 머물 숙소다. 다들 해어진 혈육을 만나기 위해 달려온 미주 동포들이지만, 나를 포함해 딱 두 사람이 처가 쪽 식구들을 만난다.

 

처4촌을 처음으로 만난다는 안 선생은 미 동부의 한 작은 도시에 사는 전직 교수, 외교관 출신이다. 그는 나의 방 친구가 됐다. 저녁녘에 도착한 우리 일행 중, 유일하게 안 선생은 다음날 만나게 될 처사촌과 이미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도착 다음 날 재미동포 이산가족 12명은 해동식당과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어느 식당에 나누어 상봉이 이뤄졌다. 안 선생과 나는 각각 다른 식당에서 가족들을 만나게 됐다. 먼저 안 선생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마중 나온 처가 쪽 식구들에 둘러싸여 정신이 없어 보였다.

 

나는 벌써 여러 번 처가 쪽 가족들을 만났기에 놀랍거나 어색한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정작 만나야 할 처외삼촌이 보이질 않았다. 사연인즉, 지난 9월 9일에 운명했다는 것이다. 한 달만 먼저 왔어도 처외삼촌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인데 안타깝기 짝이 없다. 충북 청주에 사는 나의 장모는 이제 혈육이라곤 북에 둔 친동생 하나뿐인데, 어떻게 이 비보를 전할까 걱정이 태산이다.

 

가족상봉 현장에 나온 사람 중에는 처 외숙모, 그의 두 아들 내외, 그리고 총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두 손자였다. 무엇 보다 나의 관심사는 그들의 사는 형편과 건강이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을 유도해서 그들의 사는 형편과 건강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공연히 그들을 걱정했다는 게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들은 나보다 더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누구도 핵보유국인 우리나라를 감히 건드릴 수 없고, 급속도로 나라가 발전되고 있습니다"라며 자랑을 한다. "평양냉면을 먹지 않고는 평양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다"는 농담이 생각나서 냉면을 시켰다. 단숨에 해치웠다. 아직 궁금증이 다 풀리진 않았지만, 다음 상봉을 약속하고 헤어저야만 했다. 

 

 

가족들과 주고받은 대화

 

 

 초등학교 3학년인 처외삼촌 손자에게 질문을 하나 했다. 어깨에 동그란 형태의 표시가 붙은 게 뭐냐고 물었다. 그는 즉시 으쓱대며 반장이라는 표시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반에서 아이들이 싸우면 반장은 어떻게 하나라고 물었다. "싸우는 애들이 없어요"란다. 그리고는 "싸울 일이 없으니까요"라고 덧붙인다. 정말 믿기 어려운 대답이다. 다음에는 처 외사촌들에게 사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가를 물었다. 어느 목공소 책임자로 있는 형(김성일)은 "고난의 행군" 때에는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렵게들 지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자기들과 자기 이웃까지도 우리 내외의 도움(90년대 초 방북)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는 말을 하곤 "정말 고마웠습니다"라는 말을 다시 강조한다. "그럼 3백만이 굶어 죽었다는 말이 사실이겠군?"이라 물었다. 이들은 얼굴을 붉히며 눈을 부릅뜨고 "대체 누가 그런 거짓말을 합데까?"라고 한다. 그리고는 "우리 사회는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 곳인데, 죽으면 같이 죽지 혼자 죽게 두질 않습니다"라고 한다.

 

동생(김성산)은 4년이나 러시아의 우수리 지방 주택 건설장에서 일하다 지금은 휴가 중이란다. 내년 초에 다시 우수리로 파견된다고 한다. 자기 아내는 40세가 넘어 장마당에서 장사할 수 있어 돼지고기 소매를 한다고 했다. 아마 그의 아내가 여군으로 복무한 경력이 있어 장사할 수 있는 자격을 따냈을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은 했으나 시간 관계로 묻지를 못했다. 혹시 주변에서 자살하거나 자살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없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족들 모두 일제히 "죽을 이유가 없는데 왜 죽어요?"라고 되묻는다. 예를 들어, 연애에 실패하거나, 생활고로 살기 힘들거나, 아니면 일터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잃는 경우에는 죽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 설명을 했다. "그것은 큰 죄악이고, 또 우리 사회는 절대로 죽게 내버려 두질 않습니다"라는 대답이다.

 

 절대로 자살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남쪽에는 매 36분마다 한 사람이 자살한다는 공식 발표를 본 터라 그들의 자살은 절대  없다는 말을 수긍하기가 어렵다. 처가식구들의 통일의식과 국제정치에 대한 견해가 확고하다고 보였으나, 대체로 북측의 공식 정책 틀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미군 놈만 남쪽에 없으면 우리끼리 쉽게 통일되지요"로 요약된다. 이들은 중국에 대해선 비판적이고 러시아에 대해선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대목은 작금의 북중, 북러 관계를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라 매우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걱정 없습니다"라는 그들의 말이 진정이길 바라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전에는 이런 표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믿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든다. 내겐 그저 대견하고, 고맙고,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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